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비즈니스 글쓰기 강사 3인의 실전 노하우

-백승권 커뮤니케이션컨설팅앤클리닉 대표
상사를 설득하는 보고서 작성의 3원칙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비즈니스 글쓰기의 결정적인 특징은 무엇일까. 백승권 커뮤니케이션컨설팅앤클리닉 대표는 “비즈니스 글쓰기는 곧 설득하는 글쓰기”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비즈니스 글쓰기는 업무를 위한 ‘용건’ 그리고 ‘근거’를 제시하는 글쓰기다.

결론적으로 최종 독자의 실행을 이끌어 내는 설득의 과정이다. 그래서 단순히 정보 제공의 수준에 그치면 안 된다. 좋은 비즈니스 글쓰기는 ‘잘 쓴 글’이 아니다. 글이 제시하는 방향에 대해 고개가 끄덕여질 수 있도록 설득의 구조를 짜는 게 중요하다. 백 대표는 “보고서를 위한 몇 가지 법칙이 있다”며 “무엇보다 글의 구조를 이해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릴 것
예를 들어 ‘미세먼지를 줄여야 한다’는 용건이 있다. 이를 위한 근거는 최대한 생생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백 대표는 강조했다. 추상적이고 모호해서는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다. 이때 통계·인용·사례 등을 두루 활용할 수 있다. 백 대표는 “사람들은 자신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져야만 실행에 나선다”며 “그림을 그리듯 생생하게 구체적으로 묘사하라”고 조언했다.

육하원칙을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구체성을 표현하는 도구가 바로 육하원칙이다. 숫자나 고유명사를 많이 쓰는 것도 ‘꿀팁’이다.

최근 보고서 작성의 최고 트렌드는 ‘한 장 보고서’다. 백 대표는 이를 위해 가급적 한두 장 분량의 ‘요약문’으로 핵심을 정리할 것, 그것을 제외한 내용들은 첨부 자료 형태로 처리할 것을 조언했다. 만약 요약문을 별도로 작성하지 않으면 보고서의 핵심을 두괄식으로 서두에 제시하면 된다. 나머지 내용은 부연 설명하는 방식으로 내용을 전개할 수 있다. 백 대표는 “두 장 이상의 보고서는 아예 작성하지 말라고 못 박는 기업들도 있다”며 “특히 장황하면서 미괄식으로 쓰는 보고서는 전달력이 매우 떨어지는 보고서”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기존 보고서의 문제점으로 “보고서의 목적에 맞는 구성 체계가 잡혀 있지 않은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종류의 보고서도 작성하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구성 형식을 사용하다 보니 보고서에 들어갈 필수 구성 항목이 누락되거나 내용이 없는 보고서가 있다”며 “특히 사업 추진 계획 보고서나 결과 보고서 등은 현황, 문제점, 해결 방안과 추진 결과 등의 구성 항목이 들어가야 심층적인 분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구조는 문제를 판단할 때 꼭 짚어봐야 하는 체크리스트 역할도 한다. 구조를 미리 정해 놓지 않으면 그 문제를 판단하는 데 응당 짚어봐야 할 내용을 빠뜨리기 쉽다는 설명이다. 백 대표는 “특히 공공·중앙 부처는 일찍이 보고서에 대해 고민하면서 구조를 짜왔고 최근에는 민간에서도 따라 쓰는 추세”라며 “특히 청와대 방식의 보고서를 많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청와대 방식은 모든 구성 요소를 지정하고 보고서의 활자체나 글자 크기 등 레이아웃까지 규격화된 것이 특징”이라며 “이처럼 내용은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작성하되 형식은 틀을 정해 쓰는 게 최근 트렌드”라고 말했다.

청와대 보고서의 구성 요소로는 다음 몇 가지가 포함된다. 두세 줄 분량으로 핵심이 정리된 ‘개요’, 왜 이와 같은 사업과 보고를 하는지를 설명하는 ‘추진 배경’, 사업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리한 ‘현황’, 기존 사업의 한계를 지적한 ‘문제점’, 또 원인과 결과를 분석해 제시한 ‘해결 방안’ 등이다.

백 대표는 “개요는 신문 기사의 리드문과 비슷한데 실제 코칭 사례를 보면 개요 정리하는 것을 가장 어려워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먼저 핵심을 잘 모르기 때문이고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빙빙 돌려 설명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보고서의 핵심을 파악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백 대표는 ‘결정’과 ‘판단’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무엇인가를 실행하기 위한 결정 또는 상황을 파악하는 판단에 해당하는 부분을 요약하면 그것이 핵심이 된다는 설명이다. 백 대표는 “일반적인 논리에서의 핵심은 대개 그 글의 귀결점, 결론 부분에 해당한다면 업무용 글쓰기에서는 꼭 결론이 아니더라도 결정이나 판단, 선택이라는 게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보고서를 작성할 때 흔히 하는 실수는 무엇일까. 특히 ‘결과 보고서’에서 공통적인 실수가 나온다고 한다. 사업의 결과를 정리해 보고하는 글쓰기에서 많은 이들은 ‘시간 순서’에 따라 보고서를 정리하면서 실수가 나온다.

상사가 궁금해 하는 내용은 과정이 아닌 결과다. 사업을 통해 어떤 이익과 성과가 나타났는지, 어떤 변화를 이끌어 냈는지 여부를 궁금해 한다. 백 대표는 “성과를 먼저 쓰고 그 후에 경과나 상황을 붙여야 하는데 많은 이들은 자신이 일한 순서대로 글을 쓰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옛날얘기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사장님들이 직원들이 일하는 것을 보면서 자주 하는 표현으로 ‘그래서 용건이 뭔데’라고 말하는 이유는 ‘네 얘기를 하지 말고 내가 궁금해 하는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다른 표현”이라며 “보고서를 쓸 때나 회의를 할 때 일을 통해 남긴 것, 문제를 풀기 위한 솔루션 등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면 사장님의 사랑을 받는 직원이 된다”고 조언했다. 요약하면 ‘과정 중심’이 아닌 ‘결과 중심’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설명이다.
상사를 설득하는 보고서 작성의 3원칙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8호(2019.04.01 ~ 2019.04.0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