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커리어 업그레이드]
{현재에 충실해야 미래가 있다…‘도전의 발판’은 바로 지금의 일}
맙소사, 30대에 아직도 진로 고민이라니
(일러스터) 아직도 방황하고 있는 나, 30대. /김호식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20대가 지나면 진로 고민이 끝날 줄 알았는데, 서른이 훨씬 넘은 지금도 여전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원하는 직업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를 설레게 하는 직업, 평생 해도 지루하지 않을 일을 찾고 있습니다. 친구들이 그런 직업은 세상에 없다고 핀잔을 주지만 저는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0대 중반이지만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한심한 백조입니다. 직장 상사의 잔소리가 듣기 싫고 마음이 맞지 않는 동료와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 벌써 세 번이나 직장을 옮겼습니다. 직장 생활이 맞지 않는 것 같아 창업하려고 결심했지만 자본도 아이디어도 없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4년이 훅 지나가 버렸습니다.”

“이직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곳으로 옮긴 지 1년이 채 안 됐지만 이번에도 저와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가 벌써 셋째 직장이라 이직이 부담스럽습니다. 20대와 달리 30대는 잘못된 길을 선택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신중하게 결정하려고 하다 보니 선택이 어렵습니다.”

최근 내가 만났던 세 사람은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다. 어쩌면 20대 시절보다 더 깊은 고민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이들은 하나같이 대학을 졸업하면, 또 불안정한 20대가 지나면 좋은 직장에 정착해 큰 고민 없이 회사 생활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희망 사항’이었고 고민은 사라지지 않았다.

◆20대 때보다 더 초조한 30대들

이들처럼 진로를 고민하는 30대들이 의외로 많다. 일반적으로 20대가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진로를 모색하는 시기라면 30대는 진로 설계를 마치고 시공에 들어가야 할 때다. 고민을 끝내고 방향을 정해 빠르게 나아가야 할 시기다.

그런데도 30대의 상당수가 진로 고민을 끝내지 못한 채 여전히 커리어 설계도를 그리는 단계에 멈춰 있다.

이들은 한 직장에 장기근속하겠다고 결심했으면서도 조금 더 마음에 드는 직장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새 길을 모색하기 위해 자격증이나 석·박사학위 과정을 기웃거리고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곁눈질하기도 한다.

이번만큼은 끝까지 가보겠다는 굳은 결심은 봄눈 녹듯 슬그머니 녹아버리고 매순간 흔들린다. “사회 초년생도 아닌 30대 중반을 일부러 뽑아 놓았는데 여전히 진로를 고민하면서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는 중소기업 사장의 하소연이 실감난다.

직장인이라면 더 좋은 직장에 대한 꿈을 갖고 있는 게 당연하다. 나이가 들면 진로 고민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다. 20대와 달리 30대는 선택의 폭이 훨씬 좁고 선택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초조해진다.

‘얼마나 더 겪어 봐야 할까. 이러다 아예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조금이라도 젊을 때 옮겨야 하는데. 그런데 이직한 곳이 여기보다 별로면 어떻게 하지. 여기도 나쁜 것만은 아닌데. 이 직장을 구하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지금까지 쏟아부은 노력과 시간이 얼만데. 그나마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잘못하다 공중에 붕 뜨는 것은 아닐까.’

고민은 끝이 없다. 문제는 이렇게 길어지는 고민이 업무 의욕을 떨어뜨리고 성과 부진을 낳는다는 것이다. 징검다리라고 생각하는 직장에서 일에 몰두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렵다. 이직할 곳을 찾느라 정신이 없는데 일이 손에 잡힐 리 만무하다.

업무에 매진하지도, 회사에 마음을 붙이지도 못하니 주변의 시선 역시 곱지 않다. 이렇게 나빠진 평가는 결국 자신의 발목을 잡아 현재 직장에서 자리를 잡는 것도, 원하는 곳으로 옮기는 것도 어렵게 만든다. 이저리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시간만 허비하다 능력도 없고 성과도 못 내고 그러면서도 나이는 많은 한심한 직장인으로 전락하게 된다.

우리 주변에 이렇게 자신이 유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남들 눈에 무능해 보이는 직장인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은 학력이나 업무 능력이 보통 사람에 뒤지지 않는데도 일에 매진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하겠다는 소극적 태도 때문에 성실하지 못하다는 인상마저 준다.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사람처럼 행동해 상사나 동료들도 마음을 열지 않는다. 당연히 이들의 업무 성과가 만족스러울 리 없고 직장 안에서 좋은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도 낮다.

30대의 방황은 이렇게 많은 부작용을 불러일으킨다. 자칫 방황이 길어지면 내상을 입을 수도 있다. 내상은 경쟁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정글 사회’에서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경우 어느 조직, 어느 구성원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떠날 생각 있어도 최선을 다하라

아침마다 마음을 설레게 하는 직장과 평생 지루하지 않은 업무가 과연 세상에 존재할까. 직장은 모두가 서로를 형제처럼 대하는 교회나 동아리와는 다르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이더라도 취미 생활이 아닌 이상 스트레스가 존재하며 계속하면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부여받은 목표에 도달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이렇게 직장에 대한 불만족이나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근본적으로 완벽하게 해소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문제는 직장이나 업무가 아니라 나 자신이요, 자신이 직장과 직무를 대하는 태도다.

해법 역시 이직이나 보직 변경이 아니라 직장과 일을 대하는 시각의 변화에 있다. 완벽한 만족을 주는 직장과 직무를 찾을 수 없다면 그런 현실을 인정하고 그 토대 위에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일단 현재의 직장과 직무에 충실해야 한다. 어느 곳에서나 직장의 주인은 오래 다니는 사람이다. 유능한 사람이 아니다. 오래 다녀 터줏대감이 된 장기근속자들이 발언권을 갖고 영향력을 행사한다. 경영진이나 임원들도 장기근속자들을 절대 외면할 수 없다. 근속연수가 길어지면 그만큼 기득권도 커지는 게 직장의 생리다.

설령 떠날 생각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능력을 인정받아 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다. 현 직장과 직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이직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걸림돌이다. 많은 기업들이 이전 직장의 성과나 직급, 직책과 함께 평판을 채용을 결정짓는 주요 지표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는 현재에서 시작된다. 현재의 직장과 직무는 미래의 직장과 직무를 결정한다. 따라서 더 나은 직장과 더 적합한 직무를 원한다면 지금 이곳에서 준비해야 한다. 지금 적당히 일하면서 미래에 더 좋은 직장과 직무를 찾겠다는 것은 헛꿈일 뿐이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학 할머니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그는 대학생들에게 50년 만에 대학을 졸업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원하는 게 있으면 결국에는 반드시 이뤄지더라. 토끼처럼 빨리 뛰어가도 정상에 갈 수 있고 거북이처럼 가도 정상에 갈 수 있더라.”

그는 “두려워하지 말고 시작하라”고 강조했다. 80세인 그는 1956년 이화여대에 입학했지만 3학년 때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결혼하면 학교를 다닐 수 없었던 당시의 학칙 때문이었다. 그의 부모는 동생들을 생각해 8남매 중 맏딸인 그를 일찍 시집보냈다.

그는 학교를 포기한 게 너무 아쉬워 밤마다 시험 보는 꿈을 꾸기도 했다. 이화여대 학칙이 바뀌어 2003년 복교가 허용되자 그는 67세의 나이에 강화도에서 신촌까지 몇 시간씩 걸리는 버스로 통학하며 남은 공부를 마쳤다.

◆‘실행력’은 30~40대에 원하는 키워드

직장이나 직무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연못에서 고기를 낚는 게 아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배 위에서 고기를 잡고 있다. 연못가의 강태공에게 시간은 문제가 안 된다. 연못 안에 있는 고기가 그저 미끼를 물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강 한가운데 선상의 어부에게 상황은 시시각각 변한다. 물고기도, 강물도, 지형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무턱대고 기다린다고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물고기 떼가 있을 만한 곳에 가서 그물을 던져야 한다.

무슨 선택을 하든 고민은 충분히 하는 게 좋다. 하지만 고민만 하고 결정을 미루면서 현재에 충실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를 해치는 행위다. ‘현재는 만족스럽지 않고 미래는 불투명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강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핑계일 뿐이다.

미래는 지금 이 자리에서 씨가 뿌려지고 싹이 튼다. 현재 직장과 직무에서 성과를 거두고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직이나 창업의 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하고 싶다면 일단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언젠가 목적지에 도달하는 꿈을 꿀 수 있다. 물론 불투명하고 불안정한 상태에서 시작하면 위험이 커진다. 상황이 분명해지고 안정될 때까지 지켜보는 게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투명하고 안정된 상황이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른다.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시작하지 않는 사람은 실패하지도 않을 테니 안정은 얻을 수 있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안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실행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참 편안한 곳이지만 반대로 좁고 선택의 기회가 없으며 모든 것이 운명에 의해 결정되는 곳이기도 하다.

실행력은 기업들이 30~40대에게 가장 원하는 키워드다. 풍부한 경험은 임원의 몫이고 무모할 정도의 도전은 젊은 사람들의 특권이다. 30대는 일정한 경험을 통해 안목이 생긴데다 야심이나 열정도 아직 살아있다. 그래서 실행하기 아주 좋은 때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머릿속에만 두지 말고 결정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 여름이 오기 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 추수는 기대할 수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