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고객사 영업에서 소비자 대상 브랜딩으로
GE에게 배우는 ‘B2B 마케팅’의 진화
(사진)=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 한국경제신문DB

[한경비즈니스 칼럼=허지성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제너럴일렉트릭(GE)은 추산 브랜드 가치가 약 430억 달러로 2016년 인터브랜드의 브랜드 랭킹 10위다.

GE는 기업 간 전자상거래(B2B)의 대표 기업으로, 자체적으로 사업과 기술에 대한 500자 내외의 다양한 기사 형식 콘텐츠를 생산해 자사의 사이트에 게재하는 ‘브랜드 저널리즘’ 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

레드불이나 코카콜라 등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B2C) 기업들의 최신 브랜딩 방식으로 알려진 활동을 대표적인 B2B 기업 GE가 수행 중인 것이다.

GE의 브랜드 저널리즘 사이트에는 GE의 기술적 우위를 직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게재돼 있다.

‘로봇을 통한 자동화는 노동의 종말이 아니다’와 같이 일반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들에서부터 ‘사막 모래에도 문제없는 GE9X 제트엔진의 기술력’ 등과 같이 자사 제품의 우수한 성능이나 장점을 어필하는 콘텐츠들도 볼 수 있다.

GE는 이러한 콘텐츠들을 활용한 온라인 광고나 소셜 마케팅도 운영한다. 페이스북 등에 브랜드 저널리즘에 게재된 콘텐츠 중 하나를 소재로 배너 광고를 제작해 노출하고 해당 광고를 클릭하면 자사 사이트로 연결되는 방식의 광고다.

◆ 고객사 영업에 집중되는 B2B 마케팅
GE에게 배우는 ‘B2B 마케팅’의 진화
(사진)=IBM이 운영 중인 페이스북이다./IBM 페이스북 캡처

GE의 이러한 활동을 보면 의문점이 생긴다. GE 솔루션의 잠재적 구매 대상자로 간주하기 힘든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GE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의 콘텐츠들도 대부분이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지 않은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GE는 왜 자사의 매출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일반 소비자들에게까지 자사의 브랜드를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을까.

B2B는 기업 대 기업(Business to Business)의 약자로 일반적으로는 기업을 최종 고객으로 하는 비즈니스를 통칭한다.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는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와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반 소비자 대상 제품이나 서비스 대비 제품의 단위 금액도 높고 수량도 많은 것이 대부분이다.

또한 제품의 특징이나 사양도 복잡한 편이다. 게다가 일반 소비자 대상 제품과 비교해 보면 고객의 수도 크게 제한되고 각 고객별 니즈도 다양하며 구체적이다.

마케팅·브랜딩과 관련된 특성으로 좁혀 보면 제품 구매에 대한 명시적인 목표와 내부 결제 조직·체계 등이 존재하는 등 구매 관련 의사결정이 체계적이고 의사결정 관여자들의 지식수준과 전문성도 상대적으로 높아 구매 결정이 합리적일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또한 견적이나 입찰 등 복수의 납품 대안 업체들 간 비교 검증 프로세스를 통해 구매를 결정하기 때문에 ‘고객이 스스로 다가오도록 만든다’는 일반적 브랜딩의 정의가 적용되기 힘든 비즈니스로 보는 것에 큰 무리가 없다.

이 때문에 B2B 관련된 마케팅 활동은 영업에 집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해당 제품 카테고리에 대한 니즈를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지 영업 활동을 통해 탐지하고 자사의 제품이 고객의 구체적인 니즈에 부합하는지 검증하는 과정이다.

고객 기업 내부의 구매 의사결정 과정에서 필요한 설득이나 검증 활동을 지원해 자사의 제품이 납품 업체로 최종 결정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이러한 B2B 사업의 성격을 감안할 때 B2B 업계에서의 브랜드 활동은 일견 사치스러운 것으로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고객 기업의 의사결정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세미나와 콘퍼런스 등은 그나마 기업에 대면 영업의 기회가 있고 참석자에게도 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확인하고 다양한 관련자들을 만나볼 수 있는 ‘실질적인 가치’를 기대할 수 있기에 선호하는 넓은 의미의 B2B 브랜딩 활동으로 간주할 수 있다.

◆ 기업 브랜딩 활동, 신뢰성 위해 필수
GE에게 배우는 ‘B2B 마케팅’의 진화
(사진)=독일 기업 지멘스가 운영 중인 페이스북이다./지멘스 페이스북 캡처

우리는 대표적 B2C 커뮤니케이션 채널인 TV CF를 비롯해 B2B 기업들의 다양한 브랜딩 활동들을 접하고 있다.

해당 기업의 매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기업들은 자사의 브랜드를 노출하고 브랜드의 지향점과 구체적인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해 특정한 브랜드 이미지가 고객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도록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B2B 기업들의 브랜드 활동은 어떠한 의도하에 이뤄지고 있을까.

첫째 이유는 카테고리 리더로서의 ‘명성’을 쌓거나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 간 경쟁이 심해지고 기술적인 격차도 줄어들면서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거나 자사 제품의 경쟁 우위 또는 차별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B2B 제품·솔루션에 대한 기업 내부의 니즈는 커지고 있다.

기업이 이러한 미지의 제품이나 솔루션을 도입하는 의사결정을 주도적으로 하기에는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카테고리 리더로서의 명성이 형성되면 의사결정자들의 관심을 환기하고 리스크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줄여줘 영업 효과를 극대화할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특정 B2B 제품이나 솔루션 카테고리를 주도할 수 있거나 가격 우위 또는 차별화 포인트가 명확한 기업들이 아니라면 브랜딩 활동은 해당 기업 자신보다 카테고리 내 선두 업체에 더 큰 이득을 가져다줄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

B2B 기업 내 담당자들의 주의를 환기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구매 결정 절차에서 업계 선두 업체의 제품이나 솔루션이 최종적으로 선택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둘째 이유는 ‘인사’의 관점이다. 우선, 내부 고객의 신뢰도를 유지하거나 향상시키기 위해 기업의 브랜드는 중요하다.

업무에 대한 몰입 정도나 혁신에 대한 의지에서부터 직원의 이탈률이나 근태에 이르기까지 직원들의 충성도는 기업의 생산성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회사를 자랑스러워하고 회사의 비전이나 지향점에 공감하는 직원들이 많을수록 회사의 성과는 향상될 것이다.

일반 고객 대상 브랜딩 활동에 노출된 일반 소비자들이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브랜드와 회사의 지향점이나 성과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해당 회사 직원들의 충성도는 높아질 것이다.

회사 직원들의 직장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면 신규 인력을 충원할 때도 보다 우수한 인재들이 지원하는 등의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

기업 브랜딩 활동은 재무적인 측면에서의 이득도 기대할 수 있다.

무형자산을 기업 가치 평가에 반영하는 추세가 강화되면서 브랜드 가치 또한 기업의 핵심 가치 평가 영역 중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이에 따라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들은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기업 상장 등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금 조달 기회에서는 기업의 브랜드가 기업의 가치 평가나 주가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B2B 기업에도 중요하다.
GE에게 배우는 ‘B2B 마케팅’의 진화
◆ 글로벌 B2B 기업들도 소셜 마케팅에 적극적

변화하는 브랜딩 관련 환경은 B2B 기업들의 브랜딩 활동 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한 소비자들 간 연결이 강화되면서 실체나 증거가 중요해지고 소비자 간 확산의 계기가 중요해지는 상황은 B2B 기업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B2B 기업과 소비자들의 접점을 찾는 것이 B2B 브랜딩의 큰 장애물 중 하나였다. 30초간의 TV CF 방영 시간에 소비자들에게 자사와 소비자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 난감했기 때문이다.

자사 제품의 강점 그리고 이러한 제품과 일반 소비자들의 삶과의 관련성을 다양한 콘텐츠 형식과 미디어를 통해 풀어내는 것이 가능해진 현재의 브랜딩 환경을 B2B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앞에서 소개된 GE를 비롯해 IBM이나 지멘스 등의 대표적인 글로벌 B2B 기업들은 브랜드 저널리즘에 기반 한 콘텐츠 사이트를 운영하거나 페이스북 등의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자신들이 제작한 콘텐츠들의 독자 저변을 넓혀 가고 있다.

이들의 콘텐츠 형식은 공통적으로 자신들의 기술이 고객들의 비즈니스에 어떠한 변화를 주며 이러한 변화가 궁극적으로 일반 소비자들의 삶에 어떠한 방식으로 기여하는지를 제시하는 포맷으로 이뤄져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또한 전통적인 미디어를 통한 광고 포맷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발해 이러한 브랜드 저널리즘의 콘텐츠 허브로 소비자들을 유입하려고 노력한다는 공통점도 확인할 수 있다.

자사 제품이나 솔루션의 실체 그리고 그것들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주는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 용이해진 B2B 브랜드 환경은 이를 인지하고 있는 기업들에 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B2B 기업들은 기존의 영업과 마케팅 활동에 묻혀 있던 B2B 브랜딩의 의의를 되새기고 변화하는 브랜드 환경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