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용 이어 환자 재활용 제품까지, 2025년 18억 달러 시장}
‘당신을 아이언맨으로’…‘입는 로봇’ 시대 성큼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골격 로봇(Exoskeleton Robot)’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힘을 발휘하기 위해 입는 로봇을 말한다. 흔히 로봇이라면 사람과 유사한 형태를 지닌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와 달리 외골격 로봇은 사람의 팔과 다리 등 특정 신체 부위에 착용해 기존보다 더욱 강한 근력과 지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외골격 로봇은 곤충이 몸을 보호하고 엄청난 힘을 발휘하기 위해 외부에 단단한 골격을 드러내는 모습과 비슷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일반적으로 포유류 동물의 내골격과 달리 외골격은 큰 무게를 지탱하고 강한 힘을 발휘하는 데 적합하다.

실제로 개미 등 곤충들이 자신의 몸무게보다 수천 배가 넘는 무게를 나를 수 있는 것도 바로 외골격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이디어를 얻은 과학자들은 나약한 인간의 힘을 보완할 수 있는 외골격 로봇의 가능성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할리우드 공상과학영화에서는 외골격 로봇이 주요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언맨(Iron man)’에서는 주인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로봇 수트를 입고 초능력 인간으로 변신한다.

마찬가지로 ‘엣지 오브 투머로우(Edge of Tomorrow)’에서도 톰 크루즈가 ‘엑소수트’라는 외골격 로봇을 착용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각종 무기를 장착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엑소수트 덕분에 톰 크루즈는 외계인과 대등하게 맞서 싸울 수 있다.

외골격 로봇은 이제 막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기술로 평가된다. 단순히 무거운 물체를 들어 나르는 것을 넘어 건설·제조·수송·농업 등 여러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종류의 외골격 로봇이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골격 로봇을 통해 이전에는 사람의 노동력만으로 쉽지 않은 작업들도 능수능란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기대를 반영해 시장조사 기관 ABI리서치는 전 세계 외골격 로봇의 시장 규모가 2014년 6800만 달러에서 2025년 18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당신을 아이언맨으로’…‘입는 로봇’ 시대 성큼
(사진) 현대·기아차 중앙연구소 인간편의연구팀 연구원들이 보행 보조 착용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제공

◆GE, 1969년 첫 외골격 로봇 개발

많은 혁신 기술과 마찬가지로 외골격 로봇도 본래 군사용으로 개발됐다. 1965년 제너럴일렉트릭(GE)은 미국 해군의 지원을 받아 무거운 물체를 들 수 있는 외골격 로봇 하디맨(Hardi man)을 만들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만족스럽지 못한 성능 때문에 하디맨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사라졌다.

이후 2004년 버클리대에서 블릭스(BLEEX)라는 외골격 로봇을 만들었는데, 이를 기반으로 2011년 군수기업 록히드마틴이 외골격 로봇 헐크(HULC)를 만들었다. 헐크는 다른 외골격 로봇보다 가벼우면서도 한 번 충전만으로 90kg의 짐을 싣고 20km나 이동할 수 있는 고성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몇 년에 걸친 수차례 테스트 결과 헐크를 착용한 군인들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부작용 사례가 발견되면서 결국 실전에 배치되지 못했다.

헐크와 같은 외골격 로봇의 가장 큰 문제는 부피가 매우 크므로 이를 착용한 사람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체로 자신의 몸보다 큰 외골격 로봇을 착용하면 동작이 느리고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의도한 대로 필요한 작업을 수월하게 처리하기 어렵다.

또한 사람마다 활동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외골격 로봇이 신체와 완벽하게 밀착되지 않는 한 모든 사람의 동작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어렵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많은 과학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외골격 로봇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착용한 사람들이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신체 맞춤형으로 제작되거나 착용자가 피로를 덜 느끼도록 알루미늄합금·타이타늄·탄소섬유 등 기존 금속보다 강하면서도 가벼운 소재를 사용하는 방법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현재 각국의 군수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외골격 로봇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 로봇은 군인들의 피로도와 부상 위험을 줄이면서 임무 효율성을 높이는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워리어 웹(Warrior Web)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군인들이 전투복 안에 착용할 수 있는 특수 외골격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록히드마틴은 미국 해군과 공동으로 착용자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지원해 근력과 지구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포티스(FORTIS)라는 외골격 로봇을 선보였다.

한편 미국 육군은 갓 입대한 군인들이 사격을 연마할 수 있도록 돕는 맥스파스(MAXFAS)라는 외골격 로봇을 만들었고 영국 군수기업 BAE시스템즈는 군인의 신체에 부착해 무거운 배낭을 쉽게 운반할 수 있는 외골격 로봇 올라드(OLAD)을 선보이기도 했다.

외골격 로봇의 등장 및 성능 향상이 아직까지는 군사용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외골격 로봇의 비군사적 활용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어렵고 위험한 고난도 업무 수행을 비롯해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일상적 이동 보조와 재활 등 각종 특수 목적을 위한 외골격 로봇도 큰 인기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간에서는 외골격 로봇을 다양하게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민간 외골격 로봇은 일본 쓰쿠바대가 1998년 선보인 환자 재활용 로봇 할(HAL)이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의 보행 치료를 돕기 위해 개발된 할은 착용자의 피부에 붙이는 센서로 생체 신호를 읽어 근육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모터 시스템을 이용해 의지대로 다리를 움직일 수 있도록 보조한다.

이후 쓰쿠바대 연구진은 할의 성과를 기초로 2004년 외골격 로봇 기업 사이버다인을 설립하고 할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했다.

이후 할은 뛰어난 성능의 보행 보조 로봇으로 서서히 주목을 받게 됐는데, 2015년 일본 후생노동성은 그간 인체 보조 기기로만 판매돼 온 할을 의료보험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가격의 부담이 덜어지면서 할의 판매 역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신을 아이언맨으로’…‘입는 로봇’ 시대 성큼
(사진)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로봇 수트를 입고 있는 모습(왼쪽). /AFP연합뉴스

◆뇌파로 로봇 팔 조종 실험

한편 이스라엘 로봇 기업 리워크 로보틱스가 만든 리워크(ReWalk) 역시 할과 함께 대표적인 거동 보조용 외골격 로봇이다. 리워크는 우수한 착용감과 뛰어난 성능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2014년 외골격 로봇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을 얻기도 했다.

또한 미국의 엑소 바이오닉, 스위스의 호코마 등 여러 기업들도 리워크 로보틱스와 마찬가지로 환자 및 노인들의 보행 보조 등 다양한 목적의 외골격 로봇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아직 외골격 로봇 시장이 초창기임에도 불구하고 보다 정교한 기능을 지닌 외골격 로봇을 만들기 위한 기술 개발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사람의 실제 움직임 대신 뇌파를 사용해 외골격 로봇을 제어하는 기술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개막식에서는 하반신이 마비된 소년이 외골격 로봇 다리를 착용하고 월드컵 공인구를 시축해 큰 화제로 떠올랐는데, 이 로봇 다리는 청년의 뇌에서 방출되는 뇌파를 해석하고 동작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한편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의 리처드 앤더슨 교수는 사지가 마비된 환자가 자신의 뇌파를 이용해 로봇 팔을 스스로 조종하는 실험을 선보이기도 했다.

물론 외골격 로봇 대중화의 걸림돌도 적지 않다. 특히 최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외골격 로봇의 비싼 가격은 저변 확대의 가장 큰 난관으로 지목된다.

외골격 로봇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기계·전기전자·바이오·정보기술(IT) 등 각종 첨단 기술이 복합적으로 적용돼야 하며 착용자의 신체와 정확히 맞춤 제작돼야 하므로 대량생산이 쉽지 않다. 그러므로 외골격 로봇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가격을 훨씬 낮추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