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맥킨지, 500개 기업 10년간 분석…‘적절한 리더십’이 필수 조건
'100세 인생'과 '100년 기업'의 공통점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3가지 힘 ‘결집·실행·적응’
[권상술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고 허약하지 않은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육체적·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라고 규정한다. 마음과 몸 그리고 관계가 평안해야 진정으로 건강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은 올바른 생각을 하고 심리적으로 안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즐거운 상태에 있다. 육체적으로는 튼튼하고 기운차며 면역력이 강해 외부에서 균이 침투해 들어와도 이겨낼 수 있고 사회적으로는 주변 사람들과 원만하고 긍정적 관계를 맺는다.

◆기업의 건강도 인간과 마찬가지

그렇다면 어떤 기업이 건강할까. 세계적 컨설팅 회사 맥킨지의 파트너인 켈러와 프라이스는 이 문제를 파고들었다.

그들은 전 세계 500개 이상 기업의 임직원 60만 명을 대상으로 10년 이상 심층 조사해 지속적으로 탁월한 성과를 내는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비결을 밝혀냈고 그 결과를 ‘성과를 넘어서(Beyond Performance)’라는 책에 소개했다.

이들에 따르면 건강한 조직은 다음과 같은 3가지 특성을 갖고 있다.

첫째, ‘내부적 한 방향화(internal alignment)’다. 구성원들이 의미를 느끼는 비전을 공유하고 있고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조직 문화가 구축돼 있다.

둘째, ‘수준 높은 실행(quality of execution)’이다. 구성원들이 탁월한 실행에 필요한 역량과 동기를 갖추고 있고 구성원들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셋째, ‘쇄신 능력(capacity for renewal)’이다. 외부 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해관계인들과 상호작용해 관계를 구축하고 적응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맥킨지 연구 결과와 사람의 건강에 대한 WHO의 정의를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과 비슷하게 회사도 정신적·육체적·사회적인 면에서 건강해야 한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조직은 구성원 모두가 한 방향을 바라보면서 똘똘 뭉쳐 있다.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알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구성원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전진한다. 그러려면 모든 임직원들이 회사의 비전과 전략 그리고 문화를 철저히 공유해야 한다. 이러한 조직은 결집력이 강하다.

육체적으로 건강한 회사는 다양한 과업을 담당하고 있는 하부 조직 단위들이 제대로 기능한다. 각 부서와 구성원들이 맡겨진 역할과 책임을 다함으로써 개인·집단·회사의 목표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달성해 낸다.

그렇게 하려면 개인과 집단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정하고 다양한 활동에 대해 제대로 조정, 통제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구성원 개인별 역할을 수행할 만한 역량을 갖추고 맡은 역할을 수행해 내겠다는 동기를 유발해야 한다. 이러한 상태에 있는 조직은 실행력이 강하다.

사회적으로 건강한 조직은 외부 환경의 변화를 잘 파악해 새롭게 배우고 이해관계인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으면서 변화에 효과적으로 적응한다. 이를 위해서는 외부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하는 능력과 지속적인 학습 및 혁신 능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조직은 적응력이 뛰어나다.

건강한 조직은 구성원들이 한 방향으로 똘똘 뭉치게 하는 결속력이 있고 조직의 목표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달성해 내는 실행력을 갖추고 있으며 외부 환경의 변화를 감지해 내고 대응하는 적응력이 강하다.

켈리와 프라이스는 세 가지 힘을 만들어 내는 요소들을 9가지로 제시했다. 에 제시된 9개 요소들 중에서 리더십은 공통 요소이며 각 색깔별 요소가 해당되는 힘을 만들어 낸다.

결집력은 방향성과 문화가 만들어 낸다. 실행력은 역할과 책임 명확화 및 조정과 통제 그리고 역량과 동기유발에 의해 만들어진다. 적응력은 외부 지향성 그리고 학습과 성장에 의해 결정된다.

리더십은 결집력과 실행력 및 적응력을 만들어 내는 데 공통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상황에 따라 적절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무에서는 구성원들이 어려운 도전 과제를 맡아 스스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수준 이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도록 독려하는 동시에 팀 화합, 지원, 직원들의 복지에 대한 관심 등을 통해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한다.

또한 구성원들의 역량이나 성숙도가 낮다면 위계질서를 강조하고 철저한 성과 관리를 통해 업무를 완수하도록 해야 한다.

반면, 구성원의 역량이나 성숙도가 높으면 쌍방향 의사소통과 협의 및 권한 위임을 통해 직원들이 최선의 성과를 내도록 유도해야 한다. 즉, 어느 한 가지 스타일에 고착되지 말고 상황과 맥락에 적합한 리더십을 유연하게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의 건강을 만들어 내는 세 가지 힘은 적절한 리더십 없이는 확보하기 힘들다.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3가지 힘 ‘결집·실행·적응’
(사진)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

1. 결집력 :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힘

결집력은 조직이 지향하는 방향성이 뚜렷하고 조직의 문화가 그것을 뒷받침해 줄 때 만들어진다. 조직의 방향성이 뚜렷하다는 것은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사명)와 미래상(비전)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달성하는 방법(전략)에 대해서도 구성원들이 명확히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월마트의 창업자인 샘 월튼은 ‘우리는 모든 가구의 생활비를 낮춰 주고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더 나은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사명을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매일매일 낮은 가격(EDLF : Everyday Low Price)’이라는 전략으로 전 직원이 노력하도록 했다.

그 결과 월마트가 특정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면 가격은 평균 13% 하락하고 고객들은 더 낮은 가격에 좋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2. 실행력 :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힘

실행력은 목표를 효과적·효율적으로 달성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실력과 의욕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실행력은 시스템 기반의 실행력과 사람 기반의 실행력으로 나눌 수 있다.

시스템 기반의 실행력은 부서별 그리고 개인별로 역할과 책임 영역이 분명하게 정해져 있고 나눠진 업무에 대한 조정과 통제가 제대로 이뤄질 때 확보된다.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려면 업무 목표와 성과 지표 설정을 분명히 해야 하고 확실하게 신상필벌을 확립해야 한다.

애플은 모든 미팅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직접 책임자(DRI : Direct Responsible Individual)를 지정해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하고 이에 따라 신상필벌을 확실하게 한다.

조정과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기본적으로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월마트는 이미 1970년대부터 바코드 시스템, 전자 데이터 교환(EDI), 판매 시점 관리(POS : Point of Sale) 시스템, 자동 발주 시스템 등은 물론 상품이 열차나 트럭에서 회사 운송 차량으로 곧바로 옮겨져 컨베이어 벨트에 의해 자동으로 분류되는 크로스 도킹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위성통신 시스템을 통해 수천 개의 월마트 매장과 물류센터 및 본사의 연결은 물론 상품 수송 차량의 움직임까지 추적해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사람 기반의 실행력은 역량 있는 인재를 확보하고 개발하며 구성원들에게 적절하게 동기를 유발할 때 확보된다.

맥킨지는 세계 유수 대학의 우수한 MBA를 뽑아 평균 8차례의 면접을 거쳐 엄밀히 선발한 다음 컨설팅 현장에서 파트너들의 코칭과 멘토링을 통해 육성한다. 또한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면서 고성과자에게는 초고속 승진으로 보상한다.

또한 세계 최고의 지식 집단에 소속돼 있다는 자부심, 업계 최고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경험 제공, 자신의 시장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 제공이라는 비금전적 보상을 통해서도 동기를 유발하고 있다.

3. 적응력 : 변화를 따라잡는 힘

적응력이 강한 조직은 외부 환경 변화를 빠르게 읽어 내고 신속하게 대응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빨리 배우고 빨리 혁신할 수 있어야 한다. 외부 지향성이 강한 조직은 외부 사업 파트너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지할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지역사회·정부·규제기관 등과 강한 유대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더 나아가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시장 선도 업체들은 소위 ‘생태계’까지 만들어 낸다. 환경에 대응하기보다 환경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누구와도 협업할 정도로 유연하게 대응한다.

급변하는 환경에 기민하게 대처하려면 배운 것을 빨리 응용해야 한다. 초기 맥킨토시의 특징이었던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와 마우스는 제록스연구소에서 발명됐지만 애플은 그 아이디어를 거리낌 없이 가져와 창조적으로 모방했다.

3M은 자신의 근무시간 중 15%는 자기 업무 이외의 창조적인 업무에 사용해도 좋다는 룰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구글은 업무 시간 중 20%는 신규 사업 개발에 투자할 수 있게 하고 있다. P&G는 자체 연구·개발(R&D) 외에 연계·개발(C&D : Connect & Development)이라는 방식을 통해 내·외부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전동칫솔과 친환경 샴푸 등의 신제품을 개발했다.

건강을 유지하는 비법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균형 잡힌 식단으로 규칙적으로 식사하기, 잘 자기, 적절한 운동과 휴식,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하기, 좋은 사람들과 교류하기 등등.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실천하기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기업의 건강도 마찬가지다. 한 걸음 한 걸음 경영의 기본에 충실해 갈 때 건강이 유지되는 것이다.

임직원 모두를 한 방향으로 결집하고 업무를 효과적·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구성원들이 역량을 키우고 동기부여한 다음 외부 이해관계인들과 굳건한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배우고 혁신하는 것,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기본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건강한 기업을 만드는 ‘비법’이다.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3가지 힘 ‘결집·실행·적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