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제 1120호 (2017년 05월 17일)

혁신 위해선 ‘동상이몽’에서 깨어나라

[경영전략 트렌드] 
과감한 변화 위해서는 ‘논리와 기준’으로 성공확률 높여야 


(사진)=영암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린 ‘2013 F1 코리아 그랑프리’ 예선전이다./ 연합뉴스 제공

[한경비즈니스 칼럼=김소현 휴먼솔루션그룹  연구원] 가족 나들이를 하러 나가기 출발 5분 전, 아직도 여유를 부리는 아내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가족들 모두 벌써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고 곧 차들이 쏟아져 나와 길이 막힐 게 빤한데 아내는 ‘왜 그렇게 서두르냐’며 오히려 타박이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리더라면 한번쯤은 ‘직원들의 마음이 내 마음과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왜 내 생각을 따라오지 못할까.’ 답답함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나 같은 사람들로만 팀을 이루면 손발이 착착 맞을 것 같은데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우리는 이심전심을 꿈꾸지만 현실은 동상이몽이다. 조직에서의 동상이몽은 소통을 방해하고 업무 효율을 떨어뜨린다. 늘 고민이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맞춰 가야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 법. 어떻게 하면 서로의 생각 차이를 좁힐 수 있을까. 조직에서 ‘같은 꿈을 꿔야 하는 상황’이 언제인지를 보면 답을 찾기 쉽다. 도전적인 과제를 해야 할 때 그리고 신속한 추진이 필요할 때다.

변화가 필요할 때 사람들은 과감한 변신을 꾀한다.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조직에서도 과감함을 보여야 할 때가 많다.

하지만 과감하게 추진하려는 리더와 달리 구성원들은 주춤할 때가 있다. ‘과연 잘해 낼 수 있을까’, ‘해도 괜찮은 걸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실패해 수습하는 데 더 고생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것을 ‘과감함’과 ‘무모함’의 동상이몽이라고 부른다. 언뜻 보면 둘은 비슷한 것 같지만 분명 다른 얘기다. 과감하다는 것은 논리나 기준 등에 의해 성공 확률을 높여 수행하는 것이고 무모하다는 것은 앞뒤를 깊이 헤아려 생각하는 분별력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

◆ 리더의 무모함이 부른 항공기 사고

리더의 무모함이 얼마나 큰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는 2006년 한 항공기 사고를 보면 알 수 있다.

제주공항에서 출발한 항공기가 우박과 낙뢰를 맞아 기수가 떨어져 김포공항에 비상착륙을 시도했다. 레이더와 센서가 파손됐고 기장석의 유리에 금이 가 있는 비상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장은 침착하게 수동으로 착륙에 성공했고 부상자 없이 탑승객 전원이 안전하게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항공사에서는 위기 상황에서도 성공적으로 착륙한 기장에게 조종사 최고 명예인 ‘웰던상’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서 기장은 우박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우회하라는 관제탑의 명령을 어겼고 규정 속도도 초과해 비행을 감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결국 해당 기장은 중징계를 받았다. 비행시간을 단축하려고 했던 기장의 무모함이 일으킨 사고였다.

그러면 리스크가 보일 때 도전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아니다. 과감함의 의미에 나와 있듯이 ‘논리나 기준’으로 성공 확률을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사전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외부 환경에 대한 인식, 다른 하나는 조직 내부의 역량이다. 공격적인 업무 추진을 하기 전에 시장의 변화, 협력 업체의 상황 등 현재 업무를 할 수 있는 외부적인 조건이 충족되는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그 조건에서 구성원들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이 충분한지, 인적자원을 원활하게 배분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앞의 항공기 사고에서처럼 기장과 승무원들의 역량은 매우 뛰어났지만 외부적인 요소를 간과한 바람에 무리한 시도가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환경과 내부 역량을 정확히 파악해 변화에 성공한 기업이 있다. 소위 말하는 약국 화장품 코스메슈티컬(cosmetics+pharmaceutical) 사업에 뛰어든 동국제약이다.

동국제약은 2015년 4월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CENTELLIAN)24’를 론칭하고 대표 제품 ‘마데카 크림’을 출시했다. 제품은 홈쇼핑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마데카 크림은 홈쇼핑에서 매번 ‘완판’ 행렬을 이어 갔다.

‘마데카 크림’은 대표 의약품인 마데카솔의 주요 성분을 함유한 크림으로, 1년 만에 100만 개 이상이 팔렸고 2016년엔 매출 428억원을 달성했다. 전체 매출의 1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어떻게 제약회사가 화장품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

화장품 회사를 인수한 것도 아니고 갑자기 화장품 회사 출신 직원들을 대거 스카우트한 것도 아니다. 지난 50여 년간의 제약업 노하우와 오랜 연구를 통해 축적된 기술력(내부 역량)이 의약외품 시장의 확장(외부 환경)과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비즈니스 상황은 항상 변한다. 당장 1년 전과 비교해 보더라도 구성원의 수·지식·경험 등 모든 면에서 차이가 날 것이다. 좋은 때를 만난다고 하더라도 내부 역량을 파악하지 못하고 뛰어든다면 그 시도는 무모한 도전으로 끝나고 만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내부적 역량이 충분하더라도 외부 상황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으면 그 도전은 리스크가 따를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충분한 사전 준비다. 리더가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 기술력+트렌드, 대박 난 제약사 화장품

조직은 빠른 의사 결정, 일사불란한 실행을 원한다. 그래서 리더는 ‘조금만 더 서두르자’고 말하지만 구성원들은 마냥 좋지만은 않다. 서둘러 하다간 어디선가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불안하기 때문이다.

빠른 결정 앞에서는 ‘신속함’과 ‘성급함’의 동상이몽에 빠진다. 신속함과 성급함 모두 일을 빨리 처리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 신속함은 기본을 확인하고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고 성급함은 마음이 조급해 참고 기다릴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성급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최근 벌어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크레인 충돌 사고다. 지난 5월 1일 오후, 두 개의 크레인이 충돌하는 바람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에도 크레인끼리 부딪치는 사고가 있었다. 이때 서로 다른 크레인끼리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크레인의 작동 반경이나 신호수와 기사 간의 소통 등 안전과 관련된 요소를 간과한 채 넘어갔다.

납기일을 당기기 위해 서둘렀지만 오히려 시간이 더 걸렸다. 사고로 인해 작업이 전면 중단됐고 사태를 수습하느라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 속도전에서도 ‘기본’에 충실해야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도 빠르게 움직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속한 추진을 위해서는 두 가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하나는 반드시 지켜야 할 필수 요건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이것만큼은’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신속함을 강조하다 보면 별다른 의심 없이 건너뛰고 진행하는 것들이 생긴다. 이런 소홀함이 결국 예상하지 못한 사고를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구성원들에게 빠른 추진을 요구할 때는 꼭 확인해야 할 필수 요건이 무엇인지 제시하고 반드시 확인하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신속함을 위한 둘째 ‘기본’은 구성원 간 명확한 역할 구분이다. 필수 절차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가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하지 않으면 마감 일자나 업무 절차가 명확하다고 하더라도 업무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 각자의 역할과 책임이 명확할 때 가장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신속함이 도드라지는 곳이 있다. 바로 포뮬러원(F1), 자동차 경주의 모습이다. F1 경기에선 한 바퀴를 도는데 나는 차이는 0.1초에서 0.5초 정도다. 1초가 아까운 경기 도중 모든 선수들이 달리다가도 멈출 때가 있다.

경기 도중 피트 스톱(pit stop)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이 시간 동안 타이어를 교체하고 연료를 채워 넣는다. 이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경기 중 타이어가 터져 전복되거나 엔진 이상으로 불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경기 중 쉬어가는 피트 스톱이 이 경기에서는 속도보다 중요한 ‘필수 요건’이다. 그리고 이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각의 ‘역할’이 명확하다. 차가 들어올 때 서 있는 위치, 들고 있는 기구, 다음 작업자와 교대하는 순서까지 정확하게 정해져 있다.

3~4초의 시간 동안 차를 들어 올리고 타이어를 바꿔 끼우고 연료를 채워 넣는 등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일들이 이뤄진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절차를 지키면서도 각자의 역할을 분명히 수행하는 것, 이것이 바로 신속함이다.

리더라면 누구나 자신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는 조직을 그려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림처럼 쉽지 않다. 구성원들이 독심술을 쓰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것이 리더의 마음이다.
그래서 중요한 게 리더 혼자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나와 같은 마음으로 행동하기를 바란다면 동상이몽을 깨기 위한 소통을 하자.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민한 것이 무엇인지, 성공적인 수행을 위한 전략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마음을 열고 소통하다 보면 어느새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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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05-1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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