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현대카드·아마존북스, 희소성 원하는 고객에 맞춤 공간 제공
SNS 타고 퍼지는 ‘공간 마케팅’… 돈 맥(脈) 여기있네
(사진)= 최근 강남의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를 방문한 스토리를 SNS에 공유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DB

[한경비즈니스 칼럼= 허지성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최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 올라오는 흥미로운 포스팅 중 하나는 서울 강남 인근에 자리한 현대카드의 ‘쿠킹 라이브러리’ 방문기다.

주로 연인이나 신혼부부들의 방문기로, 다양한 요리책을 열람하거나 라이브러리 내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사진들이 주를 이룬다. 인테리어 소품들을 비롯해 의자·식탁 등 라이브러리 공간 자체를 찍은 사진들도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한다.

체험과 공유라는 최근 마케팅의 화두에 가장 부합하는 주제 중 하나인 ‘음식’의 파급력을 고려하면 쿠킹 라이브러리에서의 경험을 열심히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포스팅하는 소비자들의 행동은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공유 활동 과정을 통해 현대카드는 ‘취향 선도자 혹은 매개자’로서의 리더십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SNS 타고 퍼지는 ‘공간 마케팅’… 돈 맥(脈) 여기있네

(사진)=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다./한국경제신문DB

◆ 소셜에서 인기 얻는 주제는 ‘공간’

현대카드의 공간 마케팅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본격화됐다. 디자인 라이브러리로 시작된 현대카드의 ‘라이브러리 목록’은 트래블(여행), 뮤직(음악), 최근에는 쿠킹(요리)까지 확장됐다.

현대카드는 라이브러리 외에도 ‘하우스 오브 퍼플’이라는 바를 운영하고 있고 뮤직 라이브러리 옆에는 ‘바이닐 앤 플라스틱’이라는 음반 판매 숍을 열었다.

현대카드가 직접 운영하는 공간들의 주제는 책·요리·여행·음악·디자인·술 등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불리는 취향 관련 주제들로, 우리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지인들과 가장 빈번히 공유하는 주제들이기도 하다.

라이프스타일 또는 취향이라는 주제가 마케팅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면서 ‘공간’이라는 주제가 주목받고 있다. 현대카드와 같이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고 더 나아가 기업이나 브랜드에 대한 관여도를 높이기 위해 공간을 활용한 마케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그러면 공간이 마케팅의 주요 수단으로 부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공간은 ‘소비자 경험’의 필수 요소다. 경험이 부상한 이유는 경험의 희소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등으로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단순히 어떠한 정보를 잘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소비자가 스스로를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하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자신의 시간과 자원, 노력을 들여 실제로 무엇인가를 직접 경험했다는 정보’, 즉 소비자 자신의 경험과 결합된 정보라면 얘기가 좀 다르다. 정보의 총량은 크게 증가했지만 소비자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자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하거나 자신의 신분·지위 등에 대해 과시하려는 소비자 욕구 발산의 종착점은 ‘경험’이 되고 있다. 그런데 사실 경험에서 공간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소비자가 특정 시간과 자원을 활용해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에서도 찾을 수 있는 정보를 굳이 개인화하는 것은 결국 물리적인 ‘공간’을 방문해 시간과 돈을 소비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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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다./한국경제신문DB

◆ 공간, ‘차별화’로 매출 극대화

기업이 공간을 활용한다는 의미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핵심 가치를 차별화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으로 공간을 전략적인 접점으로 활용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면 공간의 차별화된 활용 가치는 무엇일까.

첫째,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들 수 있다. 차별화된 공간 설계 및 운영을 통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배려를 느끼는 소비자들은 공간을 제공하는 기업이나 브랜드에 고마움을 느끼고 해당 브랜드에 대한 애착을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교보문고는 2015년 광화문점을 리노베이션하면서 공간의 구조를 크게 바꿨다.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거대한 독서용 나무 테이블 두 개를 설치한 것이다. 테이블 한 개에 가로 11.5m, 세로 1.5~1.8m, 무게는 약 1.6톤에 달한다.

교보문고의 테이블 설치는 내부에서 조차 반대 여론이 있었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책을 구입하는 대신 이 탁자에서 다 읽게 되면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것이 서점의 운영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교보문고의 판단은 적절했다.

온라인으로 책을 더 싸게 주문할 수 있는 시대에 책을 추가로 진열하는 것보다 고객이 교보문고라는 브랜드에 감사함을 느끼게 만드는 것, 그래서 다시 찾아오고 책을 꼭 교보문고에서 구입하려는 마음을 만들어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교보문고에 더 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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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광화문 교보문고는 고객들이 편하게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큰 나무 테이블을 설치했다./한국경제신문DB

둘째, 매출의 극대화다. 공간 운영의 목표와 대상·방식 등을 차별화해 매출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서점 체인점 쓰타야는 라이프스타일 서점을 표방한다.

‘책 읽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공간 운영의 테마를 정하고 온갖 책을 다 갖추는 대신 문학·여행·건축·음식·음악·자동차 등 6개 분야로 한정했다.

각각의 분야를 전공한 사람 30명을 뽑아 ‘북 컨시어지’라는 직함을 줬다. 이들은 손님들에게 원하는 책을 추천해 주고 먼저 읽어본 감상도 들려주는 역할을 한다.

주제별로 코너가 나눠져 있는 기존 서점들과 달리 쓰타야의 책 배치는 테마에 따라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여행 코너는 책장 하단에 가이드북 같은 실용서를 꽂고 눈에 잘 띄는 책장 상단엔 해당 국가의 미술·역사 등과 관련된 서적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재미있는 것은 매출과 연동하기 위해 서적 판매 이외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행 서적 코너 바로 옆에 여행사 카운터를 배치해 책을 고르던 사람이 내친 김에 견적도 뽑을 수 있다.

요리 코너에는 코너 담당 ‘북 컨시어지’가 추천하는 먹거리를 책과 함께 판매한다. 자연산 식초, 유기농 된장 등 일반 슈퍼마켓에서 구할 수 없는 쓰타야 고유의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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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다./한국경제신문DB

◆ 공간을 통해 고객의 취향 파악

셋째, 고객 인사이트 확보를 들 수 있다. 소비자들이 머무르는 공간에서 일반적인 시장조사로는 알 수 없는 고객들의 행동 특성이나 습관들을 확인할 수 있다. 공간이 일명 ‘연구소’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11월 오프라인 서점인 아마존북스를 미국 시애틀 지역에 오픈했다. 오픈의 의도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한 서적 판매 분야에서는 이미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게 됐으니 이제는 오프라인 수요까지 대응하겠다는 야심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또는 아마존이 밀고 있는 오프라인 운영 솔루션을 쇼케이싱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마존북스의 운영 목적은 고객 행동의 파악이라고 생각한다. 오프라인에서 도서 구매를 고집하는 절반이 넘는 서적 고객들의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 매장을 열고 오프라인 고객들의 실제 행동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온라인 상점 운영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은 아마존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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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거나 디자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강력한 고객 인사이트 기반의 사업적 차별화 전략·조도·재질·색깔 등의 디테일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치밀함이 동시에 요구되기 때문이다.

공간을 통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은 특정 공간 내에서 고객의 경험 프로세스 전체를 디자인한다는 것이다. 고객 경험의 경중은 공간 디자인 자원·비용의 경중과 크게 다를 수 있다는 리스크를 잘 관리할 수 있는 기업의 역량이 요구된다.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원동력으로 브랜드 강화, 매출 증대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서의 ‘공간’의 가치가 점점 상승하고 있다. 고객 경험의 핵심 요소 중에서도 비중이 크기 때문에 공간을 활용한 브랜딩이나 마케팅은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객에 대한 강력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공간의 창의적 활용을 통해 사업 성과를 내는 기업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