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로스쿨은 종합 톱10 안착 실패…중앙대 9위 재도약
[2018 전국 로스쿨 랭킹] 서울대 5년 연속 ‘종합 1위’…사립대 최강 고려대 ‘우뚝’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2018년은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에 여러모로 의미가 남다르다. ‘법조인은 시험이 아닌 교육을 통해 양성돼야 한다’는 취지에 따라 2009년 전국 25개 로스쿨이 정식 출범한 지 10년째 되는 해다.

그간 로스쿨을 통해 배출해 낸 법조인만 1만여 명에 달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법조인은 약 2만5000명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40%가 로스쿨 출신인 셈이다. 또 올해는 지난해 사법시험(이하 사시)이 폐지되면서 법조인 양성 체계가 로스쿨로 일원화된 첫해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한경비즈니스가 매년 선정하는 ‘전국 로스쿨 랭킹’의 올해 결과는 더욱 눈길을 끈다. 한경비즈니스는 국내 로스쿨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 2014년부터 전국 로스쿨 랭킹을 조사해 왔다.


조사 대상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몸담고 있는 국내 주요 기업 법무팀(법률 담당자) 및 로펌의 인사 담당자들이다. 이들은 로스쿨에서 배출해 낸 변호사들과 실무 현장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그 누구보다 현실적이고 냉정한 평가가 가능하다.


법무부에서 발표하는 ‘로스쿨별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통계를 통해 로스쿨의 편차를 엿볼 수 있는 수치라면 한경비즈니스의 전국 로스쿨 평가는 실수요자 시각에서 바라보는 개별 로스쿨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올해 전국 로스쿨 랭킹 평가는 총 8개 항목으로 나눠 이뤄졌다. △문제 파악 능력, 법해석 및 추론, 법 정보 등의 역량을 묻는 ‘법 지식’ △정보 수집, 의사소통, 협상 능력, 법문서 작성 등의 능력을 갖췄는지 묻는 ‘법 응용력’ △법원 및 로펌 인턴 등 실무 관련 훈련에 대해 평가하는 ‘실무 관련 훈련’ △교과과정이나 졸업생의 전문성을 묻는 ‘분야별 전문성’ △법 지식을 뒷받침하기 위한 차원에서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묻는 ‘다양성 추구’ △정의·불편부당·도덕성 등에 대한 마음가짐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충분한 학습이 이뤄지고 있는지 보는 ‘법 윤리’ △지역사회에 대한 졸업생의 공헌도를 살펴보는 ‘지역사회 공헌’ △미래 법학도에게 추천하고 싶은 로스쿨을 묻는 ‘진학 추천’ 등이다.


조사 결과는 로스쿨 설립 취지인 권역별·지역안배 기준에 따라 종합 순위, 사립대 순위, 지방대 순위 부문으로 나눴다.

◆‘법 지식’ 등 8개 항목에서 평가

‘2018 전국 로스쿨 랭킹’ 종합 순위 결과 1위부터 7위까지의 순위는 지난해와 변동이 없었다. 올해도 종합 순위 1위는 총점 426점을 받은 서울대 로스쿨의 몫이었다. 5년 연속 왕좌의 자리를 지키며 전국 25개 로스쿨 중 ‘으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2018 전국 로스쿨 랭킹] 서울대 5년 연속 ‘종합 1위’…사립대 최강 고려대 ‘우뚝’
특히 항목별 순위를 살펴보면 올해 서울대 로스쿨이 얼마나 압도적인 평가를 받았는지 여실히 나타난다. 지난해는 서울대 로스쿨이 전체 8개 평가 항목 중 5개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올해는 전체 8개 평가 항목 중 ‘법 지식’에서 고려대와 공동 1위를 차지한 것을 포함해 무려 총 7개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법 응용력’ 항목에서는 고려대에 밀려 2위를 차지했는데, 이마저 점수 차는 1점에 불과했다. 아쉬운 점수 차로 전 부문 석권에 실패한 것이다.
[2018 전국 로스쿨 랭킹] 서울대 5년 연속 ‘종합 1위’…사립대 최강 고려대 ‘우뚝’
서울대 로스쿨은 과거 ‘대한민국 법조계의 산실’로 불렸던 서울 법대의 명성과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이 특징이다. 입학 정원만 보더라도 150명으로 국내 로스쿨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한 로스쿨 관계자는 “정원이 가장 많은 만큼 매년 전국 로스쿨 중 가장 많은 법조인을 배출해 내는 곳 역시 서울대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전히 국내 법조계에서 ‘인재의 요람’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최고의 로스쿨 명성에 걸맞게 교육과정 역시 뛰어나다는 평가다. 서울대 로스쿨은 학생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에 따라 232개에 달하는 풍부하고 다양한 교과목들을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편성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업의 운영이 교육의 질을 좌우한다는 인식에 따라 학생들의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업의 질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기업과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성을 가진 인재 양성에 집중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현재 서울대는 국제 법무, 공익·인권법, 기업·금융법 등 3개 분야를 특성화로 내세워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그 수만 놓고 보면 연세대·한양대와 함께 가장 많은 특성화 과목을 두고 있다. 학생들이 졸업 후 바로 기업 법무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가운데 공익·인권법을 특성화로 지정한 것이 눈에 띈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 로스쿨 관계자는 “법률 전문 지식 이외에도 건전한 직업윤리를 갖춘 법률가로 교육하는 것이 서울대 로스쿨의 목표”라며 “교과과정 중 법조윤리와 공익인권 관련 과목들을 다수 편성한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국제화 시대에 부응하는 세계적 로스쿨로의 도약이다. 서울대 로스쿨은 이미 법대 시절부터 미국·독일·프랑스·중국·일본·대만 등 해외 로스쿨과 공식적인 교류 협정을 체결하며 활발한 교류 활동을 펼쳐 왔다.


로스쿨 전환 이후에도 이 같은 교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 유엔·국제사법재판소·국제형사재판소·경제협력개발기구(OECD)·세계은행 등을 통해 교원과 학생들의 해외 교육·실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내부적으로는 영어 수업 비율 역시 늘려 나갈 방침이다. 현재 서울대 로스쿨의 영어 수업 비율은 약 20% 정도다. 이를 약 30%까지 점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고려대 로스쿨 ‘사립대 최강자’

종합 순위 2위는 총점 402점을 획득한 고려대 로스쿨에 돌아갔다. 5년 연속 서울대에 이어 종합 순위 2위를 고수 중이다. 다만 사립대만 놓고 보면 5년 연속 1위에 오르며 최강자로서의 입지를 한층 공고히 다졌다.

전체 항목별로 보면 고려대 로스쿨은 2개 항목에서 1위에 올랐다. ‘법 지식’ 공동 1위, ‘법 응용력’에서는 단독 1위를 차지했다. 서울대 로스쿨을 제외하고 항목별 순위에서 단독 1위를 차지한 것은 고려대 로스쿨이 유일하다. 물론 여전히 격차는 존재하지만 국내 로스쿨 가운데 서울대 로스쿨에 대항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가장 큰 경쟁자로 분류할 수 있다.

고려대 로스쿨은 법학 교육의 혁신을 이끌어 갈 새롭고 창의적인 교육을 추구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하고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교육과정에 접목했다. 국내 최초의 리걸클리닉으로 설립된 공익법률상담소(이하 CLEC : Clinical Legal Education Center)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고려대 로스쿨 재학생이라면 누구나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CLEC는 실무 교육과 공익 활동을 동시에 추구한다. 교수들의 지원 속에 학생들은 CLEC를 통해 매년 50건 상당의 무료 법률 상담을 진행 중이다.


또 서울중앙지법 등 공식적인 대외 기관과 연계해 매년 20여 건의 조정에 참여하는 등 실무 경험까지 쌓도록 하고 있다. CLEC는 공익 법률사무소가 선정하는 로스쿨 실무 교육 역량 강화 사업 우수 사례로 매년 선정될 정도로 과정의 우수함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도 다른 로스쿨에선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혁신 행보를 펼치며 주목받고 있다. 예컨대 고려대 로스쿨은 지난 10월 초 국내 로스쿨 중 처음으로 졸업생들의 창업 지원을 담당하는 기관을 설립했다. 그 명칭은 ‘법창의센터(CLC : Center for Law & Creativity)’로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자리했다.

CLC의 설립 배경은 이렇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블록체인·암호화폐 등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어나는 상황이다.


고려대 로스쿨은 이런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법조인을 만들어 내자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졸업생들이 관련 분야 전문 로펌을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를 실행에 옮긴 결과물이 CLC다.

CLC에서는 로펌 창업을 원하는 졸업생들에게 약 2년간 사무실 공간과 여기에 필요한 교육을 무료로 제공한다. 올해 안에 전문 분야 창업을 꿈꾸는 6개 팀을 선정할 계획이다. 팀원 중 변호사나 회계사 자격증이 있는 고려대 졸업생이 1명 이상만 있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고려대 로스쿨 관계자는 “고려대 로스쿨은 급변하는 사회가 요구하는 법조인 배출을 위해 항상 혁신적인 교육 및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가장 먼저 내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방 로스쿨은 일제히 부진

종합 순위 3위부터 6위까지의 결과도 첫 조사 때와 같은 순위가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다. 연세대 로스쿨이 총점 392점으로 종합 순위 3위를 차지했고 성균관대(302)·한양대(230점)·서강대(152점) 로스쿨이 각각 4~6위에 올랐다.

2015년 평가에서 9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톱10에 진입한 이화여대는 이후 매년 1계단씩 순위가 올라 지난해 7위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그 상승세가 마무리됐다. 102점을 받아 지난해와 같은 7위에 이름을 올리며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2018 전국 로스쿨 랭킹] 서울대 5년 연속 ‘종합 1위’…사립대 최강 고려대 ‘우뚝’
올해 급격한 순위 변동은 8~10위에서 일어났다. 특히 이번 평가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지방 로스쿨의 부진이다. 작년 조사 결과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작년 순위에서는 8위 부산대를 포함해 전남대(9위)·경북대(한국외국어대와 공동 10위) 등 3곳의 지방 로스쿨이 종합 순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며 선전했다. 한경비즈니스가 전국 로스쿨 조사를 실시한 이후 지방 로스쿨 3곳이 톱10에 진입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올해 지방 로스쿨은 모두 종합 순위 톱10 밖으로 밀려났다. 가장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린 곳은 부산대 로스쿨로 종합 순위 12위에 그쳤다. 다만 지방대 로스쿨만 놓고 본 순위에서는 여전히 1위를 지키며 자존심을 세웠다.

종합 순위에서 지방 로스쿨들이 빠진 자리는 경희대(8위·101점)와 중앙대(9위·78점) 로스쿨이 대신했다. 이 중에서도 중앙대의 재도약을 가장 주목할 만하다.


중앙대 로스쿨은 매년 조사 때마다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던 ‘단골손님’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난해 조사에서 처음으로 순위가 크게 밀려나 15위를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다. 올해는 순위가 무려 6계단이나 뛰며 다시 9위에 안착했다. 순위 상승률만 따지면 톱10 중 가장 가파르다.

중앙대 로스쿨은 검찰 준비반, 로클럭(law clerk) 준비반, 로펌 준비반 등 재학생들이 희망하는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정을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해당 반에 들어가면 검찰·법원·로펌 출신 지도 교수의 수업을 받게 된다.


또 이미 해당 분야에 진출한 졸업생과 재학생을 연결해 다양한 취업 관련 정보와 현장의 목소리도 들려주고 있어 중앙대 로스쿨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한편 지방대 로스쿨의 부진은 이번 결과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지방대 로스쿨은 지역 상황과 법조인 수요에 발맞춰 각각 특화된 과목을 지정하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결과만 놓고 본다면 서울 주요 로스쿨과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사실 교육과정만 놓고 보면 서울이나 지방의 로스쿨 모두 뛰어난 교수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결론적으로 보면 학부와 마찬가지로 서울의 유명 대학에 뛰어난 인재들이 몰리면서 경쟁력이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는 물론 정부 차원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개선책이 없는지 재차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8 전국 로스쿨 랭킹’ 조사 방법은?
[2018 전국 로스쿨 랭킹] 서울대 5년 연속 ‘종합 1위’…사립대 최강 고려대 ‘우뚝’

‘2018 전국 로스쿨 평가’는 한경비즈니스·NICE평가정보가 공동 선정한 2018년 200대 기업의 법무팀 및 기업 법률 담당자와 주요 로펌의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해 순위를 매겼다. 평가 대상은 전국 25개 로스쿨이다. ‘법 지식’, ‘법 응용력’, ‘실무 관련 훈련’, ‘분야별 전문성’, ‘다양성 추구’, ‘법 윤리’, ‘지역사회 공헌’, ‘진학 추천’ 등 8개 항목에서 응답자들에게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로스쿨을 5개씩 선정하도록 했다. 답변에 기재된 로스쿨을 각각 1표로 계산한 총합계로 항목별 및 종합 순위를 매겼다. 조사 기간은 2018년 9월 17일부터 10월 5일까지였고 총 66개 기업 및 로펌이 답변을 보내왔다. 설문 조사 분석은 글로벌리서치에서 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4호(2018.10.15 ~ 2018.10.2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