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신뢰 얻고 성과도 더 뛰어나…‘매력자본’을 키워라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헤드헌팅 회사 대표로 오래 일하다 보니 사람들로부터 인재 발굴이나 평가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한 번은 신문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기업의 사장으로부터 “일반 기업 직원과 신문사 기자는 채용 기준이 다릅니까”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아마도 같은 기업이더라도 사회적 공기(公器)의 성격이 강한 언론사와 이익을 추구하는 일반 기업의 인재를 보는 눈이 다르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런데 내가 “같습니다”라고 말하자 의외라는 듯 “인재를 볼 때 어떤 면을 눈여겨보십니까”라고 물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 답은 간단명료하다.
“여러 가지를 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매력입니다. 인간적 매력.”
◆인사고과도 초월하는 ‘매력’의 힘
가끔 직장인들로부터 왜 동료가 승진했는지 알 수 없다는 의문 반, 불만 반의 얘기를 듣는다. 자기보다 학력이나 경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성과가 좋은 것도 아닌데 왜 내가 아니고 동료가 승진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아마도 그 사람은 상사들에게 매력적인 부하였을 겁니다. 상사들이 그에게 호감을 느꼈을 거예요. 인간적 매력이나 호감은 능력이나 성과를 뛰어넘는 마력을 발휘하거든요.”
물론 이렇게 이야기할 때 “그렇다면 직장에서 업무 능력이나 성과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뜻인가요”라는 질문이 이어질 것을 예상해야 한다. 기업에서 인사는 인사고과에 따라 하는 것이고 인사고과에서 업무 능력과 성과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맞다. 제대로 된 회사라면 인사는 인사고과에 따라 이뤄지고 인사고과는 업무 능력과 성과가 좌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인간적 매력과 호감을 강조하는 것은 매력과 호감이 인사고과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때로 인사고과를 뛰어넘는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어떤 사람이 성과를 잘 내려면 성과가 좋을 가능성이 있는 일을 맡아야 한다. 애초부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라면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다. 그런데 인간적 매력이 있고 호감을 주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과가 예상되는 일을 맡을 확률이 높다.
호감도가 높은 사람은 또 일을 하다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혼자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기 어려운 일들이 흔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다.
로히트 바르가비 미국 조지타운대 마케팅 교수는 “신뢰받는 회사나 개인이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호감 경제학(likeconomics)’의 설파자다.
그는 ‘호감이 전략을 이긴다’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우리는 대중조작과 여론 조작으로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불신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또 어떤 제품이나 아이디어도 순식간에 복제되기 때문에 차별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나 기업이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고 차별성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호감도를 높이는 것뿐이라고 강조한다. 높은 호감도를 토대로 동료나 고객과 인간적 유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호감 없이 기술이나 전략만으로 개인과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절대 높일 수 없다는 얘기다.
바르가비 교수는 호감도가 종종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고 주장한다. 호감도가 높은 사람들은 어떤 사람과 ‘약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더라도 이를 토대로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
그 덕분에 이들은 직장을 구하거나 사회운동을 할 때 성공 가능성이 높다. 높은 호감도는 또 골프 코스에서 큰 거래를 성사시키거나 구입을 권하는 사람을 보고 제품을 잘 살펴보지도 않은 채 구매하게 만드는 위력을 발휘한다.
◆‘매력’은 선천적이 아닌 후천적인 것
캐서린 하킴 런던정치경제대 사회학과 전 교수는 호감이나 매력을 아예 자본으로 규정했다. ‘매력자본(Honey Money)’을 경제자본·문화자본·사회자본에 이어 ‘제4의 자본’으로 설정한 것이다.
그는 아름다운 외모, 건강하고 섹시한 몸, 능수능란한 사교술과 유머, 패션 스타일, 이성을 다루는 테크닉처럼 사람을 매력적 존재로 만드는 매력자본은 이제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조용한 권력’이라고 강조한다.
하킴 전 교수가 열거하고 있는 각종 사례에서 매력자본의 위력은 상당하다. 각종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균적인 사람들이 100만원을 벌 때 비만인 사람들은 86만원을 번다. 또 북미에서 매력적인 남성은 평범한 남성보다 14~28%를 더 벌고 매력적인 여성은 12~20%를 더 벌어들이고 있다.
사람이 얼마나 매력적인가에 따라 소득이 달라지는 것이다. 또 영국과 미국 정부의 연구나 아르헨티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에서 모두 ‘외모 프리미엄’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들의 소득은 일반인들보다 15% 정도 높았다.
하킴 전 교수는 매력자본이 소득을 넘어 취업과 승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매력적인 사람들이 취직할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0% 정도 높다.
3000명의 관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가 옷차림 때문에 직원을 승진이나 연봉 인상 대상자에서 제외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20%는 이런 이유 때문에 직원을 해고했다.
미국 유명 사립대의 MBA 졸업생을 조사한 결과 외모 프리미엄은 일반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이 더 높았다. MBA 과정을 시작할 때 찍은 사진과 졸업 이후 성공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해 보니 매력적인 남성은 직장 초임이 높았고 연봉 증가 속도도 훨씬 빨랐다.
호감과 매력은 이렇게 인생의 모든 부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직장 생활에서도 매력은 돈·교육·인맥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인들은 매력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만의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임원에 오를 때까지 이 매력과 호감의 중요성을 잘 모른 채 지낸다.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조차 매력을 매우 추상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호감과 매력의 힘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직장에서 평가받는 사람들은 가까이서 접해 보면 대부분이 독특한 인간적 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의 경영진이나 직장의 상사들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부하를 평가할 때 호감이나 매력을 중시하게 된다.
같은 조건이라면 매력적인 직원을 곁에 두고 싶고 그들과 어울리고 싶어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매력적이고 호감을 주는 직장인들이 남들보다 먼저 승진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 가운데 일부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매력이 중요한 것은 알겠다. 그런데 어쩌란 말인가. 나는 아무리 둘러봐도 매력이 별로 없다. 매력은 가지고 태어나는 것 아닌가. 만약 매력이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것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지 않나.’
그럴까? 매력은 유전적인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하킴 전 교수가 주장한 매력자본은 외모만 일컫는 게 아니다. 유머나 패션 스타일, 예의범절, 교양, 미소, 건강한 활력, 취미 활동 등 사람들이 갖고 있는 모든 매력 요소들의 총합이다.
외모는 지식·학력·경력·성과와 함께 매력을 구성하는 요소의 일부일 뿐이다. 매력의 요소는 태생적인 것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발전하는 것도 있다. 아니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에 따라 달라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함께 일하고 싶게 만들어야 성공한다
하킴 전 교수는 얼굴과 몸매의 아름다움(beauty), 섹시한 매력(sexual attractiveness), 상대를 즐겁게 하는 사회성(social skill), 건강미가 느껴지는 활력(liveliness), 사회적 표현력(social presentation), 성적 능력(sexuality) 등 6가지를 ‘에로틱 캐피털(erotic capital)’의 핵심 요소로 꼽았다.
바르가비 교수는 호감을 얻고 신뢰를 유지하려면 진실성(truth)·관련성(relevance)·이타성(unselfishness)·단순성(simplicity)·타이밍(timing) 등 5가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킴 전 교수가 강조한 6가지나 바르가비 교수가 역설한 5가지는 모두 타고나는 게 아니다. 대부분이 후천적 노력을 통해 습득하거나 계발해야 한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일부 있지만 이것도 노력하지 않으면 유지하기 어렵다.
뛰어난 외모를 가지고 태어났어도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허다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매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잘하지 않는다. 사람은 태어나서 성인이 되기까지 지식을 늘리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초·중·고와 대학만 따져도 자그마치 16년이다. 이렇게 투입을 많이 하는 것은 지식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매력을 키우기 위한 투자는 그리 많지 않다. 지식을 키우는 데 들인 시간과 비용의 일부만 투자해도 사람의 매력은 급격하게 커질 수 있다.
직장에서 임직원들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 기본적으로 유능하고 성과를 잘 내는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인격·진정성·교양·유머·친절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호감을 주는 매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매력적인 사람은 업무 능력이 조금 부족해도 같이 일하고 싶어진다. 인간적 매력은 학력과 경력의 약점을 덮고 성과 부진을 감싸준다. 비즈니스를 성공하게 만드는 것은 인격과 교양 같은 인간적 매력이지 결코 화려한 외모나 학력과 경력이 아닐 때가 많다. 상대방의 처지에서 배려해 주는 것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매력의 소유자가 될 수 있다.
직장인들은 자신의 매력을 키우는 데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신의 매력을 가꾸고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그래서 직장의 상사나 동료들이 같이 일하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특히 직장에서 간부나 임원을 꿈꾸는 사람들은 상사나 동료가 자신에게 얼마나 호감을 느끼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아무리 학력과 경력이 뛰어나고 업무 능력과 성과가 좋아도 호감도가 약해 매력도가 떨어지면 성장이 한계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일러스트 김호식)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