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조정 중에도 ‘수익금 10% 사회 환원’ 이행


[한경비즈니스 = 차완용 기자] ‘재무적 성과’와 ‘사회적 성과’.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중 이 둘을 연관시키는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물며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 사회적 성과까지 챙기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최근 이랜드그룹이 보이는 행보를 보면 이례적이다. 중국 사업 부진과 과도한 몸집 불리기에 따른 급격한 부채 증가를 겪고 있는 이랜드그룹이 사회적 성과까지 챙기고 있다.

이랜드는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의 ‘수익금 10% 사회 환원’ 약속을 어려움을 겪던 와중에도 실천했고 최근에는 협력사 전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여기에 더해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진행하던 사옥 통폐합 과정에서 생긴 역세권 노른자위 땅을 청년 공공 임대 사업 부지로 내놓기도 했다.
‘그룹의 뿌리’ 이랜드 창전동 사옥 청년임대주택으로 변신
(사진) 이랜드 창전동 사옥./ 이랜드 제공

◆ 사옥 매각 대신 택한 ‘공공기숙사’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모던하우스와 티니위니 매각 등을 통해 1조3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고 1차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완료했다. 급한 대로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아직도 재무구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부채비율이 200%에 달한다.

이 부채를 100%대로 끌어내리기 위해선 1조원이 더 필요하다. 그래야만 현재 ‘BBB-(부정적)’인 회사 신용 등급을 끌어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회사채를 발행해 자력으로 사업 재건을 위한 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주사인 이랜드월드를 통해 1조원의 외부 자금을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핵심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의 지분 절반 이상을 매각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랜드그룹이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하는 이유는 당장의 작은 이윤보다 장기적인 투자를 중시해서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 광흥창 인근 이랜드리테일 사옥 부지에 역세권 청년 임대주택을 짓는 것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랜드그룹은 2020년 완공되는 마곡사옥 이전을 준비하면서 창전동 사옥 매각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창전동 인근에 밀집해 있는 대학(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홍익대) 주변의 하숙비가 비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매각은 잠시 미루기로 했다. 때마침 정부가 청년들을 위한 공공 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터라 시기도 맞아떨어졌다. 표면적 이유는 여기까지다.

내부적으로는 박 회장의 의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박 회장에게 창전동 사옥은 의미가 남다른 곳이다. 스물여덟 살이던 1980년 이화여대 앞에 6.6㎡(2평)짜리 보세 의류 가게를 열며 사업을 시작해 지금의 이랜드를 세웠다.

박 회장은 지금의 이랜드가 있을 수 있는 배경에는 당시 인근 학생들이 가게를 찾아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시의 고마움이 아직 마음속에 남아 있다.

이랜드그룹은 1월 말이나 2월 중 창전동 사옥을 비우고 곧바로 철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후 총 589가구를 만들어 이 중 60가구(27㎡)는 보증금 100만원, 월세 10만∼12만원의 공공 기숙사로 공급할 예정이다.

나머지 529가구는 신혼부부와 청년들은 위한 임대주택으로 내놓는다. 230가구는 아파트(전용 17·29㎡)와 도시형 생활주택 299가구(전용 17㎡)로 구성되며 임대료는 시세의 80% 수준으로 보증금 5000만~8000만원에 월세 24만~44만원 선으로 예상된다.

이랜드는 이곳에 추가로 카셰어링, 공유 자전거, 무인 택배 시스템, 운동 시설, 스터디카페 등도 제공할 예정이다. 2021년 1월 준공이 목표다.
‘그룹의 뿌리’ 이랜드 창전동 사옥 청년임대주택으로 변신
◆ 협력사 직원 300여 명 정규직 전환

이랜드그룹의 사회적 성과는 채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 내에서 패션 사업을 담당하는 이랜드월드가 최근 협력사 직원 3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신발 편집숍 ‘폴더’와 패션(SPA) 브랜드 ‘미쏘’, ‘스파오’ 등의 매장 직영점의 협력사 직원들이 대상이다. 순차적으로 진행해 올해 상반기까지 모두 정규직 전환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 이랜드의 정규직 전환 작업은 앞서 그룹이 발표한 ‘조직 문화 7대 혁신안’ 실천의 일환이다. 지난해 6월 이랜드그룹은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협력해 준 전 직원과 우수 협력사에 보답하고 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조직 문화 7대 혁신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통합 채용 등 채용 방식 개선이 포함됐다.

이 밖에 이랜드그룹은 2002년 이후 현재까지 이랜드가 진출한 모든 해외 법인에서 얻은 순이익의 10%를 해당지역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기 위해서 일한다’는 모토를 가지고 그룹의 제1 경영 이념인 ‘나눔’의 정신을 세계 곳곳에서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랜드 복지재단은 투명한 회계 보고를 목적으로 재단과 산하 복지센터(복지관·요양원) 홈페이지에 세입·세출 내역을 상시 공개하고 있다. 또 투명한 회계와 기부자를 위한 정기 피드백 시스템, 전문성을 갖춘 사업을 꾸준히 이어 나가고 있다.

또 이랜드그룹은 정부나 민간단체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위기 가정이나 비영리단체(NPO)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큐베이팅 지원 사업’도 30여 년간 이어 오고 있다.

이와 함께 소외 이웃에 대한 효과적이고 공정한 지원을 위해 전국 거점 지역의 현장 간사들과 사회복지학과 교수, 의사, 사회복지 현장 전문가 등 각 분야의 전문위원을 위촉해 심사 및 봉사를 진행 중이다.

이랜드 복지재단은 해당 사업을 통해 1만2000여 가정의 위기 가정을 지원해 오고 있다. 또 위기를 맞은 가정을 돕기 원하는 기부자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기부 사이트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다양한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이랜드 재단과 이랜드 복지재단을 통해 지구촌의 소외된 이웃들을 향한 긴급 구호 활동 및 제3세계 지원 사업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중국 이랜드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학업을 중도에 포기해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장학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2만5800명의 장학생을 지원했고 이 밖에 나병원 봉사와 장애인 의족 지원, 재난 지역 긴급 구호 등을 지속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공헌 활동으로 2013년 ‘대한민국 사랑받는 기업 정부 포상’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해외 부문 대통령 표창과 중국 정부가 수여하는 중화자선상을 3회 수상하기도 했다.

cw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