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2019 대한민국 모빌리티 혁신지도]
- 자율주행 서비스 : 토르드라이브
- 이마트와 손 잡고 '일라이고' 선보여
토르드라이브, ‘4레벨’ 자율주행, 웨이모·GM크루즈와 경쟁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토르드라이브는 국내 최고의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다. 1~5레벨로 나뉘는 단계별 자율주행 기술 중 국내에서 유일한 4레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자율주행 4레벨은 운전자가 목적지만 설정하면 되는 단계로, 자동차 제조사들이 말하는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단계다. 자동차의 시스템이 이동 구간 전체를 모니터링하고 안전 관련 기능들을 스스로 수행한다.

운전자의 역할은 출발 전 목적지와 이동 경로를 입력하는 것이고 그 밖에 도로의 상황을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행하는 것은 자동차의 몫이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토르드라이브는 10월 15일 국내 최초로 이마트와 손잡고 서울 도심 근거리 자율주행 배송 파일럿 테스트에 나섰다.

토르드라이브가 개발한 이마트 자율주행 배송 차량은 차량 내에 탑재된 상용 위성항법장치(GPS)와 정밀 지도를 이용해 빌딩 숲과 같은 GPS 음영 구역에서 차량의 위치를 계산하고 차량 전·후·측방에 장착된 센서를 통해 차량·보행자·자전거·신호등·차로 등 주변 물체들과 상황을 정밀하게 파악해 실제 주행에 반영한다.

◆ 10년간 투자, 국경 넘나드는 R&D

토르드라이브는 현재 시연하고 있는 자유주행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꼬박 10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 기술 개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국경도 마다하지 않았다. 국내와 미국을 넘나들며 가장 효율적인 자율주행 기술 연구·개발(R&D)에 매진했다.

2009년 서울대 자율주행차량개발연구팀으로 출발해 2015년 토르드라이브를 설립하고 2016년 처음으로 미국 배송 업체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으며 2017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본사를 설립했다.

토르드라이브가 미국에 본사를 설립한 이유는 국내의 도로교통법·자동차관리법 등 각종 규제가 개발에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에서는 투자, 인재 확보, 파트너십, 비즈니스 모델 등 스타트업이 자율주행 사업에 도전할 만한 조건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일반 차를 자율주행차로 개조하는 데 1억~2억원이 들 정도로 선제적 투자금이 들어가지만 한국에서는 즉각적인 매출이 없다며 외면 받았다.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이 국내에 없다는 점도 토르드라이브가 미국으로 넘어가는데 한몫했다. 국내에는 벤치마킹하고 비교하면서 배우고 기술을 성숙시킬 자율주행 연구 집단이 없었다.

반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자율주행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구글·애플·GM·포드·바이두 등 전 세계에서 모여든 48개 기업(캘리포니아 차량등록국 통계 기준)이 자율주행차 상용화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글로벌 자율주행 기업과의 경쟁은 자극제가 됐다. 이때부터 토르드라이브는 캘리포니아를 거점으로 본격적인 R&D에 나섰다. 2017년 4월 샌머테이오와 밀브레이시에서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험을 시작했고 이듬해 자율주행 운행 시험 영역을 팰로앨토시까지 넓혔다.

이를 토대로 같은 해 11월 실리콘밸리 팰로앨토에서 글로벌 하드웨어 체인스토어인 에이스 하드웨어와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배달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 글로벌 경쟁사와 겨누는 풀스택 기술 보유

토르드라이브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풀스택(full-stack : 운영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모두 다루는) 기술인 인식·판단·측위·지도 등 관련된 소프트웨어 기술을 종합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풀스택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곳은 웨이모·GM크루즈·죽스(Zoox) 등 몇몇 기업밖에 없다. 모건스탠리가 분석한 이들 기업들의 기업 가치는 웨이모 50조원, GM크루즈 20조원, 죽스 4조원에 이른다.

국내에서의 위상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해 오는 모든 과정에 토르드라이브가 발자취를 남겼다. 토르드라이브는 국내 유일한 실증 가능 자율주행 기술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도심 자율주행에 성공했고 2년 전부터 도심 자율주행을 상시 운영하며 완성형인 5단계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또한 국내에서 시행한 자율주행과 서비스 간 연계 실증 경험도 토르드라이브가 처음으로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고 현재 서비스를 진행 중인 근거리 배송 시범 서비스 ‘일라이고(eli-go)’를 통해 이마트 매장에서 인근 지역 소비자들에게 자율주행 배송 차량을 이용한 근거리 배송에 나서고 있다.

한편 토르드라이브의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력은 48개 기업 중 11위 수준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발표한 2018년도 자율주행 차량 통계에 따르면 토르드라이브는 총 4대의 자율주행차로 2018년 한 해 동안 1만5890마일(약 2만5572km)을 운행하며 자율주행의 기술 수준을 나타내는 ‘자율주행 해제’ 빈도 5.8을 기록했다.

자율주행 해제 빈도는 1000마일(약 1609km)당 운전사가 자율주행에 개입한 횟수를 수치화한 것으로, 숫자가 낮을수록 우수한 기술력으로 평가 받는다.

자율주행 1위 기업은 구글의 웨이모다. 웨이모는 127만1587마일(약 204만6420km)을 주행하며 자율주행 해제 빈도 0.09를 기록했다. 자율 주행 모드를 켜면 대부분의 경우 목적지까지 아무 문제없이 간 것이다.

2위는 미국 대표 자동차 기업인 GM의 크루즈였다. 162대의 자율주행차로 44만7621마일(약 72만376km)을 달리면서 0.19의 자율주행 해제 빈도가 발생했다. 3위는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죽스로, 10대의 자율주행차로 3만764마일(약 6057km)을 달리는 동안 자율주행 해제 빈도 0.52를 기록했다.

반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시장에 뛰어든 우버와 애플 등은 토르드라이브에 한참 못 미치는 중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 [인터뷰[ 계동경 토르드라이브 대표
- “바퀴 달린 모든 이동체의 자율주행화가 목표”
토르드라이브, ‘4레벨’ 자율주행, 웨이모·GM크루즈와 경쟁
계동경 토르드라이브 대표는 국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모든 것을 품고 있는 인물이다. 한국 도로에 최적화한 자율주행차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사물 인식·측위·지도·차량 제어 기술을 개발했고 여의도 첫 도심 주행을 포함해 6만km 이상 무사고로 주행하면서 기술력을 입증했다. 그에게 토르드라이브의 기술력과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 자율주행차 분야에 있어 국내 최고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율주행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는 매우 힘들다. 다만 우리 기술력은 한국 서울의 여의도와 같은 복잡한 도심 지역에서도 4단계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이런 기술력은 글로벌 자율주행 기업들 중에서도 웨이모 등 일부만이 가능하며 국내는 아직까지 경쟁할 기업이 없다.
토르드라이브는 카메라·레이더·라이다라는 다양한 종류의 센서를 외부 기술력 의존 없이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의 기술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고 위성항법장치(GPS)의 음영 구역인 도심 빌딩 숲에서도 안전하게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고정밀 지도 제작 기술과 이를 이용한 측위(localization) 기술도 자체 확보하고 있다.”

▶ 미국과 국내에서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많은 이들이 우리의 자율주행 실증 서비스 주목하며 기술력을 인정하고 있다. 오랜 기간 연구·개발해 오고 다양한 환경에서의 테스트를 통해 단련된 탄탄한 자율주행 기술력이 있기에 한국과 미국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자신 있게 선보이며 적극적으로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 비즈니스 부문과 기술 부문 중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나.
“토르드라이브는 기술 부문에 더욱 중점을 두는 회사다. 자율주행이 적용될 승차 공유 서비스나 배송·물류 서비스 등은 해당 서비스를 운영하고 개발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시간과 자본이 투입된다. 따라서 토르드라이브는 보유하고 있는 강점인 자율주행 핵심 기술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자율주행 기술의 탑재를 원하는 수요처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회사를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 향후 추진 중인 혁신이나 비즈니스는 없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다양한 서비스에 접목할 계획이다. 향후 모빌리티 혁명기를 맞이할 때 바퀴가 달린 모든 이동체의 자율주행화를 위한 다양하면서도 실질적인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준비 중이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8호(2019.10.28 ~ 2019.11.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