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령대 친숙한 모바일 메신저 기반 ‘강점’, 일본·동남아 등 해외 확장 ‘박차’
라인·카카오가 키운 캐릭터 시장…연 150% 성장 중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2018년 12월 22일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 거리. 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2000여 명의 인파가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을 서 있다.

이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것은 핑크색 복숭아 캐릭터 ‘어피치’다. 마치 한류 가수의 팬 미팅을 연상케 하는 뜨거운 열기로 일본 내 어피치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도쿄 오모테산도에 자리 잡은 ‘카카오프렌즈 도쿄점’은 카카오프렌즈의 첫째 해외 매장이다. 오픈 첫날 1층 굿즈스토어에서는 어피치 인형의 초도 물량이 하루 만에 전량 소진돼 2차 물량을 긴급 공수해야만 했다. 일본 ‘덤보도너츠’와 협력해 탄생한 어피치 도너츠도 오픈 4시간 만에 ‘완판’됐다.

대부분이 20대 젊은 여성들로 구성된 일본 고객들은 긴 시간의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핑크색 어피치를 보며 연신 ‘가와이(귀여워)’를 외치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라인·카카오가 키운 캐릭터 시장…연 150% 성장 중
◆‘라인’ 먼저 진출한 해외에 도전장 내민 ‘카카오’

카카오IX가 도쿄에 오픈한 두 개의 카카오프렌즈 매장은 도쿄에서 가장 트렌디한 숍이 모여 있는 ‘오모테산도’에 자리한다. 기존 캐릭터 굿즈 위주의 스토어와 달리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며 머무를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콘셉트를 지향했다.

굿즈 스토어와 카페가 있는 ‘어피치 오모테산도’는 총 2층 규모로 1층에서는 앞치마·에코백·테이블 매트 등 패브릭 등을 비롯해 보디필로·쿠션·휴대전화 케이스 같은 150여 종의 어피치 굿즈가 도쿄 한정 에디션으로 판매된다. 2층에서는 일본 ‘덤보도너츠’와 만든 어피치 도넛, 어피치 젤리를 올린 프라페 등 다양한 시그니처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바로 옆 건물에 자리한 ‘스튜디오 카카오프렌즈(스튜디오 K)’는 전 세계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와 브랜드 간 컬래버레이션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첫째 파트너로는 한국의 유명 캘리그래피 아티스트 ‘켈리 박’이 선정됐다.

카카오IX가 첫째 해외 진출 국가로 ‘일본’을 택한 이유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일본인들에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날 매장을 찾은 일본인 고객들은 “트와이스와 워너원 등 한국 유명 아이돌그룹이 어피치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본 터라 상당히 친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카카오IX 관계자는 “케이팝 등 문화 교류를 통해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가 익숙한 유저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시장 평가를 토대로 카카오IX는 콘텐츠 경쟁력만 높으면 외국 현지에서도 충분히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은 카카오프렌즈의 글로벌 배송 서비스(온라인)가 가능하고 가장 많은 구매율을 보이고 있는 해외 국가라는 점도 뒷받침됐다.

한국에서 ‘라이언’은 이제 국민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카카오IX는 일본 진출 시 전 연령대에 걸쳐 골고루 인기가 높은 라이언보다 ‘어치피’를 내세웠다. 이는 고객 분석에 근거한 전략이다.

카카오프렌즈 일본 내 소비자 층을 분석한 결과 20대 초반 여성 고객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들이 선호하는 캐릭터가 바로 ‘어피치’라는 것이다. 카카오IX 관계자는 “핑크 색상의 어피치는 귀여운 웃음와 풍부한 감정 표현을 하고 있는 굿즈들이 많아 아기자기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20대 일본 여성들의 취향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라인·카카오가 키운 캐릭터 시장…연 150% 성장 중
카카오프렌즈가 이제 막 해외 진출에 발을 내디딘 것과 대조적으로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프렌즈’의 해외 진출은 한 걸음 더 빨랐다.

라인프렌즈는 일본과 동남아에서 높은 점유율을 갖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발판으로 2015년 1월 독립 법인으로 분사한 후 서울·뉴욕·상하이·베이징·홍콩·도쿄 등 전 세계 11개국에 132개 매장(2019년 1월 기준)을 선보이고 있다. 2015년 376억원이던 라인프렌즈의 글로벌 매출액은 2017년 1267억원까지 치솟았다. 2018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150%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라인프렌즈는 전 세계적으로 2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LINE’의 스티커 캐릭터로 시작된 글로벌 캐릭터 브랜드다. ‘브라운’, ‘초코’, ‘코니’, ‘샐리’를 대표 캐릭터로 보유하고 있고 글로벌 인기 아티스트 방탄소년단과 함께 개발한 ‘BT21’을 비롯해 ‘애니메이션 런닝맨’, ‘우사마루’ 등 새로운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창출했다.

‘스토어’를 기지로 삼은 라인의 열풍은 거세다. 2017년 12월 라인프렌즈의 ‘BT21’ 캐릭터 제품이 뉴욕 타임스스퀘어 스토어에서 공개됐을 당시 하루에만 3만여 명이 방문하는 뜨거운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일본 하라주쿠 스토어 오픈 당시에는 일본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하루에만 1만5000여 명의 방문자가 스토어를 찾았다. 특히 일본에서는 라인 메신저가 이른바 ‘국민 메신저’로 여겨져 라인프렌즈의 오리지널 캐릭터인 ‘브라운앤프렌즈’ 등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아이돌 가수 못지않은 ‘한류 열풍’을 캐릭터가 이끄는 셈이다.

◆유통업계도 주목하는 캐릭터 파워
라인·카카오가 키운 캐릭터 시장…연 150% 성장 중
날로 높아지는 캐릭터들의 인기를 얻고 기존 제품과의 컬래버레이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유통 기업은 캐릭터를 장착한 ‘한정판 패키지 출시’를 통해 매출 증가를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카카오프렌즈는 수차례 국내 유통업체들과의 컬래버레이션에 나섰다. 카카오프렌즈와 손잡은 동서식품은 ‘맥심X카카오프렌즈 스페셜 패키지’ 4종을 한정 출시해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동서식품 맥심은 컬래버레이션 상품 출시 이후 하루 매출이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져 카카오프렌즈의 강력한 IP 파워를 실감케 했다. 제품 패키지와 커피믹스 스틱에 머그잔을 들고 커피향을 즐기는 캐릭터들을 삽입했다. 2030 소비자를 겨냥해 각 패키지마다 머그&코스터 세트, 보온병, 디저트볼 등 총 9종류의 한정판 카카오프렌즈 컬래버레이션 굿즈가 포함돼 소장 가치를 높였다.

유통업계에서 카카오프렌즈는 ‘귀하신 몸’이다. 식품·화장품·의류·호텔업계까지 다양한 더페이스샵은 카카오프렌즈와 함께 지난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더페이스샵X리틀프렌즈 홀리데이 에디션’을 출시했다.

루돌프로 변신한 리틀라이언 캐릭터를 담은 보디케어, 쿠션 케이스, 립케어 제품을 포함해 리틀프렌즈 캐릭터가 그려진 클렌징폼·향수·캐릭터마스크·핸드크림·미니립스틱·립틴트 등 총 10종으로 출시됐다.

롯데호텔월드는 업계 최초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룸’을 오픈했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룸은 롯데호텔월드 7층에 자리한 총 4개의 딜럭스 트윈 룸으로 싱글 베드 2개는 물론 전 객실에 임시 침대까지 설치돼 2인부터 3~4인 구성의 가족 단위 고객까지 투숙할 수 있다. 롯데호텔은 이번 캐릭터룸 오픈을 기념해 ‘롯데호텔월드 X 카카오프렌즈’ 패키지를 2월 28일까지 한정 운영한다.

라인프렌즈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신념에 부합하는 브랜드와 함께 컬래버레이션을 추구한다는 자신들만의 ‘철학’을 갖고 있다. 라인프렌즈 관계자는 “라인프렌즈의 뛰어난 디자인과 제품 경쟁력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한다.

라인프렌즈는 스웨덴의 장인 브랜드인 ‘구스타프베리’를 시작으로 독일 프리미엄 필기구 브랜드 ‘라미’, 네덜란드 디자인 스튜디오 ‘미스터마리아’, 영국의 프리미엄 폴딩 바이크 ‘브롬톤’, 글로벌 오디오 브랜드 ‘비츠 바이 닥터드레’, 프랑스 코스메틱 브랜드 ‘록시땅’, 스트리트 스타일 퍼포먼스 브랜드 ‘컨버스’, 글로벌 오디오·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뱅앤올룹슨’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손잡고 제품들을 선보여 왔다.

2015년 라인프렌즈가 라미와 선보인 첫 에디션은 출시 첫날에만 1만5000개 이상 판매 기록을 세웠고 2016년 브롬톤과 함께 선보인 컬래버레이션 제품 ‘브라운 에디션’ 역시 출시 당일 30분 만에 완판을 기록한 바 있다.

또 라인프렌즈는 2018년 11월 전 세계 디자이너들의 사랑을 받으며 현대 그래픽 디자인계에 큰 영향을 미친 서체 ‘헬베티카(Helvetica)’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 가방부터 양장 노트, 휴대전화 케이스로 구성된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

해당 컬래버레이션은 기존의 제품 브랜드 간의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일반적인 형태에서 나아가 물성이 없는 서체와 캐릭터 브랜드의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디자인의 지평을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큰 이목을 끌었다.

카카오프렌즈와 라인프렌즈가 등장하며 한국 캐릭터 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 중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1년 7조2000억원이었던 캐릭터 산업 매출 규모는 2015년 20조800억원으로 5년 만에 3조원 이상 증가했다. 과거 애니메이션 산업의 부가 산업으로 인식됐던 캐릭터 산업이 이제는 고성장과 고수익이라는 특징을 가진 독자적 산업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캐릭터 시장의 급성장에 대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캐릭터의 등장 무대가 넓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과거 ‘캐릭터’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에 국한돼 있었다. 2000년대 중반 ‘뽀롱뽀롱 뽀로로’ 등 에듀엔터테인먼트의 등장으로 확대된 캐릭터의 무대는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새로운 플랫폼을 만나게 됐다. 카카오톡이 2012년 카카오톡 전용 이모티콘인 ‘카카오프렌즈’를 출시한 것이다.

같은 해 네이버의 라인 역시 ‘라인프렌즈’를 내놓음으로써 두 캐릭터 군단은 애니메이션 기반을 탈피한 캐릭터로 큰 성공을 거뒀다. 동시에 캐릭터 소비 영역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면서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유즈’를 다시 한 번 기업들이 주목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라인·카카오가 키운 캐릭터 시장…연 150% 성장 중
◆만화에서 메신저로 진화한 캐릭터의 공급처

성공 사례의 등장으로 기업들 또한 자체 캐릭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숙박 앱 스타트업 ‘여기어때’는 도심 건물에 올라가 포효하는 ‘킹콩’에서 모티브를 딴 ‘콩이’ 캐릭터를 활용 중이다. ‘여기어때’는 향후 콩이 3D 이미지를 추가 개발하고 굿즈 개발 등 캐릭터 IP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12월 이마트24와 손잡고 ‘콩이’ 핫팩을 출시했다.

게임사 엔씨소프트도 자사의 게임 ‘스푼즈’를 활용한 캐릭터 브랜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팝업 스토어를 열고 인형과 캐릭터 등 굿즈 제작에 나섰고 카카오톡 메신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출시했다.

캐릭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또 있다. 지금의 캐릭터들은 과거 어린이나 청소년층에서 인기를 끌었던 캐릭터들과 달리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전 연령층에 익숙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카카오톡을 10대에서 60대가 사용하는 것처럼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는 전 연령대에 걸쳐 인지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모바일에서 벗어나 다양한 오프라인 상품군으로 출시하자 ‘키덜트족’을 포함한 성인층 또한 캐릭터 상품의 구매자로 자리 잡았다. 이는 곧 안정적인 소비자 층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캐릭터는 단순히 자체 상품의 성공을 넘어 플랫폼을 변화시키고 캐릭터와 플랫폼의 상호작용은 하나의 문화 현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메커니즘이 된다”고 말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6호(2019.01.07 ~ 2019.01.1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