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연결성’의 경험 제공해야…타깃 고객 위한 특화 제품 필요
아마존을 통해 본 ‘오프라인’의 생존법
(사진)= 아마존닷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 /한국경제신문DB

[한경비즈니스 칼럼=전창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필자는 과거 S전자 재직 시절, 회사 내에서 전 세계 매장을 가장 많이 방문한 사람 중 하나였다.

어느 날 전략 회의 시간이었다. 당시 사장은 내게 몇 개의 매장을 방문해 봤냐고 질문했다. 계산해 보니 약 10년 정도에 걸쳐 1만 개 정도의 매장을 방문했다고 답한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매장들이 기억에 남는다.

인도네시아 록시마스 휴대전화 쇼핑몰의 3㎡(1평) 정도의 그 ‘복작복작’했던 매장에서부터 뉴욕 맨해튼의 광대했던 애플 매장,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비가 삼엄했던 MTN(남아공의 다국적 통신 기업) 매장,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4시간을 달려 마을 축제처럼 열었던 휴대전화 매장 개업식에 이르기까지….

그런 필자에게 최근 오프라인 매장 부활의 소식은 너무나 반가운 일이다.

◆ ‘온라인 대명사’ 아마존도 오프라인 진출

오프라인 매장의 부활이라고 하지만 모든 오프라인 매장의 부활은 아니다. 지난 1월 미국 메이시스백화점이 1분기에 63개 매장을 폐점하고 1만 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백화점 체인 시어스도 전국에서 150개의 매장을 줄이겠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사실 메이시스는 옴니 채널을 가장 먼저 성공적으로 도입한 백화점 중 하나인데 그러한 노력으로도 지속적인 고객의 감소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이런 사례들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부활의 조건들을 살펴본다.

아마존은 5월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아마존의 일곱째 서점 ‘아마존 북스’를 오픈했다. 이 매장은 지리적으로 2011년 미국 2위 서점 체인인 ‘보더스’가 같은 장소에서 매출 부진으로 문을 닫은 바 있다.

미국 최대 서점 반스앤드노블 역시 한 블록 떨어진 곳에서 매장을 냈다가 철수한 전력이 있다.

아마존은 왜 이 자리에 오프라인 서점을 열었을까. 사실 장소 선정에서 유추해 보면 조심스럽던 아마존의 오프라인 서점 오픈이 이제 좀 더 공격적으로 대담하게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이 아마존을 대담하게 만들었을까. 온라인 공룡이지만 그 누구보다 린스타트업이라는 스타트업의 실행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아마존인 것을 생각해 보면 이번의 행보는 정말로 의외다.

린스트타업은 아이디어를 빠르게 최소 투자 제품(시제품)으로 제조한 뒤 시장의 반응을 통해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전략이다.

아마존의 행보에서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어 조심스럽지만 아마존의 오프라인 진출이 성공적이라고 해석한다면 그 성공 요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요인은 첫째, 연결성의 경험이다. 아마존 서점에는 고객 리뷰가 1만 건 이상 쌓인 책들만 모아 소개하는 코너가 따로 있다. 책 바로 밑에 고객들의 후기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 생생한 짧은 서평을 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하라는 뜻이다.

즉 이 책에 대해 싱가포르의 독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런던 독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구촌 연결성의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더 나아가 ‘뉴욕에서 잘 팔리는 소설’이라는 코너도 있다. 내 이웃들이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도 알 수 있다.

글로벌 연결성과 내 이웃의 연결성 경험을 통해 아마존은 고객들이 이곳에서 ‘발견하고 발굴하는 재미’를 느끼게 하고 싶은 것 같다.

둘째,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선택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다. 오프라인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 코너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베스트셀러인지 우리는 확신하지 못한다.

아마존은 최근 ‘아마존 차트’를 새로 선보였다. 1주일에 한 번씩 업데이트되는 이 순위는 단순히 종이책과 전자책 판매량을 합산한 결과가 아니라 전자책 단말기 ‘킨들’과 오디오북 ‘오더블’ 등을 사용하는 고객들의 책 이용 행태, 독서 행태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이 얼마만큼 해당 서적을 오래 읽었는지도 ‘아마존 차트’에 합산한다.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이 공개하는 인기 도서 순위와 다소 다른 베스트셀러에 대한 리얼 데이터인 것이다.

트레이더 조라는 미국 유기농 슈퍼마켓이 있다. 이 체인 슈퍼마켓은 ‘낡은 볼보자동차를 모는 실직한 대학교수’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타깃의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지 않은가.

제품 하나하나를 아주 까다롭게 고르고 가성비를 극단적으로 따지고 모든 것에 대해 까탈스러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아마존을 통해 본 ‘오프라인’의 생존법
◆ ‘오직 당신만을 위한’ 슈퍼마켓

사실 트레이더 조의 취급 품목은 대형마트들의 10분의 1 수준인 4000개밖에 되지 않는다.

타깃이 명확하다 보니 취급 물품의 적은 숫자가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어떻게 이 까다로운 실직한 대학교수들이 트레이더 조의 제한된 품목만의 ‘오직 당신만을 위해(Only For You)’라는 오퍼를 받아들이게 됐을까.

사실 ‘온리 포 유’의 밑바닥에는 신뢰라는 가치가 숨어 있다.

우리는 왜 비교를 할까.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부모가 주는 음식을 다른 것과 비교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내게 제일 좋은 것을 주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을 골랐을 것이라는 신뢰의 경험이 밑바닥에 있는 것이다.

트레이드 조의 전 직원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트레이더 조가 오직 한 종류의 그리스 올리브를 판매한다고 하더라도 트레이더 조의 고객들은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트레이더 조가 찾은 가격 대비 최상의 제품이라고 그들은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코스트코도 오프라인 매장 성공의 다른 형태의 사례일 수 있다.

코스트코는 아마존의 수십만 개, 월마트의 14만 개에 비해 단 4000개의 제품만 팔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코스트코는 월마트의 9차례에 비해 1년에 13차례 재고를 소진하고 있고 그 혜택을 고객들에게 가격으로 돌려주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는 ‘고객 고뇌의 해결사’로 불리는 스튜레너드 슈퍼마켓이다. 그들도 오직 엄선한 2200개의 제품만 큐레이션해 판매하므로 고객의 ‘선택의 즐거움’이 아닌 ‘선택의 고뇌’를 덜어주고 있다.

온라인 대비 오프라인에서 성공하는 매장들은 온라인의 롱테일에 비해 극단적으로 적은 수의 제품만 취급함으로써 차별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단순히 적은 수의 제품만 취급하는 것을 넘어 여기에 트레이더 조는 신뢰를, 코스트코는 온라인보다 더 싼 가격을, 스튜레너드 슈퍼마켓은 큐레이션을 통한 오프라인 매장의 성공을 이끌고 있다.

판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또는 판매에 다른 기능을 더하면 오프라인 매장은 부활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애플스토어를 생각해 보자. 세계 주요 도시의 가장 좋은 자리에 크게는 3306㎡(1000평) 이상의 면적에 많게는 수백 명의 직원을 고용한 애플스토어 말이다.

물론 현재 애플스토어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그 결과 애플스토어의 스퀘어 미터당 평균 매출은 5000달러를 넘는다. 보석 브랜드 티파니의 두 배에 이를 정도로 세계에서 평당 매출이 가장 많은 브랜드다.

하지만 2001년 애플스토어를 처음 열 때 스티브 잡스가 이런 수익을 보고 스토어를 열었을까. 그는 자신의 제품에 대한 경험을 베스트바이 등 유통업자에게 맡길 수 없다는 생각에 자신만의 스토어를 열었다.

애플스토어는 판매도 하지만 ‘지니어스’라는 전문 인력에 의한 거대한 교육의 장이고 연간 5억 명 이상의 소비자가 방문해 거의 1시간 정도의 시간을 보내는 거대한 광고의 공간이다.

5억 명의 소비자에게 1시간 이상의 광고를 보내는 비용을 계산해 보면 애플스토어의 가치는 단순한 판매 공간 이상이다.
아마존을 통해 본 ‘오프라인’의 생존법
(사진)= 버버리 플래그십 매장은 초대형 디지털 화면과 수백 개의 음향 스피커를 설치해 패션쇼를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닌 매장 활용법

버버리는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에 있는 플래그십 매장을 필두로 전 세계 주요 매장을 패션쇼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버버리 월드 라이브라는 별칭이 붙은 이 매장에는 초대형 디지털 화면과 수백 개의 음향 스피커가 설치돼 있고 실감나는 패션쇼가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다.

또 다른 영국 패션 브랜드 톱숍은 매장 방문 고객에게 가상현실(VR)을 통해 가을겨울(FW) 컬렉션 패션쇼를 체험하게 한다. 보그의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 옆에서 패션쇼를 감상하는 것과 같은 경험 말이다.

네스프레소는 매장에서 커피 클래스를 운영한다. 참여한 사람들에게 커피의 기원과 브루잉, 커피 칵테일 등 커피를 베이스로 다양한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고 이웃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기도 한다.

요가복의 샤넬이라고 불리는 룰루레몬도 전문 요가 강사 또는 요가업계 전문가를 매장 직원으로 채용해 매장에서 바로 강습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정기적으로 대대적인 요가 클래스를 운영하기도 한다.

미국의 대표 소매업체인 월마트는 모바일·온라인 쇼핑에 특화된 아마존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월마트의 2016년 매출은 전년 대비 0.7% 줄어든 4821억 달러를 기록했고 이는 35년 만에 처음 있는 매출 역성장이다.

영국 최대 소매 업체인 테스코도 온라인 쇼핑을 간과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했다가 2014년 세전 기준 약 10조원 정도의 손실을 냈다. 이는 창업 후 96년 만의 최악의 실적이다.

한국도 지난해 5월까지 온라인 쇼핑의 매출이 약 25조원으로 백화점의 2배로 크게 성장했다.
칸타월드의 소비자 조사를 봐도 국내 소비자의 59%가 쇼루밍족(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후 실제 구입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하는 사람들)에 속한다. 가히 오프라인 매장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온라인 경험을 매장으로 가져오든지, 온라인 롱테일의 대척점에 서면서 ‘온리 포 유’의 경험을 선사하든지, 아니면 판매라는 제한된 생각에서 벗어나 매장을 공간으로 보고 새로운 용도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거나 더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