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커리어 업그레이드]
연봉보다 직급이 우선…옷차림·말투에서 ‘공백 냄새’ 지우자
절망은 이르다, ‘경단녀’를 위한 4가지 조언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30대 중·후반은 각자의 사정으로 직장을 떠났던 사람들이 복귀를 꿈꾸는 시기다. 하지만 직장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경력 공백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이상 경력에 공백이 생긴 사람들의 업무 역량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다. 또 조직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따라서 경력 공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원하는 직장을 얻으려면 이러한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특히 출산과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이른바 ‘경력 단절 여성’들은 업무 집중에 대한 기업의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

기업들은 경력 단절 여성들 가운데 상당수가 입사 이후에도 여전히 가사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는 것을 수없이 봐 왔기 때문이다.

◆곧바로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진입하라

경력 공백을 딛고 직장 생활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첫째, 복귀할 때 곧바로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진입해야 한다. 직항로를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처럼 원하는 분야의 직무로 복귀하려면 어떻게 해서든 그 분야에 발을 들여놓아야 한다.

분야를 고려하지 않고 일단 입사한 뒤 원하는 분야로 단계적으로 옮겨 가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재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것저것 가리기보다 어떡하든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경력 공백이 있는 사람들이 직장을 자주 옮기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이론적으로 가능할 수 있어도 현실적으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일단 한 분야에 발을 들이면 그 분야가 앞으로 커리어를 규정하는 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처음부터 원하는 분야로 진입해야 하며 가급적 목표로 삼은 기업에 들어가야 한다. 그곳에서 직장 생활을 마칠 것이라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물론 원하는 분야, 그것도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려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입사하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나머지는 입사한 뒤 노력해서 얻겠다고 생각해야 한다. 연봉·직급·직책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감수해야 한다. 이렇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나머지는 과감하게 포기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철저히 따를 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혹시라도 연봉·직급·직책 가운데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직급과 직책을 우선하는 게 좋다. 장기적으로 연봉은 직급과 직책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직책 역시 직급의 영향 아래 있다. 따라서 직급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고 그다음 직책에 관심을 갖는 게 맞다.

가끔씩 연봉에 더 관심을 쏟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연봉 수준이 마음에 들어도 직급과 직책에서 발전 가능성이 부족하면 직장 생활을 만족스럽게 지속하기 어렵다.

◆‘적당히 한다’는 생각을 버려라

둘째로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적당히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경력 공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채용 담당자들의 시선은 온통 의심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때문에 면접관들은 가사와 육아에 얽매이지 않고 업무에 전력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집요한 질문 공세를 펼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지원자들이 무너진다. 면접관들의 의구심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무심코 답변하는 과정에서 속마음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지원자들 중 어떤 사람은 입사 지원 과정에서 “퇴근은 몇 시에 하나”, “야근은 얼마나 잦은가”, “휴가는 자유롭게 쓸 수 있나”, “휴일에도 근무해야 하나”, “지방이나 해외 출장이 잦은가” 등을 물어본다. 일과 삶의 균형을 따져보는 것이다.

지원자들이 궁금할 법한 내용들이니 물어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듣는 채용 담당자는 ‘이 사람이 업무에 큰 관심 없이 적당히 직장 생활을 하려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직무에 대한 질문은 거의 없고 보상이나 근무 강도, 복리후생에만 신경을 쓰는 모습은 채용 담당자를 걱정하게 만든다.

기업은 입사 전형 과정에서 철저하게 ‘이 사람이 입사해 회사의 성과에 얼마나 기여할까’를 따진다. 회사가 원하는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투입에 걸맞은 결과를 도출할 것인지를 계산한다.

후보자들이 아무리 자신의 유능함을 설명해도 그 유능함이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거나 결과물이 투입비를 밑돌 것이라는 평가가 내려지면 면접관은 미련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경력 공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기업의 기대를 충족하는 결과를 내려면 상당 기간 동안 업무에 몰입해야 하고 남들보다 많이 노력해야 한다. 면접관들은 후보자로부터 이 점을 확인하려고 한다.

만약 적당히 직장 생활을 할 것 같다는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아무리 학력과 경력이 좋아도 뽑지 않는다. 오랜 기간 경력 공백 상태로 있던 사람들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거나 제한적으로 일하면서 이기적으로 처신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원자들은 자신이 준비돼 있고 일하려는 의욕이 충만하며 남들보다 훨씬 더 노력할 것이라는 점을 면접관이 느끼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경력 공백이 오래 지속되면 아무래도 공백의 잔재가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가끔 인터뷰 때 옷차림이나 말투에서 자영업자나 주부의 인상을 강하게 풍기는 사람들이 있다. 면접관들은 이들이 일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경력을 이으려고 나서기 전에 먼저 스타일을 관리하고 사람들과의 교류를 강화해 오랜 공백의 냄새를 지워야 한다.

◆나이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을 보여줘라

셋째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역할과 책임의 눈높이를 자신의 나이에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경력 공백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나이에 맞는 대접만 기대할 게 아니라 나이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을 보여줘야 한다.

이들은 직장 복귀에 성공하더라도 공백 기간 때문에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동료들보다 직급이 낮을 수밖에 없다. 또 같은 나이의 동료에 비해 업무 경험이 적으니 권한과 책임도 상대적으로 적다. 그런데 이 같은 직급과 직책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우선 그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이가 많다. 눈높이가 같은 나이의 동료 수준에 맞춰 있기 때문에 역할과 권한이 작고 조직 내 위상이 낮은 것을 불만스러워하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동료들에게 불편한 상황을 조성하기도 한다. 특히 같은 나이의 동료가 자신의 상사로 있게 되면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맡은 역할이나 책임에 비해 권한이나 위상에 대한 기대치가 더 높기 때문이다.

일부 인사들은 “마음을 비웠기 때문에 나이 어린 상사와 일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마음을 비웠다”는 말은 “적당히 일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음을 비웠기 때문에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지만 일 욕심을 내지 않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게다가 자신만 그런 자세로 일한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은 나이 어린 상사와 일하는 데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상사는 나이 많은 부하 직원과 일하는 것을 불편해하기 때문이다. 상사들은 같은 조건이라면 한 살이라도 어린 부하 직원을 선호한다.

결국 해법은 하나일 수밖에 없다. 자기 나이에 맞는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앞에서 연봉보다 직급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나이에 맞는 직급과 직책을 맡는 것은 안정적인 직장 생활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50대인데도 아직 과장이라면 그의 직장 생활이 과연 순탄할 수 있을까.

◆가족들의 이해를 구하라

마지막으로 직장에 복귀하기 전에 가족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앞서 말한 대로 경력 공백을 딛고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려면 자신의 나이에 적합한 직급과 직책을 맡아야 한다.

그런데 업무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나이에 맞는 직급과 직책이 쉽게 주어질 리 만무하다. 설령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성공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최대한 일찍이 자신의 나이에 맞는 직급과 직책을 맡을 만큼 업무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투입해 경력 공백에 따른 업무 능력 격차를 따라잡는 수밖에 없다. 직장에 복귀해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람들이 복귀 초반에 자기 시간의 대부분을 업무에 쏟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생활은 가정을 소홀히 하게 만든다. 따라서 가족들의 동의와 지원이 없으면 이 과정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수많은 난관을 넘어 직장에 복귀한 경력 단절 여성들의 상당수가 안착에 실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웬만큼 하면 직장 생활을 잘해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투입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양쪽의 압력을 견디지 못한 채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는 여성들을 만난다. 대부분이 가족의 이해와 동의 없이 업무에 주력하다가 가족들의 반발에 부닥친 사람들이다.

이들은 업무 투입을 줄이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이 때문에 업무 투입량을 줄이지 못한 채 패배감과 아쉬움에 휩싸여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만약 이들이 가족의 지원을 받았다면 안착에 성공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켜보는 동료 직원들은 안타까워하지만 성과를 생각하면 무턱대고 잡을 수도 없다.

경력 공백을 딛고 직장 복귀를 원한다면 기업 경영자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매력적인 존재가 돼야 한다. 재취업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은 자신을 상품으로 시장에 내놓는다는 뜻이다.

구매자인 기업이 자신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 복귀는 어려워진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매력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중요한 것은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기업이 원하는 것은 성과라는 사실이다. 성과 창출 능력이야말로 기업이 원하는 최고의 매력이다.

따라서 매력도를 높이는 길은 기업의 임직원들에게 자신이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라는 확신을 심어 주는 것이다. 이것은 미사여구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오로지 많은 노력과 준비만이 풀 수 있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