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커리어 업그레이드]
- 꿈을 정확히 정하고, 보다 책임감 있게, 그리고 더 유연하게

[한경비즈니스 칼럼=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직장 초년생들이 느끼는 감정 가운데 하나는 상실감이다. 직장 초년생들은 꿈을 안고 직장에 들어가지만 초기에 맞닥뜨린 현실은 이 꿈과 거리가 멀다.

직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들은 대부분이 주연배우였다. 가정에서 부모들은 자녀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학교의 중심도 당연히 학생이다. 그런데 직장에 들어가는 순간 자신이 철저하게 조연배우로 전락하는 것이다.

신입 사원이다 보니 조직의 최말단에서 상사와 선배들이 주도하는 프로젝트에 보조자로 참여하게 된다. 조직에 적응하고 업무를 익히기 전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동료들이 잘 알아주지 않는 지원 업무를 하면서 보내야 한다.

주연에서 갑자기 조연으로 전락했다는 느낌은 신입 사원들에게 상당한 충격이다. 특히 좋은 가정 환경과 교육 환경에서 자란 사람일수록 직장에서 느끼는 상실감은 커진다.

‘언제까지 조연으로 지내야 할까. 이러다가 평생 조연으로 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상실감에 조바심까지 겹치게 되면 직장 생활이 참 힘들어진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면 간혹 파국적 결론에 도달하기도 한다.

‘내가 직장을 잘못 선택했나 보다. 이곳에서 주연을 꿈꾸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회사가 쉽게 내게 주연을 맡길 것 같지 않다. 내가 주연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옮기는 게 좋겠다.’
직장이라는 무대에서 ‘주연’이 되려면…
(사진) 영화 ‘대배우’는 20년 차 무명 배우의 이야기로, 주연을 맡은 배우 오달수 씨의 자전적인 영화다. /‘대배우’ 공식 사이트

◆ 목표한 꿈을 위해 준비하는 삶 살아야

이런 생각은 신입 사원만 하는 게 아니다. 직장 생활을 꽤 오래 한 사람들 중에도 이렇게 끊임없이 주연을 꿈꾸며 직장을 옮겨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이 결코 조연이나 단역에 머무를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자신을 주연으로 캐스팅해 줄 감독이나 자신에게 주연을 맡길 영화와 연극을 찾아 여기저기를 서성거린다.

하지만 기업의 임원이나 고위 간부들 가운데 첫 직장부터 주연이었던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부모로부터 회사의 경영권을 물려받은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조연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직장인들만 그런 게 아니다. 전문직 종사자는 물론이고 스포츠계나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2016년 개봉된 영화 ‘대배우’는 20년 차 무명 배우의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아동극 ‘플란다스의 개’에서 파트라슈 역할을 맡고 있는 연극배우다.

그는 극단 생활을 같이했던 동료가 잘나가는 국민 배우가 된 것을 보고 자신도 언젠가 내로라하는 대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처한 현실은 꿈과 거리가 너무도 멀다. 그는 연극에서 대사가 한마디도 없는 개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오달수 씨는 한국의 대표적인 ‘조연 전문 배우’다.

그가 출연한 영화를 본 관객이 1억 명을 넘어설 만큼 오랫동안 수많은 영화에서 조연이나 단역으로 출연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오달수 씨의 자전적 영화다.

영화계에서 오랫동안 조연으로 활동하다가 주연으로 변신한 사람은 오 씨뿐만이 아니다. 유해진 씨나 곽도원 씨도 오 씨 만큼이나 긴 시간 조연으로 지냈다. 이들 역시 최근 조연 전문 배우를 넘어 주연배우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그러면 직장에서 어떤 사람들이 이른바 주연에 해당하는 사장이나 임원이 될까.

“어떤 사람이 최고경영자(CEO)가 되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CEO를 꿈꾸는 사람”이라고 답할 것이다. 세상에 꿈꾸지 않고 이루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CEO가 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겸양의 말일 뿐이다. 물론 이들이 모두 신입 사원 때부터 사장이 되겠다고 다짐한 것은 아니다. 직장 생활을 계속하던 중 어느 순간부터 사장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사람이 꿈을 꾼다는 것은 막연하게 희망을 품는다는 뜻만이 아니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준비하고 삶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기업의 사장이 되겠다고 꿈꾸는 것도 마찬가지다. 단순하게 직장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맡은 일과 활동하는 영역에서 주인이 되겠다는 포부를 세운 것이다. 자신의 왕국, 자신의 세계를 건설하고 운영하겠다는 얘기다.

단지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차원을 넘어 그 일을 주도하면서 책임지고 완성하겠다고 마음을 정한 셈이다.

◆ 어려움에 부닥쳐도 책임자처럼 행동해야

주인이 되겠다고 생각하면 순식간에 모든 게 달라진다. 책임감 때문이다. 그전까지 자신은 참여자 중 한 명이고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따라서 언제든지 큰 부담 없이 그만둘 수 있었다. 그런데 주인이 되는 순간 주도자이자 책임자로 신분이 바뀐다.

자신이 주인인데 누가 대신 일해주길 기대할 것이며 누구한테 책임을 미룰 수 있겠는가. 주인이길 포기하지 않는 한 적당히 할 수도 없고 쉽게 중단할 수도 없다.

얼마 전 늦깎이 창업을 한 지인을 만났다. 그는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다 퇴직한 뒤 작은 출판사를 차렸다.

창업할 때 그는 이익을 많이 낼 능력이 없기 때문에 손해 보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내는 것만으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했다.

이에 따라 그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사무실 규모를 줄이고 직원도 많이 두지 않았다. 아무리 자신이 좋아하는 내용이더라도 팔리지 않는 책은 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렇게 목표와 비용을 포함해 모든 것을 낮추고 줄이고 최소화했는데도 적자가 계속돼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큰돈 벌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에 열심히 하면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그렇지 않다. 예상보다 많은 돈이 들어간다. 반대로 책은 너무 안 팔린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내가 혼자 다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몇 있지만 그들은 단지 직원일 뿐이다. 열심히 해도 쉽지 않은데 적당히 일한다. 속이 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들이 자기 몫을 다하지 않아 생긴 구멍을 열심히 채우고 있다.

이 때문에 재미도 있지만 참 힘들다. 내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다 쏟아붓고 있는데 아직도 길이 안 보인다. 돌이켜 보면 기자로 일할 때가 참 편했던 것 같다.”

주인이 된다는 것은 이렇게 권한을 행사한 만큼 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만약 내 지인이 주인이 아니었다면 벌써 출판사 문을 닫았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 이전에 출판사를 세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가 주인이었기 때문에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출판사를 세울 수 있었고 지금도 어려움을 감수하고 있다.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CEO가 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대개 자신이 하는 일과 속한 조직에서 책임자처럼 행동한다.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사장이 되는 사람들은 기다릴 줄 안다. 일시적으로 어려움이 닥쳐도 목표가 분명하기 때문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나는 지금까지 쉽게 직장을 옮기고 모임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그곳에서 주연배우 꿈을 꿨다는 흔적을 보지 못했다.

주연을 하고 싶었고 주연을 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면 그렇게 쉽게 떠나기가 어렵다. 자신을 영화나 연극에 잠깐 등장하는 단역배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훌훌 털고 떠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주연이거나 앞으로 주연이 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웬만한 어려움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들은 파도를 타고 넘어야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목적지에 도달하려면 그런 어려움은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인내심은 직장에서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 요소 중 하나다. 기다릴 줄 모르는 사람, 기다리기 힘들어 하는 사람은 절대 조직의 수장이 될 수 없다.

◆ 분명한 목표와 원칙 갖고 유연성 발휘해야

마지막으로 사장이 되는 사람들은 무척 유연하다. 모든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 어느 곳에 갖다 놓아도 잘 적응한다. 이 때문에 동료들이 그들을 따르고 좋아한다.

그들이 유연성을 잘 발휘하는 것은 목표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유연성은 원칙이 분명한 사람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이다. 그들은 가려는 곳을 결정하면 뛰어넘든 돌아가든 방식은 괘념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느냐’다. 그들이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도 본디 타고난 성향이 그래서가 아니다. 목적의식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목표와 원칙이 불분명한 사람일수록 과정과 방법에 집착하게 된다. 이루려는 것이나 도달하려는 곳이 명확하지 않으면 과정이나 방법에 더 큰 의미를 둘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삶이 유지되기 어렵고 성과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자율성도 마찬가지다. 신념이 확고한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들에게 폭넓은 자율성을 부여한다.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다른 사람들을 관대하게 대할 수 있는 여유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많은 현자들이 “인생극장에서 조연은 없다”고 말했다. 자기 삶의 주인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인생극장에서 조연처럼 행동하려고 한다.

주연을 맡는데 따른 책임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주연을 맡으면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 실패의 책임을 고스란히 뒤집어쓸 수도 있다. 신입 사원이 버거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주연으로서 조명을 받으면서도 책임은 부모가 졌다. 그런데 직장에선 부모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다. 조명 받은 만큼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

설령 책임을 지기 싫다고 해서 인생극장의 주연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냥 영화만 망가질 뿐이다. 그러니 인생극장을 잘 운영하려면 주연배우에 걸맞은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책임을 피하려고 하면 조연으로 전락하게 된다. 반대로 “나는 이곳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다짐하면서 책임적 자세를 취하면 당당하게 주연으로 나설 수 있다.

그러니 아무리 책임 부담이 크고 직장 생활이 힘들어도 자신을 조연으로 전락하게 만드는 선택은 하지 말아야 한다.

상황이 주연이고 자신은 상황의 조연이 되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 자신을 조연으로 만들면서 책임감에서 빠져나오는 타협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