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커리어 업그레이드]
{사소한 만남도 인상을 남기고 그 인상은 메아리처럼 돌아온다}
‘평생 단 한 번처럼’ 모든 만남에 최선을 다하라
(일러스트=김호식)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한국이나 중국 못지않게 일본에도 차 문화가 발달해 있다. 일본의 차는 나라시대인 9세기 초 조선에서 전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나라에 견당사(사신)로 다녀온 승려를 통해 불교와 함께 전해졌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의 차 문화는 1191년 송나라에서 귀국한 에이사이 선사가 차나무 씨앗을 들여와 차의 재배와 보급에 힘쓰면서 귀족과 승려들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16세기 무렵 일본인들은 대부분이 차를 즐겨 마시게 됐고 차 문화는 일본의 보편적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일본인들은 차 마시는 행위를 불교의 참선과 동일시할 정도로 차 문화는 일본 특유의 정신세계와 연결돼 있다.

일본의 차 문화 가운데 잘 알려진 것 중 하나는 ‘일기일회(一期一會)’다. 일본어로 ‘이치고이치에’라고 불리는데 일본 다도(茶道)의 시조인 센노리큐의 제자 소오지가 주창한 것이다. 그는 손님에게 차를 내줄 때 일생 단 한 번밖에 없는 다회(茶會)라고 생각하고 정성을 다하라고 강조했다. 평생 단 한 번 만나는 인연이니 후회가 없도록 대하라는 것이었다.

이치고이치에 사상은 일본인들의 인간관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치고이치에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늘 함께하는 사람과의 만남도 일생에 한 번 만나는 인연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른 존재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자주 만나는 사람이라도 그 역시 변하기 때문에 내가 지금 만나는 사람은 평생 단 한 번 만나는 인연이다. 그러니 어찌 정성을 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설득은 짧은 순간에 이뤄진다

이치고이치에 사상을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직장인들에게 만남은 매우 중요하다. 업무 과정에서 만남은 대세를 가르기도 한다.

입사를 위한 인터뷰가 아니더라도 만남은 상대방에게 자신에 관한 어떤 인상을 남기게 된다. 상대방은 그 인상을 토대로 자신과 관련된 모든 직간접적 현안을 결정한다. 한 번 만들어진 인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아 두고두고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신중한 사람들은 인생에서 중요한 인물을 만날 때 상대방에게 어떤 인상을 남길지 미리 염두에 둔다. 특히 미래를 도모하려는 30대 젊은이들은 상대방에게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인상을 남길지, 신중하고 배려 깊은 느낌을 줄지, 세련되고 자신 있는 이미지를 남길지, 소탈하고 겸손한 인상을 남길지 사전에 면밀하게 준비한다.

설령 만나려는 사람이 중요한 인물이 아니더라도 일본인들이 차를 대접하는 심정으로 정성을 다한다. 그가 자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평생 단 한 번의 만남’이라는 책을 쓴 임한기 씨는 대단한 보험 판매원이다. 그는 동부생명 FP로 활동하면서 8년 연속 판매왕을 수상했다. 그의 보험 판매 비결은 단순했다. 모든 만남을 평생 단 한 번의 만남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는 9년간 8만 명의 고객을 만났는데, 고객과 만날 때마다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 안에 상대가 거절하지 않도록 설득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는 오랜 고민 끝에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됐다.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그 한순간은 여러 번 만난다고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를 단계적으로 설득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저는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이런 원칙을 갖고 사람을 만나고 있다.

“누구를 만나든 간에 다음 기회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조건 그날 그 자리에서 해결을 본다는 자세로 일합니다. 단 한 번의 만남이고, 그것도 짧은 순간에 불과하지만 만날 때마다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합니다. 다음번에는 잘될 거야, 다음엔 더 잘해야지, 다음에는 뭔가 다르겠지 생각하는 순간 기회는 이미 지나갑니다. 다음번은 없습니다. 모든 만남은 단 한 번의 만남이니까요.”

그는 어떤 만남도 평생 단 한 번의 만남이라고 생각한다면 만남을 대하는 태도와 각오가 달라져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맞는 얘기다. 우리는 업무 때문에 혹은 업무와 관계없이 하루에도 여러 명을 만난다. 하지만 이들과 만나면서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는 경우는 드물다. 자신이 직면해 있는 현안 또는 관심사와 관련된 매우 중요한 사람이거나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올라 있는 사람이 아니면 편하게 대한다.

이번이 아니면 다음에 정식으로 만나 이야기하면 되고 오늘은 제대로 못하면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바쁘고 피곤해서, 나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이어서, 준비가 덜 돼 있어서, 다음에 기회가 또 있기 때문에’ 같은 수많은 이유를 들어 만남을 소홀히 한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대하듯 별생각 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그렇게 이뤄진 만남이 자신의 앞날에 재를 뿌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의도하지 않았고 더구나 짧은 시간이었을지라도 만남에서 성의 없는 태도는 상대방에게 부정적 인상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다음에 본 만남이 이뤄지더라도 이미 선입견을 갖고 있는 상대방은 내게 호의적이지 않게 된다. 아무리 진심을 갖고 노력해도 상대방은 마음의 문을 닫아 걸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해도 쇠귀에 경 읽기다.

우리는 첫인상이 어떤 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얘길 많이 듣는다.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30문제 중 똑같이 15문제를 맞혔더라도 피실험자들은 앞 15문제를 맞힌 학생이 뒤 15문제를 맞힌 학생들보다 더 똑똑할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앞의 학생들은 30문제 가운데 20문제를 맞혔고 뒤의 학생들은 12문제를 맞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도 있다. 학생들의 성적을 보고 능력을 평가하도록 했는데 그들은 첫 시험을 잘 치르고 기말시험을 잘 못 본 학생을 그 반대의 경우보다 더 좋게 평가했다. 이렇게 첫인상은 전체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첫인상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인상은 일단 형성되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같은 정보라도 먼저 제시된 것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초두효과(primacy effect)’ 때문이다.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심리적 압력이 내재해 있다.

따라서 처음에 들어온 정보를 토대로 다음 정보를 일관성 있게 해석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처음에 좋은 인상을 받았던 사람은 좋은 행동을 하는 게 일관성이 있고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사람은 나쁘게 행동해야 마음이 편한 것이다. 이 일관성의 원리는 많은 부분에서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다.

제인 오스틴이 쓴 소설 ‘오만과 편견’의 첫 제목도 ‘첫인상(first impressions)’이었다. 그는 1797년 스무 살에 소설을 완성했지만 초짜라는 선입관 때문에 출판사들로부터 출판을 거절당했다. 그러다가 다른 책을 먼저 내게 됐고 그 책 덕분에 원고와 제목을 수정 보완한 뒤 16년 만에야 ‘오만과 편견’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그는 17~18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이 책에서 결혼에 대한 여성의 오해와 편견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랑의 고통을 그렸다. 중산층 집안의 둘째 딸 엘리자베스는 상류층 가문 다아시와 첫 만남에서 그가 오만하다는 첫인상을 받고 청혼을 거절한다.

다아시는 자신의 신분에서 비롯된 오만 때문에 감정을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 또 엘리자베스는 첫인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다아시가 조금 거만하지만 현명하고 매력적인 남자라는 점을 알지 못한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첫인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헤드헌팅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직장이나 임직원을 부탁하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이들 중 지나는 길에 가볍게 들르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 옷차림과 머리 스타일은 천양지차다. 진심이 담긴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가도 가끔은 너무도 편한 차림으로 이런 얘기들을 늘어놓는 사람이 있어 속으로 흠칫 놀라기도 한다.

그 사람은 편한 만남이니 부담 없이 말하고 행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 동안 일정한 수준의 인터뷰를 한 셈이다. 그리고 그 인터뷰 결과는 오랫동안 내 머리에 남아 있게 된다.

사람들은 평생 살아가면서 10만 명을 만난다고 한다. 아마 요즈음은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것보다 몇 배 많은 사람과 전화나 e메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만나든 우리는 그들에게 인상을 남기고 그 인상은 메아리처럼 우리의 삶으로 돌아온다. 특히 직장 생활이나 비즈니스에서 의욕적으로 진로를 개척해 가는 젊은이들에게 누군가와 만나는 과정에서 자신이 남긴 흔적의 영향은 지대하다.

법정스님은 ‘산행엽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오늘은 다시없는 날이다.
오늘 지금 여기 오롯한
단 한 번의 만나는 인연이다.
어떻게 가볍게 보내겠는가.
우리들이 살아오면서 좋은 인연을
그저 스치고 지나쳐 버렸는지 모른다.
좋은 스승, 좋은 친구, 좋은 친지, 좋은 이웃.
기회란 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번 지나면 다시 만나기 어렵다.
진정한 만남은 새 삶의 동행이다.
단 한 번의 만남처럼
서로를 진실하게 대하고 공경하자.

많은 젊은이들이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인맥을 탄탄히 하겠다며 이 사람 저 사람을 찾아다닌다. 이 모임에 가입하고 저 단체에 회원으로 등록한다. 그래서 자신은 발이 넓고 폭넓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좋은 인상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인상은 많든 적든 자신이 만나는 사람 한 명 한 명을 통해 만들어진다.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친목 모임의 회원, 일상적으로 만나는 직장 동료,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남긴 인상이 모여 자신의 이미지가 결정된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을 성심성의껏 대해야 한다. 단 한 번의 인연처럼 소중하게 생각하고 정성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