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코웨이 되찾은 웅진, 확장 공세 예고…렌터카도 롯데·SK 양강 체제로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렌털 시장이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경기 불황과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소비의 개념이 소유에서 경험으로 바뀐 게 가장 큰 원인이다. 한 번 사면 그만인 일반 가전제품과 달리 업체로부터 주기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국내 렌털 시장은 지난해 약 28조7000억원 규모에서 2020년 40조1000억원으로 팽창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웅진그룹이 코웨이를 다시 품에 안으면서 생활 가전 렌털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웅진은 인수가 마무리되는 내년 1분기 이후 웅진렌탈과 코웨이 브랜드를 통합해 이 분야 1위 자리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건조기부터 반려 용품까지’…32조 렌털 시장 ‘무한 경쟁’
렌터카 시장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2위 렌터카 회사 SK네트웍스가 3위인 AJ렌터카의 인수를 확정하면서부터다. SK네트웍스가 올 연말 AJ렌터카 인수를 마무리하면 국내 렌터카 시장은 롯데렌탈의 독주 체제에서 양강 체제로 재편된다.

◆‘렌털의 원조’ 웅진코웨이의 부활

이른바 국내 ‘환경 가전(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 등)’ 렌털 시장에서는 1위 코웨이에 이어 SK매직·청호나이스·쿠쿠홈시스·교원 등이 2위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중견기업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대기업도 생활가전 렌털 시장에 각별히 공을 들이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롯데렌탈은 생활가전은 물론 반려동물 용품과 프리미엄 수족관 등 차별화한 렌털 상품으로 ‘렌털족’을 유혹 중이다.

‘백색가전의 명가’로 불리는 LG전자는 정수기·공기청정기·전기레인지는 물론 의류관리기와 의류건조기 등으로 렌털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 가는 중이다.

현대백화점그룹도 2015년 4월 출범한 현대렌탈케어를 통해 렌털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다.

웅진그룹은 최근 코웨이를 다시 품에 안으며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웅진씽크빅은 코웨이홀딩스가 소유한 코웨이 주식 1635만8712주(22.1%)를 1조6849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10월 29일 공시했다.

웅진은 코웨이 인수로 웅진씽크빅·웅진렌탈 방문판매 인력(1만3000명)과 코웨이 인력(2만 명) 등 총 3만3000명의 방문판매망을 구축하게 됐다. 웅진렌탈은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지난 2월 세운 회사다. 웅진은 인수가 마무리되는 내년 1분기 이후 웅진렌탈과 코웨이를 웅진코웨이 브랜드로 통합할 계획이다.

국내 환경 가전 렌털 시장에서 코웨이의 브랜드 가치는 ‘넘사벽’ 수준이다. 코웨이는 2조원(100여 개 업체)으로 추정되는 국내 정수기 렌털 시장에서 약 40%의 점유율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1조5000억원대 공기청정기 렌털 점유율은 35% 선을 유지 중이다. 5000억원 규모 비데 렌털 시장에서도 점유율 30%대로 강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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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그룹은 코웨이와 웅진렌탈 간 사업 교류와 제품 확장 등을 바탕으로 업계 1위 수성은 물론 옛 ‘웅진코웨이’의 명성을 되찾는다는 목표다. 코웨이의 글로벌 영토도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코웨이는 현재 공기청정기와 정수기를 미국 등 40여 개국에 판매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정수기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 중이다. 코웨이 말레이시아법인의 올 3분기 매출은 9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7.8%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코웨이 미국법인도 전년 동기 대비 35.5% 증가한 21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웅진그룹 피인수를 계기로 국가별 특성에 맞춘 신제품 개발 등을 통해 말레이시아 주변 동남아 국가 진출에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2016년 말 동양매직을 인수하며 렌털 사업에 뛰어든 SK매직은 업계 최초의 직수형 정수기 등을 앞세워 환경 가전 렌털 시장점유율 2위 자리를 선점한 상태다. 올 3분기 기준 150만 개 수준인 렌털 누적 계정을 연말까지 160만 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SK매직은 올해부터 해외 사업에도 속도를 낸다. 직수형 정수기로 12월 말레이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데 이어 내년에는 베트남 시장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상장 작업도 본격화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매직은 최근 기업공개(IPO)를 맡을 공동 대표 주간사회사로 국내외 증권사 3곳을 선정하기로 했다.

류권주 SK매직 대표는 지난 3월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2020년까지 국내 증시에 입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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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현대렌탈케어도 상위권 도전

2009년 정수기로 렌털 시장에 진출한 LG전자도 의류건조기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며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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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 등으로 대표되던 렌털 가전은 최근 들어 의류건조기·의류관리기·전기레인지 등으로 다양화하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레인지와 의류관리기 렌털 시장은 각각 100만 대, 30만 대 규모로 지난해에 비해 1.5배 이상 커진 상태다.

특히 의류건조기 렌털 시장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지난해 60만 대 수준이던 의류건조기 렌털 시장은 올해 약 150만 대로 2배 이상 성장했다. LG전자 등에 이어 삼성전자와 SK매직 등이 지난해부터 관련 상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졌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트롬 건조기·스타일러, 디오스 전기레인지 등을 앞세워 ‘백색가전 명가’의 명성을 렌털 시장에서도 이어 간다는 목표다.

LG전자 관계자는 “건조기를 예로 들면 월 최소 4만4900원의 렌털료로 배수통 소독 등 정기 ‘토털 클리닝 서비스’를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듀얼 인버터 히트 펌프를 탑재해 건조기 전기요금을 117원(세탁물 5kg 건조 기준)으로 크게 낮춘 것도 인기 요인”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렌탈케어도 공격적인 신제품 출시 등으로 인지도를 높여 가고 있다. 올 들어 정수기·공기청정기·전기레인지 등 총 14종의 신제품을 선보인 데 이어 연말까지 총 4종의 신제품을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후광효과’도 인지도 상승에 도움을 주고 있다. 렌털업계는 정규 매장을 거의 운영하지 않는다. 제품을 장기간 빌려 쓰는 렌털 상품의 특성상 단독 매장에서는 직접적인 매출 발생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렌탈케어는 2015년 법인 설립 이후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 등 10여 개 점포에 정규 매장과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수익성보다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 제고를 염두에 둔 전략적 선택이다.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도 눈에 띈다. 현대렌탈케어는 렌털업계 최초로 공기청정기 두 대를 한 대 가격에 빌려 주는 ‘1+1 마케팅’을 전개 중이다. 미세먼지 등으로 각 방마다 공기청정기를 쓰는 가정이 증가하는 점에 주목했다.

그 덕분에 현대렌탈케어의 월평균 신규 렌털 가입 계정은 지난 5월 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1만 개(1만389개)를 돌파했다. 또한 6월부터 5개월 연속 신규 가입 계정 1만 개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5개월간(올해 5~9월) 월평균 렌털 해지율도 업계 최저 수준인 10%에 불과하다는 게 현대렌탈케어의 설명이다.

정윤종 현대렌탈케어 영업본부장(상무)은 “현대렌탈케어는 생활 가전 렌털 시장에서 높은 가성비를 지닌 신뢰도 높은 브랜드로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가정용 가구를 출시하는 등 렌털 상품군을 꾸준히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렌터카 부문에 비해 생활 가전 렌털 부문이 상대적으로 약한 롯데렌탈은 사무기기 등 특화 상품으로 승부수를 뒀다. 롯데렌탈은 정수기 등 환경 가전은 물론 사무자동화(OA) 기기 등의 사무기기와 리프트 등 건설장비, 할리데이비슨·대형 수족관·그랜드피아노 등 프리미엄 제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빌려준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8월 명품백 등을 렌털할 수 있는 국내 최초 라이프스타일 렌털 플랫폼 ‘묘미’를 론칭하기도 했다. 묘미는 정수기 등 전문적 관리를 요구하는 케어 중심의 기존 렌털 서비스에서 벗어나 제품을 필요한 만큼 빌려 쓰는 ‘셰어 렌털’로 시장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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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묘미의 월평균 주문 건수는 지난해에 비해 6.9배 이상 늘었다. 렌털 가능한 상품 수도 지난해 8월에 비해 1년 만에 약 3.6배 증가했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맞춰 출시한 반려동물 용품 렌털 서비스와 신상 명품백을 경제적인 비용으로 일정 기간 빌릴 수 있는 명품백 렌털 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창희 롯데렌탈 소비재렌탈부문장(상무)은 “묘미는 포장 과정부터 반납된 제품의 상태까지 영상으로 촬영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리얼패킹’과 새 상품을 일정 기간 동안 렌털로 이용해 본 뒤 구매 또는 반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새상품 렌털’ 등 다양한 시도로 셰어 렌털 트렌드를 정착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 렌터카 1위 롯데렌탈 맹추격

렌터카 시장도 ‘무한 경쟁 체제’를 앞두고 있다. 국내 2위 렌터카 회사 SK네트웍스가 3위인 AJ렌터카의 인수를 확정했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와 AJ렌터카가 합치면 21.77%의 점유율로 롯데렌탈(24.01%)을 바짝 뒤쫓게 된다. 롯데렌탈의 독주 체제가 양강 체제로 바뀌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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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네트웍스는 9월 21일 이사회를 열고 AJ렌터카 지분 42.24%를 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기업결합 신고 등을 거쳐 올 연말까지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업계는 SK네트웍스가 AJ렌터카를 통합 운영하게 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네트웍스는 2009년 관계사인 SK에너지로부터 카티즌 사업부를 135억원에 인수해 3800대의 차량으로 렌터카 사업을 시작했다. SK주유소와 스피드메이트 등 차량 관리 인프라를 바탕으로 개인 장기 렌터카 사업에 주력해 왔다.

반면 AJ렌터카는 30년 이상의 업력을 바탕으로 한 영업망과 전문 인력, 운영 노하우·시스템 등을 통해 단기 렌털과 중소법인 렌털 사업에 공을 들였다. SK렌터카의 성장성과 AJ렌터카의 안정성이 상호 보완되면서 통합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AJ렌터카 인수는 분산된 양 사의 역량을 결합해 고객에게 한 차원 높은 편익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롯데렌탈은 국내 최다인 전국 220여 개의 영업망과 장기 렌터카의 견적부터 계약까지 5분 만에 완료할 수 온라인 다이렉트 서비스 ‘신차장 다이렉트’ 등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글로벌 진출에도 드라이브를 건다. 롯데렌탈은 2008년 베트남에 진출해 호찌민·하노이·다낭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태국 법인을 출범하기도 했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롯데렌터카는 아시아 1위 사업자였던 일본 도요타렌터카를 넘어 아시아 1위, 세계 6위 규모의 렌터카 브랜드(8월 말 기준 등록 차량 19만4000여 대)로 자리 잡았다”며 “끊임없는 혁신으로 2020년까지 세계 4위 규모의 렌터카 브랜드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9호(2018.11.19 ~ 2018.11.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