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커리어 업그레이드]
자신의 ‘장점’ 제대로 파악해야 성공할 수 있어
당신은 ‘스타’입니까, ‘가디언’입니까
(사진) 영화 ‘위아영’의 한 장면.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사람들은 끊임없이 다른 삶을 동경한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궁금증과 온전히 누리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은 늘 머릿속을 맴돈다. 이런 감정들은 미련으로 억눌려 있다가 어느 순간 계기가 주어지면 폭발해 순식간에 삶을 바꿔 놓기도 한다.

2015년 개봉됐던 영화 ‘위아영(While we’re young)’은 다른 삶을 부러워하는 40대 중반 중년 부부의 얘기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40대 부부는 권태로운 평안을 누리던 중 20대 중반의 젊은 부부를 만난다. 이들은 순식간에 20대 부부의 활력에 감염된다.

젊은 시절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고 그때의 꿈과 열정을 현실에 불러들인다. 20대 부부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행동 방식은 이들을 강하게 자극한다. 이들은 젊은 부부를 따라 페도라 모자를 쓰고 힙합을 배우면서 잊고 살았던 20대 시절을 재현하며 환희를 느낀다.

하지만 40대 부부의 ‘20대로 살기’는 거기까지가 전부였다. 이들은 20대 부부의 가치관이 자신들과 너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20대 부부처럼 사는 것이 불가능하고 행복하지도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들은 신체의 한계도 느꼈지만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공격수와 수비수는 가진 재능이 다르다

다른 스타일에 대한 동경은 직장인들에게서도 자주 목격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20대 후반에 직장 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은 대개 30대 초반이면 자기 분야에서 일정한 성과를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특히 일부 직장인들은 탁월한 결과를 만들면서 앞서 가기 시작하는데 이렇게 앞선 사람들을 보면 초조해진다. ‘나는 그동안 뭐했나’ 고민하게 되고 ‘나는 재능이 부족한 모양’이라고 우울해 하면서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게 된다. 급기야 자신의 발전이 더딘 것은 선택을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뒤늦었지만 다른 스타일로 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이런 결심이 실행에 옮겨져 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사람은 다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이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각 스타일마다 성과를 내는 시기와 결과물이 다르다. 어떤 결과물이 더 좋다고 말할 수도 없다. 각각이 조직에 기여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축구 경기를 보면 선수가 경기에 기여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공격수만 잘한다고 승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수비수가 역할을 하지 못하면 경기에서 지고 만다.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다. 조직 구성원 모두가 자기 역할을 해야 원하는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제임스 배런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조직 구성원들이 하는 일을 ‘스타 업무(Star job)’와 ‘가디언 업무(Guardian job)’로 나눴다.

스타 업무는 성과가 좋지 않아도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성과가 좋으면 회사 전체가 큰 영향을 받는다.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하고 신규 사업을 기획해 마케팅과 영업으로 사업을 키우는 것들이 대표적인 스타 업무다.

가디언 업무는 이와 반대다. 성과가 좋아도 영향이 적지만 성과가 나쁘면 조직이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회계나 보안, 품질 검사나 시스템 관리처럼 사업과 조직을 유지하고 지원하는 업무들이 여기에 속한다.

사람들은 대체로 스타 업무를 맡고 싶어 한다. 스타 업무가 조직의 성장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스타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스타 업무 담당자들은 경기에서 골을 넣는 스트라이커와 같은 역할을 맡는다. 따라서 이들이 성공하면 기업은 크게 발전한다. 성장하는 기업에 대개 스타 업무를 잘 수행하는 직원들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이들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단 한 번의 성공으로 여러 번의 실패를 만회한다. 유능한 경영자들은 이들이 회사의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있어 탁월한 스타 업무 담당자를 영입하려고 애를 쓴다.

이처럼 스타 업무는 늘 주목을 받기 때문에 스타 업무에 관심을 갖는 직원들이 많다. 일찍부터 업무 성과를 내는 직원들도 대개 스타 업무 담당자들이어서 다른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들의 부러움을 산다.

하지만 스타 업무만 회사에 필요한 게 아니다. 스타 업무 담당자들만 조직에서 성장하는 것도 아니다. 가디언 업무도 스타 업무 못지않게 중요하고 가디언 업무 담당자들도 시기만 다를 뿐 회사에서 성장해 핵심 위치에 오른다.

◆둘 다 잘하기란 너무도 힘든 일

물론 가디언 업무는 ‘잘해야 본전’인 것처럼 보인다. 열심히 해도 성과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일을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도 크지 않다. 또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일들이 많아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의 의미도 작다.

실수하지 않는 게 성과라는 점에서 축구 경기의 수비수와 업무 특성이 비슷하다. 가디언 업무 담당자들은 수비수들처럼 공격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대접도 소홀하다고 느낀다. 발전도 더뎌서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의 임원들 가운데 가디언 업무 출신들이 적지 않다. 아무리 혁신적인 사업 아이디어라고 하더라도 그 아이디어가 제품이나 서비스로 구현돼 시장에서 팔리려면 가디언 업무가 제대로 뒷받침돼야 한다.

기업에 스타 업무 담당자들만 모여 있으면 그 기업은 아이디어만 난무할 뿐 실행력이 취약해진다. 스타 업무가 꽃이라면 가디언 업무는 나무이기 때문에 경영자들은 가디언 업무 담당자들을 절대 소홀히 대하지 않는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기업을 지키는 사람은 가디언 업무 담당자들인 경우가 많다. 스타 업무가 기업의 성장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것이라면 가디언 업무는 기업을 유지하는 것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따라서 회사가 위기 상황에 처하면 가디언 업무 담당자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회사가 위기를 벗어날 때쯤이면 주요 자리에 가디언 업무 담당자들이 포진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스타 업무 담당자들이 가디언 업무 담당자들보다 빨리 성장하고 빨리 성과를 낸다. 이에 반해 가디언 업무 담당자들은 발전이 늦지만 업무적 수명이 길어 장기근속한다.

이처럼 스타 업무와 가디언 업무는 특성이 달라 업무 담당자의 성향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두 업무 담당자들을 따로 뽑고 평가와 보상도 다르게 한다. 물론 두 업무를 다 잘하는 직원을 뽑아 배치하려는 기업들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많은 연구와 실험을 통해 두 업무를 다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야그리바 라오 스탠퍼드대 경영대 교수는 “기업가적 기질을 지니고 리스크 테이킹에 능해야 하는 스타의 역할과 치밀하면서도 시스템적 사고가 필요한 가디언의 역할을 동시에 잘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직원들에게 둘 다 잘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직원들은 둘 다 잘하라는 압력을 받으면 대개 하나를 포기하고 만다. 어쩔 수 없이 둘 다 하면 결과는 평범한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만약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십중팔구 중요한 것보다 자기에게 더 쉽고 잘할 수 있는 것을 고른다.

스타 업무와 가디언 업무는 이렇게 한 사람이 모두 잘할 수 없기 때문에 직장인들도 자신이 어떤 직무에 맞는지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가끔 가디언 업무에 강점을 갖고 있는데 스타 업무가 돋보인다고 해서 스타 업무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지고 만다. 반대로 스타 업무 담당자의 성향을 갖고 있는데도 가디언 업무를 맡으면 답답함을 견디지 못해 뛰쳐나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스타 업무 담당자들은 정해진 대로 반복적으로 일하는 것을 답답해 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즐긴다. 이들은 혁신을 추구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또 조직으로 묶여 있기보다 혼자서 자유롭게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반대로 가디언 업무 담당자들은 정해진 대로 빈틈없이 수행하는 것에 가치를 둔다. 변화보다 안정을 선호하고 작은 실수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튀는 것을 싫어하고 시스템적으로 움직이길 원한다.

특히 스타 업무 담당자들이 과감한 리스크 테이킹을 즐긴다면 가디언 업무 담당자들은 리스크를 줄이려고 최선을 다한다.

성과에 대한 보상이나 일하는 동기도 다르다. 스타 업무 담당자들은 자율성을 중시하고 성과에 따른 파격적 보상을 원한다. 반면 가디언 업무 담당자들은 책임감을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 자신이 책임지는 업무를 완수했을 때 느끼는 보람과 긍지가 그들에게 스트레스를 이기는 에너지원이 된다.

스타 업무 담당자들과 가디언 업무 담당자들은 성장 발전의 경로도 다르다. 스타 업무 담당자들은 약점을 보완하기보다 강점을 극대화하면서 성장한다. 그들의 성과는 강점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반면 가디언 업무 담당자들은 약점을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발전한다. 가디언 업무 담당자들이 추구하는 최고의 경지는 실수가 없는 것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재능 찾아야

앞서 영화 ‘위아영’의 주인공들처럼 다른 스타일로 살기는 실패로 끝날 때가 많다. 자신이 강점을 갖고 있지 않은 분야에서 경쟁하기 때문이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거나 ‘사슴이 나무를 타는 원숭이의 재주를 부러워하면 발목이 부러진다’는 속담은 이런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람은 성향에 따라 맡아야 할 직무가 다르고 발전 경로도 달라진다. 따라서 직장 생활을 몇 년씩 했는 데도 일에서 재미를 찾지 못하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 무턱대고 다른 스타일을 곁눈질할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성향의 직무에 적합한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덧붙이고 싶은 것은 섣부르게 판단해 엉뚱한 길을 걷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직장 경험이 짧고 낮은 수준의 직무를 하고 있으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스타 업무인지, 가디언 업무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고 성과가 부진하다고 해서 자신의 업무 적성을 단정하면 안 된다. 어느 길이 옳은지는 일정한 시간 동안 다양한 업무를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