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제 1178호 (2018년 06월 27일)

'부도’에서 ‘먹튀’까지…탈 많은 P2P 금융

[스페셜 레포트 Ⅱ]
-부동산 전문업체 중심 부실 잇달아, 업계 자율 규제 가능할까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문턱 높은 제도권 금융시장의 ‘틈새’를 파고들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P2P업계에 최근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P2P 업체를 중심으로 부도․먹튀 사건이 연이어 터지며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국내 P2P 금융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한 치명타를 입고 있다는 점이다. 높은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건전한 금융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업체들까지 ‘도매금’으로 싸잡아 비난 받고 있다.

금융 당국은 물론 P2P 금융업계 내부에서도 ‘자율 규제 강화’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높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P2P 금융 산업을 건전하게 육성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다시 찾아오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이다.

◆오리펀딩, 더하이원펀딩 피해자만 2000여명

“P2P 대부업자(오리-더하이원 펀딩)가 금요일 오후 연락 끊고 고객 자금을 인출해 잠적했습니다. 긴급 수배 발동해 출국 금지 조치해 주세요.”

지난 6월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글이다. 이 글에 언급된 오리펀드는 부동산 전문 P2P 업체다. 이 업체는 수익률만 무려 20%에 달하는 부동산·동산 펀딩 상품을 연일 내놓으며 사업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200억원에 달하는 투자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달 초 돌연 영업을 중단하더니 이내 대표 잠적설에 휩싸인 것이다. 당시 오리펀드는 100억원 정도를 투자자들에게 제때 상환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후 조성환 오리펀드 대표는 경찰에 자진 출두해 조사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미 피해를 당한 투자자들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오리펀드는 현재 투자 상품 중 담보로 내놓은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위조해 사기 대출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오리펀드와 함께 이름이 언급된 더하이원크라우드펀딩은 지난 2월 금융위원회에 ‘P2P 대출 연계 대부업자’ 등록을 추진하다가 반려됐다. 이철규 더하이원크라우드펀딩 대표가 과거 사기 등의 전과가 있어 금감원 등록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더하이원펀딩은 지난 4월 오리펀드와 합병해 황인철 대표를 내세워 금융위원회 ‘P2P 대출 연계 대부업자’로 등록, 바지 사장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더하이원크라우드펀딩은 오리펀드와 각자 영업을 지속하다가 현재 이 대표 또한 잠적 상태다. 조 대표는 경찰 조사에서 “더하이원크라우드펀딩의 이 대표가 이 모든 일을 꾸몄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오리펀드와 더하이원클라우드펀딩의 피해자만 2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오리펀드와 더하이원클라우드펀딩의 사례는 매우 극단적으로 보이지만 최근 들어 P2P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건이 하루가 멀다고 터지고 있다. 이 사건이 있기 전 지난해 말에는 한때 P2P업계 3위를 달리던 ‘펀듀’가 연체율이 90%를 넘어가는 상황에서 사업장이 폐쇄된 뒤 대표가 해외로 잠적했다. 최근에는 부동산 전문 P2P 업체인 ‘2시펀딩’은 연체율 68.5%를 넘어서며 투자금이 상환되지 않아 문제가 되던 중 대표가 700억원대의 자금을 챙겨 일본으로 출국한 뒤 잠적한 상태다. 지난 5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전문 대형 P2P 대출 업체인 헤라펀딩이 부도를 냈고 일부 업체는 횡령․허위 공시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6월 17일에는 약 1400억원에 달하는 누적 대출액을 보유한 대형 P2P 업체인 아나리츠가 투자자들에게 최근 상환일이 다가온 투자 상품에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검찰이 대표와 재무이사를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부동산 PF 쏠림…문제 키웠다

사태가 이 정도까지 불거지자 금융 당국은 물론 P2P업계 내부에서도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앞서 언급된 사례들을 ‘일부의 문제’로만 치부하기에는 피해 금액이 적지 않은데다 문제가 되고 있는 업체나 부동산 상품들의 사기성이 매우 짙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 P2P업계에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5월 28일 금융감독원은 P2P 업체와 연계된 대부 업체 75개사에 대한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5년 373억원 규모였던 P2P 대출 시장은 작년 2조3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대출 유형은 PF․부동산․동산 등의 담보대출이 잔액 기준으로 83%를 차지했다. 개인 신용 대출은 11%였는데 이 중 대형 3사가 개인 신용 대출의 98%를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부동산 관련 대출의 부실률이다. P2P 대출의 30~90일 이내 연체율은 2.8%, 90일 이상 연체한 부실률은 6.4%였다. 하지만 부동산 PF 대출의 연체율이 5%, 부실률이 12.3%로 전체 평균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높다. 부동산 PF대출은 부동산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다 부동산 PF 상품의 사업성을 검토할 때 명확한 담보도 없이 허술하게 대출 여부를 결정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실태 조사 결과 부동산 P2P 업체 중에는 건설사나 시행사 등을 대주주로 두고 있는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P2P 업체는 투자하는 프로젝트의 부실 가능성이 없는지 꼼꼼하게 따져본 후 투자 자금을 집행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대주주에게 고객 자금을 손쉽게 빌려준 업체들이 적지 않았다. 건설사나 시행사 등이 자금을 쉽게 융통하기 위한 수단으로 P2P 업체를 악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14일에는 금융위원회가 ‘P2P 대출 관련 관계 기관 합동 점검회의’를 갖고 검찰․경찰과 협력해 P2P 부실 업체들에 대해 대대적이고 강력한 단속을 예고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P2P 대출은 금융법상 금융업과 달리 법에 의해 사업·영업구조가 자리 잡은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스스로 다양한 구조를 모색한 결과로 형성됐다”며 “사업에 진입 제한이 없다 보니 최근 들어 P2P 업체가 난립하면서 기술력과 안전성을 갖춘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 사이에 구분이 어려워지고 대출 부실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 P2P 관련 입법에 속도…업계 내부도 자정 노력 

이렇듯 금융 당국이 뒤늦게 고삐를 죄고 있지만 여전히 ‘투자자 보호’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금융 당국은 2017년 2월 P2P 금융 가이드라인을 내놓았고 올해 2월 부동산 PF 대출 공시 강화 등의 내용을 추가한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P2P 대출 업체를 감독·관리해 오고 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의 가이드라인은 강제 규범이 아니어서 실질적인 실태 조사 등에는 한계가 있다. 검찰과 경찰도 불법행위에 대한 명확한 단서가 확보되지 않는 한 사법상 거래에 개입하기 어려워 신속한 대응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강조되는 것은 이른 시간 안에 P2P 대출에 대한 규율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현재 이와 관련해 4개의 의원 입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 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P2P업계 내부에서도 자정을 위한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다만 최근 문제가 되는 사례들이 부동산 P2P에 쏠려 있다 보니 P2P업계 또한 부동산 P2P와 개인 신용 P2P가 분리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렌딧․팝펀딩․에잇퍼센트 등 세 업체는 기존의 한국P2P협회를 탈퇴하고 현재 새로운 P2P협회 발족을 준비 중이다. 이 세 업체는 모두 개인 신용 대출을 전문으로 하거나 개인 신용 대출의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들 업체로서는 매번 ‘부동산 P2P’와 관련한 사고가 터질 때마다 ‘P2P’라는 같은 카테고리에 묶이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게 업계의 해석이다.

기존의 한국P2P협회 또한 지난 6월 12일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를 새로운 협회장으로 선출하고 P2P업계 쇄신에 강력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업계가 적극적으로 실사 등을 통해 문제가 되는 업체들을 걸러내고 이를 금융 당국에 고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지난 6월 15일에는 대표적 P2P 업체인 어니스트펀드가 국내 처음으로 ‘부동산 PF 대출 취급 규정’을 공표하기도 했다. △PF 대출 취급과 관련한 전문 인력과 내부 역량을 보유하고 투자자에게 공개할 것 △PF 사업 심사 시 자기자본의 선 투입 여부, 사업 인허가․유효성 여부, 제반 서류의 진위성을 중점적으로 검토할 것 △대출 선행 조건이 일정 기간 내 충족되지 않으면 모집을 중단하고 투자금을 반환할 것 등이 주요 골자다. 이는 어니스트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어니스트펀드를 시작으로 다른 P2P 업체들 역시 이와 같은 ‘자발적인 시장 정화’를 위한 노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용어설명-P2P금융
‘개인 대 개인 간의 금융’을 뜻하는 말로, 온라인을 통해 대출과 투자를 연결하는 대안금융 서비스다. 온라인을 통해 모든 대출 과정을 자동화해 지점 운영 비용, 인건비, 대출 영업비용 등의 불필요한 경비 지출을 최소화해 대출자에게는 보다 낮은 금리를, 투자자에게는 보다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금융과 기술을 융합한 핀테크 서비스의 하나다.

◆P2P 투자자 유의 사항① P2P 대출은 원금 보장 상품이 아닌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이다 : 차입자의 채무 불이행뿐만 아니라 P2P 업체의 도산 시에도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② 대출금리가 높을수록 차입자의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 특히 만기가 짧다고 위험이 낮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③ P2P 업체는 제도권 금융이 아니고 금융 당국의 감독 대상이 아니다 : 다만 ‘연계 대부업자’는 금융 당국의 감독 대상이므로 금융위 등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④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P2P 업체와 대출 상품별 분산투자가 중요하다.
⑤ 과도한 투자 이벤트 실시 업체는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 비상식적인 이벤트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업체일수록 불완전 판매 소지, 재무 상황 악화, 대출 부실화 가능성 등이 높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⑥ P2P 업체를 선정할 때는 먼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P2P 업체 평판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인터넷 카페 등에서 P2P 업체의 연체 발생 사실과 평판 등을 확인해야 한다.
⑦ 부동산 PF 대출 상품에 투자할 때 특히 유의해야 한다 : 부동산 PF 상품의 정확한 대출 목적(브리지론·건설자금 등), 상환 재원, 건설지의 부동산 경기, 선후 순위 여부 등 리스크 요인을 확인해야 한다. 저당권 설정 등 담보권 내용이 공시돼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P2P 업체에 관련 정보 공개를 요구한다.
자료 : 금융위원회

vivajh@hankyung.com

[스페셜 레포트 Ⅱ]
-'부도’에서 ‘먹튀’까지…탈 많은 P2P 금융
-'자율규제 강화' 외치는 P2P업계, 환골탈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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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7-0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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