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제 1261호 (2020년 01월 29일)

‘자동차’에서 ‘지능형 모빌리티’로…현대차, 2020년은 대전환의 원년

[스페셜 리포트=2020 주요 그룹 승부수[2] - 현대차그룹]
-내연기관차 중심 탈피, 제품·서비스 결합…향후 6년간 매년 10조원 투자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자동차업계가 격랑의 중심에 섰다. 예상했던 것보다 이르게 가솔린과 디젤로 대표됐던 내연기관차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도로 곳곳을 전기와 수소로 가는 친환경차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또 단순한 이동 수단에 불과했던 자동차에 자율주행·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접목하는 작업도 한창이다.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도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새 비전을 내놓았다. 현대차에 2020년은 새로운 주춧돌을 놓는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0년을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을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고자 합니다.”
올해 정 수석부회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각오다. 그는 “기술과 네트워크의 발달로 상상 속 미래가 현실이 되고 있고 자동차 산업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차는 새로운 10년의 시작점인 2020년을 맞아 지난해 12월 중·장기 혁신 계획 ‘2025 전략’을 수립했다. 그리고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신이라는 야심찬 새 목표를 내놓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내연기관차 중심이었던 지금의 사업 구조를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Smart Mobility Device)’으 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친환경차(수소·전기차)뿐만 아니라 하늘을 달리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 Urban Air MobilitY)’ 구현을 위한 개인용 비행체(PAV·Personal Air Vehicle),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Purpose Built Vehicle)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또 플랫폼 기반의 개인 맞춤형 서비스인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Smart Mobility Service)’를 신사업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향후 이 두 가지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제품 판매부터 서비스까지 전부를 아우르겠다는 것이 현대차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약 61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전기차 라인업 확대 


현대차의 이번 전략은 과거 내놓았던 전략들과는 ‘결’ 자체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현대차는 2000년대 초반 내놓았던 ‘글로벌 경영’, 2010년대 발표한 ‘모던 프리미엄’ 전략 등을 수립하며 위상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한 바 있다. 그 결과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과거의 전략들은 큰 틀에서 바라보면 ‘자동차’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또 선두 업체들의 기술과 노하우를 새롭게 발전시키거나 재해석하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에 불과했다.

출발이 늦었기 때문이었다. 미국 포드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양산형 자동차를 판매했던 시기는 1903년. 그로부터 반세기를 훌쩍 넘긴 1967년에서야 현대차가 설립됐다. 후발 주자였던 만큼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현대차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지금이야말로 이런 굴레에서 벗어날 기회라고 판단하고 그룹이 나아갈 방향을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설정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돌입해 2025년까지 계획한 것들을 하나하나 이뤄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내부적으로 새롭게 조직을 구성하는 등 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작업이 한창이다.

특히 올해는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으로의 전환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한다. 현대차가 내놓을 예정인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은 ‘친환경차’를 비롯해 ‘PAV’, ‘PBV’ 등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전기차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당초 예상보다 더 빠르고 급격하게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17년 약 100만 대 수준이었던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200만 대를 넘어선 것으로 예상된다. 충전 시설 등 인프라 확대와 배터리 기술 등의 발전에 힘입어 2년 새 전기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2배나 늘었다는 분석이다. 2025년에는 전기차 1000만 대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발맞춰 현대차는 ‘일렉트릭 글로벌 모듈러 플랫폼(E-GMP : 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이라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개발 중이다. 한 번 충전하면 500km 이상을 달릴 수 있고 20분 안에 초고속 충전을 마칠 수 있게 된다.

올해 안에 개발을 마치고 2021년부터 이 플랫폼을 적용한 전기차 양산에 본격적으로 돌입해 전기차 시장 공략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그룹 전체에서 2025년까지 총 11개의 전기차 전용 모델을 선보이기로 했다.

수소차는 당장 신차 출시 계획은 없지만 계속해 국내를 중심으로 관련 인프라 구축과 판매 확대에 나서며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수소차는 전기차를 뛰어넘는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린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관심도가 전기차만 못해 관련 인프라 구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한국만이 ‘수소 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법’을 세계에서 최초로 제정하는 등 수소차 확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전체 수소차 판매의 절반 이상이 국내 시장에서 발생 중이다.
 
다만, 수소차 시장이 전기차처럼 어느순간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계속해 국내를 중심으로 수소차를 활성화하기 위한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것이 현대차의 전략이다.

이 같은 방침을 토대로 현대차는 2025년까지 연간 진환경차 판매 총 67만 대(배터리 전기차 56만 대, 수소전기차 11만 대)를 달성해 ‘글로벌 친환경차 톱3’로 도약하겠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2028년에는 하늘길 개척 나선다


올해 현대차가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0’에서 공개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PAV와 PBV는 2025년 이후의 미래를 바라보며 다소 여유를 갖고 준비 중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의 항공기 전문가인 신재원 부사장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등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올해 기술 개발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가 올해 CES 2020에서 공개한 PAV(개인용 비행체) 콘셉트 S-A1.



현대차는 PAV를 활용한 UAM을 구축해 ‘하늘길’을 개척한다는 청사진을 구상 중이다. 모건스탠리가 2040년 시장 규모가 약 17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할 정도로 UAM 시장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는 CES 2020에서 우버와 함께 만든 PAV 콘셉트 ‘S-A1’을 공개하며 UAM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CES 2020에 참석한 신 부사장은 “UAM이 상용화되면 대도시에서 매일 수백 번 운항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항공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도 현대차에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항공 업체들은 대량 생산 체제를 접목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며
“(항공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전동화와 빅데이터·내비게이션·위치 감지 등의 기술은 자동차에도 적용되는 만큼 (대량 생산 구조를 갖춘) 완성차 브랜드가 보다 손쉽게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상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면서 승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량인 PBV 역시 현대차의 미래를 책임질 모빌리티 중 하나다.

차량 하부와 상부의 완전한 분리가 가능해 내부를 식당·카페·호텔 등 다양한 공간으로 연출할 수 있다.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해 PBV가 자동으로 목적지로 향하는 동안 탑승객은 자신이 원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다.

현대차가 구상 중인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콘셉트. 차량 상부와 하부의 분리가 가능해 고객들의 니즈에 맞춰 내부를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


현대차가 구상 중인 모빌리티 Hub(환승거점). PBV뿐만 PAV(개인용 비행체)의 ‘정류장’ 역할을 한다. 내부를 커뮤니티 센터 등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관련 기술들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인데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와 다양한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혁신적 디지털 사용자 경험’, ‘AI 커넥티드 서비스’, ‘안전 지향 자율주행’ 등의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미래 사업 구조의 양대 축으로 내세운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도 구축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와 콘텐츠로 맞춤형 고객 가치를 제공하는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를 새로운 사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현대차가 그리고 있는 미래 모빌리티 환경의 모습. PAV(개인용 비행체)를 활용한 UAM(도심항공 모빌리티) 구축으로 하늘과 지상을 연결한다.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는 도로 위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며, 두 종류의 스마트 모빌리티는 미래도시 전역에 설치될 Hub(환승거점)와 연결시켜 모빌리티 생태계를 형성한다는 구상이다.




◆“수익성 강화로 미래 기반 다질 것”


고객들에게 자동차와 정비·관리·금융·보험·충전 등 주요 서비스를 함께 결합해 제공하는 사업 모델을 추진 중이다. 향후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과 서비스 사업을 유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플랫폼이 완성되면 차량 내·외부와 다양한 고객 접점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분석해 최적화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전략들을 실행하기 위해선 연구·개발(R&D)과 생산 시설 확충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투자비용으로 잡은 예산만 61조원이다. 연간으로 따지면 매년 10조원 이상이 투입된다.
이를 조달하기 위해 기존의 주력 사업, 즉 내연기관차의 경쟁력 제고도 간과할 수 없다.

계속해서 다양한 내연기관차를 출시해 미래 기술에 투자하기 위한 ‘실탄’도 확보한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올해 초 선보여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GV80.



자동차업계에서는 친환경차가 각광 받고 있지만 향후에도 오랜 기간 동안 내연기관차가 전체 자동차 시장의 주를 이룰 것이라는 시각에는 변함이 없다.

현대차 역시 올해 그룹 전체적으로 10여 종이 넘는 신차 출시를 비롯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이며 내연기관차의 경쟁력 제고에도 앞장선다. 국내외 판매량을 끌어올려야 미래 투자를 위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권역별 책임 경영을 바탕으로 수익성 중심의 사업 운영 체제를 확립하고 사업 경쟁력을 고도화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미래 사업의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돋보기
시장 선점 위해 해외 기업과도 협업 강화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 개발을 모두 독자적으로 해내는 것은 무리가 있다. 돈뿐만 아니라 시간도 많이 소요될 수 있어 자칫하다간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 현대차는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타 완성차 업체들과도 다양한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협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세계 최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 기업 ‘앱티브’와 미국 현지에 합작 법인 설립을 위한 본 계약을 체결했다. 합작 법인은 2022년까지 최고 성능의 자율주행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하이퍼 전기차 업체 ‘리막’에 투자하고 고성능 전기차 개발에도 나섰다. 지난해 9월에는 BMW그룹·다임러그룹·폭스바겐그룹·포드모터 등 완성차 업체 4개 사가 유럽에 공동 설립한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 업체 ‘아이오니티’에 전략 투자자로 참여해 유럽 내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폭스바겐그룹의 아우디와도 2018년부터 수소전기차 관련 연료전지 기술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하고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의 저변 확대를 위해 함께 노력 중이다. 1월 16일에는 영국 전기차 제조 회사인 어라이벌에  129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실시했다. 어라이벌은 전기차에 쓰이는 전기 배터리·모터·자율주행 관련 기술 등을 보유한 회사다. 친환경 모빌리티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전기차 개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1호(2020.01.27 ~ 2020.02.0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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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1-2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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