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폴리틱스]
일명 ‘노란봉투법’ 발의…평화적 쟁의엔 손해배상 청구 금지
‘불법 파업 손해배상’ 올해는 줄어들까?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단체교섭·쟁의행위 등 노조 활동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는 기업 측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노조가 폭력이나 파괴를 동반했을 때에만 손해배상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18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 개정법률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대표 발의했다.

2014년 쌍용자동차 노조에 47억원이라는 거액의 배상 판결이 내려지자 시민들이 힘을 모아 소액을 기부했던 ‘노란봉투 캠페인’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노란봉투법 발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발의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번 개정안에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평화적인 노동쟁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고 ▷노동자 개인 또는 신용 보증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않으며 ▷손해배상 청구 금액에 상한선을 두자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목적·절차·수단’ 모두 맞아야 합법

이번 법안의 발의 배경은 현행 노동조합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원성에 따른 것이다. 쟁의행위와 같은 활동은 노동자의 권리로 헌법에 보장돼 있다.

노동조합법 제3조를 보면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법원 역시 이를 토대로 판결을 내린다.

다만, ‘이 법’에 의한 합법적인 쟁의행위일 때만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게 판례의 일관된 해석이다.

문제는 정해진 법 테두리를 벗어난 쟁의행위가 많다는 점이다. 폭력이나 파괴가 동반되지 않았더라도 쟁의행위의 목적과 절차, 수단 중 하나라도 정당하지 않으면 법원은 노조의 파업을 불법행위로 간주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현대자동차다. 2010년 대법원에서 ‘2년 이상 현대차에서 일한 사내 협력 업체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자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와 소속 조합원들은 현대차에 정규직화 협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가 수용하지 않자 2010년부터 2013년 사이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생산시설을 점거하는 등 수차례 파업을 진행했다. 현대차는 사내 비정규직 노조와 조합원 등 10여 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법원은 불법 파업이 인정된다며 노조 및 조합원에게 현대차에 16억원을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폭력적인 행위는 없었지만 점거 농성 같은 쟁의 방식을 불법으로 본 것이다. 강 의원은 “현행법은 정당한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를 좁은 법위에서만 인정하고 있다”면서 “평화적인 노무 제공 거부에 대해서까지 사용자의 영업 손실에 대한 책임이 허용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무분별한 파업은 곤란”

현행법 조항 때문에 노조가 짊어져야 하는 손해배상 규모가 점차 커지는 상황이라고 노동계는 주장한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2002년 손해배상 청구 총액은 약 345억원이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늘기 시작해 2015년 1691억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에는 8월까지 약 1521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이 걸린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로 보면 전년과 비슷한 금액이 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불법 파업 손해배상’ 올해는 줄어들까?
(사진) 현행법 조항 때문에 노조가 짊어져야 하는 손해배상 규모가 점차 커지는 실정이다. /연합뉴스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은 갈수록 손해배상 소송의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자장비 제조업체인 하이디스 노조원 2명은 최근 사측에 각각 250만원을 배상하게 됐다.

해외 회사로의 기술 유출과 정리해고에 항의하며 2015년 대만 원정 투쟁을 벌인 바 있는데, 당시 경영진 사진에 신발을 던지며 투쟁한 것이 원인이다. 사측은 이런 행위가 ‘모욕’에 해당한다며 배상을 청구했고 법원이 결국 사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강 의원은 “쟁의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가해진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 등으로 인해 노동자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까지도 고통 받고 있다”며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관련 법 개정이 논의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환 법률사무소 서한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의 내용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노동자에게 보다 폭넓은 파업권의 보장과 재산권의 보호 장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무분별한 파업이 조장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또한 해당 법안이 2월 국회에서 논의되기 위해서는 2월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에 상정돼야 한다. 다만 아직까지 여야 간의 합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것이 걸림돌이다.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