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SNS 공유에 민감한 세대…색다른 소비 경험·자신만의 스토리에 열광

줄은 서 본 사람만 안다, '경험'의 짜릿함을
2014년 6월 어느 날. 햄버거 체인점인 맥도날드 매장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어린이용 햄버거 세트인 ‘해피밀’을 구매하면 사은품으로 지급하는 닌텐도의 대표 게임 캐릭터 ‘슈퍼마리오’ 장난감 때문이다.

10종류인 전체 세트를 한 번에 구매하는 사람, 햄버거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장난감만 받는 사람, 슈퍼마리오 코스프레를 하고 매장을 방문한 사람을 찍은 사진과 동영상, 블로그 포스팅 등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화젯거리가 됐고 매장별 실시간 재고 상황이 트위터를 통해 공유되기도 했다.

심지어 공중파 뉴스에도 나왔다. 순식간에 퍼진 소문은 슈퍼마리오에 관심 없던 사람들조차 이러한 ‘현상’에 ‘동참’하도록 만들었고 결국 슈퍼마리오 사은품 증정 행사는 재고 소진으로 순식간에 종료되고 말았다.

원래 부모와 함께 매장을 방문하는 어린이들을 타깃으로 한 장난감 사은품이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이유는 무엇일까.

맥도날드에 폭도들이 난입한 줄 알 정도로 기현상이었다고 하니 슈퍼마리오에 대한 향수를 가진 일부 1980년대생 키덜트들의 집단적 행동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일까.

◆허니버터칩과 바나나맛 초코파이의 공통점은

최근에 ‘맥도날드 슈퍼마리오 해피밀 세트’와 같이 폭발적인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리는 사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포켓몬 고’ 현상, 최근 국내 1호 매장 오픈 후 평균적으로 1~2시간을 대기해야 맛볼 수 있다는 쉑쉑버거, 수요 초과로 오랜 기간 동안 품절 현상이 지속됐던 허니버터칩과 바나나맛 초코파이까지.

물론 인기 제품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은 과거부터 존재해 왔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과거보다 빈번히 발생하고 있고 현상 발생의 규모와 파급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 등은 주목할 만하다.

‘연결돼 있는 소비자’라는 개념은 위와 같은 현상에 대한 훌륭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각종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모바일 기기 덕분에 과거에 비해 소비 행위와 관련된 더 많은 정보에 노출되고 있다.

단순한 제품 정보가 아니다. 제품 사용에 대한 후기, 구매 활동에 대한 자랑, 제품 사용 과정에서 발생한 경험과 스토리, 제품의 감동 포인트 등 다른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 과정과 구매 후 체험에 대한 엄청난 양의 구체적 정보들이 지인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 회자되고 있다.

특정 제품 등의 유행 여부를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신속하게 알 수 있으므로 유행의 파급력이 커질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면 초연결 시대의 특성은 단지 유행의 확산 속도에만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지인 기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소비자들은 일종의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있는데, 인간이 구성한 커뮤니티에서는 당연히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소비 행위, 특히 과시 등으로 불리는 사회적 소비 행위는 자신의 차별화를 위한 훌륭한 수단이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사회적 소비 행위는 따라서 시대를 막론하고 이뤄져 왔다.

희소성은 사회적 소비 행위의 핵심 변수 중 하나다. 어떤 브랜드의 옷과 자동차를 구매할 것인지와 관련된 의사 결정에는 ‘이 제품들이 내게 어떠한 편익을 제공하는가’만큼이나 ‘이러한 제품을 사용하는 내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쳐질 것인가’에 대한 고려가 수반된다.
제조업체들은 자신이 만드는 제품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편익과 함께 자사의 브랜드를 소비자가 사용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제공하기 위해 애써 왔다.

많은 소비자들이 지향하는 의미나 가치를 대표하는 브랜드는 그렇지 않은 브랜드들에 비해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가능했고 이 과정에서 특정 이상의 부를 갖춘 소비자들만 구매할 수 있도록 엄청난 가격을 매기는 방식으로 수요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하는 ‘의도적 희소성’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는 있지만 소수의 사람만 구매할 수 있는 럭셔리 제품은 상류 계층의 징표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이러한 브랜드의 제품은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지만 누군가에겐 ‘축제’

이러한 희소성의 개념은 오늘날과 같은 초연결 사회에서 어떻게 변용되고 있을까.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정보의 실시간 확산이 가능하며 소비자 스스로가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초연결 사회의 특성은 소비자들의 희소성에 대한 정의를 바꿔 놓고 있다.

제품 사용 후기 등을 통해 소비자가 마음만 먹으면 제품 관련 정보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전통적인 브랜드의 어필 포인트가 위협을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제품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브랜드의 신화가 벗겨지는 순간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보유한 소비자들은 센스가 부족하다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제품 및 서비스로 사회적 소비의 영역을 옮기고 있다.

그러면 경험이 사회적 소비의 대상으로 부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경험은 개인별 사전 지식 및 취향 등에 따라 같은 경험을 놓고도 사람들이 느끼는 효용의 크기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제품 구매 활동보다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슈퍼마리오 장난감을 구매하기 위해 맥도날드 앞에 줄을 서는 어른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선입견은 ‘뭔가 이해할 수 없다’일 것이다.

그러나 슈퍼마리오 게임 등에 대한 사전 경험을 바탕으로 강력한 선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장난감 세트를 구입하기 위해 1시간 이상을 기다리고 원하는 세트를 찾아 여러 매장들을 정처 없이 헤매는 경험 자체가 SNS 등을 통해 커뮤니티 내의 지인들에게 공유할 만한 즐거운 축제와도 같고 이러한 경험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는 현상은 자신이 취향의 선도자가 된 듯한 뿌듯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또한 경험은 물리적인 제품 구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한한 자원인 ‘시간’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희소성을 담보할 수 있다. 무엇인가를 경험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야 하는 과정 자체는 대부분이 돈을 많이 내더라도 압축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인 제약에 노출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쉑쉑버거를 소비하는 행위는 국내 1개밖에 없는 매장 앞에서 때때로 2시간 이상씩 줄을 서야 하는 ‘경험’을 수반한다.

쉑쉑버거에 대한 정보를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그러한 이야기는 이미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알 수 있고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이야기일 뿐이다. 매장에서 두 시간 이상을 기다려 제품을 구매해 소비했다는 개인적인 맥락이 이야기에 희소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험은 콘텐츠화가 쉽다. 물론 제품을 구매하는 데도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소비자 스스로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반면 경험은 그 자체가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개개인이 차별적인 미디어가 돼야 관심을 얻을 수 있고 관심을 받아야 사회적인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누구나 차별화된 콘텐츠를 원한다.

영국의 화장품 브랜드인 러쉬의 대표적 미끼 제품은 ‘샤워밤’이라는 입욕제다. 뜨거운 물을 채운 욕조에 넣으면 입욕제가 녹으면서 화려한 색깔의 거품과 금박·은박의 별모양 종이 등이 장관을 이룬다. 이 과정을 사진이나 동영상에 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콘텐츠가 된다. 실제로 유튜브에는 관련 영상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차별화된 경험’만이 미래 기업의 살길

요약하면, 커뮤니티 구성원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단순 제품 구매에 비해 높고 많은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시간과 공간에 기반 한 희소성을 바탕으로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으며 사진·동영상 등 커뮤니티 구성원들에게 공유할 만한 콘텐츠 생산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차별화된 경험’은 사회적 소비의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인 소비의 양상은 단순 재화의 구매에서 희소한 경험, 즉 스토리를 구매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초연결 시대에 사회적인 자신의 모습을 콘텐츠를 통해 지인들에게 제시해야 하는 개인 미디어의 시대가 됐고 미디어와 스토리는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자기 자신의 스토리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재미있는 스토리를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사회적 자산이 돼 가고 있다.

경험에 대한 소비, 진정성에 대한 갈구는 모두 이러한 개인의 미디어화에서 촉발된 현상이다. 그리고 자신의 미디어 ‘방송 분량’을 채우기 위해 소비자들은 차별화된 경험을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나는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기업들이 염두에 둬야 할 질문이 되고 있다.
줄은 서 본 사람만 안다, '경험'의 짜릿함을
허지성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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