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제 1135호 (2017년 08월 30일)

변기도 ‘36억’? 가격 저항 피하는 3가지 방법

[경영전략 트렌드]
기업이 아무리 정당해도 고객이 납득할 만한 가격 제시해야


(사진)=스위스 융프라우에서 신라면을 먹는 외국인들. 집 앞 편의점에서 먹는 컵라면의 맛과 스위스 융프라우에서 먹는 컵라면의 맛은 다를 것이다. 고객들은 스위스 설원에서 컵라면을 먹기 위해 국내 가격의 10배인 2만원을 기꺼이 지불한다. /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 칼럼=이우창 휴먼솔루션그룹 경영전략연구소장] 100년 전 뉴욕. 젊고 실험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앙데팡당 전시회(Independent)’의 주최 측은 출품된 작품 하나를 치워버렸다.

전시회의 운영위원을 맡고 있던 마르셀 뒤샹이 익명으로 출품한 ‘샘’이라는 작품이었다. “나도 엄연히 작품이오”라며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물건이 다름 아닌 화장실에 흔히 널려 있는 소변기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알뮤트(R. Mutt)’라는 가명까지 적혀 있었다. 당시 뉴욕의 변기 제조업자였던 리처드 머트(Richard Mutt)라는 사람의 이름이었다.

이 사건으로 미술계는 발칵 뒤집혔다. “남성용 소변기로 예술을 모독했다”는 악평이 쏟아져 나왔다. 결국 이 작품 같지 않은 작품은 전시 기간 내내 관객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치워져 있어야 했고 뒤샹은 운영위원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심사가 뒤틀린 뒤샹은 친구들과 함께 미술 전문지 ‘눈먼 사람들(The Blind Man)’을 창간하고 당시 미술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뒤샹의 말인 즉, 자기는 ‘레디메이드(ready-made)’라는 장르를 만든 것인데 미술계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는 항변이었다.

레디메이드란 문자 그대로 기성품, 즉 시중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제품이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소변기’라도 새로운 의미만 부여해 주기만 하면 원래의 기능에서 벗어나 예술 작품 ‘샘’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예술은 더 이상 풍경이나 인물을 손으로 재현하는 기술이 아니라는 선언이었다. ‘샘’을 계기로 이제 예술가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작품뿐만 아니라 예술가의 선택이나 우연한 발견과 같은 아이디어도 작품의 영역에 들어올 수 있게 됐다.

뒤샹의 주장을 듣고 있자니 이제 ‘예술’하기 엄청 쉬워졌다. 변기에 “오늘부터 더러운 변이나 받지 마시고 예술 작품으로 거듭 나시죠”라면 되는 것 아닌가. 궤변으로 들린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뒤샹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서서히 생겨났다. 그러면서 생겨난 가장 큰 변화는 그가 전시한 작품의 가격 상승이었다.

1964년 처음 거래된 ‘샘’의 가격은 2000달러가 채 되지 않았다. 그래도 ‘소변기’치고는 엄청 비쌌다. 하지만 이후 거래될 때마다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2004년 36억원을 넘어섰다.

◆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제품의 가치 

도대체 미술 작품의 가격을 산정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흔히 드는 기준으로는 작품성, 세계 유명 미술관의 기획전이나 비엔날레 등의 국제전 참가, 세계 주요 미술지의 리뷰 게재 횟수, 유명 미술관의 소장 여부 등이 있다. 재료비도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지 작품의 크기도 중요하다고 한다.

요즘은 소비자가 가격을 직접 결정하는 경매도 늘고 있지만 경매 기준가 역시 앞에서 언급한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기준을 들이대면서 가격을 합리화하려는 노력을 아무리 해본들 미술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의 눈에는 소변기 하나가 예술가의 선택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천문학적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작품의 가격에 불만이 있다고 한들 작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작품은 한 점밖에 없으니 가격을 인정해 주는 사람 한 명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문제가 달라진다. 기업은 대량의 제품을 다수의 대중에게 판매한다. 만일 소비자들이 기업이 정한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회사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특히 가격을 올려야 할 때는 소비자들의 저항이 더욱 심해지기 때문에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얼마 전에 치킨 가격이 인상됐다. 대표적인 서민 식품이라 기업으로서도 가격을 건드리는 것이 무척이나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발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회사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 시작해 프랜차이즈 가맹주들에 대한 ‘갑질 논란’까지 일어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섰다. 깜짝 놀란 회사 측은 기자 회견을 열고 제품의 원가를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한 번 불이 붙은 소비자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궁금해진다. 누구는 소변기 하나에 36억원씩 받아도 사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데 왜 누구는 치킨 값 2000원 올린 것으로 회사 존립이 흔들릴 정도로 뭇사람들의 비난에 시달려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가 두 가지의 기준을 갖고 가격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느끼는 제품의 가치=준거가치+차별가치

예를 들어 보자. 더운 날에 산에 올랐다. 갈증을 풀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니 마침 산 정상에서 콜라를 팔고 있다. 가격은 5000원.

‘음, 비싼데’ 하는 생각과 함께 떠오른 것은 등산로 입구 편의점에서 봤던 콜라의 가격이 2000원이었다는 것. 그렇다면 이 2000원이라는 가격이 당신이 생각하는 콜라 가격의 기준, 즉 준거 가치가 된다.

그리고 5000원과 2000원의 차이에 해당하는 3000원이 당신이 느끼는 차별 가치가 된다. 차별 가치는 동네 편의점에서 편하게 마시는 콜라와 비교해 오랜 갈증 끝에 산꼭대기에서 마시는 콜라의 차이점이 주는 가치다.

30분 만에 오를 수 있는 동네 뒷산에서 마시는 콜라보다 한참 올라가야 하는 험한 산봉우리에서 마시는 콜라에 당연히 더 높은 차별 가치가 부여될 것이다.

이 두 가지 가치의 합이 소비자가 느끼는 제품의 총가치가 될 것이고 소비자가 지불할 의사가 있는 최대 가격이 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소비자가 느끼는 준거 가치와 차별 가치는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가격을 책정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소비자 마음속에 자사 제품의 가치를 높게 인식시킬지 고민해야 한다.


(사진)=기아자동차는 스포츠 세단 스팅어를 스포츠 성능이 결합된 럭셔리 세단으로 인식돼 다른 럭셔리 세단과 비교해 스포츠성이라는 차별성을 가지길 원한다. / 한국경제신문

◆ 특별한 경험과 차별된 가치를 제공하라   

먼저 차별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자. 뒤샹의 작품이 36억원이라는 가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레디메이드’라는 미술 장르를 열어젖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차별화된 가치를 지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량으로 생산하는 제품도 얼마든지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콜라를 다시 생각해 보면 배낭에 음료수를 충분히 준비해 가는 사람에게는 정상에서 파는 콜라가 별 차별화된 가치를 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마실 것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에게 한 잔의 콜라는 상당한 가치를 줄 것이다.

또한 ‘해발 1000m에서 마시는 콜라가 주는 특별한 경험’을 강조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특별한 가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제품의 차별화된 가치는 물리적인 특성뿐만 아니라 고객 타기팅이나 커뮤니케이션 등의 마케팅 활동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다음으로 준거 가치에 대해 살펴보자. 준거 가치는 소비자들이 자사 제품의 대체재를 무엇으로 인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정상에 오르기 직전 대피소에서 파는 6000원짜리 사이다를 본 사람들은 5000원 하는 콜라에 쉽게 지갑이 열릴 것이다.

하지만 대피소에서 사이다를 판다는 사실을 모르는 등산객이 등산로 입구 편의점에서 2000원짜리 콜라를 사왔어야 한다고 느낀다면 5000원짜리 콜라에 쉽게 손이 가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의 준거 가치가 높을수록 가격에 대한 민감도는 낮아진다. 가격이 비싸도 저항이 높지 않다는 말이다.

기아자동차는 새롭게 출시한 스팅어가 무엇의 대체재로 보이길 원할까. ‘성능이 향상된 소형 차량’일까. 아니면 ‘스포츠 성능이 결합된 럭셔리 세단’일까.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그래야만 스팅어의 준거 가치가 높아져 5000만원 수준의 가격이 정당화되고 다른 럭셔리 세단과 비교해 스포츠성이라는 차별적 우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아자동차는 소비자들이 벤츠나 BMW의 소형 모델을 스팅어의 경쟁 차량으로 인식하도록, 달리 말하면 스팅어가 럭셔리한 세단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받아들이게 하기 위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활동들이 효과적으로 이뤄져야만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해 갖고 있는 가격의 기준점을 위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 고객 마음속 ‘가격지도’를 배신하지 말라

가격을 인상할 때도 이러한 원리는 그대로 적용된다. 가격 인상은 단순히 가격표에 적힌 숫자가 달라지는 것 이상이다.

소비자 마음속에 있는 ‘심리적 가격’도 달라진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특정 상품을 떠올릴 때 그 상품의 여러 대체재들과 함께 마음속에 가격의 지도를 갖게 된다.

치킨을 예로 들면 치킨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피자의 가격은 이 자리에, 족발의 가격은 저 자리에 하는 식으로 준거 가격이 자리를 잡는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상품의 가격이 모두 제자리에 있는데 특정한 한 상품의 가격만 자리를 바꾸게 되면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분노하는 것은 실제 돈을 더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라기보다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심리적 가격 지도가 바뀐 데서 오는 혼란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심리적 혼란을 이해하지 못하면 가격 인상은 고사하고 소비자들의 욕만 얻어먹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기습 인상은 금물이다. 소비자 마음속 ‘가격 지도’의 특정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던 가격이 다른 위치로 옮겨가게 되면 반드시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는 점을 미리 설명해 줘야 한다. 소비자들의 반발이 가장 거세질 때는 기습적으로 인상할 때다.

아무런 안내도 없이 지도 속 높은 자리로 슬쩍 옮겨가 버리면 소비자들이 혼란을 느끼기 때문이다. 가격을 올릴 때 충성 고객이 가장 많이 반발하는 이유는 충성 고객이 마음속 가격 지도에서 특정 상품의 위치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진하게 표시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기존 가격을 지우는 것이 남들보다 힘들기 때문에 가격 인상에 대한 충격과 배신감도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당성’이 아니라 ‘납득성’이다. 가격을 올릴 때마다 기업들이 단골로 꺼내 드는 핑계는 ‘원가가 올랐기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가격 인상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기업의 원가에 관심이 없다.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정말 가격을 올려야만 했는지 납득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결국 평소 소비자들에게 가격 책정 과정을 투명하게 알리고 자사 제품의 가치를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함으로써 고객의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평범하면서도 가장 훌륭한 방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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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08-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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