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리더의 용인술을 망치는 5가지 오류
{‘사람 보는 눈’은 경영의 최우선 덕목…편견 벗어나기 쉽지 않아}

[조범상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조직에서 리더가 되고 경영진에 오를수록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해야 하는 순간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신입 사원 채용이나 연말 인사고과뿐만 아니라 승진자를 결정할 때 그리고 미래 조직을 이끌어 갈 리더를 선발할 때 등 비즈니스의 많은 과정과 상황 속에서 적합한 사람을 찾는 일이 잦기 때문에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면 과연 우리의 사람 보는 눈은 얼마나 정확할까. 어떻게 하면 좀 더 정확하게 사람을 파악할 수 있을까.

‘사람 보는 눈’은 타고나는 것도 있겠지만 경험과 지식이 쌓이면서 더 정교해진다. 물론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람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인지 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와 관련된 많은 지식서가 있지만 일문일답처럼 정확하게 정답을 제시하는 서적은 없는 듯하다.

어찌 보면 정확하게 파악하는 방법을 아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람을 잘못 파악해 오류를 범하는 일을 피하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여러 가지 오류를 범한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 동일한 현상이나 정보를 보더라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거나 느낄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이것이 사람을 파악할 때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처음’이 갖는 강력한 파워

사람을 파악할 때 우리 머릿속에서는 여러 가지 복잡한 과정들이 발생하고 몇 가지 정보가 상대의 이미지를 결정하기도 한다. 그중 첫째는 ‘처음’이라는 정보다.

유독 첫 만남, 첫 시험, 첫 출근 등 원조를 고집하는 음식점들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닭갈비로 유명한 춘천의 한 음식점 골목에 가면 ‘원조’라는 간판을 단 음식점들이 유난히 많다. ‘원조’라는 것이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도 있지만 사람들은 평범한 ‘춘천 닭갈비’보다 ‘원조 춘천 닭갈비’를 더 잘 기억하고 맛도 탁월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사람과의 관계에서 ‘처음’은 사람을 평가하고 이해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첫인상은 신입 사원 면접에서도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다. 인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0%는 ‘지원자의 첫인상을 채용의 중요한 기준으로 고려한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첫인상, 처음 정보의 영향이 왜 이리 강한 것일까. 처음 알게 된 정보가 나중에 알게 된 정보보다 전반적인 인상 형성이나 평가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초두 효과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처음에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나중에 듣게 되는 정보들을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처음 접하는 정보가 전반적인 평가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사람들이 상대방에 대해 뚜렷한 인상을 형성하게 되면 그 뒤에 들어오는 정보에 주의를 잘 기울이지 않거나 그 정보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첫인상이 나쁘면 나중에 아무리 잘해도 자신의 이미지를 회복하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첫인상은 상대방에 대해 일종의 편견이나 선입견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을 판단하는 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첫인상이 그리 강렬하지 못했다면 그 반대도 가능하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오래된 일이나 사건은 쉽게 지워진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이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사람들에게 30개 정도의 단어를 1초 간격으로 들려준 후 기억해 보라고 했더니 단어의 제시 순서에 따른 회상의 비율이 U자 곡선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만약 사람의 기억 메커니즘이 단일 구조로 되어 있다면 단어의 제시 순서에 따른 회상량이 직선적으로 증가하거나 감소해야 한다. 하지만 U자 곡선의 형태로 나타내는 것은 서로 다른 기억 구조가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순서상 앞의 단어들을 많이 기억하는 것은 장기 기억 때문이고 나중의 단어들을 많이 기억하는 것은 최근 기억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심리학에서는 전자를 초두 효과, 후자를 최근 효과라고 부른다.

최근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연말 각종 시상식을 들 수 있다. 보통 가요대상·대종상·TV대상·연기자상 등에서 두각을 낸 작품이나 사람을 보면 연중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나 그 주인공이 상을 휩쓸 때가 많다. 평가하는 사람(시청자)이나 평가자들의 기억에 인상 깊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기억 속에도 사람을 평가하는 데 과거보다 최근의 사건이나 실적이 큰 영역을 차지할 때가 많다. 특히 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이나 지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최근 효과에 빠져 상대를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런 판단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메모 등을 통해 기록을 남겨두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출신의 낙인 효과

한국만큼 출신이 중요한 사회가 또 있을까. 비단 기업 조직뿐만 아니라 어느 집단에서건 ‘○○향우회’, ‘○○동창회’ 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출신을 통해 서로에게서 공통분모를 찾고 이를 지렛대로 삼아 유대 관계를 형성, 호감을 이끌어 낸다.

직장 생활에서도 출신만큼 사람들의 호감과 결속력을 이끌어 내는 것도 없는 듯하다. 예를 들어 신입 사원은 회사에 고향이나 학교 선배가 있으면 조직 적응에 유리하다. 선배들이 회사 사정에 대해 하나라도 더 설명해 주고 업무에 대해서는 멘토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출신이 같은 사람들끼리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다. 물론 ‘출신’이 조직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출신이 같은 사람들끼리 하나의 집단을 형성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배타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승진 시 밀어주기 현상도 벌어지곤 한다. ‘누구는 팀장이랑 같은 고향 출신이어서 이번에 승진됐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같은 출신’은 서로의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핵심 고리가 되지만 사람을 판단하는 것에는 아주 큰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같은 출신이기 때문에 단점도 단점으로 보이지 않고 객관적인 평가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이것이 조직 내에서 일종의 ‘파벌’로 인식되기 시작하면 조직이 붕괴되고 만다. 직장인 10명 중 6명이 ‘직장 내 파벌로 피해를 경험했다’는 설문 조사 결과는 우리 주변에 출신 중심의 파벌이 얼마나 많은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신이 누군가를 좋게 평가하고 있다면 그것이 단순히 ‘출신’ 때문만은 아닌지 그리고 그 사람과의 친밀한 관계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문제다.

결혼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콩깍지가 씌어야 결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신혼부부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상대방의 모든 점이 좋다고 말한다. 외모·성격·행동 모든 것이 만족스럽고 사랑스러워 보인다고 한다. 사회생활 속에서 사람을 판단할 때 자신도 모르게 이런 콩깍지가 씔 때도 있다.

우리 속담에 ‘한 가지를 보면 열 가지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 신입 사원을 채용할 때에도 학벌 좋고 가능하면 젊은 지원자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좋은 대학을 나왔다는 사실이 채용 담당자들에게 ‘머리가 똑똑하고 성실하기 때문에 일도 잘할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던 학생이 반드시 회사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도 대졸 신입 사원의 실무 처리 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채용 결과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신입 사원 채용 시 학력과 연령 제한을 폐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처럼 누군가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은 때 그것이 다른 모든 것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그 사람을 좋게 평가하는 것을 ‘후광효과’라고 부른다. 조직의 리더들이 부하 직원들을 평가할 때 후광효과에 자주 노출되곤 한다.

이것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평가 항목별 점수들을 통해 알 수 있다. 박 대리의 평가 항목별 점수가 대체로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면 리더가 후광 효과에 빠졌을 확률이 높은 것이다. 예를 들어 성실성·추진력·팀워크, 논리적 사고력, 열정 등 모든 면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이가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미운털 박히면 극복 어려운 이유

좋게 생각했던 사람이 어떤 사건이나 실수를 계기로 마음에서 멀어질 때가 있다. 혹자는 믿었던 사람에게서 배신감을 느꼈다며 관계를 끊기도 한다.

종종 부정적인 정보가 긍정적인 정보보다 인상 형성에 더 강력하게 작용할 때도 있다. 한 예로, 대통령 당선이 유력했던 후보가 상대 진영의 흠집 내기에 낙마하는 사례가 있다. 선거에서 네거티브 전략이 유용하게 사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심리학자 리처드 라우 럿거스대 교수가 20여 년 동안 미국에서 행해진 각종 대통령 선거와 의원 선거를 분석한 결과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는 악성 정보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공약이나 공적들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 사람에 대한 악성 정보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잘 기억하기 때문이다. 특히 후보자의 평소 평판이나 이미지가 좋다면 악성 정보의 위력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흰 화선지에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주변으로 색이 물들면서 흰색보다 눈에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사람에 대한 평가도 이와 유사한 현상을 보일 때가 많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단점이나 실수로 사람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것을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 쪽에서 보면 야속하게도 사람들은 왜 이런 실수를 더 잘 기억하는 걸까. 열 가지 잘한 일이 소용없고 그동안 쌓아 왔던 공든 탑도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다. 그래서 가까운 사이일수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용인술(用人術)’은 조직의 리더가 갖춰야 할 중요한 역량 중 하나로 지적되곤 한다. 용인술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사람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답은 없지만 사람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범할 수 있는 오류들만 알고 있더라도 실패할 확률을 조금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잘못 써 발생할 수 있는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조직의 리더가 사람 보는 안목을 높일 필요가 있다.
[경영전략] 리더의 용인술을 망치는 5가지 오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