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제 1269호 (2020년 03월 25일)

변동성 커진 주가…‘코로나 증시’ 투자 전략

[스페셜 리포트]
-“좀 더 멀리 보고 신중한 대응 필요”
-“대형 성장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다시 짜야”

(사진)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주가가 폭락하자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증시가 연일 출렁이고 있다. 증권가는 당분간 극심한 주가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적극적 리스크 관리와 함께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형 성장주 위주로 금융 자산을 압축해 두고 향후 대응 시점을 저울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증시 동반 추락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3월 셋째 주 글로벌 증시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세계의 중앙은행’인 미국 중앙은행(Fed)은 경제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기준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떨어뜨렸고 7000억 달러(약 887조7000억원)의 돈을 풀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민 1인당 1000달러(약 127만원)씩 현금을 살포하는 이른바 ‘헬리콥터 머니’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도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글로벌 증시는 ‘코로나 패닉’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했다.

당장 ‘세계 증시의 바로미터’인 미국 뉴욕 증시가 힘을 못 썼다. 3월 18일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대비 1338.46포인트(6.30%) 폭락한 19898.92에 마감됐다. 장중 한때 2300포인트 이상 하락 폭을 키웠다가 그나마 장 막판 낙폭을 줄인 수치다. ‘경기 부양 기대감’으로 전날 급반등에 성공했지만 하루를 버티지 못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2만 선마저 내주고 말았다는 점에서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다우지수는 2017년 1월 25일 사상 처음으로 2만 선을 넘은 이후 고공 행진을 벌여 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3년 2개월 만에 속절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이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344.94포인트(4.70%) 내린 6989.84에 마감하며 7000선을 내줬다. 나스닥지수가 7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8년 1월 2일 이후 1년 2개월여 만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131.09포인트(5.18%) 급락한 2398.10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후 12시 56분께는 지수가 7% 이상 밀리면서 15분간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최근 열흘간 넷째 서킷브레이커였다. 하지만 거래가 재개된 이후에도 낙폭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유럽 증시도 맥을 못췄다. 이날 영국 런던지수는 4%대, 프랑스와 독일은 5% 넘게 하락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에 공급 과잉까지 겹치면서 국제 유가도 추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4.4%(6.58달러) 하락한 20.37달러를 기록했다. 2002년 2월 이후 약 18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국내 증시도 패닉의 연속이었다. 3월 19일 코스피지수는 133.56포인트(8.39%) 폭락한 1457.64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15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09년 7월 23일(1496.49) 이후 10년여 만에 처음이다. 코스닥지수도 56.79포인트(11.71%) 하락한 428.35에 장을 마쳤다.

이날 국내 증시는 일시적으로 거래가 중단되는 사이드카에 이어 서킷브레이커 1단계가 연이어 발동되기도 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동시에 발동된 것은 3월 13일 이후 4거래일 만이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11시 50분께 코스피지수 1500선이 붕괴돼 5% 넘게 급락하자 프로그램 매도 호가를 1분간 효력 정지시키는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이어 오후 12시 5분께 코스피지수가 전일 대비 129.69포인트(8.15%) 폭락한 1461.51을 기록하자 서킷브레이커까지 동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금융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첫 조치로 50조원 규모로 특단의 비상 금융 조치를 결정한다”고 밝혔지만 온기가 주식 시장에까지 미치지는 못했다.

패닉장이 이어지면서 환율도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달러당 1280원대로 치솟았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40원 오른 달러당 1285.7원에 마감됐다. 환율 종가가 1290원 선에 근접한 것은 2009년 7월 14일(1293.0원)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 하락, 과거 위기 때보다 3배 이상 빨라

가장 큰 우려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코스피지수 하락 속도가 과거 굵직한 경제 위기 때보다 가파르다는 점에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이제 막 시작됐다는 점에서 저점의 깊이가 다른 위기 때보다 더 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2월 14일(2243.59) 고점을 찍은 뒤 3월 13일(1771.44)까지 21.04% 하락했다.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지는 데 20거래일이 걸렸다.

반면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때는 5월 2일(2228.96)을 기점으로 추세적 하락이 시작돼 8월 19일(1744.88)까지 21.72% 떨어졌다. 20% 선이 붕괴되는 데 지금보다 훨씬 긴 75거래일이 소요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20% 저지선이 뚫리기까지 55거래일이 걸렸다. 이보다 앞선 1998년 외환위기 때는 83거래일이 소요됐다.

해외 지수도 마찬가지다.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2월 12일(29551.42)을 고점으로 급락하기 시작해 3월 11일(23553.22)까지 20.30% 떨어졌다. 하락 폭 20%를 넘는 데 19거래일이 걸렸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184거래일)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2월 6일(23873.59)부터 3월 12일(18559.63)까지 23거래일 동안 22.26%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62거래일) 때보다 20% 선이 빨리 붕괴됐다.

그래픽 배자영 기자



증권가는 당분간 극심한 롤러코스터 장세가 연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와 외환위기 당시 코스피지수는 고점부터 바닥까지 각각 54.54%, 64.66% 떨어졌다. 과거 수준까지 주가가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아직 고점 대비 30~40% 정도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코스피지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대비 낙폭은 제한되는 모습이지만 하락 속도는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당시 대비 3배 이상 빠르다”며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극심한 주가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미국의 통화 정책이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 등 금융 위기 당시 수준을 보이는 상황에서 각국의 재정 정책이 공조돼야만 비로소 반등의 실마리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의 확산이 완화되 고 현실성 있는 재정 정책 공조가 현실화되기 전까지는 시장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확산에 국제 유가 급락이 더해지면서 한국과 중국은 1분기에, 미국과 유럽은 2분기에 경기 위축 폭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감염자 수 증가 속도 둔화와 글로벌 정책 공조 효과 등을 감안하면 글로벌 경제 전체로는 3분기까지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다가 3분기 말부터 회복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팔고 개인은 담는 삼성전자

유가증권시장 ‘대장주’ 삼성전자의 주가도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삼성전자는 3월 19일 전 거래일 대비 2650원(5.81%) 하락한 4만2950원에 마감됐다. 3월 10일 장 종료 기준 한 차례 반등에 성공한 이후 7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낙폭을 키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1월 20일 이후 3월 18일까지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팔아 치운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이 기간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도 금액은 총 6조2707억원어치에 달했다.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파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주식 시장의 비율을 축소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월 18일 종가 기준 24.32%에 달한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 비율을 줄일 때 상대적으로 손해를 덜 보고 팔 수 있는 종목이 삼성전자라는 점도 매도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공격적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쓸어 담았다. 과거 위기 상황에서 저가 매수 전략이 유효했던 경험을 떠올리면서 과감하게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개인은 삼성전자 주식 6조447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조용준 센터장은 “과거 글로벌 금융 위기에 따른 글로벌 증시의 패닉이 장기적으로는 우량주 저가 매수의 기회였다는 학습 효과로 개인들의 자금이 삼성전자 등에 몰리고 있다”며 “극심한 주가 변동성과 잠복 심리·수급·경기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형 성장주 위주로 금융 자산을 압축해 두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자칫 개인들의 손실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용 거래를 통한 레버리지 투자에 나서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창목 본부장은 “국내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금융 위기 때를 밑도는 등 가격 메리트가 있는 상황이지만 이번 시장 급락이 코로나19라는 예측 불가능한 질병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감염 추이의 완화 시점을 감안해 보다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패닉 장세’ 투자 전략 기사 인덱스]
-변동성 커진 주가…‘코로나 증시’ 투자 전략
-증시 연일 ‘출렁’…레버리지·인버스 ETF에 뭉칫돈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9호(2020.03.23 ~ 2020.03.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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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3-2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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