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등 명품 업체 매출 급감…선진국형 '취향 소비' 뜬다

지난 수년간 중국 국적의 관광객 유커는 국내 관광산업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 관광객이 일본에 역전당하는 등 추세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비록 엔저 등에 따른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관광지로서의 ‘한국’이 중국 관광객들에게 충분한 매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정해진 관광 명소와 면세점 등으로 짜인 천편일률적인 여행 패키지 상품에 만족하기에는 중국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크게 높아졌고, 이는 중국 본토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국인들의 소비 트렌드 변화와도 일맥상통한다.

‘샤오중(小衆)’으로 대표되는 중국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점점 세련돼 가는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뉴 스타일'에 눈뜬 중국 소비자들
뻔한 명품은 가라, 비과시적 소비 확산

최근 중국에서는 ‘샤오중’이라는 단어가 부상하고 있다. 다중(大衆)에 대한 반대 의미로, 천편일률적인 제품보다 소비자 각각의 개성을 반영할 수 있는 취향 기반의 제품 선호 트렌드를 지칭한다.

온라인·소셜·모바일 등의 환경 변화가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만나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이상 돼야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선진국형 라이프스타일 기반의 취향 소비 행태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 8000달러 초반에 불과한 중국 소비자 시장에서도 보이기 시작한 셈이다.

음식·여행·명품 등 흔히 ‘교류 가치가 높은 재화’ 영역에서 이러한 취향 중심의 소비 패턴 변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1980~2000년대 출생한 Y세대가 이러한 취향에 기반 한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

중국 명품 시장은 높은 경제성장률, 빠른 가처분소득 증가로 루이비통·프라다 등 주요 명품 브랜드의 최대 시장이었다. 하지만 2014년 처음 역성장하는 등 명품 매출 감소로 고전 중이다.

한때 중국 최선호 명품 브랜드 중 하나였던 루이비통 중국 법인은 수익성 악화로 5개 이상 매장의 영업을 중단할 예정이며 버버리 또한 4개 매장이 문을 닫는 등 중국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던 명품 브랜드가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반면 마이클 코어스·MCM 등 개성이 강한 새로운 브랜드의 매장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물론 최근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운동에 따른 소셜 기프팅 문화가 위축된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럭셔리 브랜드 간 명암이 엇갈리는 현상은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 취향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즉, ‘검증된’ 럭셔리 브랜드를 선호하던 과거의 중국 소비자 패턴과는 다른 움직임이다.

2014년 실시된 중국 소비자의 명품 소비에 대한 베인앤드컴퍼니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70%는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하기 위해 명품을 소비하고 있고 82%는 향후 3년 내에 기존에 구입했던 루이비통·구찌 등 잘 알려진 명품 브랜드가 아닌 새로운 브랜드를 구입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또한 브랜드가 크게 보이는 사치품에 대해 만족하는 응답자 비율과 브랜드가 자신의 신분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비율이 감소했다. 오히려 촌스럽다고 생각하거나 과하다고 판단하는 소비자들의 비율이 높아졌다. 향후 브랜드가 크게 보이는 제품을 사겠다는 소비자도 감소했다.
'뉴 스타일'에 눈뜬 중국 소비자들
미식, 주류가 되다

음식 소비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 ‘다중뎬핑’이라는 맛집 평가 및 소개, 쿠폰 등을 제공해 주는 인터넷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중국 소비자들끼리 서로 맛집 정보를 공유를 하는 문화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영국 시장조사 기업 민텔의 ‘2015년 중국 소비자 소비 습관’에 따르면 다양한 미식에 대한 선호도, 소비 체험에 대한 새로운 수요 증가로 중국 내 패스트푸드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피자헛·KFC 등의 모기업인 ‘얌(Yum)’은 지난해 7월 중국 내 닭고기 사건 이후 매출이 하락했고 2015년에는 소비자 음식 취향의 다양화 추세까지 겹치면서 2분기 중국 내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 하락하고 영업이익은 25% 줄었다.

이러한 소비자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중국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는 광저우부터 상하이까지 24개 채소를 선택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햄버거를 고르는 콘셉트 매장을 내고 있다.

커피 시장에서도 중국 소비자들의 미식에 대한 욕구가 반영되기 시작했다. 중상정보망에 따르면 중국 내 커피 시장 중 원두커피 소비 비율은 약 16%에 달한다. 최근 들어 중국 소비자들이 커피 원두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커피숍에 가는 소비 행태가 보편화되면서 원두커피의 소비 증가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커피기구(ICO)의 예측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원두커피 소비 증가율은 약 15%로, 인스턴트 커피의 8%를 훨씬 웃돌 전망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커피에 대한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새로운 콘셉트의 커피숍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의 코스타는 중국의 중공업 그룹인 웨이다그룹과 협력해 스타벅스와 다른 반(半)수동 방식의 독특한 향을 지닌 커피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패스트푸드 콘셉트를 접목해 토스트 등의 음식을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다.

현재 중국 내 344개 매장을 보유한 코스타는 이미 1400개 매장을 가진 스타벅스를 따라잡기 위해 향후 5년 내 1700개 매장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교류 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주류 시장에서의 변화는 보다 가파르다. 외산 맥주와 와인 등의 소비량 자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물론 제품 카테고리도 다양해지고 있다. 2014년 외산 맥주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6%, 2015년 1~10월 62.9% 증가, 중국 전체 맥주 판매량에서 약 10% 정도의 규모로 성장했다.

수입국도 영국·독일 위주에서 벨기에·아일랜드 등으로 다변화됐다. 젊은 소비자들이 맥주의 맛 등에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추세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와인도 주요 소비층의 소비 방식이 취향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와인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12년 대비 전형적인 과시형 와인 소비자 비율은 줄어든 반면 새롭게 등장한 ‘디벨로핑 드링커(developing drinkers)’라는 소비자들이 19%로 늘어났다.

선물을 위한 와인 구매 중심에서 스스로 와인 자체의 맛과 향을 즐기기 위해 구매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인들의 여행이 단순 관광에서 라이프스타일 기반의 휴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화창증권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시야를 넓히고 생활 영역을 확대하는 느낌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55%가 넘는다.

‘경험의 질’을 강조하는 여행

중국 소비자들 중 휴양을 위한 여행을 선호한다는 응답자가 80%에 달했고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휴식’을 위한 여행을 경험한 바 있다고 응답했다. 즉 중국 소비자들이 여행을 단순한 ‘소비’의 개념에서 ‘발견·체험’의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향후 체험식 소비를 지속하겠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92%에 달했다. 그중 상하이 지역의 소비자들은 단체 여행보다 본인 취향에 맞는 여행 계획을 세워 여행지의 문화를 체험하고 느끼는 휴식 시간을 갖는 것을 더욱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여행을 통해 얻는 만족의 기준이 여행 기간 중 방문지 수 등의 ‘성과’ 중심에서 의미 있는 체험을 통한 ‘내적 성장’에 대한 기대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에서의 취향 소비의 확산은 ▷취향에 대한 관심이 높은 Y세대의 등장 ▷인터넷·소셜을 통한 소비자 연결성의 강화 ▷온라인·모바일 전자 상거래 플랫폼 진화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가능해졌다.

우선 샤오중 소비는 Y세대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1980~2000년도 출생자들을 지칭하는 Y세대는 개성과 자존감이 높을 뿐만 아니라 유행을 따르거나 혹은 유행을 앞서가려는 성향을 보이는 세대다.

또한 각종 소셜 미디어의 활용도, 온라인이나 모바일 전자 상거래 이용도 등에서도 다른 세대들에 비해 월등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Y세대는 실제 소비에서 유명 제품보다 자신에게 맞는 브랜드를 찾는 것을 중시한다.

실제로 화창증권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Y세대는 사회적인 가치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혹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소비한다는 응답 비율이 중국 내에서 가장 높은 세대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한 소비자 연결성 강화에 따른 중국 내 소비자 간 정보 격차 축소도 취향 소비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이용 인구는 2015년 기준 6억8000만 명으로, 미국의 2.3배 수준이고 인구 대비 이용률도 47.6%에 달한다.

또한 온라인 쇼핑객 60% 이상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구매 리뷰를 올리면서 SNS가 구매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Y세대 중에서도 1990년대 출생자들을 지칭하는 ‘주링허우(九零後) 세대’는 1980년대 생인 ‘바링허우(八零後)’보다 온라인에 더욱 최적화된 소비 행태를 보이고 있다. 개성과 독특함을 더욱 중시하며 ‘수량 부족’, ‘한정 판매’ 등의 헝거 마케팅에 더욱 우호적이다.

또한 동세대 소비자의 의견에 대한 의존성이 높고 SNS상의 소비자 의견에 더 높은 신뢰를 보이는 등 인터넷·소셜에 기반 한 소비에 더욱 익숙한 소비자들이다.

‘샤오중’ 소비 확산의 원인은 SNS

온라인·모바일 전자 상거래의 양적 성장과 플랫폼의 진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것도 ‘샤오중’ 소비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중국의 전자 상거래 증가율은 연 30%를 넘어서며 2014년에는 2270조원(13조 위안)에 달했다. 2017년에는 전체 소매 판매액 중 온라인 쇼핑의 비율이 12.4%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알리바바가 매년 11월 11일 개최하는 하루짜리 할인 행사 ‘광군제’는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중국 전자 상거래의 양적 팽창 추세를 잘 보여주고 있다. 2009년 시작된 광군제 첫해 매출은 5000만 위안에 불과했지만 2015년 광군제 매출은 1800배 증가한 900억 위안에 달했다.

중국 전자 상거래의 진화는 소셜 커뮤니티 전자 상거래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소셜 커뮤니티 전자 상거래는 SNS와 전자 상거래가 결합된 형태로, 카카오톡과 유사한 중국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위챗의 ‘모멘트 상품 판매’가 그 시초다. 간단히 말하면 메신저 친구들이 열람할 수 있는 메신저의 개인 홈페이지에서 물건을 파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메신저의 지인들에게 좋은 상품을 추천하기 때문에 판매 정보가 급속히 퍼지게 되고 구매도 메신저의 개인 홈페이지에서 바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 판매의 통로가 순식간에 확대되는 특성을 지닌다.

2015년 4월 기준 중국에만 1000만 명의 위챗 상인이 있고 소셜 커뮤니티 전자 상거래는 2014년 기준 960억 위안(약 17조3000억원)의 시장 규모를 형성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뉴 스타일'에 눈뜬 중국 소비자들
소매시장 규모 4조3000억 달러(2014년 기준)로 미국의 81%에 달하며 성장성도 높은 초대형 단일 시장에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을 기업은 없을 것이다. 또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이나 중국 본토 소비자 공략은 국내 경제의 활성화 측면도 이미 중요한 변수가 됐다.

최근 중국 소비자 진화는 기업들의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저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고심하는 대신 이제는 중국 소비자 스스로 입소문을 내고 추천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속성을 발견하고 관련 정보를 중국 소비를 주도하는 세대의 입맛에 최적화해 확산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허지성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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