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커스] 2017 지역별 고용 모델
전북투어패스, 병원아동보호사 등 신규 일자리 창출로 지자체 고용률 저조 극복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일자리 늘리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지방과 중앙, 민간과 공공이 함께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치면 반드시 성과가 나타납니다.”(이낙연 국무총리)

문재인 정부의 제1 국정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발맞춰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지역별 일자리 창출 사업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지자체 일자리 창출에서 가장 많은 성과를 낸 지역은 어디일까.

최근 ‘전국 지자체 일자리 대상’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은 지자체별 사업을 기준으로 지역별 일자리 창출의 혁신 모델을 살펴봤다.

◆[종합 대상 : 전라북도] 전북투어패스로 위기 극복

올해 종합 대상인 대통령상에는 ‘사회적 기업 육성 및 마을 기업 고도화 사업’ 등으로 2016년 고용률 및 경제활동참가율 전국 1위를 차지한 전라북도가 선정됐다. 전라북도는 청년층의 타 지역 전출과 최근 조선 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실직 등으로 고용률 저조가 극심했던 지역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도가 꺼내든 것은 지역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일자리 발굴에 주력하는 것이었다. 지역 자원과 특성을 살린 문화·관광·서비스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고용 창출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첫 카드는 전북투어패스 활성화를 통한 관광 서비스 일자리 창출. 도는 한 장의 카드로 전라북도 주요 유료 관광지를 이용하고 시군 시내버스와 공영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형 관광 패스를 개발했다. 전국 최초 시도였다.

도·시·군 조례 개정을 통해 온라인 마켓에서 전북투어패스를 판매했고 이와 연계한 여행 상품 등이 개발되는 등 시너지 효과도 일었다. 도에 따르면 지난해 봄 여행 주간 관광객 수는 33.5% 증가했고 같은 해 가을에도 전년 대비 15.19% 늘었다.

전라북도는 농촌 산업 자원을 활용해 청년 농업인을 육성하는 카드도 꺼냈다. 도내 13개 시·군과 함께 ‘귀농귀촌박람회’를 열어 귀농·귀촌에 관심이 있는 수도권 도시민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이끌어 내는 사업이다.

도는 귀농·귀촌 5개년 계획에 따라 2017년부터 2021년까지 30개 세부 사업에 3102억원을 투자해 5년간 매년 도시민 2만 명을 유치하고 39세 이하 청년층 1000가구를 육성할 계획이다.

이 밖에 전라북도는 2009년 7월 전국 최초로 사회적 기업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사회적 경제 전자상거래 지원센터를 세우는 등 새 정부 들어 각광받고 있는 사회적 기업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이러한 한 발 앞서가는 정책을 통해 도는 2016년에만 △고용 증가율 전국 1위(0.9% 증가) △경제활동 참가 증가율 전국 1위(1.2% 증가) △취업자 수 증가율 전국 2위(1.7% 증가) △여성 고용 증가율 전국 3위(1.3% 증가) 등의 우수한 성과를 이끌어 냈다.
"오래된 양곡 창고가 ‘청년 창업공간’으로" 지역별 일자리 창출 작전은?
(사진) 순천시의 청년 일자리 사업 모델인 ‘청춘창고’. /순천시 제공

◆[부문 대상 : 부산시·순천시] 청년 맞춤 지원으로 일자리 창출

부문별 대상인 국무총리상은 광역자치단체 부문에서 부산광역시가, 기초자치단체 부문에서 전남 순천시가 각각 수상했다.

부산시는 중앙정부 사업과 지방 일자리 사업을 연계함으로써 높은 점수를 얻었다. 고용부가 추진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지역 설정에 맞게 확대한 ‘부산형(2+1) 청년내일채움공제’ 프로젝트로, 만 15~34세 청년들이 제조업이나 신재생에너지, 지식 서비스산업, 벤처·문화 콘텐츠 기업 등의 중소기업에 정규직으로 3년을 근무하면 200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3년 장기 근속 시 본인 부담 500만원 외 1500만원을 추가 지원받을 수 있어 연 500만원의 연봉 상승 효과가 기대되는 프로젝트다.

이는 부산이 전국 최초로 기획한 것으로 조선·해운업 위기 등 경제 심리 위축,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에 따른 청년 고용 절벽 위기를 선제적으로 타개하는 한편 지역 기업의 인력난 해소에도 기여했다는 호평을 얻었다.

순천시는 청년 인구 감소와 청년층 고용 환경 악화에 따른 지역 경제 활력 저하에 대응하기 위해 ‘청년 100인 토론회’를 열고 일자리 아이디어를 자체적으로 도출했다.

오래된 지역 농협 양곡 창고를 리모델링해 청년 창업과 다채로운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청춘창고’가 그중 하나다.

총 2669㎡ 부지의 청춘창고는 지역 청년들이 손수 창업해 점포를 운영하는 데 수십여 개의 판매 매장 외에도 청년 커뮤니티, 청년 창업가 육성, 문화가 있는 장소 등으로도 활용된다.

취업·창업 정보 제공과 상담, 버스킹 등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등 관광객 유치는 물론 지역 내 청년 창업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최우수상 : 광주 광산구·대전 유성구] 지역 맞춤 일자리로 일석이조

광주 광산구는 맞벌이 부부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병원아동보호사를 양성함으로써 일자리 창출 우수 사업에 선정됐다. 병원아동보호사는 광산구가 광주여대·병원 등 지역사회와 함께 창출한 새로운 직업군으로, 전문 교육 이수자들이 병원에 입원한 아동을 돌보는 일을 맡는다.
현재 교육을 수료한 병원아동보호사 36명이 지역 아동 병원에서 활약하고 있다. 보호자는 간병 부담을 덜고 경력단절 여성 등은 일자리 기회를 제공받는다는 점에서 전국 확장 가능성이 높은 신규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로 꼽힌다.

대전 유성구는 청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관련된 소규모 비즈니스 창업을 원한다는 점에 착안해 2011년부터 청년들이 자생적 커뮤니티 비즈니스 문화를 생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를 통해 ‘커뮤니티 비즈니스타운’이 활성화돼 마을에 청년들이 신규 유입되고 있고 청년들의 지역 유출 감소로 지역 상권 또한 활성화되는 효과를 낳았다.

고용부는 앞으로도 지자체의 이 같은 신규 일자리 창출 방안에 적극 협조할 계획이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지자체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지역 여건에 맞는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 우수한 지역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일자리 창출 사업은

지역 일자리 창출 사업은 고용노동부가 지역의 고용 창출 및 인적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2006년부터 지자체와 함께 추진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기존에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에 따로 이뤄지던 일자리 창출 사업이 협업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되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고용노동부는 각 지역에 맞는 지원 유형별로 매년 지원 범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매년 일자리 경진대회를 통해 전국 지자체가 지역 특성과 여건에 맞게 시행 중이거나 제안한 일자리 사업을 심사해 우수 사업을 시상한다. 올해 수상한 지자체에는 지역 산업 맞춤형 일자리 사업비를 최대 4억원까지 지원했고 수상 지자체 업무 담당자에게는 고용부 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