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POLITICS]
국책은행 임원 자격 요건 강화에 나선 박용진 더민주당 의원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앞으로 전문성이 결여된 국책은행 임원은 자리를 내놓거나 애당초 금융권에 발조차 들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최근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뤄진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면서 ‘낙하산 인사 방지법’이 국회에서 발의됐기 때문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3일 국책은행 임원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한국산업은행법·한국수출입은행법·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금융회사 임원의 자격 요건은 현행법에서 결격 사유만 정하고 있다. 관련 업무 경력과 전문성 등의 자격 요건이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아 사실상 ‘낙하산 인사’를 법으로 막을 도리가 없었다.

각각의 개정안은 국책은행 임원으로서의 자격 요건을 상세하게 규정했다.

박 의원이 제시한 자격 요건은 외국계 금융회사를 포함한 검사 대상 기관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사람, 금융 관련 분야 교수 또는 연구원으로 5년 이상 일한 사람, 금융 관련 업무를 5년 이상 수행한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금융 관련 공공 기관에서 7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 후 3년 이상 지난 사람 등이다.
[이코노폴리틱스] “더 이상의 국책은행 낙하산은 없다?”
◆박 의원 “제도적 장치 도입 시급”

이번 개정안 제안 이유에 대해 박 의원은 “관치금융과 그로 인한 일명 ‘낙하산 인사’의 병폐가 지적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금융회사 재직 경력 등의 요건을 규정함으로써 부적격자가 금융회사 임원이 되는 것을 제도적으로 방지해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박 의원은 이보다 앞선 지난 7월 18일 ‘금융회사의 지배 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대동소이한 내용을 담은 이 개정안에는 국책은행법 개정안보다 짧은 2년 이상 검사 대상 기관 근무 경력을 임원의 자격으로 명시했다.

그동안 국책은행을 비롯한 정부 산하 기관의 낙하산 인사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과거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다. 일례로 지난 19대 국회에선 공공 기관의 인사 시스템을 뜯어고치기 위해 ‘공공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안’ 등이 발의됐지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채 전부 자동 폐기됐다.

박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과거 ‘낙하산 인사 방지’ 법안이 자격 요건보다 결격 사유에 보다 중점을 뒀지만 이번 법안은 임원의 자격 요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며 “낙하산 인사로 인해 수조원에 이르는 국가적 손실이 발생하는 등 과거와 달리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감이 커져 이번 국회에선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까 싶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일각에선 전문성의 범위를 학계·법조계·금융계 등으로 지나치게 제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민주당, 새누리당의 협조 촉구

해당 법안이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려면 여당인 새누리당의 적극적인 동의가 필요하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7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 대책 회의에 참석해 새누리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변 정책위의장은 이날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선거에서 패배한 사람들이 공기업과 공공 기관의 임원으로 투입되고 있다고 한다”며 “더 이상의 낙하산 인사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법안의 통과 가능 여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변 정책위의장은 “해당 법안이 처리되기 어려운 이유는 정권을 잡으면 챙겨줄 사람이 많다 보니 그렇다”면서 “지난 국회에서 정권이 바뀔 것으로 판단한 새누리당의 협조로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됐던 것처럼 이번에도 협조하지 않겠느냐”며 반문했다.

새누리당은 ‘낙하산 인사 방지’ 법안에 대해 특별한 방침을 밝히지 않은 채 말을 아꼈다. 김현아 새누리당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진행중인 법안이어서 당 차원에서 밝힐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현행법상 국책은행의 임원은 은행장 제청으로 금융위원장과 기획재정부 장관이 각각 임명하며 KDB산업은행장과 IBK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한국수출입은행장은 기획재정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이코노폴리틱스] “더 이상의 국책은행 낙하산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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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DB산업은행(맨 위)·한국수출입은행(가운데)·IBK기업은행(아래). /연합뉴스

henr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