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 이해관계·해석의 충돌 속에서 상대를 이해하고 협업하는 자세 필요
‘폭발 직전’ 사내 갈등, 곪기 전 해결하는 4가지 방법
[한경비즈니스 칼럼=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사람들은 아프면 병원을 찾는다. 코감기에 걸리면 이비인후과를, 소화가 안 되면 내과를 간다. 골절상을 입으면 정형외과에 가고 외모가 마음이 들지 않으면 성형외과를 찾는다. 그런데 혹시 목감기에 걸려 피부과를 가는 사람이 있을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정신과’나 찾아 가라고 할지 모른다.

말해 봐야 입만 아픈 얘기를 꺼내는 것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대로 된 진단’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갈등’ 상황이 되면 사람들은 이 당연한 것을 쉽게 놓친다. 마음이 급해져서다. 당장 무슨 수를 써서든 해결책을 만들어 내려고 한다.

하지만 그래서는 깔끔한 답을 내기 힘들다. 답을 구하기 전에 그 갈등이 ‘왜 생겼는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등 갈등의 원인을 알아야 ‘진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지금 자신을 힘들게 하는 갈등을 생각해 보자. 그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까. 처방보다 정확한 진단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에 갈등의 주된 원인과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본다.

◆ 다름의 충돌, 원칙을 만들라

퇴근 준비를 서두르던 당신. 그때 옆 팀의 팀장이 들이닥치더니 “팀장들 회식 있어, 오랜만에 한번 뭉치는 거야. 오케이?”라며 술 한잔하러 가자고 당신을 잡아끈다. 동료 팀장들끼리 모인다는 소식에 기꺼이 회식에 참석한 당신.

하지만 너나없이 외쳐대는 “건배” 소리에 당신은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체질적으로 알코올 분해 효소가 없는 당신에겐 소주 한 잔이 다른 이들에겐 양주 한 병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일 아침 7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다”며 술을 거절해 보지만 상대는 “나는 아침 6시에 미팅이 있다”며 술을 자꾸 권한다.

서로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오는 갈등이다. 이것이 갈등 관리에서 말하는 ‘다름의 충돌’이다. 서로 생각$가치관$문화 등이 다를 때 생기는 갈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이들은 반문할지 모른다. “그래도 그 정도는 맞춰 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이런 문제는 누가 누구에게 맞춰 주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손바닥 뒤집듯이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름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솔루션은 무엇일까. 바로 ‘존이구동(存異求同)’이다. 핵심은 간단하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되 함께 지켜야 하는 공통의 원칙은 따르는 것이다.

그러면 조직에선 어떻게 존이구동을 실천할 수 있을까. 문제가 생긴 뒤 수습하는 것은 어렵다. 사전에 우리가 지켜야 할 약속, 즉 ‘구동’의 방식을 정해 놓아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A 직원은 ‘꼼꼼하게’ 일하는 게 몸에 배어 있다. 중요하건 그렇지 않건 자신의 일에 대한 완결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스타일이다. 반대로 B 직원은 ‘빠른’ 일처리가 강점이다. 일은 ‘하면서 완성해 가는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이 둘은 서로 각자의 방식에서 최선을 다해 일했고 나쁘지 않은 성과도 냈다. 하지만 이 둘이 ‘함께’ 일하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꼼꼼한’ A 직원은 ‘빠른’ B 직원의 일처리에 화가 난다. 왜 저렇게 일을 대충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쌓인다.

반대로 ‘빠른’ B 직원은 ‘꼼꼼한’ A 직원의 업무 스타일에 속이 터진다. 일을 하자는 것인지 자아실현을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불만이다. 누가 맞고 틀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답은 없다. 그래서 이 둘이 ‘함께’할 원칙을 정해야 한다.

그 일이 어떤 특징이 있는지에 따라 정확함을 추구하는 방식을 강조할 수도, 스피디함을 추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불만 고객 대응에선 ‘스피드’가 중요하다. 그럴 땐 ‘빠른 일처리’를 추구하는 게 맞다.

의사 결정을 위한 보고서를 만들어야 할 때는 어떨까. 숫자 하나, 근거 하나로 사업의 성패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처리가 필요하다. 이때는 ‘신중함’이 중요하다. 이렇게 일의 ‘속성’에 따라 함께 일하는 약속을 정해야 한다.

존이구동.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상대와 자신이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함께 일하기 위한 방법을 찾을 때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여기서 누가 맞고 틀리고는 없다. 자신의 성향이나 가치관 혹은 믿음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할 뿐이다. 상대의 다름을 그대로 두고 함께 일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폭발 직전’ 사내 갈등, 곪기 전 해결하는 4가지 방법
◆ 구조의 충돌, 협업하게 만들라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영업팀과 재무팀이 다툰다. 먼저 영업팀장이 포문을 연다.

“매출 성장률을 높이려면 가격을 더 낮춰야 합니다. 요즘 영업 현장이 얼마나 치열한지 아십니까. 가격을 올리면 매출이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질 겁니다.”

이 말을 듣고 재무팀장이 발끈한다.

“요즘 영업 이익률이 점점 떨어지는 걸 모르세요. 그러니 신제품 가격을 좀 더 올려 이익률을 높여야 합니다.”

매출 성장률을 높이려면 가격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는 영업팀장, 하지만 반대로 영업 이익률을 생각하면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재무팀장. 이 둘은 왜 이렇게 다투는 걸까.

이는 두 팀이 서로 다른 목표치(KPI)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환경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아이러니다.

이러한 유형의 갈등을 ‘구조의 충돌’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최고경영자(CEO)가 아무리 영업팀장과 재무팀장을 불러 ‘사이좋게 지내라’고 설득해도 바뀔 수 없다.

이때는 ‘룰’, 즉 KPI를 바꿔 줘야 한다. 예컨대 CEO가 “영업이익 총액을 높여라”는 것을 두 팀의 KPI로 지시하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영업팀은 단지 매출 성장률만 높이기 위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싸게 팔 수 없다.

재무팀은 어떨까. 재무팀의 주장대로 비싸게 팔면 개당 판매 금액에 따른 이익률이 높아질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싸 소비자들이 관심을 덜 갖게 되면 전체적으로는 팔리는 양이 줄어든다. 그러면 영업이익 총액을 늘리기에 한계가 있다.

매출 성장률과 영업 이익률이라는 상충될 수 있는 KPI를 영업이익 총액으로 바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갈등 관리 워크숍을 진행하다가 조직에서 벌어지는 갈등에 대해 조사해 보면 상당수의 조직이 이러한 구조적 문제로 골치 아픈 갈등을 겪는다고 말한다. 리더는 특히 이런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말로만 협업하라고 할 게 아니라 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제도를 만들어 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 이해관계의 충돌, 상대의 이유를 파악하라

‘쓰레기 처리장 절대 반대!’, ‘원자력발전소 건설하라!’

언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회 갈등들이다. 한 쪽에서는 ‘하겠다’고 하고 반대편에선 ‘해선 안 된다’고 맞서는 모습….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것과 상대가 원하는 것이 충돌할 때 생기는 갈등을 ‘이해관계의 충돌’이라고 한다.

이런 유형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상학의 주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협상의 핵심 개념인 ‘요구(position)’와 ‘욕구(needs)’에 대한 이야기다. 갈등 상황에서 양측이 표면적으로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바로 ‘요구’다.

그러면 욕구는 뭘까. 상대가 요구하는 ‘이유’다. 왜 쓰레기 처리장을 반대하는지, 왜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필요한지 물었을 때 나오는 답이 욕구다. 갈등 관리를 잘하는 사람일수록 상대의 욕구, 즉 니즈(needs)에 초점을 맞춘다.

조직에서 생길 수 있는 이해관계 충돌 상황을 생각해 보자. 팀장인 당신이 ‘주말에 나와 일 좀 하자’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팀원들은 어떨까. 드러내 놓고 “싫습니다”라고 말하는 ‘간 큰 팀원’은 없겠지만 속으론 ‘짜증난다’는 생각을 많이 할 것이다.

‘주말에 출근하자’, ‘주말 출근은 하기 싫다’는 포지션이 맞선 상황이다. 이런 이해관계 충돌을 해결하려면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 팀장인 당신의 니즈는 ‘월요일까지 사장님께 드릴 보고 자료를 만들어야 하니까 주말 근무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팀원들은 그 상황을 잘 모른다. 단지 ‘이번 주말엔 가족들과 놀이동산에 놀러 가기로 했는데, 출근하게 되면 약속을 어겨야 하잖아’라는 생각뿐이다. 이때 양측의 니즈를 모두 만족시키는 솔루션은 없을까.

예를 들면 ‘가족을 위한 선물을 주는 것’ 같은 것이다. 주말에 나와 일해 보고서를 마무리하는 대신 그 때문에 불만이 쌓였을 가족들이 좋아할 만한 보상을 해 주는 것이다.

그러면 ‘가족과의 약속’ 때문에 주말 출근을 하기 싫어하던 팀원들의 불만이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이 실제로 이런 방법을 사용해 ‘일’로 인한 이해관계 갈등을 해결하고 있다.

자신과 다른 것을 원해 갈등이 생기는 것이 ‘이해관계의 충돌’이다. 저 사람은 왜 그러냐고 불평하지 말자.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것을 원할 수밖에 없다.

핵심은 ‘왜’를 묻는 것이다. 상대가 ‘왜’ 그것을 원하는지, 자신은 ‘왜’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지 그 이유를 알면 문제가 풀린다.
‘폭발 직전’ 사내 갈등, 곪기 전 해결하는 4가지 방법
◆ 해석의 충돌, 갈등의 원인 파악이 먼저

어느 날 마케팅의 핵심 인재가 찾아와 말한다.

“팀장님, 제가 계획하고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려다 보니 지원금이 좀 필요합니다. 승인 부탁드립니다.”

이 말을 들은 당신은 그 직원이 기특하다. 항상 아이디어가 넘치더니 또 한 건 하려나 싶어 서둘러 결재해 준다.

다음 날, 당신 팀의 애물단지 같은 직원이 찾아와 얘기한다.

“팀장님, 진행 중인 프로모션에 예산이 좀 부족한데요….”

“너는 돈으로 일하니. 고민을 좀 더 해 봐. 무조건 예산만 달라고 하지 말고.”

부서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잘라 버린다. 그리고 ‘돈 쓰고 안 되는 게 어디 있느냐’며 면박을 주고 돌려보낸다.

성과를 내기 위해 추가 지원금을 요청하는 하나의 행동. 하지만 그 행동에 대해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 당신. 무슨 의미일까. 자신의 반응을 결정하는 데 상대의 행동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 행동을 받아들이는 자신의 감정이 핵심이다. 추가 지원금을 요청하는 것(행동)에 대해 ‘기특하다(감정)’고 생각하면 ‘지원(반응)’해 주게 되고 ‘어처구니없다(감정)’고 생각하면 ‘퇴짜(반응)’를 놓는 것처럼….

그런데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상대의 행동과 감정 사이에는 ‘자기의 해석(story)’이 자리 잡고 있다. 자기감정을 만들어 내는 것은 상대의 행동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그것을 해석하는 ‘스토리’라는 뜻이다.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지원금 요청이라는 행동을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story)’고 생각하면 ‘대견함(감정)’이 생기는 것이고 ‘일을 쉽게 하려고 꼼수를 쓰는 것(story)’이라고 해석하면 ‘짜증(감정)’이 생기는 것이다.

결국 자신이 어떤 스토리를 쓰느냐에 따라 하나의 행동에 대해 좋은 감정이 생길 수도, 나쁜 감정이 생길 수도 있다. 진짜 핵심은 감정을 만들어 내는 ‘자기의 스토리’인 셈이다.

스토리로 인한 갈등을 ‘해석 충돌’이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지식과 경험만을 근거로 상대를 일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생기는 갈등이다. 그래서 해석 충돌을 줄이려면 스토리를 제대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필자는 리스토리(re-story)라고 말한다. 기존에 갖고 있는 스토리를 ‘새롭게’ 써 본다는 의미다.

리스토리를 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어린아이들은 ‘자신이 보는 세상’과 ‘남이 보는 세상’이 같다고 믿는다고…. 그래서 숨바꼭질을 할 때 본인이 술래를 보지 못하면 술래도 자신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머리만 숨기고 다 숨었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꿩처럼…. 그러던 아이들이 만 4세가 지나면서부터 달라진다고 한다. 관점 전환(perspective taking), 즉 자신에게 보이는 세상 말고도 또 다른 세상의 모습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관점 전환이 리스토리를 위한 핵심 요소다. 상대의 관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자신이 겪고 있는 혹은 자기를 힘들게 하는 갈등은 어떨까. 자신만의 판단에 의해 상대에 대해 ‘이상한’ 스토리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억하자. 상대 관점에서 생각해보고 자기의 해석(story)을 바꾸면 전혀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해석 충돌을 해결하기 위한 ‘첫 단추’가 된다는 것을….

자신을 힘들게 하는 갈등, 그전에 ‘왜’ 갈등이 생겼는지 생각해 보자. 모든 일에는 원인 파악이 먼저다. 그다음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이것만 알면 갈등은 피하고 싶은 스트레스가 아니라 즐거운 게임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