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트렌드]
성장 한계 빠진 메신저 업체들 공격적 투자…마이크로소프트 ‘캡션봇’ 등 각축
‘로봇과 수다를’ 인공지능의 새 격전지 ‘챗봇’
(사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F8 2016’에서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기조 연설을 통해 페이스북의 챗봇(ChatBot)을 소개했다. /연합뉴스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올해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페이스북의 신기술을 선보이는 개발자 콘퍼런스 ‘F8 2016’이 개최됐다.

여기에서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모바일 메신저가 페이스북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챗봇(ChatBot)이라는 신기술이 모바일 메신저 비즈니스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챗봇은 ‘채팅’과 ‘로봇’의 합성어다. 사람과 사람 간 대화가 이뤄지는 현재의 메신저 서비스와 달리 챗봇은 사용자가 컴퓨터와 메신저를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서비스다.

사용자들은 마치 메신저 너머로 실제 사람과 자연스럽게 채팅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모바일 메신저는 어느덧 스마트폰 시대의 가장 중요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카카오톡과 라인을 비롯해 중국의 위챗과 QQ모바일, 미국의 왓츠앱과 페이스북 메신저 등 다양한 모바일 메신저가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제는 통화 대신 모바일 메신저로 대화하는 것도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모바일 메신저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최근 이들 기업들은 중대한 고민에 직면해 있다. 모바일 메신저의 보급이 성숙 단계에 이르면서 메신저 기능 자체만으로는 더 이상 특별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스냅챗 등 신규 모바일 메신저도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면서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가입자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레드오션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힘을 얻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모바일 메신저에 게임과 멀티미디어, 전자 상거래 등 부가 서비스는 물론 배달 주문, 식당 예약 및 택시 호출 등 각종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O2O)도 탑재하면서 시장 영향력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챗봇은 모바일 메신저에 새로운 가치를 더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챗봇 기반의 모바일 메신저가 사람들 간의 소통 창구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필요한 정보를 찾고 각종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구글·바이두·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찾았지만 미래에는 챗봇 메신저가 이러한 역할을 대신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로봇과 수다를’ 인공지능의 새 격전지 ‘챗봇’
◆ 사람과 막힘없는 대화 가능해져

챗봇의 구현 수준은 모바일 메신저를 운영하는 서버 시스템이 얼마나 사람과 같이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만족할 만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과거에 등장했던 챗봇은 사전에 입력된 내용과 규칙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질문에 기계적으로 답변했다. 따라서 사용자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 가기 어려웠고 정확한 문맥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엉뚱한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 등장한 챗봇은 진화된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구현되고 있다. 사람과 막힘없이 질문을 주고받거나 대화의 문맥을 읽고 마치 사람처럼 감정을 비슷하게 표현할 수 있다.
또한 텍스트는 물론 이미지·음성·영상 등으로도 소통이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한층 인간과 닮은 지능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모바일 메신저를 운영하는 많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첨단 챗봇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5년 중국에서 샤오이스(Xiaoice)라는 챗봇을 선보였다. 샤오이스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주 쓰는 언어를 사용해 사용자와 대화할 수 있고 사용자가 전송하는 이미지를 확인하고 의미를 해석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샤오이스가 중국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샤오이스 개발 및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올해 초 테이(Tay)라는 챗봇을 출시했다. 하지만 테이는 불쾌하고 저속한 답변을 출력한다는 논란에 휘말리면서 운영이 중단됐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개선한 캡션봇(CaptionBot)을 출시했다.

중국의 텐센트 역시 위챗 메신저에서 적극적으로 챗봇을 활용하고 있다. 위챗은 2014년 챗봇을 통해 음식점과 병원 등 각종 편의 시설을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처음에는 인공지능 기술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직원이 직접 사용자의 요청에 응답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고도의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챗봇 스스로 예약 서비스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려는 페이스북은 여러 종류의 챗봇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날씨 정보 챗봇 판초(Poncho)은 날씨를 알려달라는 메시지를 받으면 마치 사람이 대답하듯이 날씨 정보를 알려준다.

현재 페이스북은 뉴스, 전자 상거래, 꽃 배달 등 40개 이상 기업들이 메신저에서 챗봇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 나아가 엠(M)이라는 가상 비서 서비스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주요 모바일 메신저 기업들만 챗봇 전쟁에 뛰어드는 것은 아니다. 신생 모바일 메신저 킥(Kik)이나 텔레그램 등도 자체 개발한 챗봇을 출시하면서 사용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는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구글도 챗봇 기반의 새로운 메신저를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애플 역시 인공지능 서비스 시리의 기술력을 자사의 아이폰 메시지 서비스에 접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챗봇을 둘러싼 글로벌 IT 기업들의 기술 개발 및 서비스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인 챗봇 열풍에 뒤지지 않기 위해 국내 IT 기업들도 각종 챗봇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라인 메신저를 통해 라온(Laon)이라는 챗봇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고 카카오톡 역시 현재 추진 중인 인터넷 전문 은행 카카오뱅크에서 24시간 내내 실시간으로 고객의 질문에 응답할 수 있는 금융 챗봇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인공지능 활성화의 촉매제 역할

많은 전문가들은 챗봇이 모바일 메신저 비즈니스를 넘어 IT 산업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 활성화의 촉매가 될 수 있는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챗봇은 텍스트 및 이미지 등 풍부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데, 이들 데이터는 다시 챗봇의 지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미래에는 사람과 더욱 유사한 생각과 판단을 할 수 있는 챗봇이 등장해 다양한 일상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챗봇이 제품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하고 구매까지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모바일 메신저가 상거래, 헬스 케어, 금융, 미디어 등을 아우르는 강력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하는 일등 공신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기대와 달리 아직 챗봇의 인공지능은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사람과 대등한 수준으로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연어 처리, 패턴 인식, 자가 학습 등 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개발이 필수적이다.

특히 인공지능의 근본 약점을 이용해 챗봇의 정상적 운용을 방해하려는 시도가 등장하면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챗봇의 각종 문제점을 예방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챗봇 테이는 사용자와의 대화를 학습해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머신 러닝이라는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일부 사용자들은 이 점을 악용해 테이의 정상적인 서비스 운용을 방해했다.

이들은 인종차별이나 극우주의에 대한 단어를 지속적으로 입력해 테이가 잘못된 지식을 습득하도록 했다. 세뇌된 테이는 상식적인 언어 대신 자극적인 단어와 욕설로 대화했고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16시간 만에 테이의 운영을 중단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챗봇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혹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챗봇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기술의 고도화 및 풍부한 응용 서비스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챗봇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의 빠른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챗봇은 인공지능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여러 기업들의 치열한 격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