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시대·노동시간 단축’ 극복 위해 ‘중간관리자’ 육성해야
딜레마 빠진 한국 기업, ‘업무 생산성’ 향상이 답
[한경비즈니스 칼럼=김수현 리브컨설팅 본부장] 최근 한국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내·외부적으로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외부 환경의 변화는 저성장 시대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양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구조가 지속되는 환경에서 기업들은 성장이 아닌 존속이라는 목표 수정이 필요하다.

내부 환경의 변화도 주목된다. 올해 7월 19일 문재인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국정 운영 안을 발표했다. 한국 기업들은 저성장이라는 외부 환경의 벽에 부딪치며 양적으로 더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직원들의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딜레마에 봉착했다.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이전과 동일한 성과를 올리기 위해 더 많은 인건비가 필요해진다. 이는 고스란히 비용(코스트) 증가로 이어지고 결국 기업의 존속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돌아올 것이다.
딜레마 빠진 한국 기업, ‘업무 생산성’ 향상이 답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은 한국보다 먼저 저성장 시대와 노동시간 단축을 경험한 일본 기업들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 기업의 해답은 바로 업무 생산성 향상이었다.

외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시대에서 비용 절감이 어렵다면 기존 인력의 생산성을 향상시켜 성장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노동시간이 단축된다면 더 짧은 업무 시간 내에 기존과 동일한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업무 생산성이라는 개념은 원래 제조나 생산 라인에서 나온 개념이다. 일본은 이를 사무실에서 업무하는 노동자들에게도 대입해 투여한 시간 대비 어느 수준의 성과를 창출했는지를 평가했다.

아직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개념에 익숙하지 않다. 우선 사무직 노동자들에 대한 성과의 개념은 생산직처럼 눈에 보이거나 측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질적인 확인도 어렵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업무 처리 시간을 끌어올리는 개념보다 더 심오한 얘기다.

개인은 물론 조직 전체가 이러한 생산성을 측정하고 개선하는 조직으로 바뀌지 않으면 업무 생산성에 대한 대응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이 중간관리자들의 역할이다. 기존 한국 기업의 중간관리자들처럼 경영진의 생각을 현장에 전달하고 그것을 단순히 촉진하는 역할에 그친다면 변화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면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했던 일본 기업들의 특징은 스스로 생각하고 개선하는 중간관리자들의 육성이었다. 일본 기업들은 중간관리자들의 역할과 역량의 변화를 통해 기업 전체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이제 한국 기업들은 대응 가능한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존속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방안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중·장기 경영전략들을 수립할 것이고 조직의 체계를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