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기업 가치 100배 키우기] 회사의 명운 가를 신사업은 ‘미래를 사는 사람’에게 맡겨야
훌륭한 인재를 찾는다면, 그가 ‘어느 시대’에 사는지를 보라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Q 저는 국내 중견 제조회사에서 인사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최근 회사는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사업을 총괄하는 간부를 채용할 계획입니다. 내부에서 적임자를 찾지 못해 외부 영입을 위해 헤드헌팅 회사에 의뢰했습니다. 헤드헌팅 회사가 추천한 후보자들은 대부분이 소위 말하는 ‘스펙’이 화려합니다. 국내 명문 대학이나 해외 유명 대학을 나왔고 내로라하는 글로벌 MBA를 마친 사람들도 많습니다. 대체로 국내외 대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관련 업무를 경험한 사람들이어서 일단 기본 자격은 모두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제가 고민하는 것은 이들 중에서 적임자를 어떻게 선별할 것이냐 하는 점입니다. 우리 회사는 오랫동안 성장이 정체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경영진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 왔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추진하는 신규 사업도 성장 정체 탈피의 일환이지만 경영진의 상당수는 성공을 낙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쟁자도 많고 회사의 재무 상황도 그리 여유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누가 사업을 이끄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가 적임자를 뽑기 위해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기업 경영자들은 대체로 사업의 성패가 사업 책임자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업 책임자를 정할 때 매우 신중을 기하게 됩니다. 특히 귀하의 회사처럼 기업의 명운이 달려 있는 신규 사업이라면 사업을 이끄는 적임자를 찾는 게 사업 초기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적임자만 찾아낸다면 사업은 이미 절반의 성공이 보장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핵심은 ‘후보자가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지’ 점검해 보라는 겁니다. 후보자의 출생 시대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후보자의 관심이 어느 시대에 머무르고 있는지, 어느 시대의 사람들과 만나고 있고 어느 시대의 사건과 사물에 흥미를 갖고 있는지 확인해 보라는 뜻입니다.

과거에 머무르면 성장 없어

이런 관점으로 사람들을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과거를 사는’ 그룹입니다. 주로 연령대가 많은 층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들의 관심은 주로 과거에 쏠려 있습니다. 이들은 초·중·고와 대학의 동기 동창이나 고향 사람들을 만나고 과거 직장 사람들과 자주 교류합니다. 어렸을 때 먹었던 음식을 즐겨 먹고 그때의 추억이 깃든 장소를 찾아다닙니다. 또 당시에 좋아했던 물건들을 사서 집 안이나 사무실 곳곳에 전시하기도 합니다.

이런 행동이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렇게 삶의 중심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은 성장 발전을 추구하는 이가 드뭅니다. 이런 이들은 새로운 일을 만들기보다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을 큰 무리 없이 관리하는 데 관심을 쏟습니다. 이들의 역량이나 자질이 현재 상황에 맞지 않기도 하지만 미래를 도모하기에 열정이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보수적이고 과거 지향적인 사고와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신규 사업을 맡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물론 나이가 많다고 모두 과거 지향적인 것은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 한창 젊은 나이인데도 과거의 특정 시기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들에게선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환갑이 훨씬 지난 나이에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미래를 도모하는 ‘젊은 노인’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둘째로 ‘현재를 사는’ 그룹입니다. 아마도 우리 주변에서 직장 생활을 하거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속할 겁니다. 현재에 만족하면서 현재를 즐기려는 사람들이죠. 이들은 상당히 합리적입니다. 사업이 아무리 매력적으로 보여도 무리하게 도전하기보다 현실적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들이 주로 만나는 사람도 현재 자신이 다니고 있는 직장이나 활동하고 있는 단체의 구성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몰리는 사람들의 상당수도 대개 현재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무엇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중시합니다. 미래에 어떤 것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설령 미래의 어떤 것이 상당히 매력적이더라도 또 현재의 상태가 다소 부족하고 미흡하더라도 선택은 별로 달라지지 않습니다. 미래의 무엇을 얻는 과정에서 투입해야 하거나 잃어버릴 것들이 너무 많고 추진 과정에서 현재의 안정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면 미래보다 현재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물론 이들이라고 미래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 역시 일정한 수준에서 도전하고 위험을 감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안정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만약 현실적으로 안정이 심각한 위협을 받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이들은 언제든지 도전을 멈추고 안정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목민’은 회사에 악영향

현재를 중시하는 이들 가운데 일부는 끊임없이 더 좋은 직장, 더 좋은 직책과 직무를 추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들이 회사의 중심에 자리 잡고 핵심 간부로 성장하기는 어렵습니다. 회사는 간부와 임원이 좋은 자리를 찾아다니기보다 자기 자리를 좋게 만들기를 원하니까요. 멋진 집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집을 멋지게 개조하는 사람을 선호하는 셈이죠.

기업이 이직이 잦은 사람을 꺼리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이들이 농부가 아니라 유목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거죠. 직장을 많이 옮기는 사람들은 대체로 농사를 짓기 위해 땀을 흘려 가며 땅을 가꾸고 씨를 뿌리는 것보다 나무에 달려 있는 열매를 따고 동물을 사냥하는 것을 선호하는 유목민적 성향을 보입니다. 이들은 멀리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 일하지 않습니다. 나무 열매나 사냥감이 부족해지면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처럼 상황이 어려워지면 떠나버립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귀하의 회사에 신규 사업 책임자로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과거나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사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관심은 늘 미래입니다. 단순히 미래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미래가 실현될 것으로 확신하고 이미 그 미래에 기반 해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반인들의 눈에 비치는 이들의 언행은 비현실적이고 무모해 보일 때가 많습니다. 이들이 자주 만나는 사람 역시 미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사람들입니다. 현재 큰 역할을 하고 사회적 위상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 미래사회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죠.

특히 미래에 관심을 쏟는 사람들은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비전과 목표에 잘 빙의됩니다. 회사와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비전을 쉽게 자기 것으로 만들죠. 따라서 기업이 경영 비전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경영진과 호흡을 잘 맞추고 사업 진행에서도 강한 추진력을 발휘합니다.

반대로 과거나 현재를 사는 사람들은 합리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확실해 보이는 비전을 믿지 못하거나 반신반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이 신규 사업을 시작해 안착 단계에 도달하려면 수많은 어려움을 돌파해야 합니다. 신규 사업 책임자는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계속 망설이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때로는 과감하게 결정한 뒤 무리할 정도로 밀어붙여야 합니다. 무모하다는 얘길 들을 만큼 도전적이어야 할 때도 있고 고집불통이라는 비판이 쏟아질 정도로 주변의 얘기에 귀를 닫고 앞만 보고 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도달할 미래에 대해 강한 확신과 뜨거운 열망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과거나 현재를 사는 사람들보다 미래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신규 사업을 이끄는 데 더 적합합니다.

그렇다면 후보자가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어떤 방법으로 검증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평판조회(reference check)입니다.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인터뷰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면접을 많이 해 본 후보자들은 대개 면접관이 무슨 답을 원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귀신같이 면접관이 원하는 정답을 파악해 면접관을 홀릴 수도 있습니다.

평판조회는 채용 시 반드시 필요

따라서 중요한 임직원을 뽑는다면 반드시 면접과 함께 평판조회를 실시해야 합니다. 면접 결과와 평판조회를 함께 놓고 판단한다면 그가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지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평판조회를 제대로 하려면 누구에게 물어볼 것인지, 그들이 한 말 가운데 어떤 것을 취사선택할 것인지 잘 따져봐야 합니다.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평판조회를 많이 하고 있지만 이 두 가지를 잘 못해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판조회 경험이 부족하면 후보자에 관해 정확하게 말해 줄 수 있는 사람(refree : 레프리)이 누군지 몰라 엉뚱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평판을 조회하게 됩니다. 또 어렵게 레프리를 찾아냈어도 그가 쏟아내는 수많은 이야기 가운데 어떤 것이 중요한지 판단하지 못해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평판조회는 전문 헤드헌터처럼 가급적 경험이 많은 평판조회 전문가(referer)들의 도움을 받는 게 좋습니다. 가능하면 전문가들이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작성한 평판조회 결과를 받아보세요. 후보자에 대해 제대로 실시한 평판조회 보고서를 접한다면 귀하가 면접 과정에서 가졌던 궁금함의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