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금융그룹 비은행 경쟁력 비교② 보험] -오렌지라이프 품에 안은 신한금융 ‘함박웃음’…KB·우리 등 보험사 M&A ‘눈독’
[편집자 주] 금융권의 ‘탈은행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했던 카카오뱅크에 이어 네이버 역시 금융업 진출을 추진 중이다. 새로운 플레이어와 혁신적인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금융권에도 변화의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변화의 시기에는 패권 경쟁 역시 치열해지기 마련이다. 무서운 속도로 휘몰아치는 혁신을 먼저 따라잡는 자가 새로운 패권을 쥐게 될 것이다. 지금, 국내 빅5 금융그룹 간의 ‘리딩 뱅크’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이유다.
리딩 뱅크 전쟁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한 보험업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보험은 금융지주 내 비은행 계열사 중 비교적 덩치가 큰 핵심 계열사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존재감이 그리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지난해 오렌지라이프를 품에 안으며 신한생명과 함께 보험 부문의 규모를 키우는 데 성공한 신한금융지주가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올 상반기 신한금융이 ‘리딩 금융’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데는 보험 계열사들의 순익 증가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금융지주 내 보험 계열사들의 역할이 커지면서 향후 국내 ‘리딩 금융’ 경쟁의 키를 쥔 ‘게임 체인저’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경쟁에서 가장 앞서가는 곳은 단연 신한금융지주다. 올 상반기 실적을 기준으로 보험 계열사들의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신한금융지주가 2252억원 정도로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다. 총자산 32조8983억원 규모의 신한생명은 올 상반기 78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고 총자산 규모 32조 6593억원의 오렌지라이프의 당기순이익은 1472억원(지분율 감안 전)을 기록했다.

총자산 규모 10조10억원의 KB생명의 상반기 당기순이익 165억원, 총자산 규모 5조원의 하나생명의 상반기 당기순이익 128억원과 비교해도 그 차이가 10배 이상 벌어져 있는 셈이다. KB금융은 생명보험 계열사와 비교해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운 덕에 KB손보를 통해 올 상반기 166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지만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협공에는 역부족이었다.

규모에서는 총자산 규모 65조원으로 업계 빅4로도 불리는 NH농협금융지주의 NH농협생명은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21억원으로 지난해 501억원과 비교해 크게 떨어졌다. NH농협손해보험 또한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205억원에서 올해 59억원으로 큰 폭으로 하락하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리딩 뱅크 전쟁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한 보험업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시너지에 주목한 신한금융

신한금융은 올 1월 오렌지라이프를 열넷째 자회사로 편입하며 ‘한 지붕 두 생보사’를 거느리게 됐다.

신한생명의 상반기 당기순이익 7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지주 차원에서 조직한 매트릭스 체제에 신한생명이 합류하며 시너지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금융그룹 전반의 투자은행(IB)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17년 은행·보험 등 그룹 내 5개 계열사의 IB 조직을 결합한 매트릭스 조직인 GIB(Group & Global Investment Banking)를 출범했다.

실제로 신한생명의 올 상반기 운용 자산 이익률은 3.27%로 전년 동기 대비 0.07%포인트 늘어나며 5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저금리 기조에 전체적으로 안전 자산에 투자하며 수익 창출을 노린 전략이 주효했다. 신한생명은 올 상반기 자산 매각과 채권 트레이딩을 중심으로 228억원의 매매 차익을 달성했다. 전체 당기순익의 약 30%다.

이에 비해 오렌지라이프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472억원(지분율 감안 전)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9% 감소했다. 저금리 기조로 투자수익률이 하락하며 자산 운용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37.3% 감소한 영향이다. 하지만 지분율 59.15%를 반영한 순익 872억원이 신한금융그룹에 반영되며 신한금융지주는 비이자 수익을 늘리는 데 인수·합병(M&A)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제 업계의 시선은 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 완전 자회사 편입과 신한생명과의 합병에 쏠려 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합병되면 단번에 자산 65조원 규모, 업계 4위의 대형 생보사로 거듭나게 된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의 잔여 지분 40.85%를 인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지만 그 시기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설계사 구성과 주력 상품군 등에서 뚜렷한 차별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섣부른 통합보다 차근차근 ‘시너지를 키워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실제로 보장성보험에서 강점을 보이는 신한생명에 비해 오렌지라이프는 변액보험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어 신한금융은 당분간 각자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하며 ‘투 트랙 전략’의 장점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리딩 뱅크 전쟁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한 보험업
신한금융은 지난 3월 보험개발원장 출신인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을 깜짝 발탁했다. 행정고시 33회 출신인 성 사장은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 등 관직에서 보험 관련 업무만 22년을 넘게 수행해 온 자타 공인 ‘보험 전문가’다. 금융 당국 재직 시 방카슈랑스를 도입하고 제3보험업 분야를 신설해 주목받았다. 보험개발원장 시절 인슈어테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현재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슈어테크 도입을 주도하고 있다.

당초 신한생명 사장에 내정될 만큼 보험업과 관련해서는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은 AIA생명과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에이스생명(현 처브라이프생명)·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를 두루 거치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정 사장은 오렌지라이프의 매각과 상장 과정을 모두 지켜봐 온 만큼 오렌지라이프의 장단점을 그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다. 향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 생보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정 사장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전에 오렌지라이프의 완전 자회사 편입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의 통합과 관련해 ‘서두를 것 없다’는 신한금융이지만 차근차근 통합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최근 들어 일부 부서의 사무실을 서로의 건물로 이전하는 등 업무 환경 경험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KB금융은 ‘KB손보’가 중심, KB생명 존재감 키워야
은행을 중심으로 한 이자 이익만 보면 신한금융지주에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리딩 뱅크’ 자리를 내줘야 했던 KB금융은 비은행 사업부문, 그중에서도 특히 보험업권의 경쟁력 강화가 더욱 절실해졌다. 생명보험은 KB생명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지만 보험업계 17위권에 머무를 만큼 덩치 자체가 작은데다 수익 규모 또한 작아 그룹 내 존재감도 미약한 상황이다. 이와 비교해 KB금융지주의 핵심 비은행 계열사로 꼽히는 곳은 손보사인 KB손해보험이다.

하지만 문제는 업계 전반적으로 손보사들이 경영 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KB손해보험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662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11.6% 감소한 것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 등으로 보험 영업 손실이 크게 악화된 영향이다. KB손보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단기 실적과 외형 성장에 집중하기보다 ‘가치 경영’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당장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고리스크 상품군을 중심으로 한 업계의 과도한 경쟁에 동참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다. 그 대신 미래의 영업 흐름을 좌우할 신계약 가치와 내재 가치(EV : 보험사가 더 이상 보험 가입자를 받지 않는다고 가정해 평가하는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말 3조4760억원이었던 KB손보의 EV는 작년 말 4조9130억원으로 41.3%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는 작년 말과 비교해 26.9% 늘어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계약 가치도 올 상반기 498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5% 증가했다.
리딩 뱅크 전쟁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한 보험업
올해로 4년째 KB손해보험을 이끌고 있는 양종희 사장은 취임 첫날부터 줄곧 ‘가치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KB금융지주에서 전략기획부 부장, 전략기획담당 상무 등을 지냈는데 KB금융지주 전략기획 담당 상무 시절 LIG손해보험 인수를 2년 동안 준비해 성공하면서 전무를 건너뛰고 부사장으로 파격 승진하며 화제를 모았다.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165억원을 거둔 KB생명보험은 규모에서부터 신한금융과 확연한 체급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108억원)와 비교해 52.8%나 순익이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수익률을 비롯해 사업 포트폴리오 전 부문에서 수익이 개선됐다. KB생명의 자산 운용 이익률은 3.2% 수준이다. 이에 따라 허정수 KB생명보험 대표의 연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KB생명의 ‘구원투수’로 지난해 취임한 허 대표는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등 KB금융그룹 내 다양한 분야를 두루 거친 인물로, 올해 12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어찌됐든 신한금융과의 체급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KB금융은 KB생명의 존재감을 키울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KB생명의 생보사 M&A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잠재적 매물로 자주 거론되는 후보는 KDB생명과 동양·ABL생명 등이다. KDB생명은 모회사인 KDB산업은행이 적극적으로 매각 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경영 악화 등을 겪으며 인수 매력도가 떨어진 상황이다.

동양·ABL생명의 통매각이 가능하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다는 평가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총자산이 각각 33조원, 20조원인 만큼 통매각 시 53조원 규모의 대형 생보사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업계 4위인 NH농협생명의 뒤를 잇는 수준이다. 다만 중국 안방보험을 대주주로 두고 있던 당시 판매했던 저축성 보험이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NH농협금융, 생보·손보 수익성 부진…‘보험업 살리기’ 분주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해보험은 NH농협금융지주의 ‘아픈 손가락’이다. 2012년 농협법 개정에 따른 신용·경제 분리 방침에 의해 공제사업부문이 분할돼 탄생한 농협생명은 현재 자산 규모 65조원대로 생보업계 빅4로 꼽힌다. 하지만 이와 같은 규모가 무색하게도 수익성 면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농협생명은 올 상반기 12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는데 전년 동기 대비 501억원과 비교해 무려 75.8%나 급감했다. 농협손보 역시 올 상반기 당기순이이 59억원으로 전년 205억원 대비 71.4% 줄었다.

농협생명은 2022년 IFRS17에 대비해 체질 개선을 진행 중이다. 기존 저축성 상품에 쏠려 있던 보험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보장성 상품 위주로 바꿔 가고 있다. IFRS17이 도입되면 저축성 보험을 부채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와 맞물려 자산 운용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 채권의 비율을 크게 높여 온 것이 발목을 잡았다. 한·미 간 금리 역전 현상이 장기화 흐름을 보이면서 대규모 환 헤지 비용이 발생한 여파다.
리딩 뱅크 전쟁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한 보험업
현재 농협생명을 이끌고 있는 수장은 홍재은 대표다. 2017년부터 NH농협금융지주의 사업 전략을 총괄해 오다 지난해 말부터 농협생명의 자산 건전성 확보와 경영 체질 개선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농협손보 또한 사정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4월 강원도 지역에 발생한 대형 산불 화재 여파로 보험금 지급이 크게 늘며 실적 악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농협손보는 직전 3년간 원수 보험료 기준 화재보험 점유율은 약 24%로 업계 중 가장 높다.

오병관 농협손보 대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이버 마케팅(CM) 채널’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금융 서비스 혁신에 나서고 있다. 오 대표는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중앙회에서 기획·재무 업무를 주로 맡은 농협의 대표적 ‘전략기획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농협생명과 농협손보의 부진에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 또한 ‘보험업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이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NH농협금융지주·농협생명·농협손보의 최고경영자(CEO) 등으로 구성된 보험경영혁신위원회(TF)를 결정하고 보험업 관련 전문 자문사인 밀리만(Milliman)과 컨설팅 계약을 했다.
◆작지만 알찬 ‘하나’…하반기 보험사 M&A 시장 복병 ‘우리’
이와 비교해 하나금융의 하나생명은 자산 규모 5조원 수준으로 존재감 자체가 작다. 다만 하나생명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억원(43.9%) 늘었다. 하나생명 또한 대체 투자 등을 통한 투자 수익의 성과가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뒷받침했다. 지난해 3월 금융업계 ‘재무 전문가’로 손꼽히는 주재중 사장의 취임 이후 나타난 변화다. 주 사장은 외환은행에서 도쿄지점장, 기관관리그룹장 등을 지냈고 외환은행의 하나금융그룹 인수 뒤에도 하나금융지주의 최고재무관리자를 지낸 바 있다. 구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 지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하나생명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복귀해 하나생명 최초의 내부 출신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하나금융 역시 규모의 경제를 위해 M&A 등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해외와 비은행 매물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딩 뱅크 전쟁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한 보험업
우리금융은 이제 막 금융지주사 체제를 갖춰 가고 있는 만큼 아직 보험업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보험사 M&A를 염두에 두고 저울질 중이다. KDB생명을 포함해 올 하반기 들어설 국내 대형 보험사 M&A 시장의 가장 강력한 ‘복병’으로 지목되고 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9호(2019.08.26 ~ 2019.09.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