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의 심리학 카페]
영화 ‘업 포 러브’, 신체적 난쟁이와 정서적 난쟁이의 사랑 이야기
“키 콤플렉스? 당신 마음속 난쟁이가 문제야”
(사진) 영화 '업 포 러브' 포스터.

[한경비즈니스=김진국 문화평론가·융합심리학연구소장] 험프리 보가트, 알 파치노, 더스틴 호프만 그리고 톰 크루즈. 이 유명한 배우들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이 뭘까. 물론 할리우드 배우라는 것을 빼고…. 이 질문을 강연장에서 해보면 남성보다 여성이 대체로 더 많이 더 빨리 정답을 찾아낸다.

정답은 키가 작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 미국인들은 동년배와 비교해 결코 키가 크지 않은(솔직히 작은 편인) 50대 한국인인 필자와 키가 비슷하다.

험프리 보가트는 영화 ‘카사블랑카’를 찍을 때 파트너인 잉그리드 버그만보다 키가 작아 발아래에 나무박스를 깔고 찍었다고 한다. 톰 크루즈는 키 높이 구두는 물론이고 키 높이 운동화까지 맞춰 신는 것으로 유명하다.

필자야 이를 인정하고 살기 때문에 키 콤플렉스가 없지만 세상에는 작은 키 콤플렉스를 가진 이가 생각보다 많다.

연전에 어떤 여성이 “신장 180cm 이하인 남성은 루저(loser : 패배자)”라고 말해 숱한 남성들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그녀의 말은 망언일지언정 틀린 말은 아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평균적으로 키가 큰 남성들이 작은 남성보다 더 나은 연봉, 더 좋은 사회적 지위, 더 예쁜 배우자를 소유한다는 통계가 있다. 예외는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오죽하면 ‘키는 권력이다’라는 책까지 나왔겠는가.

◆“키는 권력” 빅데이터 결과마저…

진화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자들이 여자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외모다. 무조건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젊고 예쁜 여자를 선호한다.

반면 여자들은 얼굴이 아니라 재력을 선호한다. 자신의 아이를 잘 키워 줄 수 있는 자원과 에너지를 가진 남자를 가장 선호한다.

그렇다고 여성들이 남자들의 외모를 안 본다는 소리는 아니다. 여성들은 꽃미남보다 키 크고 체격 좋은 남성을 더 좋아한다. 여성 자신은 물론 자식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건장함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해보면 한국 사람들이 가진 콤플렉스 중에선 외모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그다음이 작은 키에 대한 콤플렉스다. 깔창이나 키높이 구두를 착용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현대의학도 아직 성인의 키를 늘리는 방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래저래 키 작은 남자는 키 큰 남자보다 설 땅이 좁은 게 사실인 것이다.

영화 ‘업 포 러브(Up for love)’는 로랑 티라르 감독이 연출한 로맨틱 코미디다. 잘나가는 미모의 여변호사 디안(버지니아 에피라 분)과 능력 있는 미남 건축사 알렉상드르(장 뒤자르댕 분)의 로맨스를 다룬다.

문제는 디안이 키 176cm의 늘씬한 미녀인데 반해 알렉상드르는 키가 136cm에 불과하다는 것. 여성들의 배우자 선정 기준에서 재력이 아무리 1위라고 하지만 키는 선정 기준 2위 아닌가. 남자 주인공이 선천적인 왜소증 환자, 즉 난쟁이일 때는 아무래도 상황이 다를 것이다.

두 사람은 아름답게 사랑을 일궈 나가지만 주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40cm의 키 차이가 디안에게 40m 이상의 심리적 고민을 만드는 형세다.

이혼했지만 아직도 재결합의 기회를 엿보고 있던 전 남편 브루노(세드릭 칸 분)는 디안에게 “당신이 백설공주냐?”라고 놀린다. 난쟁이와 사귄다는 조롱이다. 여기에는 자신이 일개 난쟁이보다 못하다는 상대적인 열등감까지 한몫한다. 디안의 엄마도 결사반대다.
“키 콤플렉스? 당신 마음속 난쟁이가 문제야”
(사진) 영화 '업 포 러브' 이미지.

◆고정관념과 편견 걷어내야

“당신을 사랑해요. 함께할 준비가 됐어요. 쉽지 않을 것이란 건 알고 있어요. 사람들 시선에 맞설 자신도 없고요. 하지만 이제 알아요. 남들은 중요하지 않다는 걸요. 결정은 내가 하고 당신을 사랑하는 것도 나죠.”

키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알렉상드르의 충정어린 고백에 디안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뜻밖에 푼수 같았던 친구이자 사무실 여비서 코랄리(스테파니 파파니안 분)가 디안에게 던지는 충고가 결정적이다.

“너야말로 난쟁이야. 정서적 난쟁이. 몸은 정상인데 마음속이 난쟁이라고. 심장도 콩알만 하고 감정도 콩알만 해. 그게 정상이야. 어렸을 때부터 편견 속에 커 왔으니까. 조금만 달라도 못 받아들이는 거야. 모두가 똑같길 바라니까. 우린 나치나 마찬가지야. 세상이 나치 천지지.”

영화는 ‘다름’을 용인하지 않는 전체주의 파시스트들이 날뛰는 ‘나치 천지’ 같은 세상에서 우리가 우리 마음속에서 걷어내야 할 고정관념과 편견이 뭔지 어지간한 심리학 서적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로랑 티라르 감독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아세요? 당신 마음속의 난쟁이가 문제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