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획 : 4차 산업혁명의 최전선, ‘스마트 시티’를 가다 ④베를린] -슈테판 프란츠케 베를린파트너 CEO…지난해 8000여 개 일자리 창출
“베를린 전역이 살아있는 스마트 시티 실험실이죠”
(사진) 슈테판 프란츠케 베를린파트너 CEO.
[독일 베를린=한경비즈니스 이명지 기자, 후원=한국언론진흥재단] 베를린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를 지휘하는 ‘베를린 파트너’. 이곳은 2017년에만 272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총 8197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지난해 투자 규모만 약 5억7700만 유로(7381억5033만원)에 달한다.

6월 5일 만난 슈테판 프란츠케 베를린파트너 최고경영자(CEO)에게 최근 한국에서 스마트 시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남북 관계도 새롭게 정의되는 전환점에 서있다고 전하자 “독일이 한국에 ‘선례’가 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베를린파트너’는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에서 어떤 역할을 합니까.

“우리는 강한 스마트 시티 네트워크를 갖고 있습니다. 기업들을 이어주는 네트워크는 스마트 시티를 조성하는 데 가장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네트워크는 단기적인 도시 조성 계획부터 복잡하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빠르게 실현할 수 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죠.

또 우리는 베를린 주 정부와도 협력하고 있습니다. 베를린파트너의 스마트 시티 유닛은 베를린 주정부의 스마트 시티 네트워크 사무소와 함께 활동합니다. 여기에 베를린파트너는 베를린이 유럽의 선도적인 스마트 시티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여러 국제적 마케팅 행사에서 홍보도 도맡고 있습니다.”

-베를린이 스마트 시티로서 갖는 매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스마트 시티 조성에서 ‘기술’이 필수 요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베를린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다양성과 활기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곧 도시를 잘 관리하고 프로세스와 의사 결정을 가속화하는 주체이기 때문이죠.

이런 점에서 베를린은 그야말로 최적지죠. 베를린은 독일에서 가장 자유롭고 관용적인 도시입니다.”

-베를린이 스마트 시티를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전략은 무엇인가요.

“독일은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에 관심이 많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50년까지 전체 에너지의 8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며 탈원전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죠. 베를린은 대도시여서 대규모의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으로 에너지를 가동하려고 하죠. 따라서 베를린 곳곳에서 수많은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파일럿에 그치지 않고 ‘빅 프로젝트’로 만드는 게 관건이에요. 다시 말하면 베를린을 넘어 전기 공급이 어려운 지방까지도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큰 규모로 키워야 합니다.”

-베를린에서 이뤄지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전환 노력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2016년부터 베를린은 지능형 에너지에 대한 쇼케이스를 시작했습니다. 독일의 스마트 에너지 시스템 모델 기업인 빈트노드(WindNODE)와의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생성과 소비, 스마트 그리드 사이의 효율적인 상호작용을 돕는 곳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이를 위해선 디지털 도입으로 모든 것을 유연하게 만들어야 하죠. 베를린파트너는 스마트 에너지 실현을 위한 독일 북동부 70개 파트너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들은 베를린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약 15년 전만 해도 베를린의 실업률은 20%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8%까지 실업률을 줄였습니다. 과거 베를린이 실업률이 높았던 이유는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으로 나뉘어 있었던 당시 경제 불균형이 심했었고 통일 후에도 격차를 극복하기 어려워 경제가 휘청거렸기 때문이죠.

이렇게 높았던 실업률을 가라앉힌 게 스타트업들의 활약입니다. 대표적인 기업은 독일을 넘어 유럽 최대의 이커머스로 성장한 ‘잘란도’죠. 2008년 설립된 잘란도는 한 해 6000명을 고용하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베를린파트너는 2016년부터 스타트업과 기존 기업들이 함께하는 ‘팝업 랩 베를린’을 통해 지역 기업들을 매치해 왔습니다. 기존 기업들은 전통적 비즈니스를 혁신시키고 중소기업들은 디지털화에 돌입하게 됐죠.

이러한 일대일 매칭은 일상에 녹아들며 베를린의 경제를 혁신시키는 DNA로 자리 잡았습니다. 스마트 시티 구현을 위한 기술력은 여기에서부터 탄생했어요.”
-첨단 기술을 도입하는 스마트 시티를 조성하려면 현지 시민들의 협조와 이해도 필요합니다.

“물론입니다. 시민들에게 스마트 시티를 조성하기 위한 베를린파트너·정부·기업들의 노력이 그들의 삶이나 도시의 복지 향상에 집중돼 있다는 것을 이해시켜야만 합니다. 따라서 베를린 시민들은 스마트 시티 조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 함께해야 합니다.

머지않아 베를린 주정부는 스마트 시티와 관련한 아이디어·제품·솔루션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열린 공간 ‘시티랩(CityLAB)’을 열 예정입니다. 이곳을 통해 시민들은 스마트 시티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들이 지능형 교통 솔루션, 사용자 중심의 전자 정부 프로세스, 공공 e헬스 서비스 등을 통해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는지 알게 됩니다.”

-일부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에서는 시민들의 개인 정보 입수에 대해 민감한 반응이 나오기도 합니다.

“과거 공산주의 체제였던 동독에서는 한때 정부가 시민들의 데이터를 모아 관찰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베를린의 시민들은 자신들의 개인 정보를 누가 관리하느냐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베를린의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는 정부나 기업이 직접 ‘쇼케이스’를 통해 어떻게 사업이 이뤄지는지를 보여줍니다. 감추는 것보다 문을 활짝 여는 것을 선택했죠.”

-향후 베를린파트너는 스마트 시티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우리는 베를린을 ‘살아있는 실험실’로 바꾸고 있습니다. 우리는 7월 ‘스마트 스쿨’의 가시연 모델을 만들 예정입니다. 또 거주자들을 위한 ‘스마트 데이터 허브’와 ‘스마트 메시징 시스템’을 연구할 계획입니다.

또한 조만간 파일럿 펀드를 정식 운영 자금으로 전환한 후 미래 스마트 시티 조성을 위한 새로운 자금 조달법을 마련할 것입니다.”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