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제 1238호 (2019년 08월 21일)

일본 수출 규제로 빛난 SK의 ‘투자 선구안’

[스페셜 리포트]
-SK(주), 한발 앞서 소재 산업 진출
-2015년 삼불화질소 ‘세계 1위’ 인수 등 숨 가쁜 투자
-제약·바이오·신에너지도 성과 가시화
-투자업계 “‘주식 저평가’ 끝난다”


(사진) SK머티리얼즈 영주공장에서 직원이 반도체 공정용 특수 가스를 점검하고 있다. /SK(주)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투자형 지주회사인 SK(주)의 글로벌 행보가 주목 받고 있다. 반도체 소재, 제약·바이오, 신에너지 등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해 온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소재 분야는 2015년 이후 조 단위 투자를 이어온 결과 3년 새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5배 늘어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우대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해 국내 기업들의 대책 마련과 소재 분야 육성이 더욱 절실해진 가운데 SK(주)의 투자 선구안이 주목 받는 이유다.

◆반도체 소재 산업 진출해 밸류업 작업 지속



반도체 소재 산업 분야는 장기간 축적한 경험과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필요로 해 주로 일본 등 선진국들이 선점해 왔다. 반도체업계를 지지하는 후방 산업이자 진입 장벽이 높은 대표적 영역으로 꼽힌다. 후발 기업이 단기간 육성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SK(주)는 반도체 웨이퍼를 세정하는 특수 가스인 삼불화질소(NF₃)의 세계 시장점유율 1위 기업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를 2015년 인수하며 소재 시장에 진입했다. 2017년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수출 업체인 LG실트론(현 SK실트론)을 인수하는 등 숨 가쁜 투자 행보를 이어 왔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기업의 인수전에 SK를 비롯해 다수의 해외 기업이 뛰어들었지만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 방지와 국내 반도체 제조사의 안정적 소재 구매를 위해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선 SK의 진심이 통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SK(주)의 ‘한 수’는 인수 후 이뤄진 지속적인 밸류업 작업이었다. SK(주)는 OCI머티리얼즈를 품은 이듬해 산업 가스 생산 업체인 SKC에어가스(현 SK에어가스)를 인수하고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증착(반도체 회로에 여러 화합물을 균일하게 도포하는 것)과 식각(실리콘 웨이퍼에 필요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 물질을 제거하는 것) 분야에도 진출해 해외 판로를 넓혔다.

SK머티리얼즈는 특히 일본의 3대 수출 규제 품목 중 하나인 불화수소 국산화 시제품을 올 연말 내놓으며 국내 반도체 산업의 안정적 성장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SK(주) 관계자는 “반도체 소재 산업 분야 진출은 하루아침에 결정된 것이 아니라 몇 년의 준비 끝에 성사된 것”이라며 “일련의 밸류업 작업이 차질 없이 이뤄진 것도 인수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SK(주)의 지속적인 투자에 힘입어 소재 분야 실적과 규모 확장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SK(주)가 2015년 소재 산업에 진출할 당시 1700억원 수준이던 EBITDA는 사업 확장을 통해 지난해 8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고객사 수 또한 기존 30곳에서 105곳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제품 수 역시 6개에서 40개로 크게 늘었다.

SK머티리얼즈의 삼불화질소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40%에서 43%로 증가했다. 반도체 미세 공정용 특수 가스인 육불화텅스텐 점유율은 20%에서 33%로 껑충 뛰었다.

◆독자 개발 신약 연내 FDA 시판 허가 전망

(사진) 경기 판교 테크노밸리의 SK바이오팜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신약 개발을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SK(주) 제공



SK(주)는 반도체 소재 외에도 그룹의 ‘딥 체인지’를 주도하는 지주사로, 국내 기업의 진입이 어려운 고난도 기술과 글로벌 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사업이 대표적이다.

SK(주)의 제약·바이오 사업은 올해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수익을 올리게 된다. 글로벌 투자형 지주사로서 SK(주)의 가치 역시 재평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SK(주)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의 수면 장애 신약 솔리암페톨(미국 제품명 수노시)이 7월 8일부터 미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SK바이오팜은 글로벌 최대 시장이자 가장 까다로운 허가 기준을 가진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약을 보유한 회사가 됐다.

공동 개발사이자 미국 내 판매를 담당하는 재즈는 솔리암페톨의 목표 매출을 2025년까지 누적 기준 5억 달러(6075억원) 이상으로 잡고 있다.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세노바메이트)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약 허가를 위한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허가 여부는 오는 11월 결정된다.

상업화에 성공하면 세노바메이트는 기술수출 없이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는 국내 최초의 독자 개발 신약이 된다.

업계에서는 세노바메이트가 전 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7조원)의 78%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시판되면 조 단위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자 개발 신약인 만큼 판매를 통한 수익의 대부분은 SK바이오팜이 가져가게 된다.

SK바이오팜은 신약 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연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SK바이오팜의 기업 가치를 6조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SK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SK바이오팜의 주력 신약인 세노바메이트와 솔리암페톨의 가치를 각각 5조3628억원, 8164억원(로열티 8% 가정 기준)으로 산정해 SK바이오팜의 총가치를 6조1792억원으로 추산했다.

SK바이오팜의 기업공개(IPO)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운영 자금의 수혈을 마치고 신약 판매에 따른 수익 창출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유럽에 CMO 생산·판매기지…글로벌 신흥 강자 부상

SK(주)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 중인 원료 의약품 생산(CMO) 사업도 글로벌 마케팅과 생산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앰팩 버지니아 신규 생산 시설이 가동되면서 한국·미국·유럽 약 100만 리터 규모의 글로벌 생산 설비가 풀가동 체제를 갖췄다.

SK(주)는 연내 생산 기지 통합 운영 체제를 갖춰 연 15%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SK바이오텍의 제품 포트폴리오는 169개로, 2년 전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 계약 비율은 63%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나고 고객사도 98개사로 5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주)는 2025년까지 CMO 사업 가치를 10조원 수준으로 키울 계획이다. 이에 따라 SK(주)는 보유 중인 한국·유럽·미국의 원료 의약품 생산 설비 규모를 2020년 이후 글로벌 최대 규모로 확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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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신에너지 투자 수익 실현 속도

SK(주)가 투자한 글로벌 기업들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SK(주)는 2017년부터 중국의 글로벌 물류 회사인 ESR(e-Shang Redwood Group)과 3곳의 천연가스 채집·가공(G&P) 사업에 각각 약 4800억원, 6000억원을 투자했다.

SK(주)가 지분 11.9%를 보유하고 있는 ESR은 전 세계 185개의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아마존·알리바바·JD닷컴 등 200여 개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주력 시장인 아시아·태평양 지역 온라인 상거래의 폭발적 성장으로 ESR의 EBITDA는 SK(주)가 투자하기 전인 2016년 1억447만 달러(1269억원)에서 지난해 2억2608만 달러(2747억원)로 두 배 이상 뛰었다.

ESR은 현재 홍콩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이다. 김준섭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비상장 지분 투자 회사인 ESR이 상장하면 SK의 투자 지분 가치가 명료해지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셰일가스 생산량 증가에 따라 천연가스를 채집·가공하는 G&P 사업도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K(주)는 미국 자회사 플루투스캐피탈을 통해 현지 G&P 업체에 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2017년 유레카에 1억 달러(1215억원), 2018년 브라조스에 2억5000만 달러(3037억원), 올해 블루레이서에 1억5000만 달러(1822억원)를 들였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미국 G&P 회사들의 유망성은 지속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호르무즈해협에서의 유조선 피습 사건으로 중동 지역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커지면서 미국 셰일가스 수요는 공급이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늘고 있다.

◆“비상장사들의 호실적으로 기업 가치 뛸 것”

(사진) 장동현 SK(주) 사장. /SK(주) 제공



증권시장 등 투자업계에서는 SK(주)의 주가가 과도하게 저평가 받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주)의 현재 주가는 순자산가치(NAV) 대비 할인율이 52% 수준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라며 “상장 자회사들의 주가가 회복 중인데다 SK E&S와 SK실트론 등 비상장 자회사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투자형 지주회사로서의 선순환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도한 할인율”이라고 말했다.

SK(주)가 투자한 글로벌 사업이 업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메가 트렌드를 읽는 SK(주)의 투자 전문성이 제대로 평가 받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준섭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투자 주식에 대한 가치 위주로 지주회사의 가치 평가를 하는 순자산 가치 대비 할인율 적용 방식으로는 해외투자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며 “SK(주)의 가치 산정에 우량 해외 기업에 대한 투자 성과가 반영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동현 SK(주) 사장은 “SK(주)는 바이오제약·소재·신에너지 등 신성장 포트폴리오의 각 영역별 기업 가치를 10조원 이상으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투자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며 “글로벌 투자형 지주회사로서 안정적 재무구조와 지배구조를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영역을 주력 사업으로 발굴하고 육성함으로써 지속 성장의 기반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8호(2019.08.19 ~ 2019.08.2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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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8-2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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