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Ⅰ: 글로벌 가전 업체 중 영업이익률 ‘톱’…부품 경쟁력·‘모듈러 디자인’이 성공 요인]
“모터 달린 제품은 LG 사라”  독주하는 LG전자 가전사업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LG전자가 사상 최대 상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LG전자의 상반기 호실적을 견인한 효자 사업은 가전이었다.

생활 가전을 담당하는 H&A(홈어플리언스& 에어솔루션)사업본부는 역대 최대 분기 매출액을 달성했다. 이례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에어컨 판매도 순조로웠다. 지난달 에어컨 판매량은 역대 월간 판매량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공기청정기능이 탑재된 프리미엄 에어컨 판매가 지난해보다 70%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TV를 앞세운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 본부는 2분기 연속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며 힘을 보탰다.


LG전자의 올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0조1424억원, 영업이익 1조878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2%, 18.5% 증가했다. 상반기 매출액이 30조원을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으로 역대 상반기 가운데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최대다.


특히 1분기 성적이 좋았다. 1분기는 1조107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분기는 영업이익 7710억원으로 지난해(6640억원)보다 16.1% 증가했지만 1분기보다 30.4% 줄어들었다. 1분기에 비해 2분기 실적이 감소한 주된 이유는 신제품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와 스마트폰 판매 부진 때문이다. 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사업본부는 1854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스마트폰 매출이 줄어들고 전략 스마트폰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이 늘면서 1분기(1361억원)보다 적자 폭이 500억원 정도 확대됐다. 이에 따라 LG전자 스마트폰 부문 적자는 13분기 연속 이어졌다.


하지만 생활 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와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에서만 9조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하면서 자존심을 세웠다. 2분기에는 H&A사업본부(4572억원)와 HE사업본부(4070억원)에서 발생한 영업이익이 회사 전체 사업 영업이익(7710억원)보다 500억원 이상 많았다.

H&A사업본부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처음으로 10조원이 넘었고 영업이익률은 9.9%를 기록했다. HE사업본부의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12.4%로 상반기에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생활 가전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LG전자의 성과가 더 도드라진다. 세계 최대 가전 업체인 월풀은 상반기 기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5억6300만 달러(6303억원)의 적자를 냈다. 일렉트로룩스 역시 불과 2%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생활가전사업부 실적을 별도로 발표하지 않지만 TV 사업과 합친 소비자 가전(CE) 부문으로 간접 비교해도 LG전자 실적에 미치지 못한다. 금융업계에서는 CE부문 상반기 영업이익률을 4%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LG 생활 가전의 독보적인 승리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모터 달린 제품은 LG 사라”  독주하는 LG전자 가전사업

◆‘독보적인 성능’ 모터와 컴프레서


이 같은 LG전자 가전 성공의 비결은 ‘부품’에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 ‘모터 달린 제품은 LG’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특히 ‘가전제품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모터와 컴프레서에서 독보적인 성능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리미엄 가전은 에너지 효율이 높고 소음과 진동이 적어 탁월한 성능을 구현한다. 또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도 갖춰야 한다. 따라서 프리미엄 가전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모터와 컴프레서의 기술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터와 컴프레서의 에너지 효율·소음·진동·내구성 등이 프리미엄 가전의 성능과 수명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생활 가전에서 모터와 컴프레서를 인간의 심장 또는 자동차의 엔진에 비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LG전자는 1962년 선풍기용 모터를 생산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57년 동안 모터와 컴프레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

특히 H&A사업본부 산하에 모터와 컴프레서만 전담해 연구·개발하는 ‘부품솔루션사업부’를 두고 있다. 이는 LG 생활 가전이 핵심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완벽한 수직 계열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모터와 컴프레서를 담당하는 연구 인력이 신제품 기획 단계부터 함께 참여해 완제품에 최적화한 핵심 부품을 개발한다.

이는 모터와 컴프레서의 기술력을 높이는 동시에 부품과 제품 간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최적의 품질과 성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된다.


프리미엄 가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얼음정수기냉장고, 트윈워시, 듀얼 에어컨 등 다양한 융·복합 가전이 나오기까지 DD모터(세탁기),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냉장고), 듀얼 인버터 컴프레서(에어컨) 등 최적화된 부품들의 역할이 컸다.


또 다른 장점은 프리미엄 부품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실현할 수 있다는 데 있다. LG전자는 원가 혁신과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05년 세탁기 제품에 모듈러 디자인을 도입, 현재 3~4개의 모듈만으로 세탁기·건조기 등을 제조하고 있다.


모듈러 디자인은 제품에 필요한 여러 부품을 통합하고 표준화해 레고블록처럼 독립된 패키지로 만들어 다양한 모델에 동일한 부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핵심 부품인 모터를 모듈화하면 많은 종류의 세탁기에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개발비·부품비 등이 낮아져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LG전자는 모듈 생산 방식을 도입해 원가를 절감하고 체계적인 재고 관리와 자동화율 등을 통해 생산성과 마진을 높이며 그동안 부품 연구·개발에 쏟은 과실을 따내고 있다”고 말했다. 단가가 높은 고성능 부품을 자체 생산하기 때문에 핵심 부품을 외부로부터 공급받아 완제품을 만드는 다른 업체들에 비하면 경쟁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


LG전자는 핵심 부품에 대한 특허도 대거 확보하고 있다. LG전자가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와 관련해 국내에서 등록한 특허 수만 900건이 넘는다. 또 미국에서 157건, 유럽에서 33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또 LG전자는 DD모터와 DD시스템에 대해서도 국내에서 70여 건에 이르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각각 47건, 20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은 품질 보증으로 이어진다. LG전자는 업계 최초로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와 DD모터에 대해 10년 무상 보증을 실시하고 있다. 유럽 최고의 규격 인증 기관 독일전기기술협회(VDE)도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와 DD모터에 대해 각각 20년과 22년 수명을 검증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내구성을 인증했다.


◆소비자 니즈 ‘정조준’한 제품


LG전자의 또 다른 강점은 가전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는 능력이다. LG전자는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정확히 파악한 제품을 누구보다 빠르게 선보이고 있다 .

LG전자가 최초로 선보인 올레드TV는 양극화된 시장을 조준했고 트윈워시·건조기·스타일러·프라엘 등 새로운 제품군을 탄생시키며 가전 시장에서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트윈워시는 LG전자가 분리 세탁을 원하는 고객이 많다는 점을 분석해 2015년 세계 최초로 상단 드럼세탁기와 하단 미니워시를 결합한 세탁기다. 8년여 동안 150여 명의 인력이 투입돼 철저한 시장 분석과 연구를 거듭한 결과다.

2011년에는 세탁기를 돌리지 않고도 간편하게 의류 냄새·구김·세균을 제거하고자 하는 소비자 니즈를 읽어 스타일러를 내놓았다.

또 아직 건조기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2004년부터 국내에 건조기를 출시했다. 시장 흐름을 주도한 덕에 지난해 건조기 시장에서 LG전자의 점유율은 무려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서도 ‘프리미엄 브랜드’로 통해
“모터 달린 제품은 LG 사라”  독주하는 LG전자 가전사업

해외시장에서는 프리미엄 전략이 통했다. LG전자는 생활 가전 부문에서 ‘LG 시그니처’와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앞세워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프리미엄 이미지는 LG전자 전 제품으로 확산되며 가전 사업 수익을 이끌고 있다. LG전자는 ‘LG 시그니처’ 출시를 기점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면서도 매출·영업이익·영업이익률이 일제히 늘어났다.

2013년 4.2%, 2014년 3.7%, 2015년 5.9%를 기록했던 영업이익률이 LG시그니처를 출시한 2016년 7.7%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월풀(6.5%)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2017년에는 월풀의 영업이익률이 5.3%로 하락했지만 LG전자는 7.8%로 상승하며 격차를 더 벌렸다.


TV 시장에서는 올레드TV를 선보이며 프리미엄 시장을 이끌고 있다. LG전자는 북미 내 2500달러(약 28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2016년 40.1%, 지난해 36.4%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유럽 프리미엄 TV 시장에서도 LG전자는 2016년(57.4%)과 2017년(31.8%) 모두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올해도 LG전자 올레드TV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HE사업본부는 올 1분기 올레드TV 선전에 힘입어 역대 최고 이익률을 기록했다.


LG전자는 2018년형 올레드TV에 인공지능(AI) 플랫폼인 ‘씽큐(ThinQ)’를 추가하고 가격을 최대 33% 낮춰 주도권 굳히기에 나섰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연초 “올해 올레드TV 판매량을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는 향후 국내에서 실적을 견인한 고부가가치 생활 가전의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7월 26일 열린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 해외 론칭 계획을 잡고 있다”면서 “해외 고객 라이프스타일이 한국과 다르고 초기 출시 단계이기 때문에 해외 판매 기법 등을 고려해 (사업을) 해외까지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TV 사업은 현재 추구하고 있는 고가 중심의 TV 전략을 강화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올레드TV를 바탕으로 2~3년 뒤 프리미엄 TV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미래 기술 선점을 위한 기술 개발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특히 AI 기술을 적용한 생활 가전과 로봇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는 작년부터 출시한 모든 생활 가전에 무선 인터넷을 기본 탑재하고 고객 생활 패턴 및 주변 환경을 학습해 스스로 작동하는 딥러닝 기반의 생활 가전을 선보였다. 2003년부터 시작한 로봇 청소기 사업을 통해 AI·자율주행·사물인터넷(IoT) 등 차세대 기술을 꾸준히 확보해 온 결과다. 올해는 올레드TV·냉장고·세탁기 등 주력 제품에 AI 브랜드 ‘씽큐’를 탑재할 계획이다.


[박스기사 : ‘LG 가전 성공의 주역’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모터 달린 제품은 LG 사라”  독주하는 LG전자 가전사업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LG전자의 성공을 이끈 주역이다. 1976년 용산공고를 졸업하고 금성사(현 LG전자) 견습생으로 시작한 조 부회장은 H&A(생활가전)사업부 사장을 거쳐 2016년 12월 부회장에 올라 단독 최고경영자(CEO) 체제를 구축했다.


LG전자 가전 성공의 역사에는 조 부회장이 자리한다. 조 부회장이 1998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DD모터’ 적용 세탁기는 LG전자 세탁기를 세계 1위로 만들었다. 그가 ‘세탁기 장인’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조 부회장이 아이디어부터 개발까지 주도한 의류 관리기 ‘LG스타일러’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 세계 가전 시장을 휩쓸고 있는 LG전자 제품은 모두 조 부회장이 H&A사업부를 이끌던 시절 대대적 투자를 단행한 결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전자가 모터와 컴프레서 등 핵심 기술력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조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조 부회장은 취임 직후 H&A사업본부 산하 ‘부품사업본부’를 ‘부품솔루션사업본부’로 바꾸며 중요성을 강화했다.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4호(2018.08.06 ~ 2018.08.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