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쉬웠으면서…배부른 소리”
반감 쏟아낸 2030세대, 취업난이 부른 ‘세대 갈등’
[뉴스! 그 이후] 인터넷 달군 ‘대한민국 50대 리포트’
[한경비즈니스=조현주 기자] “배부른 소리다. 요즘 20대는 취업하는 것조차 어려운데, 시대를 잘 만나 무난하게 취업하고 쉰 살 가까이 직장 생활을 했으면 축복을 받은 것이다.”(heav****)

“5060세대는 취업이 쉽고 돈 벌 만한 세대인데 못 모은 자신들이 문제다.”(kimc****)

한경비즈니스가 창간 21주년 기념호(1090호) 커버스토리로 다룬 ‘대한민국 50대 리포트’에 대한 2030세대 네티즌의 반응이 뜨거웠다. 관련 기사에 하루 만에 3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50대의 고단한 삶에 공감하는 내용도 눈에 띄었지만 2030세대의 반감을 담을 댓글이 훨씬 많았다.

“지금 20대들은 중소기업에서 노예 생활을 몇 십 년 해도 자기 집 얻기 힘들다(dbrm****)”, “(50대는) 쉽게 공무원이 될 수 있던 세대, 대기업에 쉽게 들어가던 세대. 그리고 집값 올린 세대(hoon****)”라는 따가운 지적도 쏟아졌다.

반면 “50대의 존재가 구슬프게 다가온다. 나 역시 힘든데 어떻게 서로를 격려해야 할지 고민이다(sson****)”, “50이면 지천명인데 한숨 세대라고 불러야겠다(okdo****)”, “전 세대가 우울하다(ghan****)”는 등 부모 세대에 대한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도 있었다.

한경비즈니스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5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생활과 라이프스타일 설문 결과는 ‘우울’했다. 현재 보유 자산이 ‘3억원 미만’이라는 응답이 55.2%에 달했다. 또 현재 삶에서 가장 큰 불만족 요인은 ‘경제적 부(62.2%)’, 재정상 가장 큰 불안 요인은 ‘노후 준비(62.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생활비는 ‘국민연금(35.7%)’으로 충당할 생각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은퇴 후엔 ‘자녀와 같이 살지 않겠다(72.4%)’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직장 내 20~30대 후배 직장인들의 가장 부족한 점으로는 과반인 58.3%가 ‘책임감’을 꼽았다. 그래도 자신들은 책임감 하나로 살았는데, 요즘 젊은 직장인들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50대가 지닌 현재의 삶에 대한 불안감은 20대 청춘 못지않게 상당했다. 예전에는 나이 50이면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취직해 나이 든 부모를 다시 부양하는 선순환 구조가 있었지만 현재의 50대는 상황이 다르다.

핵가족화의 영향과 함께 자녀 세대의 취직 시기가 늦춰지면서 지금은 20~30대 자녀를 오히려 나이 든 부모가 역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50대의 처지에 공감하는 2030세대는 많지 않았다. 50대 부모 세대와 20대 자녀 세대 간 갈등의 바닥에는 경기 위축에 따른 ‘취업 걱정’이 자리 잡고 있다. 대졸 미취업생의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모 세대의 한숨이 자식 세대에겐 ‘배부른 고민’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일부 네티즌은 이에 대해 “세대 갈등이 어찌 이리 됐는지 댓글이 더 슬프다(sh67****)”, “세대 간의 갈등으로 다투기보다 갈등을 조장하는 기득권층을 견제해야 한다(jinc****)”고 지적했다.

이처럼 심화되는 세대 갈등 문제에 대해 전문가 또한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실 2030과 5060세대 간 이해가 부족한 것을 세대 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정기적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일자리 파이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세대가 박탈감과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보니 ‘남을 탓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대 공존의 길 찾아야

이 교수는 현재 50대의 상황에 대해 “지금의 50대는 열심히 일하면서 부모를 부양하고 자식 뒷바라지를 해 왔지만 이제 자식에게 기대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고 노인연금 등 복지가 풍족한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50대 이상 중·장년층 고용률이 계속 높아지는 것은 이런 위기의식 때문”이라며 “이들은 노동시장에서 질 낮은 일자리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세대 간 깊어지는 불신의 벽을 어떻게 허물어야 할까. 일자리를 두고 이뤄지는 ‘세대 경합’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 교수는 “중년층과 청년층이 일터에서 함께 짝이 될 수 있는 작업 체제 혹은 직무 재설계가 필요하다”며 “그동안 정부는 일자리 문제에 대해 단기적인 대책만 내놓았다. 앞으로는 연령대별 직무 능력의 차이를 철저히 분석한 뒤 이에 따른 ‘세대 공존의 일자리 형태’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