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커리어 업그레이드]
“직장은 성과를 내는 곳이지 공부하는 곳이 아니다”
직원 교육을 안 하는 회사가 잘나가는 이유
(사진) 영화 ‘더 컴퍼니 맨’의 한 장면.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2010년 개봉된 ‘더 컴퍼니 맨(The Company Men)’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회사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 잘나가던 조선 회사의 임직원들은 갑작스러운 구조조정으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는다.

이들은 처음에 자신만만하게 여유를 부리면서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이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예상과 너무 달랐다. 이들은 연거푸 재취업에 실패하면서 낙담한다. 집과 차를 팔아 살림 규모를 줄여보지만 계속되는 경제적 궁핍은 이들을 사회에서 고립시키고 가족 관계까지 훼손한다.

이 영화에서 회사의 임직원들이 몇 십 년씩 근무하면서 얻은 지식과 경험은 다른 곳에서 큰 의미가 없었다. 이들이 갖고 있는 지식과 기술은 이미 한물간 것이었다. 기업의 채용 담당자들은 그들이 받았던 절반 이하의 연봉으로 최신의 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는 젊은 사람을 뽑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목수 같은 육체노동밖에 없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한 직원은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이 영화가 영화만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한국 사회의 현실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최근 급격한 전환을 맞고 있다. 조선·철강·기계·자동차·중공업·석유화학은 물론 건설·해운·전자 등 오늘의 한국 경제를 일구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제조업과 이와 관련된 산업이 급격하게 경쟁력을 잃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직장인들이 영화 속의 주인공들 같은 상황을 맞고 있다. 이들이 갖고 있는 지식과 기술은 의미를 잃었다. 이들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곳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기업의 구조조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한국 제조업의 구조조정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속도가 빠르고 규모가 커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 ‘제조업 왕국’을 건설하고 그 영화를 누렸던 사람들은 밀려오는 구조조정의 쓰나미에 어찌할 바를 모른 채 허둥대고 있다. 최근 헤드헌팅 회사에 이들 기업에서 잘나가던 임직원들의 이력서가 줄을 잇고 있다.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기업의 임직원들이 겪는 문제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해결책은 대비하는 것밖에 없다. 누구나 언제든지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를 대비해 대응력을 길러야 한다.

자신의 업무 능력을 키우고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 직무 역량을 최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직장인들이 교육 훈련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리카와 아키라의 독특한 경영법

그런데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훈련을 전혀 하지 않는 기업 경영자가 있다. 바로 ‘모리카와 아키라’라는 라인(LINE)의 전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이 세계적 모바일 메신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의 회사 경영 방식은 여러 면에서 독특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이나 연수를 실시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노골적으로 “직원을 교육하지 말라”고 역설한다.

그가 교육과 연수를 멀리한 것은 회사는 학교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일하는 곳이지 교육기관이 아니므로 회사가 나서 교육이나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심플을 생각한다’라는 자신의 저서와 각종 강연에서 이렇게 말해 왔다.

“회사에 들어가는 목적은 그 회사에서 무언가 실현하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생각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만 채용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회사의 직원들은 주체적으로 공부하고 싶고 성장하고 싶고 배우고 싶어 한다. 사실 기업에서 직원들이 수동적 자세로 있다는 것 자체가 의아한 일이다.”

모리카와 전 CEO는 일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장 생활의 밑바탕에 모두 주체성이 깔려 있다는 의미다. 그는 주체성이 없는 직원들은 절대로 일을 잘할 수 없고 크게 활약할 수도 없다고 믿는다. 모리카와 전 CEO는 특히 회사에 들어오는 사람이라면 주체적으로 무엇인가를 실현하고 싶어 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교육은 기본적으로 수동적이다. ‘교육을 받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피동적 개념이 내재해 있다. 그는 이 때문에 교육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어린 시절 삶에 필요한 지식이나 교양은 교육받아야 한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직장에 들어와서까지 교육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 역시 초기에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 연수를 한 적이 있었다. 직원들의 기술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아주 충실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했다. 그런데 의욕이 있는 직원은 교육에 열심이었지만 의욕이 없는 직원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의욕이 없는 직원은 어쩔 수 없이 참가했을 뿐이어서 교육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반대로 의욕이 있는 직원은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자율적으로 공부했다. 상사나 동료에게 묻고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학교를 다녔다. 그는 결국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신 사원들의 자발적 학습을 지원하는 쪽으로 회사의 교육정책을 바꿨다.

◆‘열심히 배우겠다’는 말은 금물

모리카와 전 CEO의 얘기처럼 직장인들 중 일부는 직장을 공부하는 학교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입사 지원서에 “열심히 배우겠다”고 말하고 면접에서도 “잘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배우고 익히겠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직원들은 면접관들에게 “회사의 교육 프로그램이 어떤 것들이 있느냐”고 물어본다. 또 입사한 뒤 “회사가 교육을 안 시켜준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직원들도 있다.

물론 “성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배우겠다”는 좋은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배우지 않으려는 직원에 비해 백 배 천 배 낫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답답하다. 엄밀히 말하면 회사는 직원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교육 훈련을 받은 직원들이 업무를 통해 성과를 만드는 곳이다. 충분히 배우고 들어와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교육 훈련의 책임은 회사가 아니라 개인에게 있다. 회사가 직원을 교육 훈련하는 것은 더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직원에 대한 교육 훈련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런데도 직장인들 중 일부는 직원을 교육 훈련하는 것이 마치 회사의 의무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이런 착각이 더 심해지면 ‘회사가 나를 키워 줄 것’이라는 황당한 환상과 이와 관련한 어이없는 요구로 이어진다. 회사에 교육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내가 크지 못하는 것은 회사가 교육시켜 주지 않아서다.”

정말 그럴까. 직원이 크지 못하는 것은 회사가 교육시켜 주지 않아서일까. 그것은 핑계이고 구실이고 변명이 아닐까.

회사에서 같은 시기에 입사한 동기들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업무 능력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경우가 흔하다. 어떤 직원은 입사 때에 비해 업무 능력이 월등히 향상된 반면 어떤 직원은 입사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전자는 대부분이 업무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스스로 찾아 학습하는 사람들이다.

직장인들에게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교육 없이 직원들의 업무 능력 향상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직원들의 교육 훈련에 엄청난 비용을 쏟아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장 발전하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직급과 직책과 직무에 맞게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거미줄처럼 촘촘히 짜 놓고 있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교육을 의무가 아니라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활용하고 있다. 성과가 좋은 직원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교육을 잘 받은 직원의 역할·권한·보상 등을 확대 강화하고 있다.

◆수동적 교육보다 스스로 하는 공부가 중요

하지만 이런 기업들에도 교육과 관련된 기본 원칙이 있다. 첫째, 교육은 성과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지 교육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기업의 모든 교육은 성과 향상과 직결돼 있다.

따라서 직장에서 성과와 큰 관련이 없는 교육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업무 성과 향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계발을 위한 것이라면 직장인 스스로가 알아서 할 일이지 회사에 기댈 일이 아니다.

특히 회사가 실시하는 직무 교육은 대개 단기적으로 업무 성과를 높이기 위한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인의 기본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과 결이 다르다. 따라서 일반적이고 기초적인 업무 능력을 키우는 것은 직장인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둘째, 기업은 교육을 비용이자 투자로 본다. 따라서 어떤 직원에 대한 교육 필요성이 커지면 기업들은 고민하게 된다. 이 직원을 교육해서 업무 능력을 키우는 것과 업무 능력이 더 뛰어난 직원을 채용하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효율적인지 따져보게 되는 것이다.

무조건 직원을 교육·훈련시켜 회사가 직면한 과제를 맡기지 않는다. 기업들이 경력 사원 채용을 늘리고 있는 것도 기존 직원을 교육 훈련하는 것보다 훈련된 사람을 채용해 일을 맡기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직장인들도 교육의 효율성을 고민해 봐야 한다.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교육받으려면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따라서 교육을 통해 받게 될 보상과 미래의 기회가 투입비보다 많지 않다면 교육받는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 언제 어떤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자신의 업무 능력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30대 직장인들은 자신의 커리어를 설계한 뒤 이 설계도에 맞게 자신만의 맞춤형 공부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 단기적으로 업무 성과를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회사의 교육만으로 자신의 커리어 발전에 필요한 역량을 확보하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