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뒤통수의 심리학]
-역사 속 유명한 사기 범죄를 분석…‘사기는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 만들어 낸다’

[한경비즈니스=노민정 한경BP 출판편집자] 수년간 사기꾼들을 연구한 심리학자 마리아 코니코바는 “사기 당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처한 상황이 중요하다”며 누구나 사기에 걸려들 수 있다고 말한다.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고 세상 모든 직업이 사라져도 꿋꿋하게 건재할 마지막 직업이라는 사기꾼…. 왜 사기는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계속 그들에게 속는 것일까.
심리학으로 벗겨낸 ‘늑대의 가면’
◆사기꾼에게 당하지 않는 심리 방어술

코니코바는 이를 알아보기 위해 실제 역사 속의 뛰어난 사기 범죄자들에게 눈을 돌렸다.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불쌍한 10대 소녀 행세를 한 호주의 사만다 아조파르, 추상표현주의 작가의 위작을 수백만 달러어치 팔아먹은 미술품 딜러, 실제로는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신분이면서 독일 귀족인 척하며 사람들을 속인 영국 청년을 비롯해 수백만 달러 규모의 폰지 사기(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에서부터 삼류급 사기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각지의 흥미로운 사기극을 살펴보며 그들의 숨겨진 동기와 수법·심리를 흥미롭게 파헤친다.

자기만은 괜찮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사기와 기만에 속아 넘어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뛰어난 사기꾼이 천재적 수완을 발휘하는 지점이다.

사기는 기본적으로 인간 심리에서 출발한다. 사기꾼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첫 단계는 목표물을 정하는 것이다(목표물 선정). 목표물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원하며 그 욕구를 어떻게 이용해 자기 목적을 달성할까. 여기에는 공감과 신뢰를 토대로 하는 친밀한 관계가 필수적이다(분위기 조성).

어떤 작전을 펼칠 때든 먼저 정서적 토대를 단단히 다져야 한다. 그런 후 논리와 설득의 단계로 진입한다(낚아채기 설득).

‘나는 특별한 존재’라는 믿음에 호소하고(특별함 환기하기), 목표물에게 이익이 생기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고 실제 이익을 경험하게 만든다(굳히기). 이제 목표물은 마치 거미줄에 걸린 파리처럼 발버둥 치면 칠수록 더 빠져나가기 힘들어진다(균열 일으키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 때쯤엔 이미 감정적으로 그리고 종종 신체적으로도 많은 것을 쏟아부은 상태여서 이제는 스스로 자신을 설득하는 단계가 된다.

때로는 상황이 점점 파국으로 향해 가는데도 더욱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며(가속도 붙이기) 결국 모든 걸 빼앗기고 나서도(마무리)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깨닫지 못한다.

때때로 사기꾼은 입을 다물라고 우리를 설득할 필요조차 없다(떼어내기 및 후속 조치). 많은 이들이 스스로 입을 다물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 자기 자신을 속이는 데 가장 뛰어난 존재다.

과연 당신이라면 자신의 마음과 심리를 정확히 이해해 너무 늦기 전에 사기꾼의 거미줄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사기꾼의 영리한 술책을 간파해 그들의 거짓말에 속지 않고 한 수 앞서 이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