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Ⅱ:SK텔레콤, 업계 2위 ADT캡스 인수…물리 보안 시장 지각변동 오나]
ICT 기업 신성장동력 된 '물리 보안 시장'...5조 5000억 규모
(사진=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혼자 사는 회사원 A. 여성을 향한 범죄가 잇따르면서 최근 집에 월정액 보안 서비스를 신청했다. 한 달 3만원꼴로 문 앞 CCTV를 감지해 일정 시간 이상 누군가 서 있으면 스마트폰을 통해 알림과 영상이 전송된다.

누군가 문을 여닫으면 시간과 동선이 그대로 축적되며 A의 스마트폰에서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다. 비밀번호를 해제하지 않으면 보안 회사 직원이 자동으로 출동한다.


# 우범 지역에 설치된 한 CCTV. 언뜻 보기엔 평범한 외형이지만 인공지능(AI)이 결합돼 소음을 탐지한다. 비명이나 폭발음이 들리면 음원을 분석하고 통합관제센터에 정확한 경보를 보내 현장에 적합한 인력을 출동시킨다.


최근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물리 보안업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정보 보안에 비해 홀대받아 왔던 물리 보안 시장이 최근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리 보안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시장 재편의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동통신업계 1위 SK텔레콤이 보안업계 2인자였던 ADT캡스를 인수하면서 1위 에스원과의 양강 구도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ADT캡스 인수 후 AI 무인 매장 솔루션, IoT 기반 노약자 케어 서비스 등 신규 사업 모델을 발굴할 계획이다. 또 최근 부상하고 있는 홈 서비스 시장 공략을 위해 보안 서비스를 전략 자산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성장성이 높은 보안 서비스에 SK텔레콤의 주력인 IT를 접목해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다. SK텔레콤은 ADT캡스를 3년 내 매출 1조원 회사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비쳤다.

◆차근차근 준비해 온 SKT의 ‘물리 보안 공략’
ICT 기업 신성장동력 된 '물리 보안 시장'...5조 5000억 규모
SK텔레콤의 물리 보안 시장 진출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SK텔레콤은 2013년 ADT캡스가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 관심을 보였지만 예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인수가 등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이 약 2조원을 들여 ADT캡스를 인수했다.


SK텔레콤은 ADT캡스 대신 2014년 당시 시장점유율 3%대였던 중소 보안 회사 NSOK를 인수해 보안 분야 경험을 쌓았다. NSOK는 지난해 약 11만2000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인수 당시 3만9000명에 불과하던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4년 만에 가입자가 3배 정도 늘었다.

SK텔레콤은 ADT캡스의 지난 입찰 이후 5년 만인 2018년 5월 8일 맥쿼리와 공동으로 ADT캡스를 1조2670억원에 인수했다. SK텔레콤이 7020억원을 투자해 지분 55%와 경영권을 확보했고 맥쿼리는 5740억원을 투자해 지분 45%를 확보했다.

두 회사가 인수하는 회사는 ADT캡스 주식 100%를 보유한 ‘사이렌 홀딩스 코리아(Siren Holdings Korea)’다. 양 사는 ‘사이렌 홀딩스 코리아’의 기업 가치를 부채 1조7000억원을 포함해 기업 가치 2조9700억원으로 평가했다.

이는 ADT캡스 에비타(EBITDA :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의 11배 수준이다. 칼라일과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한 두 회사는 기업 결합 신고·승인 등의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인수 작업은 이르면 올해 3분기 안에 끝난다.


한편 ADT캡스 지난해 매출액은 7217억원으로, 시장점유율 28%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보안 시장 1위 에스원은 일본 세콤이 최대 주주(지분 25.65%)이고 시장점유율은 56%에 달한다.


ADT캡스는 에스원에 비해 점유율과 매출은 낮지만 영업이익률은 업계에서 가장 높다.
국내 보안 시장이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SK그룹과 함께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NSOK와의 시너지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NSOK는 2016년 11월 SK텔링크의 자회사로 편입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NSOK를 떼어내 ADT캡스와의 합병을 준비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SK텔레콤은 “뉴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차세대 보안 서비스는 블루오션 시장이자 차세대 성장 동력”이라며 “ADT캡스를 2021년까지 매출 1조원 이상의 회사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ICT 기업 신성장동력 된 '물리 보안 시장'...5조 5000억 규모

◆신성장 동력 된 물리 보안


SK텔레콤은 전통적인 무인 보안업계의 안전 서비스 틀에서 벗어나 무인 매장 솔루션, IoT 기반의 노약자 케어 서비스 등 신규 사업 모델을 발굴할 계획이다.


이를테면 AI 기술이 접목된 무인 편의점에서 SK텔레콤이 출시한 AI 스피커가 고객을 응대하고 CCTV가 고객을 분석해 할인 정보를 미리 주거나 결제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나 출동 서비스도 처리할 수 있다. AI가 카메라·센서를 통해 이상행동을 포착할 수 있다.


또 보안을 스마트 홈 시장의 핵심 자산으로 활용할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 AI·빅데이터·IoT·블록체인 등 자체 역량에 ADT캡스의 물리 보안을 결합한 통합 보안 시스템을 구축해 4분기 이후 출시할 예정이다.


예를 들면 스마트홈 플랫폼을 장착한 가전, 음성인식 스피커(‘누구’), 보안 서비스 등 고도화된 홈 서비스를 제공하고 향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생활안전·보험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제휴를 통해 신규 홈 서비스 기회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이 확보하고 있는 양자 암호 통신 기술까지 활용한다면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까지 아우르는 융합 보안 사업이 가능하다.


김학경 성신여대 융합보안학과 교수는 “국내 보안시장은 노동집약적 사업으로 시작했으나 IT 기업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물리 보안 회사가 정보 보안, 부동산 관리 등 종합적인 위험관리 사업을 시작했다”며 “이에 보안 사업 자체가 융합 보안 형태로 변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이번 SK텔레콤의 ADT캡스 인수는 보안사업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ICT 기업 신성장동력 된 '물리 보안 시장'...5조 5000억 규모
SK텔레콤이 ADT캡스를 인수한 이유는 홈 서비스와 커머셜 영역에서 보안 서비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도니아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물리 보안 시장 규모는 2012년 3조6000억원에서 2017년 5조5000억원, 2022년 7조9000억원으로 연평균 8%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또 아직까지 미국·일본 등 주요 국가 대비 보안 서비스 보급률이 낮아 성장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이 기존과 다른 새로운 IT 기반의 서비스 출시를 예고한 만큼 에스원과 KT텔레캅 등 물리 보안 기업들의 변화도 이어질 전망이다.

◆아직은 에스원 추격 어려워
ICT 기업 신성장동력 된 '물리 보안 시장'...5조 5000억 규모

에스원은 삼성그룹과 일본 세콤의 합작사로 세콤 지분이 약 25.65%로 삼성 계열사 지분(20.76%)보다 우세하다.

에스원은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경비와 안전 관리, 빌딩 관리 등에서 발생하는 계열사 간 내부 시장이 탄탄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삼성 계열사들의 합병과 매각 등으로 비삼성 매출 확대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또 현재 에스원은 SK텔레콤의 스마트 홈서비스에서 대표 보안 업체로 등록된 상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의 ADT캡스 인수로 에스원과의 제휴 관계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에스원 역시 신기술과 접목한 보안 솔루션을 내놓고 있다.

에스원은 딥러닝 기술이 탑재된 얼굴 인식 출입 관리 시스템에 이어 최근에는 도시 주요 기반 시설에 지능형 영상 감시와 교통 위험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 시티 솔루션을 공개하는 등 보안 영역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3위 사업자인 KT텔레캅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KT텔레캅은 KT그룹의 IT와 KT텔레캅의 관제·출동 역량을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KT텔레캅은 지난해 말 플랫폼 기반의 보안 서비스(클라우드 주장치)를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엄주욱 KT텔레캅 사장은 “3위 사업자를 벗어나기 위해 플랫폼 기반 보안 서비스를 만들었다”며 “기존 물리 보안 시장에서만 한정된 싸움은 하지 않을 것이고 보안 시장의 탈환을 적극 시도하고 외형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몸집을 키우기 위해 인수·합병(M&A)도 진행하고 있다. KT텔레캅은 최근 SG생활안전 무인경비사업부문을 280억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SG생활안전이 보유한 1만 명 규모의 보안 서비스 가입자를 확보했다. 현재 KT텔레캅의 보안 서비스 가입자는 약 20만 명이다.


일각에선 SK텔레콤의 사업 방향성을 고려하면 ADT캡스가 에스원을 단숨에 따라잡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자금력과 ICT, 통신 인프라를 갖춘 SK텔레콤이 보안 시장에 진출하면서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된다”며 “100% 손자회사인 NSOK와 시너지 창출에 주력하면서 에스원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라 연구원은 이번 인수가 에스원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에스원은 지난해 대비 2.8% 시장점유율 하락이 예상되지만 당분간 시장 1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홈(Home) 시장에 주력하겠다는 SK텔레콤의 방침에 비춰보면 단기적으로 홈·소호를 타깃으로 하는 KT텔레캅과의 경쟁 강도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