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판매 대신 동영상 광고로 수익…멤버 ‘전원 외국인 그룹’도 출격

엔터 기업 ‘시총 1조’ 시대… 유튜브·현지화·콘텐츠의 힘
올 한 해 엔터테인먼트 회사 중 시가총액 ‘1조원’ 기업이 두 군데나 탄생했다. 엔터테인먼트주 부동의 1위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2012년 1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지난 8월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가 시가총액 1조원을 넘었다.

엔터테인먼트계의 ‘넘버원’이라고 불리는 SM은 동방신기·EXO·레드벨벳의 활약과 함께 콘텐츠 제작사로서 몸집도 키워 나가고 있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인기로 전성기를 맞이한 JYP는 한때 시가총액에서 SM을 추월하며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내년 빅뱅 멤버들의 제대와 신인 그룹 론칭을 앞두고 있는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도 만만치 않은 경쟁자다. 바로 지금 엔터테인먼트 3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통해 이들의 동향을 짚어 봤다.
엔터 기업 ‘시총 1조’ 시대… 유튜브·현지화·콘텐츠의 힘
◆엔터사도 먹여 살리는 ‘유튜브’의 힘

‘유튜브’의 영향력이 케이팝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글로벌 팬들의 응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엔터테인먼트업계들은 적극적으로 유튜브 플랫폼 활용에 나서고 있다.

유튜브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한 BTS(방탄소년단)는 아이돌 그룹의 모범 사례다. BTS는 자체 채널인 ‘방탄 TV(BANGTAN TV)’를 통해 아티스트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이나 안무 연습 영상들을 올리며 전 세계 팬들과 소통한다. 12월 기준으로 ‘방탄 TV’의 구독자는 1355만 명을 돌파했다.

케이팝의 인기가 전 세계로 뻗어나간 만큼 엔터테인먼트사의 유튜브 채널은 국내 유튜브 채널 중에서도 누적 조회 수 상위에 포진해 있다. 소셜블레이드에 따르면 SM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SM 타운’의 누적 조회 수는 124억7100만 회로 국내 유튜브 채널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구독자 수는 1680만 명이다. JYP의 공식 채널의 구독자 수는 52억9100만 명으로 6위다.

YG는 회사 채널보다 아티스트별 채널에 집중하고 있다. 빅뱅의 공식 채널인 ‘빅뱅(BIGBANG)’의 구독자 수는 49억2200만 명으로 7위, 블랙핑크의 공식 채널은 36억5500만 명으로 12위다.

양승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유튜브에 제대로 된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올리는 것에 비하면 365일 지상파 방송이나 행사를 도는 것은 무의미한 활동에 지나지 않는다”며 YG가 아티스트의 외부 활동을 최소화한 대신 한 편의 뮤직비디오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을 ‘현명한 전략’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블랙핑크는 ‘뚜두뚜두(DDU-DU DDU-DU)’ 뮤직비디오가 5개월 만에 유튜브 조회 수 5억 뷰를 넘어서면서 케이팝 그룹 중 누적 조회 수 최단 기록을 다시 쓰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의 막대한 구독자 수는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주요한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황현준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국내를 대표하는 연예 기획사 SM·YG·JYP의 합산 유튜브 매출액은 2016년 약 60억원 수준에서 2017년 약 110억원대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도 증가세를 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사들이 유튜브에 주목하는 것은 별도의 투자 없이도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 등 영상 콘텐츠에 삽입되는 광고를 통해 수익을 거두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BTS의 활약으로 K팝의 영향력이 아시아권을 넘어 북미와 유럽으로 옮겨 가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북미나 유럽은 아시아 지역보다 유튜브의 광고 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실물 음반 시장이 축소되면서 엔터테인먼트사로서는 신규 수익 창출 수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스포티파이·애플뮤직·멜론 등 음원 서비스 유료 가입자 수는 올 상반기 기준 2억3000만 명, 스트리밍 시장은 연평균 13% 성장해 2021년에는 171억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체 음악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스트리밍 시장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실물 음반의 매출 감소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유튜브가 엔터테인먼트사들엔 탁월한 대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아이돌 팬덤을 중심으로 이른바 ‘공동구매(공구)’를 통한 실물 앨범 구입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멜론·지니·벅스 등 스트리밍 시장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미 대중은 TV에서 선정하는 인기 가요 1위보다 멜론 1위에 더 주목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서인지 기획사들도 매번 실물 앨범을 발매하기보다 ‘디지털 싱글’ 형태의 음원 발매로 전환하는 추세다. 황 애널리스트는 “한국은 아이돌 그룹의 영향으로 예외적으로 실물 음반 시장도 성장하고 있는데 유튜브 정산 매출도 제작사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와이스의 쯔위, 블랙핑크의 리사, NCT127의 유타,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한국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소속된 ‘외국인’ 아이돌 멤버라는 점이다.

기획사들이 아이돌 그룹에 외국인 멤버를 포함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유창한 외국어 실력을 통해 현지 공략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다. 또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 팬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엔터 기업 ‘시총 1조’ 시대… 유튜브·현지화·콘텐츠의 힘
◆현지 데뷔로 ‘더 깊게’ 외국 공략

대표적인 예는 JYP의 걸그룹 트와이스다. 일본인 3명(사나·미나·모모)을 멤버로 포함하고 있는 트와이스는 한국에 이어 일본 시장에서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트와이스는 올해 일본에서 싱글 2집 ‘캔디 팝’, 싱글 3집 ‘웨이크 미 업’, 정규 앨범 ‘BDZ’를 총 135만1624장 판매했다.

또 내년 봄에는 케이팝 걸그룹 중 최초로 일본 돔 투어에 나선다. 지난 11월 JYP 측은 트와이스가 내년 3월 21일 오사카 교세라돔, 3월 29~30일 도쿄돔, 4월 6일 나고야돔에서 총 4회 공연한다고 밝혔다.

‘돔 입성’이 아이돌들에게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이유가 있다. 5만5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드넓은 도쿄돔에서 공연한다는 것은 곧 관객 동원력을 입증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도 동방신기·빅뱅·BTS 등 내로라하는 정상급 가수들이 일본 돔 투어를 진행했다.

JYP 측은 “트와이스는 K팝 걸그룹 사상 최초로 돔 투어 진행은 물론 해외 아티스트 사상 데뷔 후 최단 기간에 일본 돔 투어의 상징인 도쿄돔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최근 기획사들은 외국인 멤버 1~2명을 포함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원 현지 멤버들로 구성된 그룹을 론칭해 보다 적극적으로 현지 공략에 나서고 있다. JYP는 지난 9월 텐센트 뮤직과의 조인트벤처를 통해 평균연령 13세의 중국 현지 아이돌 ‘보이 스토리’를 데뷔시켰다.

이는 2016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이슈로 국내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중국 현지 진출이 전면 중단된 뒤 이룬 성과로 더욱 의미가 크다. 또 JYP는 내년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를 통해 중국 현지에서 신인 남성 그룹 ‘프로젝트C’를 데뷔시킨다. 여기에 JYP의 박진영 프로듀서는 전원이 일본인으로 구성된 걸그룹의 데뷔를 준비 중이며 2020년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국인 멤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SM이 원조다.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는 6월 28일 ‘2018 한국경영대상’에서 ‘최고 경영자상’을 수상하며 “중국 멤버로 구성된 NCT 중국 팀 데뷔도 준비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미 슈퍼주니어와 EXO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도 팬덤을 구축한 SM은 자사의 노하우를 통해 일명 ‘NCT 차이나’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YG는 3사 중 외국인 멤버의 비율이 가장 낮았다. 빅뱅·투애니원·위너·아이콘 모두 전원 한국인으로 구성된 그룹이다. 이 법칙을 깬 것이 블랙핑크다. 블랙핑크의 태국인 멤버 리사는 블랙핑크의 동남아시아 시장 팬덤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 ‘YG 보석함’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신인 보이그룹에도 YG 재팬 소속의 일본인 연습생 7명이 포함돼 내년 선보일 YG 신인 보이그룹 멤버 중 일본인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원 현지인으로 구성된 현지 그룹은 몇 가지 위험 요소를 피할 수 있다. 우선 멤버 이탈의 우려다. 중국인 멤버를 투입시킴으로써 한국과 중국을 모두 공략하는 전략을 세워 온 SM은 슈퍼주니어 전 멤버 한경의 이탈을 시작으로 중국인 멤버들의 이탈과 소송을 겪어야 했다.

EXO는 중국인 멤버 4명 중 3명이 소송을 제기하며 그룹을 일방적으로 탈퇴한 상황이다. 현지인 멤버로 구성된 그룹은 이러한 이탈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지 법인을 세운 만큼 아티스트와 기획사 간 계약서도 현지 법규와 절차에 의거에 작성돼 과거와 같은 멤버 이탈 리스크가 작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사드와 같은 정치적 이슈에서도 다소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엔터 기업 ‘시총 1조’ 시대… 유튜브·현지화·콘텐츠의 힘
◆가수 제작사에서 콘텐츠 제작사로 ‘변신’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콘텐츠’의 힘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기존 방송사들의 영역이었던 콘텐츠 제작에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을 포함해 유튜브·네이버·카카오도 뛰어들었다.

엔터테인먼트업계 또한 자회사를 통해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M은 2012년 광고 대행사 비티앤아이를 인수한 후 지금의 SM C&C로 출범시켰다.

또 올해 연예 기획사 키이스트와 FNC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FNC애드컬쳐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지난 3월 키이스트의 최대 주주인 배우 배용준 씨의 지분 25.12%를 500억원에 취득하며 경영권을 인수했다. 같은 날에는 드라마와 예능 제작사인 FNC애드컬쳐 지분 30.51%를 사들였다.

방송업계는 대형 제작사의 외주 제작 형태로 재편된 지 오래다. SM C&C는 JTBC ‘효리네 민박’, ‘아는 형님’을 통해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을 듣는다. 특히 배우 소속사인 키이스트를 인수하면서 예능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등으로 콘텐츠 제작 범위를 넓혀갈 수 있게 됐다.

SM C&C는 소속 아티스트를 출연시키는 웹 예능 제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SM C&C는 ‘엑소의 사다리타고 세계 여행’, ‘동방신기의 72시간’, ‘레벨업 프로젝트’를 웹 예능 형식으로 제작했다. 자체 제작 웹 예능은 자사의 아티스트를 활용할 수 있고 팬덤의 결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YG 또한 예능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YG는 ‘무한도전’, ‘진짜 사나이’ 등 히트 프로그램을 연출한 제영재·김민종 PD 등을 연이어 영입했다. mnet ‘믹스나인’, JTBC ‘착하게 살자’ 등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예능 제작에 뛰어들었다. 또 넷플릭스와 손잡고 리얼 시트콤 예능 ‘YG 전자’를 선보였다.

가수 제작에 주력하던 과거와 달리 기획사들이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은 채널의 다변화 때문이다. 공중파 채널을 위협하는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의 개국에 이어 동영상 플랫폼 등 채널의 다변화로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경로가 늘어났다.

여기에 연예 기획사들은 ‘소속 연예인’이라는 중요한 콘텐츠 구성 요소를 보유하고 있다. SM C&C는 예능 MC인 강호동·신동엽·전현무 씨 등의 매니지먼트도 함께하고 있다. 여기에 콘텐츠 제작 능력을 갖춘 PD들을 영입해 제작 능력도 강화하고 있다.

긍정적인 예측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SM C&C가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SK플래닛 광고사업부와 합병해 탄생한 SM C&C의 광고사업부에서 ‘비(非)SK’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다양한 예능·드라마의 콘텐츠 매출이 실적에 긍정적 역할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얼어붙은 한국 콘텐츠 수출 활로가 다시 열린다면 내년 콘텐츠 제작 분야의 실적이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돋보기 - BTS 탄생시킨 빅히트의 가치는
엔터 기업 ‘시총 1조’ 시대… 유튜브·현지화·콘텐츠의 힘
한국을 넘어 글로벌 아이돌로 떠오른 BTS(방탄소년단)의 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의 상장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BTS의 활약으로 빅히트가 상장과 동시에 ‘1조원’을 육박하는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동시에 SM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연예 기획사가 4강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빅히트의 기업 가치를 약 8000억원대로 추정한다. 올해 4월 빅히트가 지분 25.71%를 약 2401억원에 넷마블게임즈에 매각했는데 이를 역산하면 기업 가치가 7834억원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10월 18일 빅히트 측은 BTS 멤버들이 계약 종료 시점을 1년 8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다시 7년간의 재계약을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7년이라는 장기간의 계약으로 BTS 멤버들과 빅히트와의 결속력이 한층 더 강해지면서 향후 빅히트의 상장 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관건은 ‘넥스트 BTS’다. 현재 빅히트의 소속 그룹은 BTS가 유일하다. 향후 BTS 멤버들의 군입대 등 부재 상황을 고려할 때 차기 아티스트를 시장에 선보이는 게 중요한 과제로 여겨진다. 각 기획사의 특급 신인이었던 트와이스·블랙핑크·레드벨벳은 이미 내년이면 3~5년 차급 가수가 된다.

따라서 연예 기획 3사는 신인 데뷔 플랜을 내부에서 가동 중이다. 내년 국내시장에서는 YG엔터테인먼트의 신인 남성 그룹을 포함해 중국·일본에서 3대 기획사의 신인들이 데뷔를 앞두고 있다. 빅히트 또한 이들과 경쟁할 신인 그룹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경비즈니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