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온라인과 연계 전략…오프라인 강점을 극대화해 온라인 고객 유입
오프라인 삼키는 온라인 유통, ‘노드스트롬’처럼 대응하라
(사진)=미국 로스앤젤레스 그로브몰. 백화점 노드스트롬은 다양한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제로 착용해 보고 마음에 드는 제품만 온라인을 통해 주문받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 출처 위키백과

[한경비즈니스 칼럼=허지성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구글 출신 직원들이 차린 스타트업 보데가(Bodega)에서 출시한 무인 식료품 자판기는 한동안 언론과 소셜 미디어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보데가의 자판기는 아파트와 운동 시설 등에 설치된 자판기를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열고 자판기 내에 비치된 각종 식료품을 소비자가 꺼내 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자판기에 설치돼 있는 카메라는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꺼내 가는지 인식해 앱에 등록된 카드에 자동 과금하며 머신 러닝 알고리즘은 각 자판기의 재고를 관리·예측해 효율적으로 물류가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

상품이 자동으로 자판기에서 나오는 프로세스에 집중해 취급 상품의 종류가 제한적이었던 기존의 자판기와 달리 보데가의 자판기는 대형 장식장 모양을 하고 있어 상품을 다양하게 구비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보데가는 미국 서부 지역에 50개의 자판기를 2017년까지 설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미국 전역에 10만 개의 자판기를 운영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보데가에 대한 언론과 소셜 미디어의 관심은 사실 아이디어의 독창성이나 사업 모델의 완성도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구글에 근무했다는 배경으로 많은 투자금을 받아 지역 상권을 위협하는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는 비난 여론이 빗발쳤고 결국 보데가는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오프라인 삼키는 온라인 유통, ‘노드스트롬’처럼 대응하라
(사진)=미국의 대형 유통 업체 메이시스는 온라인 유통 기업들의 선전으로 힘들어져 2015년 1분기부터 무려 10분기 동안 매출이 감소했다. / 연합뉴스

◆ 온라인은 선전, 오프라인은 고전

우려와 비난은 오히려 보데가의 사업 모델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방증일 수도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이 유통 분야에 미치는 파괴력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보데가와 같은 사업 모델이 골목상권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시작한 것이다.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오프라인의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유통 공룡 아마존은 오프라인 서점을 ‘시범적으로’ 여는 것을 시작으로 ‘아마존 고’라는 무인 오프라인 스토어를 개장했고 최근에는 미국의 식료품 유통 선두 업체 중 하나인 홀푸드 인수를 통해 오프라인 사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밀기 시작했다.

책이나 CD 등 개인의 취향이나 리뷰 정보 등이 중요하고 제품의 포맷이 유사해 유통하기가 쉽고 마진이 상대적으로 높아 온라인 유통이 용이한 제품에서 작게 시작한 아마존의 비즈니스는 20여 년 만에 제품 유통 전반을 송두리째 온라인을 통해 구현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 비즈니스를 통해 확보한 거대하고 촘촘한 오프라인 유통망, 아마존의 프라임 회원제 소비자 기반 등은 이제 아마존 오프라인 사업의 강력한 자산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기업들의 선전은 기존의 오프라인 기반 유통 업체들에 엄청난 시련을 주고 있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백화점 JC페니 또한 100개 이상의 매장을 폐쇄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또 다른 미국의 대형 유통 업체 메이시스의 매출은 2015년 1분기부터 무려 10분기 동안 감소하고 있고 콜스 또한 매출 감소로 고전하고 있다.

한때 유통시장의 ‘야후’라고 불리던 대표적 완구 유통 업체 토이저러스는 최근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미국 언론들은 ‘유통업의 재앙(Retail apocalypse)’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의 고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오프라인 식료품 판매 및 관련 서비스 시장 역시 온라인의 공격에 고전하고 있다. 모바일 기반 택시 호출 중계 업체로 잘 알려져 있는 우버가 론칭한 우버이츠 등은 매장의 입지에 기반 한 기존 오프라인 음식점 사업을 바꿔 나가고 있다.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우수 입지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하던 오프라인 업체들의 고객들은 평판이 좋지만 입지가 불리할 수 있는 상점들의 더 맛있는 음식이나 음료를 우버이츠 등을 통해 최대 30분 만에 주문해 소비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삼키는 온라인 유통, ‘노드스트롬’처럼 대응하라
(사진)= 스타벅스코리아는 2014년 5월 29일 전 세계 스타벅스 가운데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주문하는 ‘사이렌 오더’를 개시했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한 뒤 가까운 스타벅스에 가면 기다리지 않고 음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스타벅스 소공동점에서 모델들이 사이렌 오더를 통한 주문을 시연하고 있다. / 한국경제신문

◆ 오프라인 강점을 온라인에 활용

이러한 오프라인 사업의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 일부 오프라인 기업들은 온라인 기반 사업자들의 공격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역시 온라인과의 연계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 오프라인 사업자 중 하나인 스타벅스는 모바일 기반 고객관계관리(CRM) 전략을 통해 온라인 기반 사업자로의 영역 확대를 꾀하고 있다.

모바일 앱에서 제공하는 사이렌 오더라는 기능은 매장 인접 지역에서 주문 후 기다릴 필요 없이 매장에서 바로 주문 음료나 상품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자신이 원하는 커피의 제조 방식을 저장해 주문할 수 있어 주문할 때마다 제조 방식을 일일이 말해야 하는 불편을 없앴다. 또 주문 상품 제공 시 주문자의 별칭을 호칭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화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스타벅스 앱의 가장 큰 전략은 게임화로, 이용자들의 주문 횟수에 기반 해 등급을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차별화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높은 등급의 소비자들은 다이어리를 비롯한 스타벅스의 다양한 한정판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신제품 프로모션 등에 우선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한정판 다이어리는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신규 스타벅스 앱 이용자들이 유입되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구매 주기가 빈번하다는 커피 소매 사업의 특성을 온라인·모바일에 연계해 경쟁의 구조를 바꾸는 데 성공한 것이다.

미국 유통 업체 메이시스·콜스 등과 동일한 영역에서 경쟁하고 있는 노드스트롬은 재고 없는 매장인 ‘노드스트롬 로컬’을 통해 온라인 유통 업체들과 경쟁하겠다고 선언했다.

노드스트롬 로컬은 매장의 재고를 없애는 대신 고객들이 옷이나 액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들을 실제로 착용해 보고 마음에 드는 제품들만 온라인을 통해 주문받는 방식으로 꾸며진다.

온라인 전자 상거래 업체들이 구현하기 힘들어하는 ‘상품 체험’과 백화점의 ‘프리미엄 서비스’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온라인 기반의 유통을 통해 비용을 절감,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을 최대한 확보해 소비자들이 백화점에서는 제품 체험만 해보고 실제 제품은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쇼루밍’ 현상을 막겠다는 의지가 결합된 시도다.

노드스트롬 측은 “최근의 쇼핑은 고객이 매장을 방문해 막대한 양의 재고를 직접 살펴보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고 적절한 상품을 골라주는 전문가가 곁에 있다면 듬직할 것”이라고 노드스트롬 로컬의 의의를 제시했다.

이는 백화점의 프리미엄 서비스가 가지는 ‘오프라인의 장점’을 노드스트롬 로컬을 통해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노드스트롬 로컬의 운영비용을 온라인 기반 매출 및 이익을 통해 상쇄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온라인 기반 유통 업체는 오프라인 소매 영역으로의 확장을 통해 유통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고 이는 오프라인 업체들의 기존 전략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은 오프라인의 장점과 온라인의 장점을 결합해 경쟁에서 꿋꿋이 실적을 내고 있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쇼핑하는 의도를 파악하고 오프라인 기반 매장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통해 온라인 유통 진영의 공격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고심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