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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힘…고객, 진심 담은 브랜드의 옹호자 되다

힙합 가수이자 프로듀서 닥터드레가 설립한 비츠오디오는 유명 제조사들이 즐비한 헤드폰 시장에서 10년 만에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비츠오디오 제공
힙합 가수이자 프로듀서 닥터드레가 설립한 비츠오디오는 유명 제조사들이 즐비한 헤드폰 시장에서 10년 만에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비츠오디오 제공
[한경비즈니스 칼럼=허지성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힙합 가수이자 프로듀서 닥터 드레가 설립한 비츠오디오는 유명 제조사들이 즐비한 헤드폰 시장에 진입한 지 10년 만에 헤드폰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고 2014년 애플에 약 3조원에 인수됐다.

미국신문협회 산하 연구 기관인 아메리칸보도연구소(API)와 AP통신 공공홍보센터(NORC)가 최근 실시한 공동 조사 결과가 흥미롭다.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는 뉴스 기사의 신뢰도를 ‘누가 만든 것인가’보다 ‘누가 공유했는가’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기사의 진실성과 기사의 품질에 대한 평가 모두 공유자에 대한 신뢰 여부에 영향을 받았고 기사에 대한 재공유 의향 또한 공유자에 대한 신뢰 여부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한다.

결국 특정 기사의 확산 정도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신뢰도 높은 공유자’의 공감 여부에 달렸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최근 발생한 일련의 ‘가짜 뉴스’ 소동을 이해하는 열쇠일 수 있다.

뉴스에 대한 수용도가 해당 뉴스를 자신에게 공유한 사람들에 대한 신뢰도에 큰 영향을 받게 되면서 실제 사실이나 실체와 거리가 먼 루머가 소셜 미디어를 타고 순식간에 공유되는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현상을 주요 사회문제 중 하나로 보고 있는 실정이다.

◆ 진화 중인 ‘인지 구두쇠’ 현상

이 현상을 마케팅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봐야 할까. 이와 관련해 ‘절대 가치’의 저자 이타마르 시몬슨 스탠퍼드대 교수는 신뢰도 높은 지인의 판단에 의존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을 ‘인지 구두쇠’ 현상 중 하나로 봤다.

‘인지 구두쇠’는 사람들이 물건을 구매할 때 필요 이상으로 머리를 쓰고 싶지 않아 하는 경향을 말한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구매를 결정할 때 되도록이면 적은 양의 정보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접근이 가장 쉬운 정보만 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가령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전 지식이나 그 순간 우연히 접하게 된 지식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상품을 고르기 위한 정보를 찾을 때에도 곧바로 결론을 원하고 지름길을 바란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지 구두쇠’ 현상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진화하는 중이라고 한다. 즉, 과거에는 인지적 지름길이 상품의 브랜드 같은 것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온라인 공간의 ‘별 다섯 개짜리 리뷰’, ‘이미 검증된, 신뢰할 수 있는 지인의 추천이나 공유’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러면 공유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추천, 댓글에의 의존 등이 새로운 ‘인지 구두쇠’ 현상으로 부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열람 가능한 정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과거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과 시간·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

또한 과거에 비해 특정 카테고리 내의 선택 가능한 제품의 종류가 대폭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이 고려해야 하는 구매 옵션의 종류가 많아진 반면 각 제품의 차별화 간격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소비자의 구매 결정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가 ‘인지 구두쇠’의 방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의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한편 어떤 정보를 어디까지 열람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적절한지, 다양한 정보의 소스들 중에서 어떤 소스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지 등과 관련해 과거에 경험한 적이 없는 새로운 혼란에 노출돼 있다. 이 때문에 결국 신뢰할 수 있는 지인에게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셜 미디어 등을 가능하게 한 IT 덕분에 소비자들이 인간 고유의 특성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허드’의 저자 마크 얼스는 저서에서 ‘인간은 기존에 알려졌던 것과 달리 스스로 판단해 주체적으로 의사를 결정하기보다 무의식적으로 타인을 의식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 존재다.

너무나 사회적인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을 위해서는 마케팅 방법론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유명한 마케터인 세스 고딘은 그의 저서 ‘트라이브’에서 ‘트라이브, 즉 집단이란 규모에 상관없이 서로 연결된 사람들의 모임을 지칭하며 사람들은 굉장히 오랫동안 이러한 집단에 속하길 추구한다.

SNS를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의 확산은 이러한 집단을 다양한 규모로 쉽게 형성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 브랜드 옹호자들이 마케터가 되는 시대

이러한 변화가 브랜드의 역할에는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을까.

이와 관련해 시몬슨 교수는 브랜드 자체는 사라지지 않지만 이제 소비자들이 상품에 관한 더 나은 정보 원천을 갖고 있기 때문에 ‘품질의 신호’로서 브랜드가 갖는 중요성이 약해지게 되는 것으로 봤다.

다만 브랜드는 이제 소비자들 사이에서 ‘소통 지위(communicating status)’와 같은 다른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브랜드들이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출시된 상품의 품질이 볼품없다면 실패할 상품에 대한 나쁜 소식이 삽시간에 퍼지는 모습을 그려보면 될 것이다.

또한 남에게 보이기 위해 소비하는 ‘과시 소비’ 역할을 위해서도 브랜드의 존재가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분명히 구매자로 하여금 뭔가 선별된 ‘쿨’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어떤 특정 브랜드들을 선호하는 성향 또한 인간 사회가 존재하는 한 지속될 것이므로 브랜드의 역할은 여전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 이유가 환경적인 것이든, 아니면 환경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인간의 본성으로 회귀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든 기존의 브랜딩 활동 또한 이러한 변화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부상 중인 인플루언서(iInfluencer : 영향력 있는 사람) 마케팅은 추세의 변화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의 셀러브리티 마케팅은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을 제품 광고 등에 등장시켜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반면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실제 특정 브랜드의 적극적인 이용자들이나 옹호자들을 중심으로 소셜 미디어 등을 활용한 마케팅을 실시한다는 점에서 소셜 미디어가 야기한 소비자들의 ‘인지 구두쇠’ 방식의 변화 추세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사례다.

전설적인 힙합 가수이자 프로듀서 닥터 드레가 설립한 비츠오디오(Beats Audio)는 이러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다.

비츠오디오는 유명 제조사들이 즐비한 헤드폰 시장에 진입한 지 10년 만에 헤드폰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2014년에는 애플에 약 3조원에 인수되기도 했다.

비츠오디오의 성공은 힙합을 즐겨 듣는 문화 커뮤니티의 특성을 활용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기댄 바가 크다.

비츠오디오의 공동 설립자인 닥터 드레와 지미 러바인은 제품 개발 초기에 음악 프로듀서라는 자리를 활용해 유명 가수 등 힙합 커뮤니티 리더들과 NBA, NFL 등 미국 프로 스포츠 스타들에게 지속적으로 청음을 요청했고 이를 토대로 저음을 극단적으로 강조한 헤드폰을 개발했다.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주던 셀러브리티들은 실제 제품이 출시되자 자발적으로 제품을 착용하고 다니기 시작했고 비츠오디오의 헤드폰은 ‘셀러브리티들이 이용하는 헤드폰’으로 단시간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예를 들어 초기부터 청음에 참여했던 미 프로농구의 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비츠오디오의 첫 헤드폰이 출시되자마자 수십 개를 자비로 구입해 자기 팀의 선수들에게 나눠 줬고 선수들이 단체로 하나의 헤드폰을 끼고 경기장에 들어서는 모습이 중계되면서 비츠오디오의 브랜드는 단숨에 미국 전역의 소비자들에게 노출되기 시작했다.

◆ 고객 입소문, 차별된 디자인도 한몫

비츠오디오는 출시 이후 힙합 커뮤니티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을 진행했는데 힙합의 문화적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도 증가하게 됐다.

비츠오디오의 헤드폰은 디자인에서도 기존 업체들과 차별화했다. 기존 업체들은 회색과 검은색 등 무채색을 주로 사용한 반면 비츠오디오는 제품 외관에 강렬한 원색, 모조 보석 등 힙합 문화나 패션에서 자주 사용되는 색깔이나 디자인 소품 등을 적극 활용했다.

또한 흑인 음악이나 문화를 상징하는 셀러브리티나 브랜드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레이디 가가, 버락 오바마 에디션 등을 제품화하기도 했다.

사실 비츠오디오의 브랜드 활동을 살펴보면 어디까지가 셀러브리티들의 자발적인 참여이고 어디서부터가 소위 말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 론칭 초기에 최고의 스포츠 스타들이 진심을 담아 브랜드에 대한 옹호자 역할을 수행했고 비츠오디오의 제품력이 이러한 옹호를 정당화할 만큼 차별화됐다는 점이다.

한때 공중파 광고의 진실성이 논란이 됐던 시절이 있었다. 과장 광고로 소비자들의 올바른 소비 습관을 저해한다는 주장들이 있었고 실제 연구를 통해 검증이 시도되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연결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현시점에서 공중파 광고의 과장되거나 왜곡된 주장은 브랜드의 평판에 엄청난 부메랑이 돼 돌아오기도 한다.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한 브랜딩 활동도 마찬가지다.

일정 수준 이상의 진심을 인플루언서로부터 끌어낼 수 없거나 그러한 진심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없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오히려 브랜드에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