스페셜 제 1163호 (2018년 03월 14일)

코스피·코스닥 덮친 ‘공매도 포비아’

[스페셜리포트]
-카카오·신라젠 등 새 타깃…과열종목지정제 등 개선책에도 여전히 기승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한국 증시에서 공매도는 오랫동안 맞서 싸워야 할 ‘전쟁의 대상’이었다.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외인과 기관투자가들을 중심으로 한 공매도 세력이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KRX)는 지난해 공매도의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해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제도를 실시·확대했다. 이와 함께 공매도 종합 포털 사이트도 오픈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 투자자들에게 공매도는 ‘개미 무덤’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공매도,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코스닥뿐만 아니라 유가증권시장까지 ‘공매도 포비아’가 커지고 있다.

◆셀트리온, 끝나지 않은 ‘공매도와의 전쟁’ 

‘공매도와의 전쟁’을 얘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셀트리온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011년 “소액주주의 눈물을 흘리게 하는 투기적 공매도 세력과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6년 만인 2017년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을 결정했다. ‘공매도의 놀이터’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결단이었다.

올해 2월 8일 유가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이전 상장을 마친 셀트리온은 ‘공매도와의 전쟁’을 드디어 끝낸 것일까. 한국거래소 공매도 종합 포털 사이트에 따르면 3월 5일을 기준으로 셀트리온의 공매도 거래 비율은 7.36%를 기록했다. 셀트리온의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을 앞둔 2월 6일 기준 공매도 거래 비율은 6.40%였던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공매도 비율이 높아졌다. 3월 9일 코스피200지수 편입을 앞두고 셀트리온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또다시 공매도의 표적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6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이어져 온 이 전쟁은 앞으로도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공매도(空賣渡)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없는(빌 공) 주식을 판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에게서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것이다. 그러면 공매도는 왜 하는 것일까. 예를 들어보자. 현재 1만원에 거래되는 기업이 있다. A는 이 기업의 주식을 값싼 이자를 주고 B증권사에서 빌려온 뒤 C에게 판매하기로 계약했다. 현재 거래되는 1만원에 주식을 판매하는 데 성공한 A는 한 달 뒤쯤 B증권사에 이 주식을 갚으면 된다. 그 한 달 사이 기업의 주가가 5000원으로 떨어지면 A는 5000원의 시세 차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공매도는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기법이다. 그러다 보니 변동성이 크고 버블이 많을수록 기승을 부린다. 오랫동안 거품 논란에 시달려 온 셀트리온이 유독 공매도로 몸살을 앓아 온 이유다.

국내에 공매도가 처음 허용된 것은 1969년 신용 융자 제도가 도입되면서 부터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공매도가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1996년 9월 기관투자가들에게 대차거래(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 보통 1년 이내에 시장에서 주식을 다시 매입해 갚는 거래)를 허용해 주면서부터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1998년 7월부터 차입 공매도(한국예탁결제원이나 한국증권금융 등 제삼자에게 주식을 빌려 매도)가 허용됐다. 국내에선 무차입 공매도(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먼저 매도) 거래가 금지돼 있다.

현재 국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도 공매도가 가능하긴 하다. 다만, 기관투자가나 외국인 투자자들에 비해 자금과 정보에 취약한 데다 접근성이 쉽지 않기 때문에 공매도를 진행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 개인은 공매도와 비슷한 증권사 대주거래(증권금융이나 증권사에서 해당 주식을 빌린 뒤 매도)를 이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거래가 없는 종목들 위주로 편성돼 있는 데다 기간 또한 90일 이내로 제한돼 있다. 이자 부담 또한 만만치 않다. 이에 비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부분의 종목을 대량으로 1년간 빌릴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공매도 세력의 대부분은 개인이 아닌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가 중심이다. 한국거래소의 ‘투자자별 공매도 거래 현황’에 따르면 3월 7일 기준으로 코스닥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거래 대금은 1.4%(약 12억원)에 불과한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73.45%(약 760억원), 기관투자가는 25.29%(약 261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 공매도를 통해 시세 차익을 노리는 기관·외국인 투자자들과 공매도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는 개인 투자자들의 대결 구도가 강해지게 된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공매도 잔혹사’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포비아’는 주가가 하락해야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공매도의 특징에서 비롯된다. 특정 기업이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된다면 이 기업의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악의적인 루머’를 퍼뜨리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시세조작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셀트리온을 비롯해 공매도 거래가 많은 몇몇 기업들은 외국계 증권사들로부터 ‘부정적인 리포트’가 쏟아져 나오면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한 의도적인 저평가’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곤 한다.

실제로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로 피해를 본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에도 엔씨소프트가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되며 논란이 극에 달했다. 대표적으로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 출시하기 전날인 2017년 6월 20일 게임 아이템을 사고팔 수 있는 거래소 시스템이 제외됐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의 흥행 돌풍 기대감에 주가 또한 강세 흐름을 띠고 있었는데, 이 소식이 알려지며 하루 만에 주가가 40만7500원에서 36만100원으로 11.41% 급락했다. 당시에도 6월 20일을 전후해 엔씨소프트의 공매도 물량이 평소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월에서 5월 엔씨소프트의 공매도 물량이 평균 1만6000주 정도였던 것과 비교해 주가가 급락한 6월 20일 엔씨소프트의 공매도 물량은 19만6256주에 달했다. 평소보다 12배 늘어난 수치다.

올해 초에는 카카오가 공매도로 몸살을 앓았다. 당시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열풍으로 인해 ‘암호화폐주’가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된 것이다. 카카오는 글로벌 1위 가상통화 거래 사이트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핀테크 기업 두나무 지분 23%를 보유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가치가 부각되며 카카오 주가는 2017년 말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2017년 12월 말 기준으로 12만~13만원대에 거래되던 카카오의 주가는 1개월여 만인 1월 8일 종가 기준 15만955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분위기는 1월 16일 이후 급반전됐다.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안’을 언급하며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동시에 이를 전후로 공매도 세력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1월 12일을 기점으로 공매도 거래량이 급증하며 1월 19일에는 코스닥과 유가증권시장을 통틀어 공매도 거래 비율 1위에 올랐다. 특히 1월 17일에는 91만 주가 넘는 공매도 물량이 집중, 공매도 비율이 38%에 달했다.

카카오 외에도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옴니텔과 비덴트,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우리기술투자 등이 암호화폐주들 대부분이 공매도 공포를 겪어야 했다.

◆셀트리온 떠난 코스닥, 공매도 주의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공매도 포비아’가 사그라지기는커녕 오히려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8일을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 전체 거래 대금에서 공매도 거래 대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9.08%로 연초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었다. 1월 2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전체 거래 대금에서 차지하는 공매도 비율은 4.88%였다. 코스닥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1월 2일 기준 코스닥 전체 거래 대금에서 공매도 거래대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51%였는데 이 수치는 2월 8일을 기준으로 6.96%까지 치솟았다. 2월 8일은 공매도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표적인 종목으로 거론되는 셀트리온의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을 하루 앞둔 날이다. 이후 조금씩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며 3월 8일 기준으로 2.26%까지 그 비율이 낮아졌지만 연초와 비교하면 50% 정도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올해 초 글로벌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은 데다 최근 트럼프발 무역 전쟁에 대한 우려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영향이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보호무역,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국면이 이어지며 공매도 세력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셀트리온의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 이후 코스닥시장에서 셀트리온제약·신라젠 등 바이오주 등에 공매도 세력이 몰리는 분위기다. 바이오 기업 특성상 실적보다 미래 성장성에 기대어 주가가 오른다는 점도 공매도가 몰리는 요인이다. 지난해 8월 말 2만2000원 선에 거래되던 신라젠의 주가는 불과 3개월 만에 15만2300원으로 6배 넘게 상승했다. 이와 함께 신라젠의 공매도 비율 역시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8월 신라젠의 공매도 잔액 비율은 2.42% 안팎이었지만 올해 2월 들어 이 비율이 6~7%대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2월 23일 기준으로 7.62%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셀트리온제약도 공매도 주의보가 내려졌다. 셀트리온제약은 지난해 셀트리온의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 결정을 전후로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1만7000원대에서 거래되던 셀트리온제약은 현재 8만7000원대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73% 정도 주가가 상승했고 올 들어서면 40% 정도 뛰었다. 셀트리온제약의 공매도 거래 물량 역시 이때를 전후로 급증했다. 1년 전만 해도 셀트리온제약의 공매도 물량은 하루 평균 5000주에서 1만 주 사이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단위가 하루 평균 5만 주 이상으로 커졌다. 셀트리온의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이 있던 2월 9일 하루에만 총 8만9181주가 넘는 공매도 물량이 집중됐다.

◆공매도 부작용 막을 수 있을까

이처럼 공매도로 인한 부작용이 불거지며 ‘공매도 폐지설’이 힘을 얻고 있지만 공매도의 순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 ‘거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매도는 증권시장에서 주가가 지나치게 급등할 때 거품을 빼주고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는 효과가 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쓰는 기법이기 때문에 부실기업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라며 “공매도의 추이만 따라가기보다 공매도가 발생한 배경을 찬찬히 뜯어보고 기업의 펀더멘털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면 투자자들에게 좋은 힌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는 2017년 3월 투기적인 공매도 세력을 억제하기 위해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제도’를 실시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공매도 논란이 끊이지 않자 11월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은 ‘공매도 비율 18% 이상+주가 하락률 5~10%+공매도 거래 대금 증가율 6배 이상’조건이 동시에 충족되거나 ‘주가 하락률 10% 이상, 공매도 거래 대금 증가율 6배 이상’의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면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된다.

코스닥과 코넥스시장은 ‘공매도 비율 12% 이상+주가 하락률 5~10%+공매도 거래 대금 증가율 5배 이상’ 조건이 동시 충족되거나 ‘주가 하락률 10% 이상+공매도 거래 대금 증가율 5배 이상 조건을 동시 충족’, 혹은 ‘공매도 거래 대금 증가율 5배 이상+직전 40거래일 공매도 비율 평균 5% 이상 조건이 동시 충족’되면 이에 해당된다.

지정 조건 강화 이후 실제로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건수도 늘고 있다. 올 2월에만 50여 개의 종목, 3월 들어서는 18개 종목이 지정됐다. 메가스터디·모두투어·동국제강 등이 대표적이며 한국콜마·경남제약 등 바이오주들이 특히 눈에 많이 띈다.

2017년 6월에는 한국거래소 산하 공매도 종합 포털 사이트(short.krx.co.kr)도 열었다. 공매도 과열 종목을 비롯해 공매도 거래 현황 등 공매도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둘 모두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우선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는 처벌 수위가 약하고 공매도 기준이 너무 느슨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공매도 종합 포털’ 역시 공매도가 이뤄진 사후의 통계나 현황을 중심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만큼 내부 정보를 이용한 공매도 거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그저 공매도의 추이를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 ‘문제가 되는 공매도’를 가려낼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진입 문턱을 낮춰 기관·외인 투자자들과 균형을 맞춰야 부작용이 해소될 수 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 요건이 강화된 후 지정 건수가 크게 늘어나는 등 효과가 커지고 있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단순히 공매도가 증가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준에서 그칠 게 아니라 ‘공매도가 증가하는 원인’을 분석할 수 있도록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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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3-1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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