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로봇의 선두 ‘수술 로봇’…내시경에 탈부착 방식도
‘코에 삽입하는 로봇’ 무흉터 수술 가능할까
[권동수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의료 분야에 로봇이 도입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수술 분야에 도입된 최초의 로봇은 1985년 미국에서 뇌 검사 시술에 사용된 산업용 로봇 ‘PUMA 200’이다. 첫 로봇 수술은 PUMA 200를 이용한 컴퓨터 단층촬영(CT) 뇌 검사로, 1985년 4월 11일 시행됐다.

산업용 로봇의 응용을 선두로 1991년 최초의 의료 전용 로봇 장치인 전립선 수술용 ‘프로봇(PROBOT)’이 개발됐고 뒤이어 1992년 인공관절 수술용 ‘로보닥(ROBODOC)’과 1994년 의료 영상 보조 로봇인 ‘이솝(AESOP)’, 1998년 복강경 수술 전용 로봇인 ‘제우스(ZEUS)’가 등장함으로써 본격적인 의료 로봇 개발 시대가 열리게 됐다.

이듬해인 1999년 미국의 인튜이티브서지컬(Intuitive surgical)이 역사상 최초로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해 2016년 현재까지 전 세계 의료 로봇 시장에서 유일무이한 일인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복강경 수술용 로봇 시스템인 다빈치(da Vinci)가 탄생했다.

상업적 대성공 거둔 수술 로봇 ‘다빈치’

인튜이티브서지컬이 의료 로봇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세계 최초로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고정밀 수술 시스템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기존 개복과 수동 복강경 수술 시 장시간에 걸친 힘들었던 수술은 편안히 앉은 자세로 원격조종 장치를 통한 정밀한 수술로 대체됐고 환자는 작은 흉터로 미용적인 효과를 얻을 뿐만 아니라 출혈량과 회복 기간이 줄어들어 이른 시일 내에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최소의 절개창으로 몸속에 들어간 수술 도구는 소형의 손목 관절 외 도구 기능을 가짐으로써 의사의 손끝 움직임을 정확하게 재현할 수 있다.

다빈치 로봇은 전 세계적으로 3000대 이상, 한국에서도 대학 병원을 중심으로 약 50대가 설치돼 실제 다양한 외과 수술에 사용되고 있다. 다빈치의 상업화 성공으로 기존에는 불가능에 가까웠던 최소 절개를 통한 몸속 깊은 병변의 수술에서 로봇의 높은 활용성이 검증됐다.

특히 전립선 수술 분야에서는 이제 다빈치가 없는 수술은 상상하기조차 힘들어졌다. 이와 같은 원격 로봇 수술 시스템의 성공은 전 세계적으로 의료 로봇의 연구·개발에 유례없는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다빈치는 대당 25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장비다. 재사용 횟수가 정해져 있는 수술 도구 등 소모품의 가격 또한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현재 한국에서는 로봇 수술에 대한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수술비가 기존의 2~3배 이상까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는 환자에게는 큰 비용적 부담으로 작용하며 시스템의 가격 대비 효율성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명백하게 저가형 수술 로봇의 국산화가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이를 위해 카이스트의 미래의료로봇연구단을 비롯한 여러 국내 연구팀들이 다빈치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국산화 수술 로봇의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미래컴퍼니는 신성장 동력으로 최초의 국산 복강경 수술 로봇의 상용화를 추진 중이며 현재 전임상 시험에 착수했다.

이 밖에 한양대와 국립암센터 등 여러 대학 병원들이 수술 로봇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이스트 미래의료로봇연구단에서는 소형화와 높은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차세대 수술 로봇 아폴론(Apollon) 개발에 성공했다. 다빈치 로봇이 큰 기저부에 네 개의 수술 팔이 달려 있는 형태라면 아폴론은 로봇 팔을 의사가 원하는 개수만큼 수술 침대에 탈·부착할 수 있게 고안됐다.

또한 고가의 전자식 구성품을 최대한 배제하고 수술에 필요한 핵심 기능을 정밀한 기계 메커니즘으로 대체함으로써 저가의 시스템 개발을 실현했다.

아폴론 시스템에서 다빈치와 가장 차별화된 핵심 기술은 인체 팔의 구조를 모사한 기존의 손목 관절뿐만 아니라 팔꿈치 관절까지 구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몸속에서 훨씬 더 민첩하고 자유로운 움직임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4~5개의 절개 부위를 1개로까지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자연 개구부 활용해 절개 없이 수술

절개를 최소화하는 것이 환자의 회복과 수술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면 절개를 완전히 없앤 무흉터 수술은 불가능할까. 물론 가능하다. 수술을 위한 의도적인 절개 없이 항문·입·질 등의 자연적인 인체의 구멍을 이용한 자연 개구부 수술 또한 정밀한 로봇 기술과 조화를 이뤄 또 다른 수술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 개구부 수술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 가장 큰 원인은 이 수술에 요구되는 기술의 난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인체의 자연 개구부를 통해 내부의 굴곡진 부분으로 진입해 목표 지점에 다가가 수술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유연하면서도 큰 힘을 낼 수 있는 수술 도구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기존의 복강경 수술 로봇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공간적·크기적 제약을 받기 때문에 아직까지 극복해야 할 많은 기술적 한계점들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자연 개구부를 통한 무흉터 수술 로봇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세계적으로는 올림푸스와 칼스톨츠(Karl Storz) 같은 대형 내시경 회사들이 개발에 착수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국립암센터·카이스트에서 유연 내시경 로봇을 개발, 동물실험 단계에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로봇 시스템이 최종적인 상용화에 도달하려면 아직까지는 많은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

무흉터 수술의 또 다른 형태로, 기존의 상용 내시경에 수술 도구를 탈·부착하는 형태의 수술 로봇도 개발되고 있다. 우리가 검진에서 흔히 사용하는 위나 대장 내시경에 추가적으로 여러 개의 작은 로봇 팔을 부착하는 개념이다.

내시경으로 기존의 검진뿐만 아니라 동시에 간단한 수술까지 진행할 수 있는 점은 로봇 시스템에 비교해 상당히 간편하게 무흉터 수술을 성공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 해결되지 못한 기술적 난관들이 존재한다는 점은 한편으로는 우리에게는 난이도 높은 기술들을 선점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차세대 의료 로봇의 국산화에 든든한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산 복강경 수술 로봇 시스템의 성공은 수입에만 의존했던 값비싼 의료 기기의 국내화 효과와 함께 미국의 의료 기기 시장 독점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간의 손기술로는 불가능한 분야에 도전
‘코에 삽입하는 로봇’ 무흉터 수술 가능할까
의료 로봇 관련 기술들의 지속적인 개발은 자연스럽게 전 국민의 질 높은 의료 혜택으로 이어질 것이다. 국산화된 저렴한 가격의 수술 로봇은 대학 병원 뿐만 아니라 중소형 병원까지 보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환자의 부담이 크게 줄어듦과 동시에 소외 계층의 사람들도 로봇 수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선진 의료 시스템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병원에서 로봇으로 의사들이 수술을 진행하는 미래를 쉽게 상상할 수 있었을까. 놀랍지만 이러한 최첨단 의료 기술은 이제 현실이 됐고 한편으로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로봇의 가장 밀접한 그리고 중요한 활용 분야로 다가왔다.

로봇의 장점인 작업 정밀성과 편의성 기술의 끝없는 발전은 인간의 손기술로는 현재까지 불가능한 미세한 절단이나 정밀한 봉합 또한 미래에는 어렵지 않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형태의 의료 로봇이 개발될 것인지 한번 상상해 보자. 절개를 없애고 자연 개구부로 몸속에 삽입돼 좁은 공간을 유연하게 자유자재로 누빌 수 있는 튼튼한 초소형 로봇 팔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콧속 또는 입속에 로봇이 삽입돼 뇌 조직을 누비며 종양을 제거하기도 하고 인체 내부 심혈관 속에 들어가 막힌 혈관을 뚫는 장면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더 나아간 기술로, 어쩌면 인체 내부로 로봇의 침투 없이 외부의 다양한 에너지원만을 사용해 정확한 병변 타기팅을 통한 수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어떠한 형태의 수술 로봇을 상상하든 의료 로봇 기술의 무궁무진한 발전을 통해 그 아이디어는 언젠가 현실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의 상상 속 수술 로봇의 개발이 하루빨리 실현돼 전 세계의 환자들에게 혁신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