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바이오 사업 매출 사상 최초 2조원 돌파…글로벌 1위 품목 4개 확보
CJ제일제당 그린 바이오, ‘글로벌 효자 사업’ 됐다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그린 바이오)이 글로벌 시장 최전선에서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2017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실적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바이오 사업의 연간 매출이 지난해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미생물 발효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그린 바이오 시장은 시장 변동성이 크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선제적 투자를 바탕으로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갖춰 여러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만간 발표될 1분기 실적에서도 바이오 사업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그린 바이오 시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라이신·메티오닌·트레오닌 등 동물의 생육을 돕는 사료용 아미노산이고 다른 하나는 핵산이나 MSG처럼 식품에 사용돼 맛과 향을 좋게 하는 식품 조미 소재 등이다. 또한 최근에는 아르지닌 등 특정한 효능을 보유해 건강식품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기능성 아미노산도 각광받고 있다. 시장 규모는 품목별로 작게는 수천억원에서 크게는 수조원 규모에 이른다. 에보닉(독일)·아지노모토(일본) 등 글로벌 기업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이 시장에서 CJ제일제당은 라이신·트립토판·핵산·발린 등의 4개 품목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 있다.
CJ제일제당 그린 바이오, ‘글로벌 효자 사업’ 됐다
포트폴리오 확대로 사업 안정성 갖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불과 3~4년 전만 해도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에는 고민이 많았다. 사업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던 라이신의 공급과잉으로 글로벌 판가가 하락하면서 성장성과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전체 사료용 아미노산 시장의 다양한 제품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라이신 의존도를 낮추는 ‘정공법’을 택했다. 그 결과 2013년 당시 전체 바이오 사업 매출에서 60%가 넘었던 라이신의 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40%대로 낮아졌다. 또 상대적으로 고수익 제품군인 트립토판과 핵산 등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매출과 수익 모두 개선됐다.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15년 라이신보다 시장 규모가 큰 핵심 제품 L-메티오닌 생산을 시작했다. 특히 친환경 발효 공법을 적용해 5대 사료용 아미노산 중 하나를 친환경 발효 공법으로 생산하는 세계 최초의 회사가 됐다. 2016년에는 중국 기능성 아미노산 업체 하이더와 미국 바이오 벤처 기업 메타볼릭스의 자산을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농축 대두단백 1위 업체인 브라질의 셀렉타를 인수하는 등 사업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앞으로도 생산을 확대해 시장 장악력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2014년 완공한 미국 아이오와 공장에 총 5000만 달러를 투자해 트레오닌·발린·트립토판 등을 호환 생산할 수 있는 신규 생산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올해 2분기 중 착공에 들어가 내년 하반기부터 신규 물량을 본격 생산하게 된다. 여기에 말레이시아 L-메티오닌 공장 증설 작업도 마무리돼 내년까지 약 8만 톤 규모의 L-메티오닌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그린 바이오 시장 상황도 CJ제일제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2016년부터 본격 회복세로 돌아선 라이신 가격이 올해 초부터 추가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환경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면서 화학적 공법을 사용하는 다른 업체보다 친환경 공법을 활용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이 한층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내 라이신 가격은 4월 들어 kg당 8.8위안으로 지난해 6월 저점 대비 10% 정도 올랐다. 여기에 최근 미국산 대두에 대한 중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국 내 대두박과 발효대두박의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보완재로 취급되는 라이신 가격도 함께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1991년 인도네시아에 첫 해외 바이오 공장을 세운 이후 글로벌 시장 공략에 집중한 결과 연간 매출 2조원 돌파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의 수요에 따른 최적화된 솔루션을 함께 공급하는 ‘기술 마케팅’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를 통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업체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려 확고한 글로벌 넘버원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J제일제당 그린 바이오, ‘글로벌 효자 사업’ 됐다
◆성장 잠재력 큰 핵산 시장

CJ제일제당의 생산 품목 중 주목할 것은 핵산이다. 핵산은 CJ제일제당이 글로벌 그린 바이오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 있는 4개 품목 중 하나다. 핵산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4000억원 정도다. 이 중 중국이 3분의 2를 차지한다. CJ제일제당은 중국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60% 이상의 시장점유율(생산량 기준)을 보이며 8년 연속 1위에 올라 있다.

CJ제일제당의 핵산 매출은 지난해 20% 정도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10% 정도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은 1977년 처음으로 핵산을 생산, 출시한 이후 글로벌 시장 공략을 지속해 왔다. 현재 인도네시아와 중국 등 총 세 곳의 글로벌 핵산 생산 기지를 두고 있고 이 중 두 곳이 중국 랴오청과 선양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핵산은 음식의 맛을 더해주는 식품 조미 소재다. 조미료나 소스류에 사용돼 감칠맛을 더하거나 가공식품에 첨가 소재로 활용돼 원재료의 맛을 조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글로벌 그린 바이오 시장에 속하는 다양한 품목 중에서 라이신이나 트립토판 같은 사료용 아미노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지만 최근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효자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CJ제일제당이 글로벌 핵산 시장 1위에 오른 데에는 지속적이고 선제적인 투자로 확보한 연구·개발(R&D) 역량을 기반으로 품질과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중국 핵산 시장에서 CJ제일제당의 핵산 제품은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뿐만 아니라 기업 간 거래(B2B)가 대부분인 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솔루션’도 제공하고 있다. 중국 내 다른 핵산 업체들은 핵산 제품만을 제공하는 ‘제품 마케팅’에 주력한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현지 고객사가 원하는 핵산 제품뿐만 아니라 제품에 맞는 사용법과 레시피 등을 함께 제공하는 ‘기술 마케팅’을 통해 수요와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글로벌 핵산 시장 1위 기업이 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고객이 원하는 품질 수준보다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초격차 기술 경쟁력”이라며 “앞으로 핵산 사업은 CJ제일제당이 글로벌 넘버원 바이오 기업이 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