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없는 생체 금속을 찾아라
2015년 9월 발표된 통계청의 ‘201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현재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662만 명으로 전체의 13.1%를 차지하고 있지만 2060년에는 4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의학 기술의 발전,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인간의 평균수명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결혼 및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 등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이와 함께 각종 산업재해·교통사고·질병·노화 등에 따른 신체의 손실도 증가함에 따라 잃어버린 신체의 기능을 되찾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의용 ‘생체 재료(Biomaterials)’의 개발로 이어지고 있고 그 시장 규모도 급격히 커지는 추세다.

2012년 기준 국내 생체 재료 시장 규모는 117억5000만 원으로 추정되며 2016년에는 175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생체 재료 시장 규모도 2012년 42억4000만 달러에서 2016년 65억5000만 달러로 연평균 13.5%의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

1860년 무균 외과 수술 가능해져
‘생체 재료’란 용어에 대해 세계적으로 통일된 정의는 아직 없지만 의약품을 제외한 인공 또는 천연의 재료로 인체 내에서 사용 기간과 관계없이 인체 내 계통(system)의 전체 또는 일부에 사용돼 인체의 조직·기관·기능을 치료, 보강 및 회복시키는 재료를 일컫는다.

생체 재료의 사용은 사실 2000~3000년 전부터 시작됐다. 중국·로마 등지에서 금으로 만든 의치, 유리 안구 및 나무로 만든 치아 등이 이식용으로 사용된 흔적이 있고 청동이나 구리 등을 이용해 부러진 뼈를 접합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생체 재료의 사용은 1860년대 조셉 리스터에 의해 무균 외과 수술 기법(Aseptic surgical technique)이 개발된 후에야 가능하게 됐다. 그 이전의 이식수술에서는 철·금·은·백금 등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세균 감염 때문에 대부분의 이식 수술이 성공적이지 못했고 그에 따라 생체 재료의 사용이나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보철 치료 등도 인체 내부에 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 외부에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1860년대 리스터가 무균 외과 수술 기법을 개발한 이후 1880년 글럭이 뼈를 고정하기 위해 수지성 시멘트와 상아를 이용해 보철을 시도했고 1890년에는 레인이 골절 고정에 금속제 나사와 고정판을 사용했다. 1910년대 셔먼이 바나듐 합금을 사용해 고강도 ‘고정판(bone plate)’을 제조했지만 인체 내에서 너무 빨리 부식이 발생하는 문제점이 나타났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1930년대 들어 스테인리스 스틸이나 코발트·크롬 합금이 생체 재료로 개발돼 현재까지 고정판이나 인공관절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골절된 뼈를 고정하며 힘을 지탱하고 또 무수히 반복되는 힘을 견뎌야 하므로 골절 치료용으로는 주로 금속계 생체 재료가 사용됐다.

골절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생체 금속의 용도는 다양하다. 뼈가 부러졌을 때는 뼈를 고정하는 골 고정용 와이어로 부러진 부위를 묶어주거나 골 고정판, 골 고정용 스크루로 서로 연결하고 골수 내에 금속 로드를 박아 체중을 지탱하게 한다. 뼈를 고정해 더 이상의 골절이 진행되지 않도록 하고 뼈가 다시 붙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체 금속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인체 내부에서 재료가 녹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몸은 60~70%가 물로 되어 있고 부식을 일으키는 염소 이온이 풍부하므로 소재에 녹이 생기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초기 생체 금속은 철·금·은·백금 등 다양한 재료가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부식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소 농도를 최저인 0.03% 이하로 낮춘 제품인 SUS 316L이 골 고정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높은 내마모성과 체액 및 생리적 부하에 대한 내부식성이 우수한 코발트·크롬 합금은 주조 과정을 통해 인공관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부작용 없는 생체 금속을 찾아라
니티놀, 혈관 안내 철사로 각광
또 다른 생체 금속 재료는 타이타늄이다. 타이타늄은 앞의 두 금속 소재에 비해 가볍고 전성·연성이 높고 기계적 성질도 좋다. 특히 비강도(比强度, 강도 비중)는 보통 강철의 약 2배, 알루미늄의 약 6배나 된다. 가벼우면서도 강하므로 그 용도가 다양해 인공관절·인공치근·금속나사·핀·와이어 등 고정 장치 등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최근에는 니켈과 타이타늄이 50 대 50으로 섞인 니티놀이 생체 금속 소재로 주목 받고 있다. 니티놀은 높은 탄성과 함께 형상기억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 성질을 이용한 것이 혈관 안내 철사(guide wire)다. 혈관은 굴곡이 심해 안내 철사가 그 안에서 구부러져 영구 변형이 일어나 안내 철사를 빼낼 때 혈관이 딸려 나오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지만 니티놀 세선은 초탄성이 있어 굴곡이 심한 혈관 내에서도 소성변형 없이 쉽게 다시 꺼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금속 외 재료의 개발 현황을 살펴보면 눈에 띄는 것이 고분자 재료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플라스틱이 몸에 박힌 군인이 장기간 인체에 대해 아무런 이상 반응이 없다는 사실이 우연히 발견돼 이 플라스틱, 즉 PMMA(Polymethylmethacrylate)를 주원료로 만든 각막이식이나 굴절된 두개골의 일부 대체 재료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을 통해 인류는 체계적으로 생체 재료를 연구했다. 전쟁으로 재활이 필요한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효과적인 항생제의 발견으로 심각한 감염 없이 보철 수술이 실질적으로 가능할 수 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1950년대부터 생체 재료의 응용 분야가 넓어졌다. 혈관 이식수술이 1950년대에 시도됐고 1960년대에는 실리콘 고무 재질의 구형 개폐기를 가진 인공 심장판막이 최초로 상품화되고 ‘골 시멘트(bone cement)’를 사용한 고관절 이식수술이 성공했고 1970년대에는 심장 이식수술이 시도됐다.

이러한 생체 재료가 우리 몸에서 잘 활용되기 위해서는 ‘생체 안정성’과 ‘생체 친화성’이 요구된다. 생체 안정성이 중요한 이유는 아무리 우수한 재료라고 해도 우리 몸속에서 유해한 물질을 방출하거나 독성 반응을 나타내면 생체 재료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생체 안정성이 확보된 소재라고 하더라도 몸속의 조직과 닿아 예상하지 못한 알레르기 반응이나 기타 부작용을 일으키면 이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생체 친화성 또한 중요하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생체 재료는 크게 금속·고분자·세라믹·복합 재료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최근에는 생체 내에 천연으로 존재하는 세포의 기질을 사용해 생체 안전성과 친화성을 극대화하는 재료의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다양한 기능을 충족하기 위한 복합 재료를 활용한 생체 재료 개발 노력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종민 포스코경영연구원 철강연구센터 수석연구원
부작용 없는 생체 금속을 찾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