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커리어 업그레이드]
기업의 기본은 영업… 회사와 제품에 대한 ‘신뢰’가 그 시작
직장인 생존의 필수 조건 '영업' 잘하는 법
(사진)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주인공 조던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는 주식 영업자로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공식 사이트

[한경비즈니스 칼럼=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내게 이 펜을 팔아보라.”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The Wolf of Wall Street)’의 주인공 조던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가 주식 영업자를 채용하기 위한 면접에서 던진 질문이다.

2013년 개봉된 이 영화는 사기와 주가조작으로 엄청난 부를 일궜다가 덜미를 잡혀 철창신세를 졌던 전설적인 주식 브로커 조던 벨포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렸다.

벨포트는 영화에서 주식 영업자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다. 그는 수려한 외모와 화려한 말솜씨, 명석한 두뇌로 주식 영업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그는 사업을 키우기 위해 회사를 차린 뒤 부를 움켜쥐고 싶은 사람들을 그러모은다.

이들은 부자가 되고 싶은 열망 외에 내세울 게 아무것도 없다. 대부분이 인생의 실패자요, 사회적 낙오자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벨포트는 이들을 대상으로 주식 영업 교육을 시킨 뒤 곧바로 전화통을 붙잡고 고객에게 전화하라고 요구한다.

이 영화의 압권 중 하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벨포트의 신들린 연설이다. 그는 직원들을 모아 놓고 자신들이 왜, 그리고 어떻게 주식을 팔아야 하는지 실감나게 이야기한다. 그의 연설을 듣다 보면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사게 만드는 것은 식은 죽 먹기 같다.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팔지 못하면 무능하고 게으른 게 분명하다. 특히 ‘부자 호구’에게 주식을 떠넘겨 이익을 취하는 것은 브로커의 의무다. 성공의 열망에 가득 찬 직원들은 열변을 토하는 벨포트를 사이비 종교의 교주처럼 떠받든다.

벨포트는 종교 집회로, 어떤 때는 광란의 파티로 회사의 분위기를 몰아가면서 직원들에게 영업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 상위직으로 갈수록 영업의 비중 커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영업을 독려한다. 영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고 영업 성과가 좋은 직원들을 포상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국내 대기업들은 신입 사원 교육 때 제품을 파는 체험을 하게 했다. 팀을 구성해 시장에 내보내기도 하고 개인에게 일정한 양의 회사 제품을 팔게 했다. 지금도 몇몇 기업들은 모든 신입 사원을 일정 기간 영업에 투입한다. 어떤 경영자들은 영업을 기피하거나 영업적 자질이 부족한 직원은 아예 뽑으려고 하지 않는다.

기업들이 이렇게 “영업, 영업”을 외치면서 영업 제일주의를 선언하는 것은 기업이 영업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모든 기업은 무엇인가를 판다. 그것이 제품이든 콘텐츠든 서비스든 종류가 다를 뿐이지 판다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

의사·교수·변호사·회계사·컨설턴트 같은 전문직들도 서비스를 팔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영업적 자질이나 성향이 약하면 아무리 전문성이 뛰어나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특히 상위직으로 갈수록 업무에서 영업의 비중이 커진다. 영업력이 약하고 영업 성과가 부족하면 조직 내 입지가 좁아진다.

기업의 경영자들은 직원들에게 영업의 중요성을 각인하고 싶어 한다. 할 수만 있다면 모든 직원들을 영업 사원으로 만들려고 한다. 경영자들이 기술팀·생산팀·인사팀·재무팀 가릴 것 없이 영업 마인드를 갖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영업 활동이 부진하면 회사의 매출과 이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한 시장 상황에서 영업력은 회사의 성장 발전은 물론이고 생존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에 비해 직원들은 대부분이 영업을 기피한다. 직무가 영업적 성향이 강하면 아예 지원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영업부서로 발령 나면 좌천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영업이 싫다며 공무원 시험을 본다.

영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영업 출신들을 승진이나 연봉에서 우대하는 추세가 강해지면서 자발적으로 영업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기업의 최전선에서 성과로 승부를 보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영업은 가능하면 멀리할 분야라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다.

직원들이 영업을 기피하는 것은 사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사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제품이나 서비스 구입을 원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다. 하지만 많고 많은 사람들 가운데 자발적 구매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필요한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도록 하려면 엄청난 홍보와 마케팅 비용을 들여야 한다. 특히 시장 개척 단계에선 홍보와 마케팅도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직접 고객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이 과정이 직원들에게 어렵고 힘들다.

게다가 찾아낸 고객이 모두 제품과 서비스를 살 만큼 동기가 강한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단순히 흥미를 느끼는 단계이고 어떤 사람은 살 수 있는 여건이 충족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영업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구매 동기를 자극하고 강화해야 한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넘어 실제 구매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말과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제품과 서비스의 장점을 과장하거나 단점을 감추게 된다.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구매를 부탁할때도 있다.

영업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은데 성과를 내지 못하면 압력을 받게 되니 영업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특히 자신이 인정하지 못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팔아야 할 때 그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직원들은 가급적 영업을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직장 생활은 절대 영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기 때문에 기업에서 영업 활동은 필수적이다.

◆ 영업을 즐기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하라

잘나가는 회사일수록 영업 활동이 활발하고 직원들이 영업에 적극적이다. 경영자들은 가능하면 영업 마인드를 갖춘 사람들로 회사를 구성하려고 한다. 특히 기업에서 임원이 되고 최고경영자(CEO)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영업 능력을 갖춰야 한다.

어떻게 해야 영업 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 사막에서 모피를 팔 정도의 프로는 아니더라도, 자동차 판매왕이나 보험 판매왕을 꿈꾸지는 않더라도 영업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는 없을까.

영업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를 신뢰해야 한다.

영업은 ‘판매하려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어떻게 포장할 것인가’, ‘고객에게 그 가치의 필요성을 어떻게 인지시킬 것인가’, ‘그 가치로 고객의 구매 욕구를 어떻게 자극할 것인가’의 문제다. 영업자가 제품과 서비스를 믿지 못하면 고객의 욕구를 끌어낼 수 없다.

고객이 사는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파는 사람의 브랜드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잘 팔려면 자기 이름을 전면에 내걸어야 한다. 단순히 제품이 좋고 쓸모가 있다는 정도로 상대방을 설득하기 어렵다. 자신이 먼저 믿고 쓸 수 있어야 한다.

TV 홈쇼핑에서 잘나가는 쇼 호스트들은 대개 자신이 판매할 물건을 먼저 써 보면서 꼼꼼하게 점검한다. 자기 이름을 내걸고 추천할 만큼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써보고 좋다고 생각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주변에 홍보한다. 보상을 받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많은 경영자들이 영업 활동을 격려하기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활용한다. 경제적 보상으로 직원들의 영업 욕구를 자극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각종 연구 조사를 보면 경제적 보상은 일정한 수준까지 영향을 미칠 뿐이다.

영업 담당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다.

투자자들은 벤처기업의 투자 요청을 받으면 대개 대주주에게 같이 투자할 것을 요구한다. 기업들이 증자할 때도 투자자들은 대주주에게 증자에 같이 참여할 것을 주문한다. 다른 사람에게 투자를 권할 만큼 전망이 좋다면 대주주도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영업을 잘하려면 이렇게 자신들이 파는 제품과 서비스에 확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 신뢰하지도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구매를 권하는 것은 사기나 다름없다.

직장을 선택할 때 그 회사가 생산하고 판매하는 제품이나 제공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직장 생활을 하는 한 그 누구도 영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영업을 직접 담당하지 않더라도 직장 생활은 간접적으로 영업과 연결돼 있다.

또 언젠가 영업을 맡아야 할지도 모른다. 특히 간부가 되고 임원의 꿈을 갖고 있다면 영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직장을 선택할 때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판매할 수 있는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만약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팔 수 없다면 그 회사에서 미래를 도모하기가 쉽지 않다. 회사가 제공하는 가치를 믿지 못하는데 그런 직장에서 장기 근속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따라서 그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팔기가 정말 어렵다면 차라리 회사를 옮기는 게 좋다.

회사가 만들고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믿을 수 있는 곳으로 옮기라는 얘기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영업을 즐길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 영업도 단순히 의무감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영업을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과 회사, 자신과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일치시키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제품에 대한 신뢰, 회사에 대한 믿음은 자신과 회사를 일치시키는 시작이며 영업을 즐길 수 있는 원동력이다. 이런 일치가 이뤄질 때 고객에게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자신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보다 훨씬 큰 설득력을 갖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