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대기업까지…2020년 7700억원대 시장으로 성장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주52시간 시대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유연근무제의 확산이 대두되고 있다. 공간을 파괴하고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하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주52시간 시대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이 과정에서 유연근무의 대표 주자로 손꼽히는 ‘공유 오피스’가 주목받고 있다. 사무실의 개념을 혁신적으로 바꾼 공유 오피스는 최근 국내 비즈니스 전반에 영향력을 넓히며 1인 비즈니스는 물론 대기업까지 활용하고 있다.
주52시간 시대, 더 주목받는 ‘공유 오피스’
◆유연근무의 풍경, 공유 오피스

#. 지난 7월 25일 오후 3시. 서울 을지로에 있는 공유 오피스 위워크. 누군가는 해먹에 누워 밀린 잠을 청하고 어떤 이들은 미팅 룸에서 회의를 주재한다. 또 다른 이는 PC와 씨름하느라 여념이 없는데 또 어떤 이들은 맥주를 기울이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1인 기업부터 대기업까지 한 공간에 모인 공유 오피스의 업무 풍경이다.

다양한 기업 형태가 입주한 위워크는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노동시간이 일률적으로 정해진 여타의 회사들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입주 고객사별로 예외가 있지만 대개 각자의 업무 시간에 맞춰 출퇴근하고 오후 3시나 4시에 늦은 점심을 먹는 이들도 만나볼 수 있다. 또 위워크에서 제공하는 맥주나 다과를 즐기는 사람들은 휴게시간이 따로 없다. 대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커피를 마시며 각자의 업무에 빠져들기도 한다.

지난 7월부터 국내 기업에 주52시간 근무제 순차적으로 도입되면서 ‘일’과 ‘회사’를 정의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노동자와 기업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주52시간 근무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고정적이었던 출퇴근 시간과 근무시간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전략이다. 이들은 법정 노동시간에 맞춰 스스로 업무 시간을 선택하거나 기존의 ‘근무지’에 얽매이지 않고 장소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업무의 시공간 개념을 재정의한다. 노트북만 ‘달랑’ 들고 바로 업무에 돌입할 수 있는 공유 오피스가 지금 주목받는 이유다.

공유 오피스는 빌딩의 전체 또는 일부를 장기 임차해 공간을 나눈 뒤 이를 개인이나 업체에 재임대해 다양한 업무를 지원해 주는 공유경제의 한 사업 모델이다.

단순 사무 공간뿐만 아니라 회의실·가구·비품·전화·우편 등의 비서 서비스를 제공해 궁극적으로 사람만 오면 곧바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해외에서는 1980년대 도시 출장이 잦은 비즈니스맨들을 대상으로 유연근무제가 확산되며 공유 오피스의 시대가 열렸지만 한국에 공유 오피스가 도입된 것은 그로부터 훨씬 더 이후다.

2000년대 초반 ‘비즈니스센터’, ‘소호오피스’란 명칭으로 운영된 뒤에도 국내에서는 공유경제에 대한 ‘낯섦’ 때문인지 대중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0년 들어 공유경제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창업 열풍이 불면서 임직원 수 10인 이하의 스타트업과 1인 기업들이 증가하기 시작했지만 값비싼 전통적 임대 시장의 오피스에는 입주할 수 없었다.

반면 도심의 공실률은 계속 증가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0년 9% 후반에 그쳤던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2014년 말 14%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비즈니스의 핵심 축이 된 2030세대들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성장하면서 커뮤니티를 형성해 비즈니스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이른바 ‘코워킹 스페이스’ 개념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주요 오피스가 밀집한 강남권을 중심으로 공유 오피스가 우후죽순 늘기 시작했다. 사무 공간은 물론 회의 시설과 휴게 시설이 포함된 라운지, 비서 업무와 회계 업무, 컨설팅을 서비스해 주는 공유 오피스에 1인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몰렸다.

월 임대료는 기존 사무실과 비슷했지만 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 기타 사무비용 등을 포함하면 공유 오피스를 임대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란 평가였다.

지금은 공유 오피스의 춘추전국시대다.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등 비교적 잘 알려진 기업뿐만 아니라 현대카드·한화생명 등 대기업도 공유 오피스 시장에 진출했다. 소규모 업체들까지 더하면 수십여 업체가 공유 오피스 시장에 뛰어든 셈이다.

이 중 대표적인 업체가 위워크다. 2010년 창업한 위워크는 현재 전 세계 22개 국가, 75개 도시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다.

한국에는 2016년 강남에 입점하며 첫발을 내디뎠고 2년 새 10개 지점(9월 오픈 예정인 종로타워점 포함)으로 확대됐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전 세계 입주 멤버 간 온라인 네트워킹을 지원하고 해외 코워킹을 원하면 오프라인 공간도 지원하는 등 글로벌 업체로서 다른 경쟁 업체와 차별화하고 있다.

위워크의 월 임대료는 지점별·구역별로 다른데 1인 월 35만원(구역 내 빈자리 이용)부터 월 48만원(전용 데스크 이용), 월 63만원(전용 오피스 이용) 등 다양하다. 2017년 11월 기준으로 이 회사의 기업 가치는 16조원에 달한다.

반면 경쟁 업체인 패스트파이브는 위워크보다 먼저 한국에 문을 연 ‘토종’ 공유 오피스 업체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공격적인 확장 전략으로 8월 오픈할 강남 3호점까지 총 14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월 임대료는 월 50만원부터 시작한다.
주52시간 시대, 더 주목받는 ‘공유 오피스’
◆대기업도 공유 오피스 활용 나서

공유 오피스의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공유 오피스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600억원 수준이지만 앞으로 연간 63% 고성장하며 2022년까지 77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붐업의 중심에는 ‘주52시간 근무제’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52시간 시대에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부업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갈 곳 없는 개인 사업자나 1인 창업가들이 공유 오피스를 선택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공유 오피스는 1인 기업 등 소규모의 스타트업에 적합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호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월 단위의 단기 임대와 무(無)보증금, 다양한 오피스 솔루션을 통합 제공하고 커뮤니티 형성까지 가능한 장점을 앞세워 공유 오피스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주체는 대기업이다. 기존 오피스를 보유한 대기업들은 근무지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며 공유 오피스를 협업 도구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대기업과 공유 오피스 간 협업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하나금융·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SK 등 국내 대기업 소속 팀들이 기존 오피스 대신 공유 오피스인 위워크에 둥지를 틀며 유연근무에 나서고 있다.

대개 태스크포스(TF)팀이나 CIC(Company In Company)들이 공유 오피스에 자리 잡는데, 사무실 안팎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물론 공동 입주 스타트업과의 협업 시너지 효과까지 겸한다는 전략이다.

poof34@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4호(2018.08.06 ~ 2018.08.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